나의 이야기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ria530 2011. 6. 1. 15:31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인연이란 잠자리 날개가 바위에 스쳐

그 바위가 눈꽃처럼 하이얀 가루가 될 즈음

그때서야 한 번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것이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누워 같은 하루를 바라보는

저 연인에게도 분명 우리가 다 알지 못할

눈물겨운 기다림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겨울 꽃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 안에 또 한 사람을 잉태할 수 있게 함이

그것이 사람의 인연이라고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나무와 구름 사이 바다와 섬 사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수천 수만 번의 애닯고 쓰라린

잠자리 날개 짓이 숨쉬고 있음을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

인연은 서리 처럼 겨울 담장을 조용히

넘어오기에 한 겨울에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아야 한다고

먹구름처럼 흔들거리더니

대뜸, 내 손목을 잡으며

함께 겨울나무가 되어줄 수 있느냐고

눈 내리는 어느 겨울밤에

눈 위에 무릎을 적시며

천 년에나 한 번 마주칠 인연인 것처럼

잠자리 날개처럼 부르르 떨며

그 누군가가 내게 그랬습니다.

출처 : 좋은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