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야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야..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뒤에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돌지..다 바람이야..
이 세상에 온 것도 바람처럼 온다고
이 육신을 버리는 것도 바람처럼 사라지는 거야.
가을 바람 불어 곱게 물든 잎들을 떨어뜨리듯
덧없는 바람 불어 모든 사연을 공허하게 하지..
어차피 바람일 뿐인 걸..굳이 무얼 아파하며 번민하리
결국 잡히지 않는 게 삶인 걸 애써 무얼 집착하리
다 바람인거야..
그러나 바람 그 자체는 늘 신선하지..
상큼하고 새큼한 새벽 바람 맞으며
바람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바람처럼 살다 가는 게 좋아.
-여보게 친구-
이리 와 앉게나.
민들레 꽃씨는 허공을 떠돌고
뒤뜰의 벚꽃은 벌써 지고 있네.
자연의 이치란 그런 것이지.
끊임없이 피고지는 화무십일홍.
세상살이랑 사람의 일도 마찬가지이니
모두 잊고 차 한 잔 하세나.
김영리 ‘차 한잔 하세’(서울 청담동 가산화랑
출처 : 불구명리 불구영
글쓴이 : 수미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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