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아야기

[스크랩] 들깻잎을 묶으며

ria530 2012. 3. 17. 18:50

 
      들깻잎을 묶으며 유홍준 추석날 오후, 어머니의 밭에서 동생네 식구들이랑 깻잎을 딴다 이것이 돈이라면 좋겠제 아우야 다발 또 다발 시퍼런 깻잎 묶으며 쓴웃음 날려보낸다 오늘은 철없는 것들이 밭고랑을 뛰어다니며 들깨 가지를 분질러도 야단치지 않으리라 가난에 찌들어 한숨깨나 짓던 아내도 바구니 가득 차 오르는 깻이파리처럼 부풀고 무슨 할말 그리 많은지 맞다 맞어, 소쿠리처럼 찌그러진 입술로 아랫고랑 동서를 향해 거푸거푸 웃음을 날린다 말 안 해도 뻔한 너희네 생활, 저금통 같은 항아리에 이 깻잎을 담가 겨울이 오면 아우야 흰 쌀밥 위에 시퍼런 지폐를 얹어 먹자 우리 들깨 냄새 짙은 어머니의 밭 위에 흰 구름 몇 덩이 머물다 가는 추석날 동생네 식구들이랑 어울려 한나절 푸른 지폐를 따고 돈다발 묶는, 이 얼마만의 기쁨
출처 : 건박골대사.....
글쓴이 : 개구리왕눈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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