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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봄에 쓰는 편지

ria530 2012. 3. 28. 20:33


봄에 쓰는 편지/



    아침입니다
    그대는 나의 아침이 됩니다
    
    
    그대 이름을 처음 듣는 것은
    보고픔이 가슴에 차고
    결이 미소로 볼에 흐르고 담장으로 흘러
    장둑돌 사이사이로
    파릇한 포기풀들의 아련한 밀어
    샛웃음칠 때입니다.
    연두빛 설레임을 띄우는 편지
    하늘 머금은 아래 동리에
    살포시 다가오는
    새색시 처럼
    닫힌 겨울이 볕으로 열리고
    날이 햇살로 내려
    기쁨으로 님을 맞이합니다

    모두 다 일어서며
    저밑 지하표면을 박차는
    새순들 손뼉으로
    길로 줄진 나무며
    사이를 누비는 풀포기며 길 멈추고
    들어선 그대 눈망울로 초롱하여
    그대 곁에서 그립다합니다

    그립고 그리운 님을
    맞이 한다는 생각에
    하던 일이 무엇인지

    가야되는 시침이 주는
    하루 종착역이 어딘지

    밥은 먹었는지
    아니 먹었는지 모를 정도로

    님을 만나는 것에
    부풀어 있습니다

    오늘 하루 저는 님의 님입니다
    일년 사시사철 알알이 묻혀와서
    기다림의 마음 사이에
    잠겨오는 그리움은 향-내음처럼
    그대라는 것으로
    오늘 하루를 님의 님으로 남게합니다

    어깨를 마주하는 것에
    다정히 길을 걷고

    밀려드는 가을 날과
    겨울 여린 추억들이
    고독의 길목이 되었던 저 둔덕
    추억의 이야기 밭 언저리에도
    이제 그대 화사하여

    핀 나리 꽃 술에
    정열의 키스를 담구고



    그대의 어깨에 제 어깨를 묻고
    그대의 가슴에 제 마음을 묻고
    그대의 손목에 제 사랑을 쥐어주고는
    저의 가슴은 하늘로 뛰어 갑니다
    덕수궁의 벗나무는 파랗게 물이 오릅니다

    광화문 초입을 지나
    북악으로 오르는 보도는
    춘풍에 날이 궁굴고

    청와대 뒷길의
    물대 오른 은향의 가로수는
    희망으로 영글고
    빛으로 세집니다
    북한산 줄기는 올라
    아침 정기에 산새들의 지저귐
    서울을 감싸 안고

    물로 흐른 봄소리가
    계곡을 세어 가고
    하늘 소리와 산 이야기가
    되어 잠자는 지중을 깨웁니다

    겨우 내내 머물던 그리움은
    이제 빛으로
    거리를 매웁니다
    노래가 된 아침은 햇살을 안고
    꽃밭 오가며 님을 맞습니다

    마을과 마을
    빌딩과 빌딩
    차량과 차량이
    보도와 어울려 꽃집이 됩니다

    겨울을 벗어버린 님은
    빛줄기 여린 색으로 옷을 차리고
    이름 모를 수로
    파릇한 향을 뿜어내고는
    붉어 오르는 하늘과
    차지어 육중한 땅을 감 쌉니다
    오늘 하루가 즐겁습니다
    그대와 같이 하였던 오늘이
    내내 지속되여 나에게는
    일상의 날들이였음 좋겠습니다
    그대 마음 속에 잠겨서
    일어날 수 없는 미이라가 되고
    그대 체온 속에서
    쉬임없이 흐르는 혈의 요소가 되어
    잠들고 싶습니다
    오늘 하루 만큼은 사랑으로
    나를 가두고
    님의 언약으로 가두고
    님의 체온으로 덮어
    이 봄을 맞고 싶습니다

    사랑으로 덧이 없어진 저는
    내게 맑은 것 들이 차고
    그대 맑은 빛에
    이름으로 망울이 지는
    이슬의 순수함이여

    새 해오름 만큼이나 설레는
    어느날 아침, 저는
    글을 쓰는 만큼 그대에게 씁니다

    사랑을 담고 싶습니다
    열고 싶습니다
    오늘 만은 그대사랑으로
    남고 싶습니다


    이민영-봄에 쓰는 편지



    출처 : 건박골대사.....
    글쓴이 : 개구리왕눈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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