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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과 약藥의 도道를 말하다] (1) 무엇을 먹을 것인가
글·최진규 약초전문가
몸에 좋은 것과 좋지 않는 것
▲ 몸에 정말 좋은 강원도 산골 식단.
음식과 약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하는 게 일이어서 그런지, 대체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 질문에 즉시 답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먹을거리는 갈수록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는데 어디서 무엇을 먹었더니 맛있더라, 몸에 좋다고 하더라는 식의 온갖 정보와 지식이 넘쳐나는 바람에, 올바른 먹을거리를 선택하는 일이 갈수록 더 어렵게 되었다. 수없이 많은 정보와 지식이 도리어 판단을 헛갈리게 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곧 ‘아는 것이 병’이라고 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섣부르게 아는 것은 모르는 것보다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몸에 좋다는 음식, 맛있다는 음식을 모조리 챙겨 먹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우리 옛말에 식도락(食道樂)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단순히 ‘먹는 즐거움’ 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의 본뜻은 ‘먹는 도(食道)에서 즐거움을 찾는다’는 말인데 매우 깊은 뜻이 담겨 있다. 곧 음식을 취사선택하는 데에는 반드시 도가 있고 그 도를 알고 음식을 먹는 것에 살아가는 참된 즐거움이 있다는 말이다.
사람이 음식을 먹는 이치를 세 치 혀의 감각에 맡겨서는 안 될 일이다. 하물며 음식을 맛으로만 먹는 것, 혀끝에 고운 음식만 찾는 것, 곧 고량진미(膏粱珍味)를 탐식(貪食)하는 것이 정신과 육신을 망치는 근본임에랴.
고량진미가 만병(萬病)의 근원(根源)
동양에서 제일 오래 된 의약책인 <황제내경(黃帝內徑)>에는 다음과 같이 적혔다.
오곡(五穀), 곧 쌀, 보리, 콩, 조, 기장은 몸을 보양하고 오과(五果), 곧 복숭아, 오얏, 살구, 밤, 대추는 몸을 도와주며 오축(五畜), 곧 소, 양, 돼지, 개, 닭은 몸을 이롭게 하고 오채(五菜), 곧 아욱(葵), 콩잎(藿), 염교(薤), 파, 부추는 몸을 충실하게 해 준다. 그러므로 음식의 맛과 기운을 고루 섭취하면 정기를 튼튼하게 할 수 있다.(五穀爲養, 五果爲助 五畜爲益, 五菜爲充, 氣味合而服之 以補益精氣)
현대 영양학에서도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몸에 좋고 편식偏食)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삼과 녹용을 비롯한 온갖 보약들과 고량진미가 몸에 제일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혀에 고운 음식이 몸에는 나쁜 법이다. 맛있는 고기와 진귀한 술, 값비싼 차, 희귀한 보약 같은 것이 사람의 몸과 마음을 가장 크게 상하게 한다. <채근담(菜根譚)>에 ‘입에 맞는 맛은 창자를 짓무르게 하고 뼈를 썩게 하니 그 반만 먹으면 재앙을 면할 것이요, 마음에 즐거운 일은 몸을 망치고 덕을 잃게 하니 반쯤에서 멈추면 뉘우침이 없을 것이라(爽口之味, 皆爛腸腐骨之藥. 五分便無殃. 快心之事, 悉敗身喪德之媒. 五分便無悔.)’고 적혔다. 곧 혀에 짝짝 달라붙는 음식은 맛만 보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며 온갖 재미있는 놀이도 지나치게 즐기지 말라는 뜻이다. 만약 고량진미를 불로장생의 묘약으로 여기고 즐겨 먹으면 뼈와 내장이 썩어 문드러지게 된다.
중국 송나라 태종이 소이간(蘇易簡)에게 “음식 중에서 가장 진귀한 게 무엇인가?” 하고 물었다.
소이간은 “진귀한 음식이라고 정해진 것은 없고 다만 자기 입에 맞으면 진귀한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소이간은 <문방사보(文房四譜)> 라는 책을 짓기도 한 이름난 문장가이며 충신이다.
소이간은 려곽지품(藜藿之品)이 가장 좋은 음식이라고 했다.
려곽지품이란 명아주 잎이나 콩잎처럼 가난한 백성들이 먹는 변변치 못한 음식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식품들이 살결을 곱게 하고 천천히 늙게 하며 혈액을 맑게 하고 면역력을 키워 주는 데 가장 좋다. 이런 식품들을 늘 먹으면 병에 걸릴까 염려할 필요가 없다. 불로장생약은 먼 곳에 있지 않고 흔하고 값싼 음식 속에 있다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먹는 음식으로 내 몸을 만들어 운영하고, 그 몸에서 정신이 일어나서 생각과 마음이 오고 간다. 반듯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음식에 대한 올바른 가치와 기준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이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 제 12장에는 다음과 같이 적혔다.
‘온갖 화려한 빛깔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온갖 아름다운 음악은 사람의 귀를 멀게 하며, 온갖 달콤한 맛은 사람의 입을 망하게 하고, 온갖 재미있는 놀이는 사람의 마음을 미치게 하며, 온갖 진귀한 보물은 사람의 행실을 망가지게 한다. 그러므로 성인은 실속을 중요하게 여기고 눈에 보이는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표면에 나타나는 감각의 즐거움을 버리고 내면의 충실함을 택하는 것이다.’ (五色令人目盲, 五音令人耳聾, 五味令人口爽, 馳騁田獵 令人心發狂, 難得之貨令人行妨, 是以聖人爲腹不爲目, 故去彼取此)
노자의 말대로 음식을 먹는 데에도 혀끝의 감각과 눈으로 보는 즐거움을 버리고 그 속에 감추어진 본질이 얼마나 충실한가를 알아보고 나서 음식을 먹는 것이 바른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첫째,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지 않는다.
천문학에서는 세상이 처음 생겨날 때, 우주 공간의 암흑과 극한의 추위 속에서 소립자들이 소용돌이치며 모이고 응축하여 ‘빅뱅’이라고 부르는 엄청나게 큰 폭발이 일어났고, 그 폭발로 인해 물질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가 무거운 것은 아래로 가라앉아 땅을 이루고 가벼운 것은 위로 떠올라서 하늘이 되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 몸에도 반드시 하늘이 있고 땅이 있으니 그것은 곧 하늘은 정신이고 땅은 몸이다. 우리의 몸을 일러 작은 우주[小宇宙]라고 하면 음식은 이 우주를 만드는 기본 재료다.
그러므로 가볍고 맑은 것은 위로 가는 성질이 있고, 무겁고 탁한 것은 아래로 내려가는 성질이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여서 가볍고 맑은 것은 머리로 올라가서 정신을 맑게 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으며 무겁고 탁한 것은 내려가서 몸통과 팔다리를 만든다. 곧 만물은 끼리끼리 모이는 것이니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의 이치도 이와 같다.
그러므로 음식의 경중(輕重)과 청탁(淸濁)을 가려서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정신을 집중해야 하고 머리를 많이 쓰는 학생들이나 공부를 많이 하는 사람은 경청(輕淸)한 음식을 더 많이 먹어야 하고, 몸통과 팔다리를 주로 쓰는 사람, 힘든 노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중탁(重濁)한 음식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을 경청하다고 하며 어떤 음식을 중탁하다고 하는가?
이를테면 채소와 육류를 놓고 견주어 보면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은 채소는 경청한 음식이고,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고기 종류는 중탁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몸을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 육류 위주의 무겁고 탁한 음식을 주로 섭취하면,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몸에 기운이 잘 돌아가지 않아 병에 걸리기 쉬운 체질이 될 것은 뻔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우리 주변에 흔한 음식 중에서 경청한 음식을 몇 가지 들어보면 콩나물과 동치미, 시래기 같은 것들이다. 이들 음식은 몸과 마음을 가볍고 맑게 하는 데 가장 좋다. 반대로 고기, 꿀, 설탕, 우유 같은 음식은 중탁한 음식이다. 이들 음식은 힘든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운동선수들한테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중탁한 음식만 열심히 먹으면 머리는 나쁘고 힘만 센 바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콩을 원료로 하여 만든 장(醬)이라 할지라도 콩 속의 가벼운 성분이 우러나온 간장은 경청한 것이고, 콩의 무거운 성분이 가라앉아서 만들어진 된장은 중탁한 것이 된다. 그러므로 간장은 머리에 작용하고, 된장은 몸통에 작용하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이다.
간장 중에서도 알맹이가 굵고 단백질과 지방질이 많은 누런 콩으로 만든 간장은 중탁한 것이 되고 알맹이가 작고 조직이 성글며 단백질과 지방질이 적은 쥐눈이콩으로 만든 간장은 경청한 것이 된다.
곡식 중에서는 쌀이나 찹쌀은 무겁고 탁하며, 보리쌀은 가볍고 맑다. 그러므로 쌀과 찹쌀은 몸에 힘이 나게 하는 작용이 더 세고, 보리쌀은 머리를 맑게 하는 작용이 더 센 것이다.
약초나 산나물을 놓고 보면 높은 산에서 오랫동안 자란 산삼이나 산도라지는 가볍고 조직이 허송(虛鬆)하므로 경청한 것이고, 야산이나 밭에서 빨리 키운 인삼이나 도라지는 무겁고 조직이 치밀하며 영양물질이 많으므로 중탁한 것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높은 산에서 자란 약초는 뇌에 작용해 머리를 맑게 하고, 밭에서 재배한 약초는 몸통에 주로 작용하여 몸통을 튼튼하게 만든다. 공부하는 아이들의 머리를 좋게 하여 학교 성적을 높이려면 고단백 동물성 식품 곧 닭고기, 소고기, 우유, 달걀 같은 중탁한 음식을 먹일 것이 아니라 맑고 가벼운 음식 곧 콩나물국, 보리밥, 산도라지, 산잔대, 산나물, 야생열매, 시래기, 잘 숙성된 간장 등 경청한 음식을 주로 먹여야 하는 것이다. 조직이 성기고 경청한 음식은 건강한 천재를 만들고 조직이 치밀하고 중탁한 음식은 힘센 바보를 만든다.
둘째, 섬유소를 많이 먹는다.
많은 사람 앞에서 강의할 때 “고기를 적게 먹고 야채를 많이 먹어야 기운이 나고 몸이 튼튼해진다”고 힘주어 말하면, “그래도 힘이 나려면 고기를 한 점이라도 더 먹어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질문을 더러 받는다.
그러면 농담 삼아 “소는 고기를 먹고 힘을 쓰는가?”하고 반문하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다.
소는 힘이 세다. 사람보다 덩치가 열 배가 크지는 않지만 힘은 열 배가 세다.
소가 힘이 센 이유는 섬근질(纖筋質)이 풍부한 식물, 곧 질긴 풀을 먹는 것에 있다. 소한테 섬근질이 없는 음식을 먹이면 살만 찌고 온갖 병이 생기며 힘을 전혀 쓸 수 없게 된다. 광우병은 소한테 섬근질이 없는 고기 같은 것을 먹여서 뇌에 섬근질이 공급되지 않아서 생긴 병이 아닌가.
그러나 고기를 안 먹으려고 애를 써도 안 먹을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 요즘의 살림살이 형편이고 이 사회의 구조다. 형편이 이러하니 밖에 나와서 음식 한 끼를 먹으려고 밥집을 열심히 찾아다녀 보아도 고기를 빼고 음식을 먹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이들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급식을 학교에서 주는 대로 받아먹을 수밖에 없게 되어 버렸으니 제대로 음식을 골라 먹게 하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게 되어 버린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요즘 아이들의 영양 상태는 옛날보다 훨씬 좋아졌지만 체력이나 정신력은 옛날보다 더 허약해지지 않았는가? 키는 커졌고 몸무게는 늘어났는데 힘은 반대로 더 약해진 것은 무엇 때문인가? 평균수명은 늘어났다는데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암, 당뇨병, 그리고 옛날에 없던 희귀병이나 난치병이 더 많이 생겨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공해로 인해 환경이 나빠진 것이나 일이나 공부에 매달려 몸을 돌볼 시간이 없는 것이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겠으나, 가장 큰 원인은 섬근질이 많은 음식을 터무니없이 적게 섭취하는 데에 있다.
나는 어려서 중학교를 다닐 적에 고향 산골마을에서 중학교가 있는 면소재지까지 30리가 넘는 길을 날마다 걸어서 오고 갔다. 빨리 걸으면 한 시간 만에 학교까지 갈 수 있었는데 그 때 먹은 음식은 주로 보리밥과 감자, 김치, 동치미, 된장국, 시래기, 콩나물 같은 것이었고 고기는 일 년에 한 번도 먹기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먹은 음식들이 모두 섬근질이 풍부한 음식들이었고, 이 음식들이 힘을 나게 하고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는 데 가장 좋은 음식이었다. 그 때보다 훨씬 많이 먹고 잘 먹는 요즘 아이들한테 날마다 60리를 걸어서 학교에 다니도록 한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체력을 지닌 아이들이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섬유소에 대해 장 속에서 찌꺼기와 독소를 흡착하여 통변을 좋게 하는 물질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섬유소는 우리 몸의 뼈와 근육의 주된 성분이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근육과 뼈를 찬찬히 살펴보면 섬유질 모양의 세포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치 실을 꼬아서 천을 짓듯이 가느다란 실처럼 생긴 세포 가닥들이 새끼 꼬듯 꼬여서 근육 다발을 이루고 있다.
근육과 뼈의 근본 물질은 실이다. 이 실을 섬근질, 또는 섬유소라고 한다. 이 섬근질이 근육과 뼈를 만든다. 근육이 질긴 사람은 힘이 세고 근육이 무른 사람은 힘이 없다. 힘은 근육과 뼈에서 나온다. 근육의 힘은 단순히 팔과 다리로 걷거나 뛰거나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는 것과 같은 외부의 힘을 쓰는 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위장, 소장과 대장, 심장과 허파, 혈관과 같은 몸속의 조직과 장기를 움직이는 데에 더 센 근육이 필요하다. 근육과 뼈가 튼튼해지려면 섬근질, 곧 실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한다.
부드러운 음식 곧 입에서 살살 녹는 음식, 모든 청량음료, 가루로 만든 음식, 씹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섬근질이 없는 음식이고 질기고 꼭꼭 씹어 먹어야 하는 음식들은 대개 섬근질이 많은 음식이다. 늘보리, 콩나물, 질경이, 칡, 무시래기, 김치, 파김치 같은 것들이 훌륭한 섬근질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들이라고 할 수 있다.
몸을 이루고 있는 바탕을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섬근질이 많은 음식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그 근육과 뼈를 구성하고 있는 섬근질, 곧 실(絲)이 산화되어 녹슬거나 삭지 않도록 산성식품을 피하고 알칼리성 음식을 먹어서 그 실타래를 잘 보호해야 한다.
셋째, 단것을 많이 먹지 않는다.
모든 음식에는 고유의 맛이 있다. 달고(甘), 짜고(鹹), 맵고(辛), 시고(酸), 쓴(苦) 다섯 가지의 맛이다. 이 맛을 균형 있게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음식이 지닌 기운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음식은 맛이 한 곳으로만 치우쳐 있다. 그것은 바로 단맛이다. 요즘은 어디 가서 무엇을 먹든지 음식이 너무 달다. 우리나라의 설탕 소비량은 40년 전에는 한 사람이 한 해에 평균 50그램이었다. 지금은 그러나 요즘에는 40년 전에 1년 걸려서 먹던 설탕을 한 끼에 다 먹어치운다. 흔히 단맛이라고 하면 설탕이나 꿀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요즘은 거의 모든 음식에 당분이 넘쳐난다.
곡물에는 탄수화물이 많다. 탄수화물은 몸속에 들어가서 당분이 되고 대사활동에서 남는 당분은 지방이 되어 몸에 쌓인다. 쌀, 조, 수수 같은 곡식에는 탄수화물이 아주 많다. 술을 만들고 식혜를 만들 수 있는 곡물과 뿌리채소에 모두 당분이 많다. 곡식 중에서는 보리와 귀리 같은 것이 당분이 적은 편이다.
감자와 고구마에도 전분이 많다. 전분이 많은 음식 곧 쌀밥, 떡 같은 것을 많이 먹는 것은 설탕을 퍼서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과일 또한 품종개량과 비료와 농약 덕분에 수십 년 전보다는 당도가 훨씬 높아져서 애써 고르지 않아도 달지 않은 과일이 없다. 모든 과일이 달기가 꿀과 같다. 수박이 그렇고 사과가 그렇고 포도가 그렇고 키위가 그렇고 배가 그렇다. 무가당 주스라고 하는 것도 설탕을 넣지 않았지만 몹시 달다.
갖가지 음료, 후식, 간식 같은 것이 모두 꿀처럼 달다. 단맛이 오늘날 사람들의 혀와 입맛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요즘 거의 모든 사람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단맛에 중독되어 있다. 단맛 중독은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 못지않게 사람의 몸과 정신에 심각한 피해를 끼친다.
과잉 섭취한 당분은 몸속에서 에너지로 바뀌지 못하고 지방으로 바뀌어 축적되고, 그 지방이 쌓여 우리 몸 곳곳에서 온갖 문제와 질병을 일으킨다. 단것을 먹으면 단순하게 살만 찌는 것이 아니다. 간에 쌓인 지방은 지방간이 되었다가 간경화가 되고, 내장에 쌓인 지방은 내장비만이 되어 온갖 심장병과 고혈압, 혈관질병의 원인이 되며, 지나치게 많은 열량은 췌장을 망가뜨려서 당뇨병의 원인이 된다. 지나치게 많은 당분은 그 밖에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뼈와 근육을 삭게 하며 온갖 염증을 생기게 하고 성질을 조급하게 하며 우울증, 불면증, 정신병, 치매, 불임증, 암 같은 모든 질병의 직·간접적인 원인이 된다.
음식은 그 재료가 지닌 본래의 영양과 맛을 잘 살려서 먹어야 한다. 신것은 시게 먹고, 쓴것은 쓰게 먹으며, 매운것은 맵게 먹고 짠것은 짜게 먹어야 하되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갖가지 맛을 골고루 먹어야 몸과 마음이 고르게 건강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바른 마음과 건강한 몸을 갖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지금 내 앞에 있는 밥상을 자세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내가 먹는 밥은 곧 다른 생명의 목숨이 아닌가. 다른 생명의 목숨은 곧 내 목숨이 되고 내 살과 피가 된다. 밥상이 옳으면 내 정신과 몸이 다 옳은 것이고 밥상이 그르면 내 정신과 몸이 다 그른 것이다. 정신과 육신을 위한 가장 큰 도는 밥상에 있다.
밥이 곧 하늘이고 땅이거늘 이에 더 무엇을 말하랴.
밥상에 무엇을 더 얹을 것인가를 걱정하지 말고 무엇을 더 비울 것인가를 생각하라. 경청(輕淸)하고 허송한 밥상이 되게 하라. 사람의 길(吉), 흉(凶), 화(禍), 복(福), 선(善)과 악(惡)은 하루 세 끼 먹는 밥이 결정한다. 밥상 앞에 우리는 더 경건하고 겸허해야 할 것이다.
필자 약력
나라 안에서 제일 많이 알려진 약초전문가다. 경북 성주 가야산 아래서 나서 자랐다. 걸음마를 시작할 무렵부터 산나물과 약초를 채취했다.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하여 고혈압, 암, 중풍 등 여러 가지 병을 앓았으나 약초를 이용하여 스스로 치유했다. 약초를 연구하기 위해 히말라야, 아마존, 아프리카 등 세계 100여 나라를 여행했다. 현재 지리산 운림동천에 은거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발로 찾은 향토명의>, <토종약초장수법>, <약초산행>, <약이 되는 우리 풀 꽃 나무> 등이 있다.
/ 월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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