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아야기

[스크랩]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ria530 2012. 10. 12. 09:05

♤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가을이 오는 길목입니다.
멀리서 아주 멀리서 새끼 강아지 걸음처럼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바다 끝에서 연분홍 혀를 적시고
떨리듯 다가오는 미동 괜스레 가슴이 미어집니다.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내 마음 안달이 났습니다.


차마 전하지 못했던 사랑 가을보다 먼저 전하고 싶어서
내 마음 안달이 났습니다.


물살 같이 빠른 세월이라 사랑도
그렇게 흘러 갈까봐 미루고 미루어
전하지 못한 마음 어린 짐승 날숨같이 떨며
소리없이 그대를 부릅니다.


가을이 온 뒤에도 지금처럼
높은 산과 긴 강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바라 봐야만 한다면 꽃망울 속 노란 꽃가루 같이
가득한 그리움을 어떻게 할까요.


갓핀 꽃잎같이 곱고 보름달 같이 밝은 그대는
작은 새의 깃털같이 부드럽고
함박눈 같이 나라입니다.


아아, 가을이...
바다 끝에서 생겨난 가을이
새끼 고양이 눈망울 같이 내 마음을 바라봅니다.


어린 짐승 발소리처럼
가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을이 나뭇잎에 안기기 전에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나의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가을보다 먼저 전하고 싶습니다


♠...가을안에서 우리 사랑은...♠



가을은 사랑의 집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더 깊이 사랑하게 됩니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사랑을 찾아 길을 나서고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더 애타게 사랑하게 됩니다
가을은 진실의 집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더욱 진실해집니다





단풍잎을 말갛게 비추는 햇살을 보면서
내 마음을 지나가는 생각들도
저렇게 밝고 깨끗하기를 소망하게 됩니다





가을은 감사의 집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더 많이 감사하게 됩니다





씨앗이 열매가 되는 것을 보고,
곡식을 거두는 동안은 내리지 않는
비를 생각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중에
감사할 일이 참 많음을 알게 됩니다





가을은 평화의 집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평화를 얻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원칙과 질서에 따라
꽃 피고 잎 피고 열매 맺는 자연을 바라보면서





우리 마음의 좋은 생각들도
언젠가는 저렇게 열매 맺는 것을 알기에
우리 마음에는 평화가 흐릅니다





가을은 여행의 집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여행을 떠납니다





높고 푸른 하늘이 먼 곳의 이야기를
또렷하게 전해 줄 때 우리는
각자의 마음만이 알고 있는 길을 따라
먼 그리움의 여행을 떠납니다





가을은 선물의 집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누구에겐가 전할 선물을 고릅니다
풍성한 오곡백과, 맑고 푸른 하늘,
다시 빈손이 되는 나무를 보면서





내게 있는 것들을 빨리 나누고 싶어
잊고 지낸 사람들의 주소를 찾아 봅니다





가을은 시인의 집입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시인이 됩니다





쓸쓸하게 피어있는 들국화,
문득 떨어지는 낙엽, 한줌의 가을 햇살,
짝을 찾는 풀벌레 소리에 가슴은 흔들리고
우리는 시인이 되어 가을을 지나게 됩니다


- 마음이 쉬는 의자 에서-
출처 : 불구명리 불구영
글쓴이 : 수미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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