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火葬)의 득(得)과 실(失)◎
화장은 조상의 유해를 매장하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고 특히 사후(事後) 관리에 따른 장래적 부담 감소와 장례 비용의 측면에서 현재성에 치중하고 이재에 밝은 현대인에게는 그야말로 매력적일 정도의 장례 방식이다. 돌아가신 조상을 살아 계실 때와 마찬가지로 공경하고 모시는 전통의 뜻 깊음은 논외로 하고 화장은 속절 없이라도 바빠야만 하는 현대인의 時테크·財테크적 관점에서 본다면 매년 명절 때마다 성묘하러 다니는 번거러움도 해소할 수 있으므로 현대인의 편의 추구적 정서에도 딱 들어맞는 방식이라할 수 있겠다.화장은 자연 법칙에 의한 생(生)-멸(滅)이 가장 빠르다는 것이 주효(主效)하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물론 오늘날 화장을 선호하는 자들의 의도와는 무관하겠지만. 어찌되었건 화장이 이 시대 장례 방식의 하나로 엄연히 행하여지고 국가의 제도적 유인에 힘입어 확산일로에까지 있음이 현실인 바에는 머리말에서 잠시 언급하였던 화장과 또 그와 관련된 것들에 대한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집고 넘어가고자 한다. 1.화장률이 높아지면 그에 따라 도시나 혹은 도시 근교에 납골당도 그 규모와 수가 확대,증가될 수 밖에 없는데 물론 시설 당시에야 입지,규모와 격리의 적정 기준이 있었겠지만 도시는 그 발전사를 돌이켜 보면 알 수 있듯이 팽창(膨脹)하는 속성이 있는 바 그 속도와 규모는 항상 인간의 예측을 불허하여는데 도시는 인위적 산물(産物)로 시작되지만 어느 시점후 부터는 사람의 간섭이 필요없는 유기체적 자생력을 가질 뿐 아니라 얼마 후에는 사람이 관여하는 것을 배척하는 괴물 덩어리가 되기까지 하여 자신의 근간이 되었던 각종 규범,제도와 기준을 파괴한다. 특히 즉흥적 제도는 오류를 남기기 쉬운데 이는 편의성과 경제성의 논리로만 편중되어 급조(急造)된 제도의 생명력은 그리 길지 않아 필연적으로 사후(事後) 관리의 부실(不實),부재(不在),불능(不能)으로 귀결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즉 오늘날 여론이 비등(沸騰)한 납골당이니 납골묘도 위의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미래상을 내포하고 있다.분묘(墳墓)는 설령 묵어도 자연으로 서서히 동화되지만 인공 구축물은 그렇지 못하고 그 흉물(凶物)스러움은 칙칙한 공포 영화의 배경처럼 혐오감으로 우리와 우리 후손의 생활 속에 자리 잡을 것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정책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문제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한갖 기우(杞憂)로 치부하겠지만 그의 사후(死後) 그 자손들이 겪어야 할 미래이므로 보다 신중을 기해야겠고 여론에서도 정제(精製)되지 않은 정보로 선의의 일반 대중을 우민화(愚民化)해서는 안 될 것이다. 2.화장한 유해의 처리에 문제가 많은데 현재 우리 나라의 납골당은 그 생소한 제도의 일천한 역사 만큼 다른 나라에서와 같이 제대로 운영된다고 볼 수 없는데 이는 시설 관리 주체,봉사(奉祀) 주체인 후손과 당국의 무의식과 무성의의 합작인 덕택으로 납골당에 안치된 유골에 곰팡이가 퍼지는 불경(不敬)스러운 일이 다반사이다. 납골당 운영에 비교적 역사가 깊고 기술적 노하우의 축적도 많은 일본인이나 서구인들은 작은 모터(Motor)와 같은 기계 부품 하나를 보관하더라도 온도와 습기를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스페이스 히터(space heater)로 히팅(heating)까지 한다. 우리 나라 같으면 창고에 그냥 재워 놓기 일쑨데 이건 보관(保管)이 아니라 방치(放置)이다. 심지어는 외부 환경에 민감한 정밀 기기 조차도 그냥 방치한다. 유골의 안치(安置)는 보관보다 훨씬 조심스러워야 하는 의미인데 조상 유골이 모터보다 못한 취급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더욱이 유골은 한갖 물건이 아니라 바로 우리 조상의 체백(體魄)이 아닌가. 확고한 종교적 신심(信心)에 의하지 않고 여러 가지 사정상 부득이 화장을 하더라도 너무나 쉽게 생각하고 또 조금은 귀찮아서 해치워버리는 그런 마음 가짐으로 행하지 말고 최소한 ★국토의 잠식(蠶食)을 줄인다는 정도의 대승적 마음으로 행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화장의 편리함에 대한 옳고 그름은 별론으로 하고라도 화장후 유골의 안치 즉 납골(納骨)을 함에 있어 시신의 매장(埋葬)에 못지 않은 사후(事後) 관리적 부담이 있을 것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가져야 한다. 3.여기 저기 산재(散在)해 있는 조상 묘를 찾아 다니기 어렵다는 식의 변명으로 아무 산이나 파서 석물을 쌓아 몇 대(代)에 걸친 가족 납골묘 만들겠다고들 하는데 그 발상의 무지소치(無知小癡)가 안타까울 뿐인데 하물며 민중을 올바르게 인도해야 할 정부 당국과 매스컴에서 조차 시류에 편승하여 졸렬한 정책으로 오도(誤導)하고 여론을 호도(糊塗)하려 하니 더욱 개탄할 노릇이다. 의례 일을 도모함에 있어 어느 정도의 시행 착오는 감수할 작정으로 일단 시작부터 하고 보자는 무슨 개발 독재 시대의 밀어 붙이기주의는 아무데나 적용되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며 알 바 없는 시행착오 동안에 죄 없는 우리 후손들이 황폐해 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사실 납골묘(納骨墓)는 건물적 성격이 짙은 납골당(納骨堂)보다 습기가 더 많이 차고 유골에 곰팡이도 더 빨리 그리고 심하게 생길 수 있다. 이렇게 오염된 조상 유골로 인한 후손에 대한 동기감응의 피해는 논외로 하더라도 조상에 대한 후손의 도리적 측면에서 과연 마땅한가를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조상의 유골은 습한 곳에 곰팡이가 끼든 말든 아무렇게나 방치(放置)해 놓고 자기네들은 콘도에서 50만원,100만원 짜리 맞춤 제사상을 주문하여 꾸벅 절 하는 시늉이나 내고 스키장이니 해외 여행이니 하면서 유람하며 명절을 쐬는 것이 일부 몰지각한 인사들의 파행적 추태일 뿐이라 치부할 수도 있으나 머지 않아 새로운 세시 풍속으로 일반화되리라는 예단(豫斷)을 함에 큰 무리가 없음은 오늘날 물질 만능과 현재성,편익성에 편중된 오늘날 세태에 비추어 보면 알 것이다. 4.종교적 신념에 기인한 장법으로 행하는 것이외에 절대적 빈곤등과 같은 상주(喪主)의 한계 상황으로 인하여 화장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 화장을 하고 나서 유골의 수습을 완벽히하여 최대한 곱게 빻아 깨끗한 물에 뿌리는 것이 좋다. 납골로 인한 피해를 앞에서 언급하였 듯이 삼가함이 마땅하고 분쇄한 유골 가루를 물이 아닌 산에 뿌리는 경우도 허다한 데 이럴 경우 비록 당분간이라 할 지라도 바람과 같은 외부 공기에 부대끼어 좋지 않다. 화장도 지기(地氣)와 어차피 인연 없는 조상에 대한 그 나름대로 바람직한 예(禮)인데 이렇게 함으로 인연의 짐을 소멸케 해 줌이다.매장에 의한 효행(孝行) 과 봉사(奉祀)라는 전통적 의의에는 벗어나지만 화장도 생-멸이 빠르므로 순(順) 기능적 측면에서는 의의가 있으므로 제대로 된 자리와 인연이 없을 바에는 차선책이 됨 직하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차선책일 뿐 아예 처음부터 기능적 측면에 의해서만 이에 집착하거나 자리 찾기는 게을리 하면서 자리와 인연 없음을 함부로 속단하여 이를 선택하는 자들이 있다면 그 어리석음에 준엄한 경고를 해두며 화장의 득과 실은 독자 스스로의 판단에 맡긴다. 5. 어느정도 자리만 되면 차선책으로 화장후에 매장도 좋다. 장소도 넓게 몇대 쓸수 있고(그림 참조)효의 개념도 있다.
★국토의 잠식:묘지난으로 국토가 잠식된다고 해서 화장을 해야 한다 라는 여론이 비등하다. 고래(古來)로부터 매장 문화가 이어 왔지만 통계적으로 50년 주기로 절반 정도는 분묘로서의 기능을 상실, 자연으로 동화되는 이른바 무분묘화(無墳墓化)현상이 반복되어 생-멸의 자연 법칙 내지는 질서에 순응한 결과로 장구(長久)한 세월 그 수 많은 인간의 생사영욕(生死榮辱)을 이 강토는 변함 없이 소화해 왔다. 오히려 근래에 들어와 공원 묘지의 확산으로 분묘가 집단화,인공화(人工化)되는 양상인데 특히 그것을 조성함에 있어 대규모 토목 공사로 자연의 원형을 손상하여 임의적 변형을 가하고 석물과 석축 심지어 콘크리트 타설까지 하여 견고함을 유지한 채 자연에 순응, 동화되길 거부하며 자연 질서에 거스름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야기한다. 그냔 자연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묻고 또 자연의 품안에서 생-멸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길 바라되 굳이 자연에 폐를 끼치고자 한다면 소박한 표시석 하나 정도로 그쳐야지 비석 따위는 물론 여타 석물 덩어리는 일체 쓰지 말아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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