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찾지않는 그 자리, 그 시간
새벽 길을 달렸지요.
마주 서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당신과 나의 일이기에
말갛게 빈 가지로
隱者처럼 서 있는 당신
그 서늘하고 묵직한
당신 침묵의 온도를 가늠해봅니다.
봄, 여름, 가을
반짝이고 눈부시고 황홀하던 것들
기억의 방을 술렁거리며
저만치 달아나고
흔드는 것도
흔들릴 것도 없는 계절
그저 빈 가지를 스치는 무심,
그 무심만이 잔잔한 물 그림자로 어립니다
산다는 건
추운 계절
나목이 되어 버티는 일
가볍지않은 생의 무게를 감당해내는 일
고작
당신을 사랑한다는 일이
무언으로 소통하는 침묵의 깊은 온도를
다만 가슴으로 가늠해보는 일 뿐입니다./세헤라자데
마음이든, 물건이든
남에게 주어 나를 비우면
그 비운 만큼 반드시 채워집니다.
남에게 좋은 것을 주면 준 만큼
더 좋은 것이 나에게 채워집니다.
좋은 말을 하면 할수록 더 좋은 말이 떠오릅니다.
좋은 글을 쓰면 쓸수록 그만큼 더 좋은 글이 나옵니다.
그러나 눈앞의 아쉬움 때문에 그냥 쌓아 두었다가는
상하거나 쓸 시기를 놓쳐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좋은 말이 있어도 쓰지 않으면 그 말은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더 이상 좋은 말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나중에 할 말이 없어질까 두려워
말을 아끼고 참으면 점점 벙어리가 됩니다.
우리의 마음은 샘물과 같아서
퍼내면 퍼낸 만큼 고이게 마련입니다.
나쁜 것을 퍼서 남에게 주면 더 나쁜 것이 쌓이고,
좋은 것을 퍼서 남에게 주면 더 좋은 것이 쌓입니다.
참 신기합니다.
그냥 쌓이는 게 아니라 샘솟듯 솟아나서
탐하지 말 것이며, 부자의 있음을 비방하여
자신의 무능을 비호하지 말아야 합니다.
차고 넘치면, 비우면 가득하다는
진실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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