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부부해로동혈(偕老同穴)

부부해로(夫婦偕老)

 

 

며칠 전 ' 세상 사는 이야기 '라는 TV 프로에서 92세의

할아버지와 91세의 할머니 부부사는 모습이 흑백 기록

영화처럼 펼쳐졌다. 두 분은 열 여덟살 신랑으로 한살 아래

열 일곱살 각시를 맞아서 아들딸 낳아서 길렀고 지금은

지리산 자락에서 두 노인들만 내 일(남편이 하는 일),

네 일 (아내가 하는 일)  구별없이 한 몸으로 생활하신다.

" 나 혼자서는 하루도 못살아 "하는 할머니의 얼굴은 자글자글

주름투성이었고 지난세월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러나 그 미소만은 꾸밈없고 깨끗하여 새댁 시절의

그 모습을 느끼게 하였다.

 

 

우리가 혼인할 때 " 검은머리 파뿌리될 때까지 잘 살고" ,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사랑하라"는

동서양의 결혼 덕담을 한 평생 실천하며 모범적으로

살아오셔서 요즘 유행어로 표현하면 찍혔나보다.

부부가 젊은 시절에는 서로 귀한 존재인 줄 모르고 살다가

자식들 떠나 보낸 뒤 두 사람만 남는다.

 

 

 

쓸쓸하고 허망한 기분이 되기도 하고 지난 날 아내 속 끓게 한

남편들은 구박덩이가 된다. 아내도 조금은 해방감을 느끼겟지만

그래도 미운정, 고운정 다 겪은 부부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부부는 산술적으로 1+1=1(하나)가 되는데 정답은 2(둘)이라

의견 충돌도 있고 싸우기도 하고 갈라서기도 한다.

전혀 다르게 성장한 남자와 여자가한 집안에서 서로 맞춰가면서

일심동체가 되는 일은 쉽지않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

그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않는 부모가 되어야할 책임이 있다.

 

 사람마다 그 사람만의 남이 알지 못하는 사정이 있기 마련이나

부부는 참고 또 참아 헤어지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세월은 정말로 빠르게 흘러간다.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도 짧은 시간인데

부부가 원수로 산다면 구제할 길이 없을 것 같다.

인생의 60대는 해(年)마다 늙고

인생의 70대는 달(月)마다 늙고

인생의 80대는 날(日)마다 늙고

인생의 90대는 시간(時間)마다 늙고

인생 100세는 분(分)마다 늙는다는 말이 있다.

부부는 때가 되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따라서 가기 마련이니까

서로 잘지내면서 백년해로(百年偕老)하는 축복을 누리면서

살았으면 한다.

 

 ***

부부는 살아가면서 닮아간다고 한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목적의 삶을 통해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행동을 하며

같은 음식을 공유하는 등, 서로의 생각을 가족 중심 내지

부부 중심으로 맞추어 가는 동안 부부는 어느새 닮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잘 아는 프랑스 작가 생떽쥐베리는

그의 저서 <어린왕자>를 통해서  이런 부부의 모습을

'서로 길들여진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서로를 위해 조금씩 양보하는 일이 습관이 되면

어느새 부부는 쌍둥이 처럼 닮아가는 것이다.

 

 

생떽쥐베리의 아름다운  소설 어린왕자에 수록된 한 장면은 이랬다.

"나를 길들여줘...

가령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3시 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네가 무턱대고 아무 때나 찾아오면
난 언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지 모르니까...

***

 

 

 

1912년 타이태닉호가 침몰할 때

뉴욕 메이시백화점 주인 스트라우스의 아내는

여자들에게 우선 내준 구명정에 오르지 않았다.

"우리 부부는 40년을 함께 살아왔는데

이제 와 떨어져 살 수는 없습니다."

그녀는 구명정이 부족해 타지 못한

남편과 함께 가라앉는 배에 남았다.

 

그리스신화에서 필레몬과 바우키스 부부는

한날한시 죽게 해 달라고 제우스에게 빌어 소원을 이룬다.

동양에선 "함께 늙고, 죽어 한 무덤에 묻히자"는 사랑의 맹세를

해로동혈(偕老同穴)이라고 했다.

***

 

 

 

사랑하는 사람의 소망은

인생의 반려를 보내고

홀로 외롭게 살아가는 것 보다

한날 한시에

동시에 죽는 것이다.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워

동반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감동적이라거나

순애보라고 하기에는

남겨진 가족들이나 친지들에게

부담과 고통과 상처를 주게된다.

 

태어난 것

자기 마음데로 태어나지 않았듯이

죽는 것도

마음대로 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출처 : 불구명리 불구영

글쓴이 : 수미심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