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나도족'과 '은퇴남편증후군'
나궁열(전주송천성당 주임신부)
작성 : 2008-04-30 오후 7:30:20 전북일보(desk@jjan.kr)
직장에서 퇴직한 남편들이 하루 종일 집에서 빈둥거리며 지내다가
아내가 외출 준비를 할 때 '여보 나도 갈게' 하고 나설 준비를 하는 경우가
일본에서 늘어난다고 한다. 아내는 이런 남편이 달가울 리가 없어
여러 가지 핑개를 대지만 남편은 물먹은 낙엽처럼 아내에게 달라붙는다.
이런 남편들을 '와시모족(여보나도족)'이라고 부르는데 고도성장의 주역으로
일밖에 몰랐던 일본 남성들이 퇴직 후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할 줄 몰라
무조건 아내에게 기대는 현상이라고 한다. 이들 중에 증상이 심한 사람은
아내가 저녁 무렵 외출에서 돌아와서 보면 깜깜한 방에 불도 켜지 않고
우두커니 앉아 있단다. 컵라면 조차 끓여먹을 줄도 모르고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에서 생필품을 살 줄 모르는 사람도 있단다.
이런 남편을 둔 부인들은 남편의 얼굴만 봐도 구역질이 나거나 목소리나
발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耳鳴(이명)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은퇴남편증후군'으로 병원을 찾는 부인들도 늘어나고 있단다.
신혼 때는 사이가 좋았지만 남편은 회사일로 바빠 가정에 눈을 돌릴 틈이 없고
아내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숨 돌릴 틈도 없다가 남편이 없는 생활을 즐긴 지가
30년의 세월이 흐르고 만 것이다. 남편은 퇴직한 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취미생활을 즐길 궁리를 하지만 얼마 안 가서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 지 모르게 되고 결국 부인에게 기댄다.
이런 현상이 어디 일본에만 있을까?
우리나라에서도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현상을 보면
일본과 똑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경우는 남편들이 일찍 퇴직을 하고 여성들이 경제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보이지 않는 갈등이 심화되어 가고 있다. 아내가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현실에서 남편이 가사일을 담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편이 집에서 논다고 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아내가 직장에 나가고 남편은 집안에서 살림을 하는 역할이 바뀌었을 뿐이다.
우리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퇴직한 분들을 보면 부부가 같은 취미생활을 즐기는 경우도 있고
종교에 귀의하여 신앙생활에 전념하는 분들도 있다. 어떤 분들은 배우지 못한
한을 풀기 위해 매일 도서관에 출근을 하여 중고등학생들이 공부하는 영어를
독학하는가 하면 집에서 자기가 원하는 분야를 택하여 열심히 공부하는 분들도 있다. 조물주가 나에게 주신 시간을 최대한 이용하여 의미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살아있는 인간이 해야 할 의무가 아닐까?
남편과 아내가 황혼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시기부터는 남편의 일과 아내의 일이 따로 구분될 수 없을 것이다.
남편이 혼자서 식사 정도는 해결할 수 있는 습관을 갖고
아내는 남편이 혼자 집에서 무료하게 있는 시간을 줄여줄 아량을 갖는다면
황혼기의 신혼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나궁열(전주송천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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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 열심히 다니기+등산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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