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지신(尾生之信)
尾:꼬리 미. 生:날 생. 之:어조사 지(…의). 信:믿을 신.
미생의 믿음이란 뜻. 곧
① 약속을 굳게 지킴.
② 고지식하여 융통성이 없음의 비유.
춘추 시대, 노(魯)나라에 미생(尾生:尾生高)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약속을 어기는 법이 없는 사나이였다.
어느 날 미생은 애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는 정시에 약속 장소에 나갔으나 웬일인지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미생이 계속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져 개울물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생은 약속 장소를 떠나지 않고 기다리다가
결국 교각(橋脚)을 끌어안은 채 익사하고 말았다.
이것을 尾生之信이라고 한다.
이렇듯 변통을 모르는 미생과 같은 사람을 '교주고슬(膠柱鼓瑟)'이라고도 한다.
비파나 거문고를 탈 때 제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받침대를 밀고 당겨야 한다.
그런데 기둥을 아교풀로 붙여버리면 제소리를 내지 못하므로 악기는 제 구실을 못하게 된다.
융통성 없는 행동이다.
전국 시대, 종횡가로 유명한 소진(蘇秦)은 연(燕)나라 소왕(昭王)을 설파할 때
신의 있는 사나이의 본보기로 미생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같은 전국 시대를 살다간 장자(莊子)의 견해는 그와 반대로 부정적이었다.
장자는 그의 우언(寓言)이 실려 있는《장자》<도척편>에서 근엄 그 자체인 공자와
대화를 나누는 유명한 도둑 도척(盜 )의 입을 통해 미생을 이렇게 비평하고 있다.
"이런 인간은 책형( 刑:죄인을 기둥에 묶고 창으로 찔러 죽이던 형벌)당한 개나 물에 떠내려간
돼지 아니면 쪽박을 들고 빌어먹는 거지와 마찬가지다.
쓸데없는 명목에 구애되어 소중한 목숨을 소홀히 하는 인간은 진정한 삶의 길을 모르는 놈이다."
또 《회남자》의 <설림훈편>에서는
"미생의 신의는 수우지탄(隨牛之誕)만 같지 못하다."라고 했다.
'수우지탄'이란 정(鄭)나라의 상인 현고(弦高)가 주(周)나라로 소를 팔러 가던 도중
진(秦)나라 군사를 만나게 되어 할 수 없이 정나라 임금의 명령이라 속이고,
마른 가죽 넉 장과 소 열두 마리를 주어 진나라 군사를 위로했는데,
그것이 원인이 되어 진나라 군사는 물러나고, 정나라는 국난을 면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공자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인 증자(曾子)의 아내가 시장에 가려고 집을 나서자
아이가 쫓아나왔다. 증자의 아내는 아이를 얼렀다.
"얘야, 내가 시장에 갔다 와서 돼지를 잡을 것이다.
맛있는 고기를 많이 줄테니 기다려라."
그녀가 시장에서 돌아와보니 증자가 돼지를 잡는 중이었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농담으로 한 얘기라며 말리자 증자는 막무가내였다.
"어른은 아이에게 농담을 해선 안되오. 부모가 거짓말을 하면 그것을 배우게 돼.
나중에는 당신 말을 믿지 않을 것 아닌가."
증자는 돼지를 잡아서 아이와의 약속을 지켰다. 천금과 같은 약속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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