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의 해설은 대산 김석진 선생님의 강의 테이프에 근거하여 주자의 장구서 원문 → 원문풀이 → 한자 뜻풀이 → 해설(부연설명)의 순으로 엮어놓았다. 굳이 부연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그대로 원문풀이만을 해두었음을 밝혀둔다. - 家苑 註]
中庸은 何爲而作也오 중용은 어찌해서 지음인고
[해설] 중용장구서는 자사가 중용을 지은 뜻에 대하여 주자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답해 나가는 글이다. 자사(기원전 483년~기원전 402년)는 춘추시대 때의 학자로 공자의 제자인 증자의 제자이자 공자의 손자이다. 자사는 字이며 이름은 급(伋)이다. 주자(1130~1200)는 남송시대의 학자로 이름은 희(憙), 호는 회암(晦庵)으로 정자 형제의 학문을 계승하고, 공자의 학문을 더욱 발전시켜 ‘주자학’이라는 一家를 이루었으며 조선시대의 정치와 학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경전에 대해 꼼꼼한 해설을 달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의 해설을 통하지 않고는 경전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정통 유학의 큰 스승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이라고 시작되는 그의 권학문(勸學文)이 잘 알려져 있다.
子思子ㅣ 憂道學之失其傳而作也시니라 자사선생이 도학의 그 전함을 잃을까 근심이 되어서 지으심이니라
憂 : 근심 우
[해설] 자사라는 이름 뒤에 붙인 子는 孔子, 孟子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선생이란 뜻으로 붙인 것이다. 즉 일정 단계의 공부를 마치고(了 : 마치고) 다시 一家를 이룰 정도의 학문이 있는 큰 스승을 뜻한다.
蓋自上古로 聖神이 繼天立極하야 而道統之傳이 有自來矣ㅣ라 대개 상고로부터 성신(성인으로서 신비로운 분이라는 뜻)이 하늘을 잇고 극을 세우니 도통의 전함이 이로부터 옴이 있느리라
蓋 : 대개 개, 盖는 俗字 繼 : 이을 계
[해설] 오랜 옛날부터 성인이라 일컫는 복희, 신농, 황제, 요, 순, 우, 탕, 문왕, 무왕은 하늘의 명을 받아(繼天) 나라를 세우고 임금으로 등극(登極)하셨으니(立極) 그분들로 도의 계통이 이어져 왔음을 설명하였다. 비록 왕위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무왕을 도와 선정을 베푼 주공과 주역의 도를 완성한 공자까지를 성인이라 일컫는다.
其見於經則允執厥中者는 堯之所以授舜也ㅣ오 그 경(서경)에 나타난 즉 미덥게 그 중을 잡는다는 것은 요임금이 써 순임금에게 전수한 바요
見 : 나타날 현 允 : 진실로 윤, 미더울 윤 執 : 잡을 집 厥 : 그 궐
[해설] 요임금이 나이 70이 되어 정신이 혼미해 정치를 하기 어려우니 신하들에게 뒤를 이를 사람을 찾으라 하였다. 이에 신하들이 요임금의 아들인 단주(丹朱)를 추천하였다. 그러자 요임금은 ‘내 아들은 모질고 사나워서 아니된다’라고 하며 다른 이를 찾도록 하였다. 이때 추천된 이가 순(舜)이었다. 신하들이 이구동성으로 순을 추천하자 요임금은 두 딸인 아황(娥皇)과 여영(女英)을 시집보내면서까지 순을 두루 관찰하고 시험해 본 뒤에야 비로소 제위를 선양하였다. 그때 전한 말이 윤집궐중(允執厥中)이다. 즉 요임금이 순에게 윤집궐중의 자세 즉 중용지도로 정치할 것을 전한 것이다.
人心은 惟危하고 道心은 惟微하니 惟精惟一이라사 允執厥中者는 舜之所以授禹也ㅣ니 사람의 마음은 오직 위태하고 도의 마음은 오직 미미하니 오직 정미롭고 오직 한결같이 하여 미덥게 그 중을 잡는다는 것은 순임금이 써 우임금에게 전수하신 바니
[해설] 순임금 또한 요임금처럼 왕위를 우임금에게 선양하였는데 이때 순임금은 요임금으로부터 전해받은 윤집궐중에다 인심유위(人心惟危) 도심유미(道心惟微) 유정유일(惟精惟一)을 덧붙여 하나라를 세운 우임금에게 전해 중부(中孚)의 뜻을 더욱 정미롭게 하였다.
堯之一言이 至矣(而)盡矣어시어늘 요임금의 한 말씀(윤집궐중)이 지극하고 다하셨거늘
而舜이 復益之以三言者는 순임금이 다시 세 가지 말(인심유위 도심유미 유정유일)로 더한 것은
復 : 다시 부
則所以明夫堯之一言이 必如是而後에 可庶幾也ㅣ라 즉 무릇 요임금의 한 말씀이 반드시 이와같이 한 뒤에 가히 거의 밝힘이니라
[해설] 요임금의 윤집궐중이라는 한 마디에 순임금의 세 마디 말(인심유위 도심유미 유정유일)이 덧붙여져 더욱 그 뜻이 밝아졌다. 여기서 ‘무릇 부(夫)’ 이하의 글은 모두 明의 보어로 해석해야 한다.
蓋嘗論之컨대 心之虛靈知覺이 一而已矣로대 而以爲有人心道心之異者는 則以其或生於形氣之私하며 或原於性命之正하야 而所以爲知覺者ㅣ 不同일새 是以로 或危殆而不安하고 或微妙而難見耳라 대개 일찍이 논하건대 마음의 허령(虛靈 ; 마음이 잡념없이 영묘함)하고 지각(知覺 ; 알아서 깨달음)함이 하나일 따름이로되 써 사람 마음과 도의 마음이 다름이 있는 것은 곧 써 형기의 사사로움에서 나오며 혹 성명의 바른 데서 근원해서 써 한 바 알아서 깨닫는 것이 같지 않기 때문에 이로써 혹 위태롭고 불안하고 혹 미묘해서 (道心을) 보기가 어려우니라
已 : 뿐 이
[해설] 대개가 허령이니 지각이라는 것은 모두 태극에서 나와서 하나이겠지만 각각의 몸뚱들이 있으므로 다르다. 형기지사(形氣之私)는 형체와 기질의 사사로움으로 인심(人心)을 가리키는 말이고, 원래 바르게 타고난 성명지정(性命之正)은 근원적인 것으로 도심(道心)을 말한다. 그러나 근원적인 도심은 사사로운 인심에 가려 보기가 쉽지 않다.
然이나 人莫不有是形이라 故로 雖上智라도 不能無人心하고 亦莫不有是性이라 故로 雖下愚라도 不能無道心하니 二者ㅣ 雜於方寸之間하야 而不知所以治之면 則危者ㅣ 愈危하고 微者ㅣ 愈微하고 而天理之公이 卒無以勝夫人欲之私矣ㅣ라 그러나 사람이 이 형체를 두지 않음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비록 상지(성현)라도 능히 인심이 없지 아니하고 또한 이 성품(성명지정 ; 도심)을 두지 않음이 없느니라. 그런고로 비록 아래 어리석은 사람이라도 능히 도심이 없지 아니하니 두 가지가 한 치 사이에 섞여 있으면서 써 다스리는 바를 알지 못하면 곧 위태로운 자는 더욱 위태로워지고 미미한 자는 더욱 미미해져 천리의 공변됨이 마침내 써 무릇 인욕의 사사로움을 이기지 못하느리라
愈 : 더욱 유 卒 : 마침내 졸
[해설] 성현도 형체를 타고 났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이 있고 우매한 사람이라도 성품을 타고 났기에 도심이 있다. 그러면 성인이냐 우매한 사람이냐 하는 것은 한 치의 차밖에 되지 않는다. 인심을 잘 다스리면 성인이 될 수 있고, 도심을 타고 났더라도 잘 다스리지 못하면 우매해진다. 천리의 공변된 가운데서 사람이 나왔음에도 사람들 스스로가 인욕의 사사로움을 이기지 못하면 도심이 미미해져 위태로워진다.
精則察夫二者之間而不雜也ㅣ오 一則守其本心之正而不離也ㅣ니 從事於斯하야 無小間斷하야 必使道心으로 常爲一身之主하고 而人心이 每聽命焉則危者ㅣ 安하고 微者ㅣ 著하야 而動靜云爲ㅣ 自無過不及之差矣리라 정은 즉 무릇 두 가지 사이에서 잘 관찰하여 섞이지 않는 것이고 한결같이 하면그 본심을 바르게 지켜 떠나지 아니하니 일을 이에 따라 해서 조금도 간단이 없어서 반드시 도심으로 하여금 한 몸의 주장을 삼고 인심이 매양 명(천명)을 들으면 위태로운 자는 편안해지고 미미한 자는 밖으로 (크게) 나타나서 움직이고(動) 고요하고(靜) 말하고(云) 행동하는(爲) 것이 스스로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하는 차이가 없느니라
[해설] 정일(精一) 곧 유정유일(惟靜惟一)을 가지고 설명한 글로, 인심과 도심을 잘 닦아야 도심 속에 인심이 함부로 파고 들지 못함을 설명하고 있다. 천명에 항상 귀 기울이면 인심이 도심을 넘지 못해 편안해지고, 도심은 더욱 확연해져 일동일정 하나하나와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도심으로써 움직여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夫堯舜禹는 天下之大聖也ㅣ시고 以天下相傳은 天下之大事也ㅣ시니 以天下之大聖으로 行天下之大事하샤대 而其授受之際에 丁寧告戒ㅣ 不過如此하시니 則天下之理ㅣ 豈有以加於此哉리오 무릇 요임금 순임금 우임금은 천하의 큰 성인이시고 천하로써 서로 전하는 것은 천하의 큰 일이시니 천하의 대성으로서 천하의 큰 일을 행하시되 그 전수하고 전수받는 즈음에 분명히 가르치고 경계하심이 이와 같은 데서 넘지 않으시니 즉 천하의 이치가 어찌 써 이(윤집궐중 유정유일)에 더함이 있으리오
際 : 즈음 제
自是以來로 聖聖이 相承하시니 若成湯文武之爲君과 皐陶伊傅周召之爲臣이 旣皆以此而接夫道統之傳하시고 若吾夫子는 則雖不得其位시나 而所以繼往聖開來學하시니 其功이 反有賢於堯舜者시니라 이로부터 써 옴으로 성인과 성인이 서로 계승하시니 성탕문무같은 인군과 고요 이부 주소같은 신하가 이미 다 이로써 무릇 도통의 전함을 접하시고 그러나 우리 부자(공자)같으신 이는 비록 그 위(천자)는 얻지 못하셨으나 지나간 성인을 이으시고 후학들을 열어주셔서 그 공이 도리어 요임금 순임금보다 나으셨느니라
陶 : 사람 이름 요 傅 : 스승 부
[해설] 요임금과 순임금과 하나라를 세운 우임금으로 이어지는 윤집궐중과 유정유일의 도로써 정치를 이어간 인군으로는 은나라를 세운 탕 임금(흔히 成湯이라고도 부른다.)과 주나라를 세운 문왕과 무왕이 있으며, 신하로는 순임금을 도와 공평무사한 법치를 실현한 고요와 은나라 탕임금 때의 신하인 이윤(伊尹)과 고종의 신하인 부열(傅說), 그리고 주나라를 세운 무왕의 아우인 주공과 소공이라는 성인들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왕의 자리에 오르지 못해 정치를 하지 않았지만 앞서간 성인들을 이으시고 뒤에 올 후학들을 위해 크게 학문을 연(繼往聖開來學) 이는 공자이시다. 계왕성개래학을 한 공자야말로 오히려 요순보다 나음을 주자는 강조하고 있다.
然이나 當是時하야 見而知之者는 惟顔氏曾氏之傳이 得其宗하시고 及曾氏之再傳하야 而復得夫子之孫子思하니 則去聖이 遠而異端이 起矣ㅣ라 그러나 이 때를 당해서 보고 아는 자는 오직 안씨와 증씨의 전함이 그 종(높음)을 얻으시고 증씨의 두 번 전함에 미처 다시 공자의 손자 자사를 얻으시니 곧 앞서 가신 성인이 멀어지고 이단이 일어났느니라
[해설] 자사가 중용을 왜 지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견이지지(見而知之)란 선생의 하는 일동일정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 배우는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한 공자의 3천 제자 중 72인을 신통귀재(神通鬼才)라 하고 그중 수제자는 안자와 증자가 그 종을 얻었다. 하지만 안자(顔回)는 32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돌아가시어 스승인 공자를 매우 애통하게 했다. 그리하여 증자가 공자가 돌아가신 뒤 그 도를 전한 증자를 일컬어 재전제자(再傳弟子)라 한다. 공자가 증자를 얻듯이 증자 역시 자사를 얻었다. 하지만 공자가 돌아가시고 오랜 세월이 흐르자 여기저기서 이단이 일어나기 시작했음을 말하고 있다.
子思ㅣ 懼夫兪久而愈失其眞也하샤 於是에 推本堯舜以來相傳之意하시고 質以平日所聞父師之言하사 更互演繹하야 作爲此書하야 以詔後之學者하시니 蓋其憂之也ㅣ 深이라 故로 其言之也ㅣ 切하고 其慮之也ㅣ 遠이라 故로 其說之也ㅣ 詳하니 其曰天命率性은 則道心之謂也ㅣ오 其曰擇善固執은 則精一之謂也ㅣ오 其曰君子時中은 則執中之謂也ㅣ라 자사가 무릇 더욱 오래됨에 더욱 그 참을 잃을까봐 두려워하셔서 이에 요순으로써 옴으로 서로 전한 뜻을 미루어 근본으로 하시고 평일에 들은 바 아버지와 스승의 말씀을 바탕으로 하셔서 다시 서로 넓히고 이어서 이 글(중용)을 지어 만들어서 뒤의 학자에게 가르쳐 주시니 대개 그 근심하심이 깊었느니라. 그러므로 그 말이 간절하고 그 염려하심이 머니라(멀리까지 미침이라). 그러므로 그 설명이 상세하니 그 말한 천명 솔성은 곧 도심을 이름이오 그 말한 택선고집(착한 것을 가려 굳게 잡으라 한 것)은 한결같이 함을 이름이오 그 말한 군자시중(군자는 늘 때로 중을 한다)은 그 중을 잡음을 이름이라
演 넓힐 연 繹 이을 역 擇 : 가릴 택
[해설] 자사가 세월이 오래가면 오래갈수록 이단은 더욱 많아지고 도의 참됨을 잃을까봐 중용을 지었는데 요임금과 순임금을 근본으로 하여 평상시 아버지(공리, 孔鯉)와 스승에게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넓게 펼치고 서로 이어(演繹) 후학들에게 일깨워주었다. 그 중요한 내용이 천명솔성(天命率性)과 택선고집(擇善固執), 군자시중(君子時中)임을 주자는 들고 있다.
世之相後ㅣ 千有餘年이로대 而其言之不異ㅣ 如合符節이라 歷選前聖之書하야 所以提挈綱維하며 開示蘊奧ㅣ 未有若是之明且盡者也ㅣ라 세대의 서로 뒤함이 천년을 넘었으되 그 말이 서로 다르지 않고 여합부절이라. 일일이 앞선 성인의 글을 가려 보건대 써한 바 벼리를 끌고 당겨서 온오함(깊이 쌓인 것)을 보여주니 이와같이 밝고 또 다함이 이보다 더함이 있겠는가
提 : 끌 제 挈 : 이끌 설 綱 : 벼리 강 維 : 벼리 유 蘊 : 쌓일 온 奧 : 깊을 오
[해설] 세대란 늘 뒤로 이어지므로 세지상후(世之相後)로 표현했다. 공자(기원전 552년~기원전 479) 이후 주자(1130~1200)까지는 천여 년이 넘었음에도 그 말씀은 그때나 지금이나(주자가 살던 시대) 병가(兵家)의 부절처럼 이치에 잘 맞음(如合符節)을 주자는 확인하고 있다. 그리하여 주자가 앞선 성인들을 글을 가려 뽑아서 보건데 모두가 사람들이 사는 벼리를 끌어당겨서 그 속에 깊이 쌓인 도덕적 진리를 보여주고 있으니 이 중용보다 더한 글이 어디 있겠는가 하고 감탄하고 있다.
自是而又再傳以得孟氏하야 爲能推明是書하야 以承先聖之統이러시니 及其沒而遂失其傳焉하니 則吾道之所寄ㅣ 不越乎言語文字之間하고 而異端之說이 日新月盛하야 以至於老佛之道ㅣ 出하야 則彌近理而大亂眞矣ㅣ라 이로부터 또 두 번 전해 맹자를 얻어 능히 이 글(중용)을 미루어 밝혀서 먼저 성인의 법통을 이으시더니 맹자가 돌아가심에 이르러 드디어 그 전함을 잃으니 즉 우리 도(공자의 도)의 부친 바가 언어 문자 사이를 넘지 못하고 이단의 말이 날로 새롭고 달로 성해서 노자 부처의 도가 모두 나오는데 이르러서는 더욱이 이치에 가까우면서 참을 어지럽히니라
寄 : 부칠 기 彌 : 더욱 미
[해설] 비록 견이지지와 재전제자는 아니지만 자사가 맹자를 얻어 앞선 성인들의 도를 이었지만 돌아가시고 난 뒤에는 그 도가 전해지지 못했다. 자사의 문하생에게 배웠다는 맹자의 출생년도는 정확하지 않으나 전국시대 때의 인물로 공자의 도를 충실히 계승하여 『맹자』를 썼다. 하지만 맹자 사후 글을 배워 유식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글 잘 짓고 말은 잘하지만 실천에 옮기지 않고 이단만이 날로 성해짐을 설명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이단으로 노장사상과 불교를 들고 있는데 현실의 인륜도덕은 없어지고 사이비만이 판을 치고 있음을 주자는 한탄하고 있다.
然而尙幸此書之不泯이라 故로 程夫子兄弟者ㅣ 出하샤 得有所考하야 以續夫千載不傳之緖하시고 得有所據하야 以斥夫二家似是之非하시니 蓋子思之功이 於是爲大요 而微程夫子면 則亦莫能因其語而得其心也ㅣ리라 그런데 오히려 다행히도 이 글(중용)이 없어지지 않음이라. 그러므로 정명도 정이천 두 형제분이 나오셔서 상고하는 바를 얻어서 무릇 천년 동안을 전하지 못했던 단서를 이음으로써 근거하는 바를 얻어서 써 무릇 두 집(노불)의 옳은 것 같으면서도 그른 것을 배척하시니 대개 자사의 공이 이에 크고 정선생 형제 분이 아니면 즉 또한 능히 그 말로 인하여 그 마음을 얻지 못하리라
泯 : 망할 민 載 : 해 재 微 : 아닐 미
[해설] 정부자(程夫子)라 함은 북송시대를 살았던 정이(程頤, 1033~1107, 伊川先生이라 불림)와 그의 형인 정호(程顥, 1032~1085, 明道先生이라고도 불림)를 높여 일컫는 말로 흔히 이정(二程)이라 부른다. 주돈이(周敦頤 : 호는 濂溪)의 제자로 정부자의 학설은 주자에게 이어져 주자학을 정주학(程朱學)이라고도 한다. 자사에게로 이어진 성인의 도가 천여년이 지난 뒤에야 정부자 형제분에게로 다시 이어짐을 밝혔다.
惜乎ㅣ라 其所以爲說者ㅣ 不傳而凡石氏之所輯錄이 僅出於其門人之所記하니 是以로 大義ㅣ 雖明而微言이 未析하고 至其門人之所自爲說하야는 則雖頗詳盡而多所發明이나 然이나 倍其師說而淫於老佛者ㅣ 亦有之矣ㅣ라 아 아깝도다 그 설명한 바가 전하지 못하고 무릇 석씨가 모아서 기록한 바가 겨우 그 문인의 기록한 바에서 나왔으니 이로써 큰 뜻은 비록 밝으나 은미한 말이 따개지지 못하고 그 문인이 스스로 말을 한 곳에 이르러서는 즉 비록 자못 자세하고 다해서 발명한 바가 많으나 그러나 그 스승의 말씀을 거스르고 노불에 빠진 자가 또한 있느니라.
輯 : 모을 집 倍 : 거스를 패 淫 : 빠질 음
[해설] 주자는 정부자 두 형제분보다 백여년 뒤의 사람으로 그 사이 정씨 형제의 도가 석씨(이름은 돈으로, 정확한 이력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다)에게 전해졌지만 그 문인들이 스승의 말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도가와 불가의 가르침과 서로 뒤섞여 전해짐을 한탄하고 있다.
熹自蚤歲로 卽嘗受讀而竊疑之하야 沈潛反復이 蓋亦有年이러니 一旦에 恍然하야 似有得其要領者나 내(熹 : 주자의 이름)가 일찍부터 이 글(중용)을 읽다보니 그윽히 의심하여 푹 잠겨 반복함이 대개 몇 해가 되던 하루 아침에 황홀해져 그 요령을 얻었느니라
蚤 : 일찍 조 竊 : 그윽할 절 沈 : 잠길 침 潛 : 잠길 잠
然後에 乃敢會衆說而折其衷하야 旣爲定著章句一篇하야 以俟後之君子하고 而一二同志로 復取石氏書하야 刪其繁亂하야 名以輯略하고 且記所嘗論辨取舍之意하야 別爲或問하야 以附其後하니 然後에 此書之旨ㅣ 支分節解하야 脉絡貫通하며 詳略相因하고 巨細畢擧하야 而凡諸說之同異得失이 亦得以曲暢旁通하야 而各極其趣하니 雖於道統之傳에 不敢妄議나 然이나 初學之士ㅣ 或有取焉이면 則亦庶乎行遠升高之一助云爾라 그런 뒤에 이에 감히 중설을 모으고 그 가운데를 끊어서(절충) 이 ‘장구’라는 한 편을 지어서 뒤에 군자를 기다리고 뜻이 같은 한 두 사람으로 하여금 다시 석씨의 글을 취해서 번거롭고 어지러운 것을 깍아내어 간결하게 하여 ‘집략’이라 하고 또한 일찍부터 논란하고 변론한 것을 취사하여 뜻을 다 기록하여 분별하여 ‘혹문’을 만들고 그 말미에 붙여놓으니 그런 후에 이 책의 큰 뜻이 나뉘어지고 마디가 풀리었으며(支分節解) 맥이 이어지고(脉絡貫通) 자세하고 간략함이 서로 인해서 크고 작은 것이 다 들어져 무릇 저 설명의 같고 다름, 얻음과 잃음이 또한 얻어 써 곡진히 펴고 두루 통하야(曲暢旁通) 각각의 취지를 극하게 하니 비록 도통의 전함에 있어 감히 망령되이 의논을 못하지만 그러나 처음 공부하는 이가 또한 취할 바가 있다면 곧 또한 행원승고(먼길을 가고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하는 공부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