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스크랩] 금강산은 정말 일만 이천 봉일까? (주역과 우리문화)

ria530 2012. 6. 16. 11:00

일만이천이란 數는 주역에서 가져다 쓴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영산(靈山)이자 名山인 금강산은 그 이름도 다양하다. 상악(霜岳), 개골(皆骨), 풍악(楓岳), 봉래(蓬萊) 등이다. 이름만큼이나 산의 모습이 다양하다는 뜻이다. 금강산 관련 초기의 기록으로는 <삼국유사>이다.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금강산의 이름은 주로 상악(霜岳), 개골(皆骨), 풍악(楓岳)이다. 고려 중기 이전까지는 금강산이 보여주는 이미지, 즉 서릿발같이 흰 산이라는 의미의 상악(霜岳), 잎이 모두 떨어지면 바위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온통 뼈만 보이는 산이라는 의미의 개골(皆骨), 단풍으로 아름다운 산이라는 의미의 풍악(楓岳)이 쓰였다.

 

고려말 조선 초에 이르러 금강산을 노래한 시들이 나타나면서는 명칭에 도교와 불교적인 색채가 반영된다. 가령 여름산을 지칭하는 봉래산(蓬萊山)은 동해 바다 한가운데에 신선이 살고 있는 섬 혹은 산이 셋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봉래산이라는 설화에서 따온 이름이다. 지금까지 불리는 금강산 명칭은 불교 용어에서 따왔다.

 

'금강(金剛)'이란 굳세고 단단하여 변하지 않는 굳은 佛心을 뜻한다. 사찰 입구마다 있는 '금강역사(金剛力士)' 또한 불법을 수호하려는 굳은 佛心을 나타낸다. 또한 '금강경(金剛經)'이라는 불교 경전이 있다. 그리고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이라는 경전에는 금강산이라는 이름이 그대로 나온다. “바다 가운데 부처가 사시는 금강산이 있는데 담무갈 보살(法起菩薩)이 항상 1만 2천명의 보살, 권속과 함께 머물며 설법하고 있다”이다.

 

금강산의 1만 2천봉도 여기서 유래한다고 한다. 그러나 일만 이천명의 보살과 일만 이천봉의 상관관계는 선뜩 납득이 가질 않는다. 우리 노랫말에는 금강산이 일만 이천개의 봉우리를 가졌다고 나오는데 금강산은 정말 일만 이천 봉일까? 누가 그 많은 것을 몇 날 며칠을 두고 세어 보았을까? 그런데 금강산 봉우리를 직접 세어 보았다는 기록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금강산에는 1천개 정도의 봉우리가 있으며 봉우리 개념을 확대하여 최대한 수치를 늘려 잡는다 하더라도 3000~4000개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옛날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만 이천이라는 숫자를 사용했을까?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역시 왜 보살의 숫자를 일만 이천이라 했을까? 또한 보살과 봉우리가 무슨 관계일까?

 

천자자연의 이치를 밝혀놓은『주역(周易)』을 통해 추론(推論)하건대, 공자가 『주역(周易)』계사전(繫辭傳)에서 설명한 만물지수(萬物之數)인 11,520을 반올림하여 나온 수자가 일만 이천이라는 數인 것으로 보인다.

 

즉 공자는?주역? 계사전에서 만물을 나타내는 天地之數에 대해 ‘天一地二天三地四天五地六天七地八天九地十이니 天數는 五요 地數는 五이니 凡天地之數 五十有五이니 此所以成變化하며 而行鬼神也라(하늘 하나, 땅 둘, 하늘 셋, 땅 넷, 하늘 다섯, 땅 여섯, 하늘 일곱, 땅 여덟, 하늘 아홉, 땅 열이니, 무릇 하늘과 땅의 수가 오십오니, 이것으로써 변화를 이루며 귀신을 행하느니라)’고 하였다.

 

천지의 수인 1에서 10의 수를 토대로 만물의 수(萬物之數)를 나타내었다는 뜻이다. 즉 천지자연의 모든 數에는 만물의 形象이 담겨져 있으며 그에 따라 만물의 형상은 모두 數로 나타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공자는 천문 역법에 의거하여 하늘과 땅의 수를 모두 萬有一千五百二十(11,520)으로 계산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萬物之數’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만물의 수(萬物之數)이기에 ‘무슨 수(數)가 나왔느냐?’는 말을 비롯해 ‘거기 갈 수(數) 있나’ ‘여기 올 수(數) 있나’ ‘먹을 수(數) 있나’ ‘입을 수(數) 있나’ ‘할 수(數) 있나’ ‘될 수(數) 있나’ ‘그럴 수(數)가 있나’ ‘ 무슨 수(數)를 내야겠는데’ ‘뾰족한 수(數)가 없다’ ‘분수(分數)를 알아야지’ ‘미지수(未知數)’ ‘신수(身數)’ ‘운수(運數)’ ‘재수(財數)’ 등에 ‘수(數)’를 쓰고 있는 것이다. 이에 공자는 ‘數로써 변화를 이루고 신묘(神妙)한 귀신의 작용이 이루어진다’고 까지 한 것이다. 한편 만물의 만(萬)과 우리 말의 ‘많다’는 서로 통하는 단어이다.

 

따라서 주역의 이치를 잘 알고 있던 우리 선현들이 금강산의 갖가지 봉우리를 경탄어린 마음으로 감상하면서 천지 자연의 모든 것을 다 포괄한다는 뜻을 지닌 만물지수인 萬有一千五百二十(11,520)을 반올림해서 일만 이천봉이라 이름붙이지 않았는가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에 나오는 일만 이천의 보살 숫자 역시 주역의 만물지수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 家苑 이윤숙의 庚衍學堂(한자와 유학경전)
글쓴이 : 溫故知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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