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七篇 旅獒 西旅貢獒어늘 召公이 以爲非所當受라하여 作書以戒武王하니 亦訓體也라 因以旅獒名篇하니 今文無古文有하니라 서려에서 큰 개를 바치거늘 소공이 당연히 받는 바가 아니라고 하여 글을 지어서 무왕을 경계하였으니 또한 훈체라. 인하여 여오로써 편을 이름 지었으니, 금문에는 없고 고문에는 있느니라.
獒 개 오, 키가 4척인 큰 개
<旅獒1章> 惟克商하시니 遂通道于九夷八蠻이어늘 西旅ㅣ 底貢厥獒한대 太保ㅣ 乃作旅獒하야 用訓于王하니라 상나라를 이기시니 마침내 구이와 팔만에 길이 통하거늘 서오가 그 개를 바치러 이르렀는데, 태보가 이에 여오를 지어서 이로써 왕을 가르쳤느니라. 九夷八蠻은 多之稱也라 職方에 言四夷八蠻이라하고 爾雅에 言九夷八蠻이라하니 但言其非一而已라 武王克商之後에 威德廣被九州之外하니 蠻夷戎狄이 莫不梯山航海而至라 曰通道云者는 蓋蠻夷來王이면 則道路自通하니 非武王有意於開四夷而斥大境土也니라 西旅는 西方蠻夷國名이라 犬高四尺曰獒라 按說文에 曰犬知人心하여 可使者라하고 公羊傳에 曰晉靈公欲殺趙盾이어늘 盾躇階而走한대 靈公이 呼獒而屬之하니 獒亦躇階而從之라하니 則獒能曉解人意하며 猛而善搏人者하니 異於常犬이오 非特以其高大也라 太保는 召公奭也니 史記에 云與周同姓姬氏라 此는 旅獒之本序라 구이와 팔만은 많은 것을 칭함이라. (逸周書의) 직방편에 사이와 팔만이라 하고, 『이아』에는 구이와 팔만이라 하니 다만 그 하나가 아닐 뿐임을 말함이라. 무왕이 상나라를 이긴 뒤에 위엄과 덕이 널리 구주 바깥까지 입혀졌으니 만이융적이 산에 사다리를 놓고 바다를 건너 이르지 않음이 없었더라. 가로대 길이 통하였다고 이른 것은 대개 만이가 왕에게 왔다면 도로가 자연히 통한 것이니, 무왕이 사방의 변방족들에게 열어서 경계의 땅을 크게 넓히려는 데에 뜻을 둔 것은 아니니라. 서려는 서쪽 지방의 만이의 나라 이름이라. 개의 키가 4척인 것을 오(獒)라 하니라. 살펴보건대 『설문』에서는 개가 사람의 마음을 알아서 부릴 수 있다고 하고, 『춘추공양전』에서는 진나라 영공이 조순을 죽이려고 하거늘 순이 계단을 건너뛰어 도망하였는데 영공이 오를 불러서 부탁하니, 오 또한 계단을 건너뛰면서 쫓아갔다 하니 곧 오는 능히 사람의 뜻을 이해하고 깨달았으며 사나우면서 사람을 잘 잡았으니 보통 개와는 다르고, 특별히 그 큰 것으로써 한 것은 아니니라. 태보는 소공석이니 『사기』에 주나라와 더불어 같은 성인 희씨라. 이것은 여오의 본래 서문이라.
躇 건너뛸 착, 머뭇거릴 저
<旅獒2章> 曰嗚呼ㅣ라 明王이 愼德이어시든 四夷咸賓하야 無有遠邇ㅣ 畢獻方物하나니 惟服食器用이니이다 가로대, 아아, 밝으신 왕이 덕을 삼가시거든, 사이가 다 손님이 되어 멀고 가까움이 없이 다 그 지방에서 나오는 물건을 바치나니 오직 옷과 먹을 것과 그릇과 쓸 도구들입니다. 謹德은 蓋一篇之綱領也라 方物은 方土所生之物이라 明王謹德이어시든 四夷咸賓하여 其所貢獻이 惟服食器用而已니 言無異物也라 근덕(謹德)은 대개 이 한 편의 강령이라. 방물은 지방의 땅에서 나오는 바의 물건이라. 밝으신 임금이 덕을 삼가시거든 사이가 다 손님이 되어 그 바치는 바가 오직 옷과 먹을 것과 그릇과 쓸 도구들뿐이니 다른 물건이 없음을 말함이라.
<旅獒3章> 王이 乃昭德之致于異姓之邦하사 無替厥服하시며 分寶玉于伯叔之國하사 時庸展親하시면 人不易物하야 惟德其物하리이다 왕이 이에 덕으로 이룬 것을 이성의 나라에까지 보이셔서 그 일을 폐하지 않게 하시며, 보옥을 백숙의 나라에 나누어 주시어 이에 친함을 펴게 하시면 사람들이 물건을 가벼이 여기지 아니하여 그 물건을 덕으로 여기리이다. 昭는 示也라 德之致는 謂上文所貢方物也라 昭示方物于異姓之諸侯하여 使之無廢其職하고 分寶玉于同姓之諸侯하여 使之益厚其親하니 如分陳以肅愼氏之矢하고 分魯以夏后氏之璜之類라 王者는 以其德所致方物로 分賜諸侯라 故로 諸侯亦不敢輕易其物하여 而以德視其物也라 소(昭)는 보임이라. 덕의 이룸은 윗글의 ‘바친 바 각 지방의 물건’을 이름이라. 각 지방의 물건들을 이성의 제후들에게 보여주어 그 직분을 폐함이 없게 하고, 보옥을 동성의 제후들에게 나누어주어 그 친함을 더욱 두텁게 하니, 마치 진나라에는 숙신씨의 화살을 나누어 주고 노나라에는 하후씨의 황옥을 나누어준 것과 같으니라. 왕자는 그 덕으로 이룬 바의 물건으로써 제후들에게 나누어 주므로 제후들 또한 감히 그 물건을 가벼이 여기지 아니하여 덕으로써 그 물건을 봄이라.
<旅獒4章> 德盛은 不狎侮하나니 狎侮君子하면 罔以盡人心하고 狎侮小人하면 罔以盡其力하리이다 덕이 성한 이는 하찮게 여기거나 업신여기지 아니하나니, 군자를 하찮게 여기고 업신여기면 사람의 마음을 다하게 못하고, 소인을 하찮게 여기고 업신여기면 그 힘을 다하게 못하리이다. 德盛則動容周旋이 皆中禮니 然後에 能無狎侮之心이니 言謹德은 不可不極其至也라 德而未至면 則未免有狎侮之心이라 狎侮君子하면 則色斯擧矣니 彼必高蹈遠引하여 望望然而去하리니 安能盡其心이며 狎侮小人하면 雖其微賤하여 畏威易役이나 然이나 至愚而神하니 亦安能盡其力哉리오 덕이 성한 이는 곧 동용주선(행동거지)이 다 예에 맞으니, 그런 뒤에야 능히 하찮게 여기고 업신여기는 마음이 없으니 덕을 삼감은 가히 그 지극함을 다하지 않음이 없음을 말함이라. 덕스러움에도 지극하지 못하면 하찮게 여기고 업신여기는 마음을 둠을 면치 못하니라. 군자를 하찮게 여기고 업신여기면 낯빛을 보고 이에 일어나니(色斯擧矣, 『논어』향당편 제18절), 저 반드시 발걸음을 높이하고 멀리 끌어(高蹈遠引, 속세를 떠남을 말함) 망망연히 떠나리니, 어찌 능히 그 마음을 다할 것이며, 소인을 하찮게 여기고 업신여기면 비록 그 미천하여 위엄을 두려워하고 부리기가 쉬우나 지극히 어리석으면서도 신령스러우니 또한 어찌 능히 그 힘을 다하리오.
<旅獒5章> 不役耳目하사 百度를 惟貞하소서 귀와 눈에 부림을 당하지 말아서 온갖 법도를 바르게 하소서. 貞은 正也라 不役於耳目之所好하여 百爲之度를 惟其正而已라 정(貞)은 바름이라. 귀와 눈이 좋아하는 바에 부림을 당하지 말아서 온갖 행위의 법도를 오직 그 바르게 할 뿐이라.
<旅獒6章> 玩人하면 喪德하고 玩物하면 喪志하리이다 사람을 갖고 놀면 덕을 상하고, 물건을 갖고 놀면 뜻을 상하니라. 玩人은 則上文狎侮君子之事요 玩物은 卽上文不役耳目之事라 德者는 己之所得이오 志者는 心之所之라 사람을 갖고 논다는 것은 곧 윗글의 군자를 하찮게 여기고 업신여기는 일이고, 물건을 갖고 논다는 것은 곧 윗글의 귀와 눈에 부림을 당하지 않는 일이라. 덕은 몸에 얻는 바이고, 듯은 마음이 가는 바이라.
<旅獒7章> 志以道寧하시며 言以道接하소서 뜻을 도로써 편안하게 하시며, 말을 도로써 접하소서. 道者는 所當由之理也라 己之志를 以道而寧하면 則不至於妄發하고 人之言을 以道而接하면 則不至於妄受라 存乎中者는 所以應乎外요 制乎外者는 所以養其中이니 古昔聖賢이 相授心法也라 도는 마땅히 말미암는 바의 이치라. 자기의 뜻을 도로써 편안히 한다면 망발에 이르지 않고, 사람의 말을 도로써 접하면 망녕되이 받음에 이르지 않느니라. 마음속에 보존한다는 것은 이로써 바깥에 응하는 바이고, 바깥에서 제어함은 이로써 그 마음을 기르는 바이니, 옛날 성현이 서로 전수한 심법이라.
<旅獒8章> 不作無益하야 害有益하면 功乃成하며 不貴異物하고 賤用物하면 民乃足하며 犬馬를 非其土性이어든 不畜하시며 珍禽奇獸를 不育于國하소서 不寶遠物하면 則遠人이 格하고 所寶ㅣ 惟賢이면 則邇人이 安하리이다 무익한 일을 지어서 유익함을 해치지 않는다면 공이 이에 이뤄지며, 괴이한 물건을 귀히 여기고 쓰는 물건을 천히 여기지 않는다면 백성들이 이에 족하며, 개와 말을 그 토양의 것이 아니거든 기르지 아니하시며, 진기한 새와 이상한 짐승을 나라에서 기르지 마소서. 먼 곳의 물건을 보배롭게 여기지 않는다면 멀리 있는 사람이 이르고, 보배롭게 여기는 바가 어진 사람이면 가까운 사람이 편안하리이다. 孔氏曰 遊觀爲無益이오 奇巧爲異物이라 蘇氏曰 周穆王이 得白狼白鹿 而荒服이 因以不至하니라 此章은 凡三節이니 至所寶惟賢이면 則益切至矣니라 공씨 가로대 놀고 유람함은 무익함이 되고 기교함은 괴이한 물건이 되니라. 소씨 가로대 주나라 목왕이 흰 이리와 흰 사슴을 얻자 황복(王畿 밖 2천리에서 2천5백리의 땅)이 이로써 인하여 이르지 아니했느니라. 이 장은 무릇 3절이니 보배롭게 여기는 바가 오직 어진 사람이라는 데에 이르면 더욱 간절하고 지극하니라.
<旅獒9章> 嗚呼ㅣ라 夙夜에 罔或不勤하소서 不矜細行하시면 終累大德하야 爲山九仞에 功虧一簣하리이다 아아,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혹 부지런하지 아니함이 없도록 하소서. 작은 행실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아니하시면 마침내 대덕에 누를 끼쳐 아홉 길의 산을 만드는 데에 공이 한 삼태기에 무너지리이다. 或은 猶言萬一也라 呂氏曰此卽謹德工夫라 或之一字가 最有意味하니 一暫止息이면 則非謹德矣라 矜은 矜持之矜이라 八尺曰仞이라 細行一簣는 指受獒而言也라 혹(或)은 만에 하나라는 말과 같음이라. 여씨 가로대 이것은 곧 덕을 삼가는 공부라. 혹이라는 한 글자가 가장 의미가 있으니 한번이라도 잠시 그치고 쉰다면 덕을 삼감이 아니니라. 긍(矜)은 긍지의 긍이라. 여덟 척을 인이라 하니라. 작은 행실과 한 삼태기는 큰 개를 받은 것을 가리켜 말함이라.
<旅獒10章> 允迪玆하시면 生民이 保厥居하야 惟乃世王하시리이다 진실로 이대로 가신다면 생민이 그 거처를 보존하여 이에 세대로 왕하시리이다. 信能行此면 則生民保其居하여 而王業可永也리라 蓋人主一身은 實萬化之原이니 苟於理에 有毫髮之不盡이면 卽遺生民無窮之害하여 而非創業垂統可繼之道矣라 以武王之聖으로도 召公所以警戒之者如此하니 後之人君이 可不深思而加念之哉리오 진실로 능히 이대로 행한다면 생민이 그 거처를 보존하여 왕업이 가히 오래하리라. 대개 임금의 일신은 실로 만 가지 변화의 근원이니 진실로 이치에 터럭 끝만큼이라도 다하지 못함이 있다면 곧 생민에게 끝없는 해를 끼쳐서 왕업을 세우고 계통을 드리워서 가히 잇게 하는(創業垂統, 爲可繼也 : 『맹자』 양혜왕 하편 제14장) 도가 아니니라. 무왕의 성인으로도 소공이 경계하는 바가 이와 같으니, 뒷날의 임금이 가히 깊이 생각하고 더하여 생각지 않으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