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書經』 마지막 편을 홈피에 올려놓는다. 1년 10개월 만에 『書經』 번역과 해설을 거칠게나마 일단은 마쳤다. 지금까지 정리한 유학경전 가운데 가장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앞선 이전의 작업과는 달리 그 사이에 출판용 원고도 써야 했고, 늘어난 강의로 시간이 좀 부족한 측면도 있었지만 『書經』은 그만큼 난해한 부분이 많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채침(蔡沈)이 주석을 가한 『書傳』을 중심으로 備旨와 集註 및 여러 문헌들을 고증해가며 번역과 필요에 따라 해설을 붙여 나갔는데 때로는 경문에서 막히기도 하고 때로는 주석 내용에서 막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다행인 점은 인터넷이 발달하여 옛 문헌들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諸子百家의 글들을 검색하기 쉽게 일일이 타이핑 작업을 하여 올려놓았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원전들을 그대로 영인하여 올려놓은 Chinese Text Project 사이트는 어려운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가장 큰 도움을 받았다. 이밖에 漢典古籍과 한국경학자료시스템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시공간을 단숨에 날아다닐 수 있는 인터넷을 검색하여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참으로 좋은 시대에 태어났음을 절감했다. 단시간 내에 이렇게 많은 공부를 손쉽게 할 수 있다는 점에 얼마나 많은 행복감을 느꼈는지 모른다. 옛날처럼 특정계층이 정보를 독점하여 써먹던 시절은 지났다는 점이다. 얼마나 정확히 어떤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해석하면서 현실의 대안으로 만들어내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가가 중요한 점이다.
유학은 정치의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公人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가르친다. 또한 인간으로서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이 어떤 관계가 되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면서 현실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 무엇일지를 찾게 한다. 이런 점에서 유학경전은 현대사회에 들어서 다시 깊이 공부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학교를 다니면서 언젠가는 꼭 공부하게 되기를 바랐던 유학경전의 원전인 사서삼경을, 주석서를 기본으로 하여 하나도 빼놓지 않고 필요에 따라 다른 경전을 읽어가며 여기까지 정리해온 것에 대해 스스로 감개무량하다. 그리고 천자문을 시작으로 하여 유학경전을 강의하면서 인터넷 홈피에 올린 지가 올 9월말로 만9년이고, 햇수로는 10년이다. 또한 천자문을 필두로 하여 유학경전의 현대적 해설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출판한지도 3년이 되었다. 여러 가지로 매우 어려운 형편 속에서 이만큼 이뤄갈 수 있었던 것은 주변의 많은 도움에 힘입은 바가 크다. 도와주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빚을 갚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 해결을 위해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바탕 마련을 위해서라도 유학경전을 기본으로 한 여러 일들을 힘닿은 데까지 해나갈 것이다. 관심 있는 여러분들의 많은 質正을 바란다.
2011년 9월 28일
家苑
[알림] 그간의 과정상 『주역』 해설 작업에 들어가야 하나 이 부분은 좀 미룰 예정이다. 일단은『논어』 완간을 위해 박차를 가해야 하고, 한문공부를 제대로 하기 위한 기초 해설서 출판 작업이 시급하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역』 해설은 섣불리 손을 댈 수 없는 것이다. 시중에 여러 해설서도 있고 주석을 달아놓은 원전도 있지만 미흡한 측면들이 많다. 帝王學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주역』은 다각적으로 읽어내야 할 뿐만 아니라 뜻글자를 벗어나 소리글자로 해설할 경우 그 깊은 뜻을 놓치고 만다. 글자 하나하나 짚어가며 풀이한다는 것이 워낙 방대한 작업이기도 하고 『주역』까지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해설서가 필요 없고 원문 그대로 읽어낼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경연학당 블로그에 동영상 강의를 올려놓고 있기 때문에 공부를 하실 분들은 동영상 강의로 대체하시면 될 것이다. 『주역』은 번역 해설서보다는 먼저 관점이 다른 학자들의 문헌을 함께 놓고 비교해보는 작업이 중요할 듯하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는 모르겠으나 틈틈이 문헌을 검토하여 다양한 시각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集註의 『주역』본을 완성한 뒤에 家苑의 해설을 덧붙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