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天地玄黃(천지현황) /天(하늘 천) 地(땅 지) 玄(검을,아득할 현) 黃(누늘 황)
[1] 天地玄黃(천지현황)하고 : 하늘과 땅은 검고 누르며
[총설(總說)]
서양문명의 정신적 뿌리인 성경(Bible)의 첫 장(章)인 창세기(創世記)는 ‘태초에 하나님이 돝/우주: heavens and earth)를 창조하셨다’로 시작한다. 그런데 동양의 한문문화권에서는 천자문에서부터 형이상적이고 철학적인 용어인 ‘천지(天地)’와 ‘우주(宇宙)가 나온다. 천자문을 철학책이라 하는 이유이다. 주역(周易)에 나오는 핵심단어중 하나인 ’天地‘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을 생성하는 근본으로서 자연만물의 부모(父母)를 상징하며, 우주는 자연만물의 생활무대인 무궁광대(無窮廣大)한 시간과 공간(時空)을 가리킨다.
주역은 이 세상의 모든 일을 양과 음의 상호작용으로 해석하고 있는 동양철학으로서 음양(陰陽)학이라 하기도 한다. 하늘(天:양)과 땅(地:음)은 양과 음을 가장 상징적으로 대표하고 있는 자연만물이다. ‘天地玄黃’은 주역에서 최초로 음과 양의 상호작용을 설명하고 있는 곤괘(坤卦)문언전의 ‘天地之雜 , 天玄而地黃(하늘과 땅이 섞이니 하늘은 검고 땅은 누르니라)'에서 발췌하였다. 바깥짝 구절인 ’우주(宇宙)’는 전국시대 사상가인 시자(尸子)의 저서 ‘尸子‘에서 ‘上下四方曰 宇 , 往來古今曰 宙’(상하사방을 ‘우’라 하고, 오고가는 옛날과 지금을 ‘주’라 한다)라 풀이하고 있다.
하늘의 빛을 현색(玄色)으로 표현한 것은 하늘이 끝이 없고 아득하며 가물가물하여 보이지 않음이 캄캄하고 어두운 밤중과 같으므로 검다는 의미로 쓰였다. 땅의 빛을 누런 황색(黃色)으로 표현한 것은 땅의 흙색이 누런 색이기도 하지만, 땅이 자연만물을 화육결실(化育結實)하는 모체로서 오곡백과(五穀百果)가 무르익는 가을철에 곡식이 누렇게 익어 있는 모습을 뜻하기도 한다. 또한 주역에서는 하늘은 높고 멀다는 고원(高遠)함을, 땅은 넓고 두텁게 감싸주는 광후(廣厚)함을 나타내고 있다.
삼라만상의 모든 양과 음 사이에는 상호작용과 그에 따른 결과가 있다고 했다. 天의 玄색과 地의 黃색이 섞이면 푸른 색(蒼 : 푸를 창, 무성할 창)이 나오는 이치가 그렇다. 성경의 창세기에 나오듯 주역 역시 음양의 교합(交合)작용에 의해 천지창조가 이루어진 다음에 자연만물이 생성되었다고 본다. 천지에 의한 탄생물을 '억조창생(億兆蒼生)'이라고 하는데, 이 억조창생에 玄색과 黃색의 혼합에 의해 나오는 蒼색이 들어가는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때를 뜻하는 '초창기(草創期)에 푸른색을 띠는 草(풀초)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류 최초의 우주 비행사였던 소련의 ‘유리 가가린’은 인공위성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을 바라보고 '지구가 푸르다.' 며 탄성을 내었다.
음양오행에 의하면 방위상으로 동(東)에 해당하고 오행상으로 목(木)에 속하는 봄은 생명이 움터 나오는 계절로서 푸른 싹의 빛깔인 청색(靑色)을 대표하고 있다. 봄의 푸름과 세상이 창조되면서 나오는 첫 색깔인 푸른 색(蒼)은 같은 의미인 것이다.
천지와 상대되는 것이 무한대의 시.공간으로 펼쳐지는 광대무변의 우주이다. 우주는 홍황(洪荒) 뜻 그대로 넓고 거칠다. 우주라고 하면 끝없는 공간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본래는 시간(宙)적으로도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주역에서의 ‘태극(太極)’ 개념이다.
태극은 ‘처음 태(太)’와 ‘끝 극(極)’이라는 뜻에서는 ‘시간’을 의미하며, ‘클 태(太)’와 ‘덩어리 극(極)’이라는 뜻에서는 ‘공간’을 의미한다. 즉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천지만물이 열리기 이전의) 공허한 혼돈상태를 태극(太極)이라 하는 것이다. 또한 태극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끝이 없기 때문에 무극(無極)이라고도 한다. 송나라 때의 주렴계는 이를 ‘무극이태극(無極而太極)’이라 하였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의 혼돈 상태의 우주를 ‘홍황(洪荒)’이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한문 초학자의 기초 입문서에 불과하다는 천자문은 처음부터 하늘과 땅 , 우주 , 천지창조 등의 심원한 이치를 드러내고 있다.
[낱글자 풀이 : 字解]
1. 天(하늘 천) : 大(큰 대)部
앞글 ’주역의 음양오행의 이치가 담겨있는 천자문‘에 나오는 ’천자문이 왜 철학책인지 첫 글자인 天의 예를 들어보자‘ 참고
2. 地(지) : 土(흙 토)部
地는 '흙 토(土)'변에 '이끼 야(也)'를 합한 글자로 토(土)는 땅 속(밑의 一)에서 흙(위의 一은 지표)을 뚫고(丨 : 뚫을 곤) 초목이 움터 나옴을 상형하였다. 본래 也(乙部 : 싹 을)는 아기가 자라는 여성의 모태와 성기를 본뜬 글자이다. ‘흙으로 뭉쳐있는’ 土가 ‘품고 키우는 모태‘의 성정을 지닌 也와 합쳐지면서 땅인 地는 만물의 모체라는 성정을 지니게 된다.
한편 也는 천자문 맨 끝에 있는 글자로, 문장을 마치는 종결 어미로 쓰이는 어조사(語助辭이며, ‘더 이상은 없다’는 뜻이다. 土+也는 곧 ' 흙외에는 더 이상 없다‘ 또는 '더 말할 나위없이 土이다’로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 문장 끝에 也를 넣으면 '더 이상은 없다'는 뜻으로, 그 뒤로는 더 이상 이의(異議)가 없다는, 다시 말해서 더 이상 글자를 덧붙여서는 안된다는 결정사(決定詞)로 본다. 천자문이 처음에 '하늘 천'으로 시작해서 '이끼 야'로 끝나므로 '天也(하늘이라)'라 하면 하늘의 이치를 설명한 천자문을 모두 마쳤다라는 의미이다. 공자께서 주역 384효의 효상전(爻象傳) 말미에다가 야(也)를 붙인 까닭도 후학들이 더 이상 손대지 못하게 한 것이다.
3. 玄(가물 현, 검을 현) : 玄部
작은 실타래(幺:작을 요)와 실끝의 여러 가닥(小:작을 소)을 뜻하는 형성문자인 糸(실 사, 실 멱)에서 파생하였다. 뚜껑이나 덮개를 가리키는 '亠(머리 두, 돼지해머리두) 밑에 실(糸)과 같이 작고 가늘음을 뜻하는 幺(작을 요)가 합친 글자이다. 본래는 아지랑이가 아른거리듯 가느다란 실이 하늘거림(가물가물함)을 의미하지만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물가물함이 캄캄하고 어두운 밤중과 통하므로 색이 검다는 뜻으로 쓰였다. 玄이 하늘을 대표하는 색으로 쓰이면서 玄의 다른 뜻인 ‘아득하다’는 하늘의 심오한 이치를 일컫는 '玄妙(현묘)하다'에도 쓰이고 있다.
玄과 관계된 대표적인 글자로 畜(쌓을 축, 그칠 축)을 들 수 있는데, 玆(이 자, 불을 자)+田의 會意문자이다. 부지런히 농사일을 하여 수확물을 불리다라는 뜻이다. 물건이 쌓이고 나면 '쌓은 상태로 그쳐 있는' 모습에서 '그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주역 64괘에는 '조금 쌓는다'는 풍천소축(風天小畜 : )괘와 '크게 쌓는다'는 산천대축(山天大畜 : )괘가 있다. 소축과 대축 모두 하늘의 양기운이 아래로 내려와 쌓이는 형상(形象)을 나타내고 있는데 아래 기초부터 견고히 쌓지 않으면 계속 물건을 재어 올라갈 수 없으므로 下卦인 내괘에 견실한 하늘괘를 두었다. 상괘인 외괘의 모습(象)으로 볼 때 바람이 위에서 불면 흔들려 물건을 높이 쌓을 수 없으므로 小畜이고, 산과 같이 요지부동으로 그쳐 있으면 물건을 높이 쌓을 수 있으므로 大畜이다.
* 亥(돼지 해, 열두번째 지지 해) 幼(어릴 유) 幻(꿈 환) 眩(어지러울 현)
4. 黃(누루 황, 누를 황) : 黃部
글자 형태에 의해 八은 음양의 씨앗을 상징하는 것을 비롯해, 由는 만물의 싹틈을, 一은 지표를, 풀초(艹)와 유사하면서 十 과 十이 합친 卄(스물 입)과 一은 볏집단을 묶은 것으로 각자의 뜻이 합쳐진 글자이다. 봄에 종자가 싹트고 여름에 곡식이 자라며 마침내 가을에 이르러 수확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런 점에서 黃은 土와 매우 긴밀히 관련된 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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