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日月盈昃(일월영측)
日月盈昃하고 :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日(날 일) 月(달 월) 盈(찰 영) 昃(기울 측)
9. 日(날 일) : 日部
‘날 일’은 하루를 지칭하는 동시에 해를 지칭하기도 한다. 지구를 중심으로 놓고 보면
一周天(일주천, 한바퀴 돌음)함으로써 하루의 날짜를 이루기 때문이다.
한자에서는 둥근 모양을 대개 口로써 대신 표현하고 있으므로 해의 둥근 모습을 본뜬
상형문자가 日이다. 둥근 테두리 속의 ‘한 일(一)은 일정불변한 해의 항구한 모습을 나타낸
동시에 하루의 운행도수를 뜻하며 밝은 양의 부호를 상징한다.
* 旦(아침 단) 甲(갑옷 갑, 첫째천간 갑) 申(납 신, 아홉째지지 신)
[易解]
易은 상수리(象數理)를 근본으로 하는 학문이다. ‘유물유칙(有物有則)’이라는 말과 같이 자연 현상과 천지만물의 실상(象)에는 반드시 일정 고유한 이치(理致)가 깃들어 있으며, 이를 매개 소통하는 수단은 오로지 수에 의한다.
대개 홀수는 홀로 자유롭게 활동하는 까닭에 陽數(또는 天數)라고 하며, 짝수는 서로 짝하여
대치하는 까닭에 陰數(또는 地數)라고 있다. 수(數)의 음양동정(陰陽動靜)은 天一과 地二에서 비롯하니, 수의 머리인 홀수 一은 하늘의 一陽을 상징하고, 一에 대응하는 짝수 二는
땅의 二陰을 상징한다.
一이 二보다 앞서는 것은 양이 늘어나는 오전(變 : 변할 변)이 먼저 앞서고 음이 늘어나는
오후(化 : 될 화)가 뒤따르는 이치이다. 양(−)과 음(ꁌ)의 획수도 각기 1획과 2획을 이루고 있다. 음양을 대표하는 日月에 각기 一과 二가 내포되어 있는 것은 一(양)이 二(음)의
근본이 되듯이 해가 달의 근본임을 보여준다.
[글자에 대한 풀이]
10. 月(달 월) : 月部
‘달 월’은 밤을 밝히는 하늘의 달을 가리키는 동시에 한 달을 뜻한다. ‘날 일’이 해를
가리키고 하루를 뜻함과 동일한 이치이다.
月 밖의 테두리는 초생달의 모양에서 본뜬 것이고, 안의 二는 달이 음의 정화(精華)임을
뜻한 것이다. 초생달로써 표상한 것은 항구한 해의 모양과 달리 달의 모습이 변화하기
때문이고 二를 넣은 까닭은 양의 정화인 해(一)의 반영(反影)으로써 달의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 有(있을 유, 日月의 상대적 교합을 뜻하는 有는 해와 사귀어(乂 : 사귈 예, 交也)
달의 모양이 있게 됨을 뜻하니, 삼라만상의 소식영허(消息盈虛)와 같이 본래
허상(虛像)이라는 철학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明(밝을 명, 左陽右陰의
법칙이 잘 드러나 있다.), 易(바꿀 역), 朝(아침 조), 朋(벗 붕)
[참고] 月(월), 肉(육), 舟(주)
옛날 사람들은 肉과 舟는 달(月)의 이치와 그 의미가 서로 통한다고 보았다.
사람의 육신(肉身)이란 본래 달과 같이 무상(無常)한 것이며, 배(舟) 또한 어두운 밤중을
비추는 달과 같이 험한 물길을 건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자에 月이 들어 있는 경우에는
달 외에도 肉이나 舟의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肉을 부수로 쓸 경우는 月의 형태로 쓰기 때문에 흔히 육달월이라고 칭한다.
여기에 속하는 글자로는 肝(간 간), 肖(닮을 초) 育(기를 육) 등이 있다.
舟가 생략되어 月(이 경우 ‘배주 월’이라고 칭한다)의 형태가 되는 문자가 있다.
진시황제 이후 황제 자신을 가리키는 朕(나 짐)과 服(옷 복, 탈 복, 복종할 복) 등이
본래는 배주 월에서 유래되었는데, 부수는 月部로 분류된다.
11. 盈(찰 영) : 皿(그릇 명)部
‘찰 영’은 그릇에 물이 가득 차듯 물건이 꽉 들어참을 의미한다. 곧 盈은 乃+又+皿이 모여
이루어진 회의(會意)문자로 ‘乃(이에 내)’는 펴진 활의 상형, ‘又(또 우, 본래는 오른 손의
상형으로 右의 본글자. 어떤 사물을 중복해서 가진다는 데서 ’또’의 뜻으로 전용)는
손을 본뜬 것으로 덜 펴진 활을 손으로 잔뜩 당기듯이, 접시에 음식을 담아 올려
가득차다라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又를 夕, 곧 多의 줄임으로 보고
그릇에 음식을 많이 담아놓음을 뜻하기도 한다. 위의 乃에는 숨이 차서 잠시 호흡을
고르고자 ‘이에’라고 하여 말의 중간을 이어주는 뜻이 담겨있다.
여기서 盈은 달이 점차 커져 보름이 되면 만월(滿月) 상태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역수(曆數)상으로는 한 해의 365와 1/4일 가운데 주천상수(周天常數) 360일보다 넘치는
5와 1/4일을 기영(氣盈)이라고 한다.
* 益(더할 익) 溢(넘칠 일) 盛(성할 성) 盡(다할 진)
12. 昃(기울 측) : 日部
‘기울 측’은 사람이 언덕에 비스듬히 기대듯 해가 서쪽으로 기울음을 뜻한다.
昃은 日과 仄(기울 측)에서 뜻과 음을 위한 것으로 대개 서산에 기우는 해를
측일(仄日)이라고 한다. 仄은 언덕(厂 : 언덕 엄)이 비스듬히 기울어 있으므로 사람(人)이
몸을 비스듬히 기대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의 昃은 日의 기울음을 말한다.
日月盈昃 구절은 『周易』 55번째 괘인 뇌화풍괘(雷火豐卦) 단전(彖傳)의
‘일중즉측(日中則昃) 월영즉식(月盈則食)’ 즉 ‘해가 가운데 하면(南中하면) 기울어지며
달이 차면 먹나니‘ 하는 구절에서 인용한 것이다.
해가 가면 달이 오고 달이 가면 해가 와서(日往則月來 月往則日來 -『周易』계사하전 제5장), 차면 기우는 것이 일월의 현상이다. 중천에 오른 해와 보름의 둥근 달은 가득찬 상이 되고,
점심 때를 지난 해와 보름 뒤의 달은 기우는 상이다. 다시 말하면 음이 극성하면 다시
양이 생겨나고(變) 양이 극성하면 다시 음이 생겨나는(化) 것은 음양변화의 기본 이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