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寒來暑往(한래서왕)
[5] 寒來暑往하고 : 추위가 옴에 더위는 물러가고
[6] 秋收冬藏이라 :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갈무리한다.
寒(찰 한) 來(올 래) 暑(더울 서) 往(갈 왕)
秋(가을 추) 收(거둘 수) 冬(겨울 동) 藏(감출 장)
[총설]
찬 것이 오면 더운 것이 가고 더운 것이 오면 또 찬 것이 가는 것이다. 이 또한 周易
계사전(繫辭傳)에서 따온 글귀로 “추위가 가면 더위가 오고 더위가 하면 추위가 와서 추위와
더위가 서로 밀쳐서 한 해를 이룬다(寒往則暑來하고 暑往則寒來하여 寒暑相推而歲成焉하며)”고 한 공자의 말씀에서 인용하여 寒來暑往이라고 하였다. 천풍구괘(天風姤卦 )와
지뢰복괘(地雷復卦 )의 상을 잘 살펴보면 이치를 알 수 있다.
덧붙여 공자는 “가는 것은 굽힘이요 오는 것은 펴는 것(信은 펼 신, 伸과 같은 뜻)이니 굽히고
폄이 서로 느껴서 이로운 것이 생하느니라(往者는 屈也ㅣ오 來者는 信也ㅣ니 屈信이
相感而利生焉하니라)”고 하였다.
여기 두 구절에서는 사계절의 덕인 원형이정(元亨利貞)을 생장수장(生長收藏)의 이치로
설명하고 있는데, 따뜻한 봄에는 만물이 촉터 나오고(生), 여름의 더운 기운에 무럭무럭
자라(長), 가을의 서늘한 기운에 열매를 맺으니 거두어 들이고(收), 겨울에는 씨를 감추어
놓고 벌레마저 땅속으로 기어 들어가니 감추는 것이다(藏).
전체적으로 보면 한서의 왕래 속에, 곧 음양의 조화 속에서 계절이 나옴을 설명하고 있다.
17. 寒(찰 한) : 宀(집 면, 갓머리)部
寒은 집안에서 지내야 하는 겨울철의 차가운 추위를 뜻한다. 겨울은 음기가 극성한 계절이다.
글자를 풀어보면,
①집안(宀)에 짚(井 ⇒ 艹 + 艹)을 두터이 침상(一 + 八 / 一은 침상 윗면, 八은 침상 다리)에 깔고 지내는 것으로 날씨가 차고 춥다는 뜻이다.
② 깊은 우물(井 : 우물 정)의 샘구멍(穴 : 구멍 혈)에서 나오는 물은 시리고 차갑다(冫 : 얼음 빙, 氷)는 뜻이기도 하다.
[참고]
우물을 만들려면 샘을 파서 물이 나오는 구멍에다 井자형으로 침목(沈木)을 댄 후 우물벽을
쌓아올려야 한다. 井은 우물을 가리키지만 이와 더불어 구조물을 쌓아올리는 의미도 있다.
이는 井자형으로 밑바닥에 통나무를 깔고 다시(再) 겹겹이 쌓아올리는 뜻인
構(쌓을 구)에 잘 나타난다.
18. 來(올 래) : 木(나무 목)部
來는 나무(木)에 매달린 열매들(人+人)을 상징하므로 뿌린 씨앗대로 결실이 돌아온다는 뜻
(인과응보, 因果應報)이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되돌아오는 뜻으로 쓰인다. 人人은
從(쫓을 종)의 本字이기도 하며 가을에 씨를 뿌려 이듬해 봄에 거두는 보리(麥 : 보리 맥)의
原字이기도 하다.來와 짝하는 글자인 往이 ‘彳(자축거릴 척, 두인변)’이므로
이를 함께 묶어 사람이 통행하며 오가는 뜻으로 볼 수 있다.
五行상으로 木은 본래 생명이 움트는 봄의 방위인 동방을 뜻한다. 인류문명의 근원도 해가
동트는 동방이다. 오전(선천)에는 햇볕이 동쪽으로부터 점차 서쪽으로 비쳐가지만(往)
한낮을 지나 오후(후천)가 되면 서쪽의 햇볕이 다시 동쪽으로 되돌아오므로(來), 예로부터
서방을 약목(若木)이라 하고 동방을 부상(扶桑)이라고 부른다.
來에는 서쪽으로 갔던 기운이 다시 동쪽으로 돌아오는 이른바 서기동래(西氣東來)의
철학적 의미가 있으며, 본성의 밝음을 회복하는 지뢰복괘(地雷復卦)에도
칠일래복(七日來復)이란 말이 있다.
19. 暑(더울 서) : 日(날 일)部
해(일)라고 하는 것(者)은 찌는 듯한 더위를 낳는다. 者는 받침대 위에 나무를 쌓아놓고
불을 때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으로 ‘익히다’의 뜻을 나타낸다.
‘煮(지질 자, 삶을 자)’의 원자(原字)로 곧 해가 장작과 같이 만물을 덥혀 준다는 뜻이다.
가차(假借)하여 ‘놈’의 뜻으로 쓰임.
[참조]
者(놈 자, 것 자) : 지팡이(丿)로 땅을 짚어야 할 정도로 허리굽은(匕 : 비수 비, 숟가락 시)
노인을 老(늙을 로)라고 한다. 노인이 나이 어린 아이를 보고 ‘이 놈, 저 놈’ 부르는
(白 : 사뢸 백, 흰 백) 데에서 者를 ‘놈 자’라고 하고, ‘이것, 저것’을 가리키는 데서
‘것 자’로 쓰인다.者에서 白을 제한 윗부분은
본래 爻(사귈 효, 효 효)로서 음양의 사귐을 뜻하는 동시에 ‘본받는다(效 ; 본받을 효)’는 뜻이
들어있다. 爻를 대표하는 것이 성숙한 부모이므로 어른(老)을 가리키고 그 행동거지를
본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 效(본받을 효) 孝(효도 효) 考(상고할 고, 죽은 아비 고) 學(배울 학)
20. 往(갈 왕) : 彳(자축거리 척, 두인변)部
往은 본래 彳+ 生(날 생)의 글자로서 안(어두움)에서 밖(밝음)으로 움직여 나아가는 뜻이다.
후에 彳에다 촛불을 뜻하는 主(주인 주 : 촛대와 촛불의 형상. 어두운 밤중에 밝은 등불을
중심으로 풀벌레와 곤충이 모이듯, 집안의 중심은 주인이라는 뜻)를 합하여 현재의 往으로
글자가 바뀌었다.
彳은 왼쪽의 넓적다리․정강이․발의 세 부분을 나타내어 처음 걷기 시작함을 뜻하지만
부수상으로 쓰일 때는 대개 사람들(두 사람 이상)의 행동거지를 가리키는 行(다닐 행,
행실 행)에 대한 의미를 갖는다.
* 行 : 좌측의 彳은 왼쪽 걸음, 우측의 亍(자축거릴 촉)은 오른쪽 걸음을 뜻한다.
또한 井의 가운데 口를 제외한 글자 형태로 보아 사방으로 뚫려 사람이 왕래하는 길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축거린다의 ‘자축’은 지지(地支)의 子丑(자축)과 그 의미가 통하니,
하루의 천지개벽(天地開闢)이 자시와 축시에 이루어짐과 같이 처음 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往來의 글자 속에는 각기 두 사람의 人이 내포되어 있어서,
여러 사람의 통행에 대한 뜻을 담고 있다.
[易解]
往은 밝은 빛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비춤이요, 來는 갔던 밝은 빛이 다시 본래의 처소인
동쪽으로 돌아옴이니, 來에 동방을 뜻하는 木이 들어있다. 선후천 이치로 말하자면 선천은
往(旣往, 기왕), 후천은 來(未來, 미래)에 해당한다. 만물이 生하는 선천은 태양이 올라가는
오전 과정으로서 順行(순행, 往)하고, 만물이 成하는 후천은 태양이 내려오는
오후 과정으로서 逆行(역행, 來)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