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堂(상당) 〈1-1〉 ≪주해≫ * 1) 부주(府主) : 지방장관. 여기서는 하북부(河北府)의 장관으로서 공식적인 관직이름이 아니라 부하가 상사를 부르는 속칭. * 2) 왕상시(王常侍) : 상시(常侍)는 관직 이름. 산기상시(散騎常侍)의 약칭으로서 항상 왕의 좌우에서 국사(國事)를 상주(上奏)하는 직책. 고래로 이 왕(王) 씨를 위산영우(潙山靈祐 771~853) 문하의 거사인 왕경초(王敬初)로 보고 있으나, 고전(古傳)에는 양주(襄州:湖北省)에 주석했던 사람으로서 임제와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정사(正史)에도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이 사람은 대중(大中) 12년 (858)부터 함통(咸通) 7년(866)까지 성덕부(成德府) 절도사로서 그곳에 주재했던 왕소의(王紹懿)라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吳廷燮《唐方鎭年表》에 상세하게 나와 있으며, 야나기다 세이잔의 《임제 노트》「임제, 그 시대와 어록을」을 참조하라). * 3) 승좌(升座) : 유력한 신자가 고덕(高德)의 스님을 초청하여 설법하게 함. 선종의 고식(古式)으로는 설법자가 정해진 높은 좌석에 오르고 청중은 서서 듣게 되어 있음. * 4) 상당(上堂) : 선사(禪師)가 특정한 날에 법당(法堂)에 올라서 설법하거나 제자들과 더불어 문답을 나누는 의식. * 5) 산승(山僧) : 당시 선승의 자칭. 임제는 후대에 이르러 한 종파의 조사(祖師)로 받들어지지만 당시는 재야(在野)의 산승이었다. 임제가 산승이라고 자칭하는 것은 예절을 알지 못하는 산야(山野)의 승(僧)이라고 하는 겸양의 뜻이 아니라 전통의 껍질을 돌파한 선승으로서의 긍지를 품은 임제 자신의 표현이다. * 6) 사불획이(事不獲已) : 「어찌할 수 없어……부득이」라는 뜻. 장사(長沙)도 이와 비슷한 처지에서 상당설법을 시작하고 있다. 「내가 만일 매번 종교만을 선양하면 법당 앞에 풀이 한 길이나 자라게 된다. 그러므로 나는 어찌할 수 없어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시방세계가 온통 사문(沙門)의 눈이요, 시방세계가 온통 사문의 전신(全身)이요, 시방세계가 온통 자기의 광명이요, 시방세계가 온통 자기의 광명 속의 것이며, 시방세계가 온통 자기 아닌 사람이 없다」(《전등록》제10권). * 7) 곡순인정(曲順人情) : 시주의 간청에 따라서 불법(佛法)의 제이의문(第二義門)에 내려서서 설법함. 선(禪)의 제일의에서는 진리는 사람마다 본구(本具)하여 있기 때문에 그 무엇도 설(說)할 필요가 없다. * 8) 조종문하(祖宗門下) : 조사선(祖師禪)의 입장. 조사 이래의 전통. * 9) 대사(大事) : 불법의 근본 사실. 일대사인연(一大事因緣)을 가리킴.《법화경》방편품에 보이는 말.「제불세존은 오직 일대사인연을 위해서 세간에 출현하시니…….」(여기서 일대사는 일승묘법〔一乘妙法〕). 행록 〈46-2〉를 참조하라. * 10) 직시(直是) 운운 :「바로 지금 입을 벌려도 말할 수 없으며.」직시(直是)는 당송(唐宋) 시대의 속어로서「바로 지금」,「그대로」의 뜻. * 11) 무이조족처(無你措足處) : 발 디딜 곳이 없음. 이(你)를 현대의 활자본에서는 이(儞)로 쓰고 있으나 바른 용법이 아니다. 儞자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글자. * 12) 강종(綱宗) : 대강(大綱). 선(禪)에서는 일대불교(一代佛敎)를 모든 중생을 구하기 위한 그물로 보지 않고, 그물을 움직이는 것은 벼리〔綱〕, 즉 선(禪)이라고 자인한다. * 13) 작가전장(作家戰將) : 작가는 수완이 훌륭한 사람. 작자(作者)라고도 한다. 전장(戰將)은 선승의 격렬한 행동을 장군에 비유한 것. 사실 당시의 하북(河北) 사회는 강대한 무인(武人) 정권이 지배력을 청성하고 있다. * 14) 직하(直下) : 즉시. 바로 곧 . * 15) 전진개기(展陣開旗) : 작전(作戰)의 모습. 《조당집》 9권의 구봉(九峰)의 장(章)에도 「선(禪)의 극의(極意)는 절도사(節度使)가 기(旗)를 세우고 군(軍)을 지휘하는 것과 같다.」고 되어 있다. * 16) 증거간(證據看) : 증거는 증명의 뜻. 간(看)은 종래로「보자」로 읽고 있지만 스스로를 「점검해 보라」는 의미로서 명령사(命令詞)이다. 〈1-2〉 ≪주해≫ * 1) 여하시불법대의(如何是佛法大意) : 불법의 궁극적인 의미를 묻는 선문답 특유의 질문. 대의(大意)는 대정신(大精神). 본문〈5-1〉과 행록〈39-1〉을 참조하라. * 2) 할(喝) : 큰 소리를 지르는 것. 갑자기 큰 소리로 상대를 질타하는 것. 음성 그 자체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언어표현이나 개념화를 부정하고 진리의 직접적이고 전체적인 활동을 상징하는 표현. * 3) 이개(這箇) : 당대(唐代)의 속어. 무엇을「이것」이라고 지시하는 대명사이며 차개(遮箇), 자개(者箇), 차개(此箇)로도 쓰인다. 〈1-3〉 ≪주해≫ * 1) 사창수가곡 종풍사아수(師唱誰家曲 宗風嗣阿誰) : 수가(誰家), 아수(阿誰)는 모두「누구의……」라는 뜻으로 쓰인다. 가(家), 아(阿)는 인칭대명사를 나타내는 어조(《詩詞曲語辭匯釋》3). 종래 이 질문은 선종 오가(五家)의 종파 가운데 어느 종문(宗門)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되어 왔지만 당시에는 선종 오가의 명칭이 쓰여지지 않고 있다. 곡(曲)은 음악에 비유해서 선(禪)의 입장을 질문하는 것. * 2) 황벽(黃檗) : 강서성(江西省) 고안현의 황벽산(黃檗山)에 주석한 희운(希運) 선사를 가리킨다. 자세한 전기는 《조당집》 16, 《송고송전(宋高僧傳)》 20, 《전등록》 9에 실려 있다. 그의 어록《전심법요(傳心法要)》는 배휴(裴休 797~870)가 편집한 것으로 유명하다. 입적년도는 대중년간(大中年間 847~859)이다. * 3) 삼도발문 삼도피타(三度發問 三度彼打) : 이 이야기는 본서의 행록〈39〉에 상세하다. 그러나《조당집》에 전해지는 이야기는 극히 다르다. * 4) 의의(擬議) : 무언가 말하려고 머뭇거리는 모습. * 5) 수후(隨後) : 「바로」라는 뜻.「할」에 이어서 바로 몽둥이를 내리침. 시간적인 연속행위이며, 공간적인 앞뒤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 6) 불가향허공리(不可向虛空裏) 운운 : 이 말은 당시의 속언(俗諺)으로서《전등록》제10권의 악주(鄂州) 수유(茱萸) 화상의 장에서도 보인다. 「가관(可觀) 화상이 물었다. 〈어떤 것이 도(道)입니까?〉〈허공에다 말뚝을 박지 말라.〉〈허공이 말뚝입니다.〉대사가 때리니 가관이 붙들고 말했다.〈나를 때리지 마십시오. 뒷날 사람을 잘못 때리게 될 것입니다.〉대사가 이에 그만두었다」(《전등록》제10권). 본문의 불가향허공(不可向虛空)의「향(向)」은 전치사로 쓰이며 동사로서의 향(向)을 뜻하지 않는다. 〈1-4〉 ≪주해≫ * 1) 좌주(座主) : 교종(敎宗)의 승려. 교리강좌나 경론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승려. * 2) 삼승십이분교(三乘十二分敎) : 석존의 일대교설(一代敎說). 삼승(三乘)은 성문승(聲聞乘)․연각승(緣覺乘)․보살승(菩薩乘), 십이분교는 석존의 일대교설을 내용과 형식에 따라 12가지로 나눈 것, (1)계경 (sutrā, 經), (2) 응송(geya, 應頌, 重頌), (3)기별(vyākarana, 受記), (4) 풍송(gāthā, 偈), (5) 자설(udāna, 無問自說), (6) 인연(nidāna, 因緣談), (7) 비유(avadāna, 譬喩 (8) 본사(itivṛ̣̣̝̝̩ttaka, 如是說), (9) 본생(本生, 前生譚), (10) 방광(vaipulya, 大乘經), (11) 미증유법(addhutadharma, 不可思議), (12) 논의(upadesā, 교리의 논의). * 3) 황초부증서(荒草不曾鋤) : 무명망상(無明妄想)의 거친 풀 그대로, 번뇌의 근본 성질이 곧 불성(佛性)임을 선언하는 말. 여기서의 부증(不曾)이란 일찍이 호미를 댄 일도 없고 앞으로도 대지 않겠다는 뜻. 무명번뇌의 거친 풀 그대로가 깨달음이라는 표현. 즉 번뇌구족 보리성취(煩惱具足菩提成就). * 4) 속퇴속퇴(速退速退) : 어서 빨리 물러가라. * 5) 방타별인청문(妨他別人請問) : 청문(請問)은 청익문답(請益問答)의 줄인 말. 청익은 제자가 스승의 설법이 끝난 후 따로 개별적인 질문을 드리고 가르침을 구하는 것. 자세한 것은 감변(勘弁) 〈36〉을 보라 (大正藏經本에서는 請問을 諸問이라고 잘못 적고 있다). 타(他)는 여기서는 영어의 관사에 가까운 조사(助詞)로서 它 라고도 쓴다. 타인(他人)의 뜻이 아니다. 〈1-5〉 ≪주해≫ * 1) 법연(法筵) : 설법을 듣기 위한 모임. * 2) 이재개구(你纔開口) : 겨우 입을 열어 말하는 순간. * 3) 물교섭(勿交涉) : 어떤 관계가 없다는 뜻. 몰교섭(沒交涉)이라고도 쓴다.《전심법요》에도「모름지기 마음으로서 선(禪)과 도(道)를 닦을 것이요. 불법에는 어떠한 교섭도 없다」고 되어 있다. 몰(沒)과 마(麽)는 고대 한어(古代漢語)의 의문조사로서 같은 용법으로 쓰인다. 현대중국어에서는 마(嗎)로 표기하고 있다. * 4) 석존운(釋尊云) 운운 : 이 구절은 《유마경(維麽經)》과 《능가경(楞伽經)》에 실려 있다. 《유마경》에서는「法無名字 法不屬因 不在緣故」로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유마(維麽, Vimalakirti)가 말한 것이다. 즉「진리는 문자로 표현되는 일이 없고……대응할 원인도 없고 연(緣))으로 설정될 것도 없다」는 말이다. * 5) 위이신불급(爲你信不及) 운운 : 이 구절을 구훈(舊訓)에서는, 「그대가 믿음이 불급(不及)하기 때문에 오늘 갈등을 일으킨다」라고 읽고 있는데, 이것은 바르지 않다.「그 자신의 믿음이 철저하지 않기 때문에 오늘 갈등하는 것이다」라고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임제의 신불급(信不及)이란 무엇에 대한 신념(信念)이 약하다는 말이 아니라 자기의 정신생활이 분열되어 순일(純一)하지 않다는 것을 뜻하고 있기 때문이다. * 6)갈등(葛藤) : 칡과 등나무의 덩굴처럼 복잡하게 얽힘. 문자연구(文字言句)에 떨어져서 정신의 자유를 잃는 것을 말한다. 경전이나 문자언구의 가치가 인간을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경전이나 문자언구의 가치를 만드는 것이라는 선(禪)의 자각을 보여 주는 말이다, 《전심법요》에도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묻되, 〈어떤 것이 세속제(世俗諦)입니까?〉스님(황벽)이 이르시되, 〈갈등을 설해 무엇하겠는가? 본래 청정하거니 다시 무슨 문답을 가설(假說)해 말할 것인가? 오직 일체의 심작용(心作用)이 끊어진 것을 무루의 지혜〔無漏智)라고 할 뿐이다.〉」 * 7)체(滯) : 체는 번거로운 것. 미혹(迷惑) * 8) 매타불성(昧他佛性) : 타(他)는 가벼운 조사(助詞). 타인(他人)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 9) 불여차퇴(不如且退) : 구훈(舊訓)에서는「물러가는 것만 못하다」라고 읽는데, 이 구절은 임제 자신을 주격(主格)으로 보아서,「나도 그만 물러감이 좋겠구나」라고 읽어야 한다. 즉 질문을 던지는 상대방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임제 자신의 독백이다. * 10) 소신근인(少信根人) : 스스로를 믿지 않는 사람. 앞에서의 신불급(信不及)과 용례가 같다. 《자호어록(子湖語錄)》, 《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12에서는, 「행각(行脚)은 대신군(大信根)을 갖춘 한 사람의 대장부라야 가능한 것」이라고 되어 있다. * 11) 구립진중(久立珍重) : 오래 서 있어서 피곤할 테니 그만 쉬라는 뜻. 진중(珍重)은 헤어질 때의 인사말로 대사(大事)를 위해서 자신을 소중히 여기라는 뜻이다. * 이상은 하북(河北)의 진주(鎭州) 임제원(臨濟院)에서 터뜨린 임제 즉, 의현의 첫 육성〔第一聲〕인 개당설법(開堂說法)이다. 송대(宋代)의 선어록은 어록의 표제로 주원(住院)의 이름을 쓰는 것이 통례이다. 즉《임제록》이란「임제원」에서의 설법. 시중(示衆)의 집록(集錄)을 의미하며, 그간의 경과를 말한 것이다. 개당(開堂)은 국왕의 명에 의하여 공식적인 설법을 시작하는 의식으로서 먼저 국왕의 안녕과 복덕을 기원하고 자기를 깨달음으로 이끌어 준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말씀으로 시작된다. 임제 스님의 개당설법 역시 부주(府主) 왕 상시의 간청에 의해 법좌에 올랐다는 것과 자신이 스승 황벽 선사의 법을 계승했다는 것을 먼저 밝히고 있다. 임제는 상당설법에서 불교의 대정신(大精神)을 묻는 한 사승(師僧)이 자신과 같이 지론(持論)할 만하다고 수긍하는 한편, 교종(敎宗)의 전문가인 좌주(座主)가 등장하여 삼승십이분교(三乘十二分敎)의 권위를 강조하면서 선(禪)의 입장과 대응되는 교(敎)의 입장을 피력하지만 임제는 경전이 갖는 전통의 권위를 일축해 버리고 오히려 자신의 참존재에 대한 믿음이 적은 이는 깨달을 날이 멀다고 주장한다. 그는 저마다 자신에 충실한 것이 바로 불법의 위대한 정신이라고 설한다. 이것은 스승 황벽의 가르침이며 보리달마 이래의 전통인 것이다. 좀더 근원을 말한다면 붓다의 가르침도 여기서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삼승십이분교도 필경 더러움을 닦는 휴지조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그의 유명한 선언처럼, 중요한 것은 불법의 근본대의(根本大意)를 진실하게 깨닫는 것이며, 붓다께서 세간에 나오신 참뜻은 각자 스스로의 불성을 증거해야 함을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2〉 ≪주해≫ * 1) 인일일도하부(因一日到河府) : 인(因)은「시마곡출문(時麻谷出問)」이하의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원인을 제시하는 말. 선어록 특유의 표현방법이다. 감변〈15-1〉,〈20〉,〈22〉의 예를 참조하라. 하부(河府)는 하북부(河北部). 원래 성덕부(成德府)의 치하(治下)에 있었다. * 2) 마곡(麻谷) : 포주(蒲州) 마곡산(麻谷山)에 주하던 선승.《전등록》의 임제장(章)에는 마곡산의 제 2 세로 되어 있으며, 일반적으로 이 사람을 마조(馬祖)의 법사(法嗣) 보철(寶徹)이라고도 한다. 후에 임제 자신이 마곡을 선배격의 스님으로 이야기하고 있다.〈14-28〉참조. * 3) 대비천수안(大悲千手眼) : 천 개의 눈과 손을 가진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Avalokitesvara). 대비(大悲)는 관음의 별명이며 천수천안은 자비의 덕이 무한함을 나타내는 것. 천수천안관음에 대한 것은 불공삼장이 변역한《천수천안관세음보살대비다라니경(千手千眼觀世音菩薩大悲陀羅尼經)》과 기타 밀교계 경전에서 설해지고 있다. 임제 스님 당시에는 민간의 관음신앙이 널리 펴져 있었다. * 4) 불심(不審) :「살피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어떠십니까」와 같은 인사말. 〈3〉 ≪주해≫ * 1) 적육단상(赤肉團上) : 우리들의 육체. 생신(生身)의 신체. 이 말을《조당집》19에서는「오음신전내(五陰身田內)」, 송판(宋版)《전등록》에서는「육단심상(肉團心上)」이라 기록하고 있다. * 2) 무위진인(無位眞人) : 차별 없는 참사람. 자유인(自由人). 무위란 위계(位階)나 가문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당시의 중국 사회에서는 매우 혁신적인 발언이다. 진인이란《장자(莊子)》에서도 많이 보이는 도가(道家)의 이상적인 인간상이다. 「진인(眞人)이 있은 뒤에야 진지(眞知)가 있다. 그렇다면 진인이란 무엇인가? 옛날의 진인은 삶의 역경을 꺼리지도 않고 풍성함을 뽐내지도 않고 일을 꾸미지도 않았다. 옛날의 진인은 잘 때 꿈이 없었고 깨어서도 근심이 없었다. 옛날 진인은 삶에 집착하거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며, 무심히 오고 무심히 갈 뿐이었다」(《장자》대종사〔大宗師〕)라고 되어 있다. 임제 스님 당시의 하북은 도교(道敎)가 성행했는데, 이 진인이란 용어는 이상적인 인간상을 가리키는 데 매우 널리 쓰이는 용어였다고 생각된다. 또 불교의 붓다(Buddha, 佛陀), 해탈자(解脫者)의 역어(譯語)로 쓰이고 있다. 한역(漢譯)《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47에는,「이제 업(業)의 쌓임은 모두 밝혀졌나니 이제 다시 수태(受胎)함은 없으리라. 여실히 진인의 자취를 따라서 아라한은 마침내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어간다」고 되어 있다. 본문에서「무위진인이란 무엇입니까」라고 물음을 던진 한 승(僧)은 무위의 진인에 대한 당시의 일반적인 정의(定意)를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승의 질문에 담긴 뜻을 간파한 임제는「저마다의 면문에 살아 있는 무위진인이 언제나 활동하고 있다」고 설파한다. 임제의 일무위진인(一無位眞人)은 불성(佛性), 법성(法性), 자성(自性), 주체(主體), 인격(人格), 인간성(人間性) 그 자체이며 인간의 실존이 어떤 개념이나 형태로 고착되어 버리는 것을 임제는 세차게 거부하고 있다. 그러므로《임제록》에서는 이밖에도 무위도인(無位道人), 청법저인(聽法底人) 등의「인(人)」자를 196회나 사용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임제가「인」자를 무수히 사용하지만 똑같은 단어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임제는 생동하는 인(人)의 자각을 외쳤던 것이다. * 3) 면문(面門) : 입〔口〕. 넓게는 눈․귀․코․혀․몸․뜻〔眼耳鼻舌身意〕과 같은 감각기관. 면문출입(面門出入)이라는 구절은 부 대사(傅大士)의《심왕명(心王銘)》에서도 보인다. * 4) 선상(禪牀) : 좌선을 위한 의자. * 5) 간시궐(乾屎橛) : 똥막대기. 乾의 본음(本音)은「간」이다. * 6) 방장(方丈) : 주지(住持)의 거실. 유마(維摩) 거사의 거처가 사방(四方) 일장(一丈)이었다는 데서 유래한다. 일장은 열 자 10척(十尺).
〈4-1〉 ≪주해≫ * 1) 상당(上堂) : 선종의 장로(長老)가 법당에 올라 선(禪)의 종지(宗旨)를 선양하는 행사. 대중 일동은 서서 듣거나 질문을 한다. 백장(百丈)의 《선문규식(禪門規式)》에도 보인다. 제자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매일 5일 한 번에 한하여 상당하는 정례(定例)의 설법 외에 소참(小參)과 시중(示衆)을 하게 된다. * 2) 탐두(探頭) : 상대방의 깊은 곳, 속마음을 시험하여 찾아 냄. * 3) 낙재(落在) : 마침내 떨어진 곳. 결착(結着). * 4) 이도할야무(你道喝也無) : 야무(也無)는 구절의 끝에서 쓰이는 의문사. 여기서 야(也)는 단정하는 조사. * 5) 초적(草賊) : 초야(草野)의 도적. 임재 스님 당시는 당조(唐朝)의 실정(失政)에 반기를 든 민중이 각지에서 봉기하였다. 여기서는 승(僧)이 임제의 전어(前語)를 비난하고 있다. * 6) 재범불용(再犯不容) : 같은 실수를 두 번 용납할 수 없음. 이것은 관리의 용어이다. 〈4-2〉 ≪주해≫ * 1) 양당수좌(兩堂首座) : 선당(禪堂) 내의 두 연장(年長)의 스님. 전당수좌(前堂首座), 후당수좌(後堂首座)라고 한다. 승당(僧堂) 중앙의 성상(聖像)을 중심으로 이분(二分)하여 전당, 후당으로 부르고 이 양당의 노덕(老德)을 수좌라고 한다.《사가어록(四家語錄)》에서는「빈주역연(賓主歷然)」이 빠져 있다. * 2) 환유빈주야무(還有賓主也無) : 환(還)은 의문구에 앞에 붙어서 어세(語勢)를 강하게 하는 의문구의 발어(發語). * 3) 빈주역연(賓主歷然) : 주객(主客)의 구분이 명백함. 응물현형(應物現形)의 전체작용(全體作用). * 4) 대중(大衆) : 참선하기 위해 모인 운수납자의 무리를 가리키는 말. * 5) 빈주구(賓主句) : 앞의 빈주역연(賓主歷然)에 대한 답화(答話)를 가리킨다. 일설에는 뒤에 나오는〈14-22〉〈14-23〉의 사빈주(四賓主)를 가리킨다고 한다. 당시 이 이야기는 일반에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니었을까. 사실 이 일단의 내용은「임제빈주(臨濟賓主)의 할(喝)」이라고 부르며,《고존숙어록(古尊宿語錄)》본 행록(行錄)의 조(條)에는 이와 다른 이야기가 실려 있다.「임제 스님의 회하에 동학(同學) 두 사람이 있었다. 서로 묻기를,〈청컨대 형이여, 중하(中下)의 두 근기(根機)를 떠나서 일구자(一句子)를 일러 보시오.〉한 사람이 이르되,〈머뭇거리면 곧 실패합니다.〉한 사람이 이르되,〈그렇다면 노형(老兄)께서는 예배하고 물려가시오.〉앞의 사람이 이르되,〈이 도적아!〉임제 스님이 이를 듣고 당(堂)에 올라 이르시되,〈임제빈주구(臨濟賓主句)를 알려거든 당중(堂中)의 두 선객에게 물어라〉하시고는 바로 내려오셨다.」이와 같이 임제 선사 당시부터 선객들은 임제 선사의「할」을 흉내내어 즐겨 사용했던 것 같다. 제자가 스승의 흉내를 내는 것은 평범한 것. 그래서 임제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임제 스님은 근기에 따라 할을 여러 가지로 사용하셨는데 많은 학도들이 따라 배웠다). 「그대들은 모두 나의 할을 배우라. 그러나 나 또한 지금 그대들에게 묻겠다. 한 사람은 동당(東堂)으로부터 나오고 한 사람은 서당(西堂)에서 나왔다. 이 두 사람은 서로 만나자마자 일성(一聲)의〈할〉을 했다. 이 속에 빈주(賓主)가 분명한가? 그대들은 또한 어떻게 보는가? 이를 분명히 하지 못한다면 이후부터는 노승의 할을 흉내내지 말아야 할 것이다」(《연등회요(聯燈會要)》제9권).
〈5-1〉 ≪주해≫ * 1) 불자(拂子) : 인도에서 좌선할 때에 모기나 파리를 �는 도구. 선종에서는 선사들의 의례용 법구(法具)로 쓴다. 〈5-2〉 ≪주해≫ * 1) 상신실명(喪身失命) : 몸을 다치고 목숨을 잃는다는 뜻. 구도(求道)를 위한 고행(苦行)으로써 신명을 잃게 된다는 이야기. 석존의 전생(前生) 이야기《자타카(Jataka : 前生譚)》에 매우 많이 실려 있다. * 2) 불법적적대의(佛法的的大意) : 불법의 대의(大意)와 같은 뜻. 원래는 명백(明白)의 뜻. * 3) 타(他) : 여기서의 타는 삼인칭 대명사. * 4) 장(杖) : 일반적으로 석장(錫杖)의 뜻이나 여기서는 봉(捧)이다. * 5) 여호지불(如蒿枝拂) : 호지(蒿枝)는 부드러운 쑥대로 만든 가지. 고주(古註)에서는 중국 도가(道家)에서 쑥대의 가지로 어린 아기의 머리를 쓰다듬어 아이의 성장을 축원하는 의식이 있었다고 한다. 불착(拂著)의 착(著)은 어조사(語調詞). * 6) 일돈(一頓) : 일회(一回). 여기서는 숫자의 의미가 아니라 한 차례 두들겨 달라는 행위를 뜻한다.
〈6-1〉 ≪주해≫ * 1) 검인상사(劍刃上事) : 일체(一切)의 지견해회(智見解會). 사량분별(思量分別)을 끊는 절대의 경지. 이 구절은 위산(潙山)이 앙산(仰山)의 행동을 비평하는 경우에도 보인다.「〈법신(法身)도 설법할 줄 압니까?〉앙산 선사께서 대답했다.〈나는 말할 수 없구나. 딴 사람이 말할 수 있을 것이니라.〉〈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선사께서 퇴침을 밀어내었다. 나중에 어떤 스님이 위산(潙山)에 이 일을 이야기하니 위산 선사가 말했다.〈적자(寂子 : 앙산)가 칼날 위의 일을 써먹었구나!〉」(《조당집》18). * 2) 화사화사(禍事禍事) : 큰 변〔大變〕이로구나, 큰 변. 위급한 경우의 탄식.
〈6-2〉 ≪주해≫ * 1) 지여(祇如) : 예컨대 * 2) 석실행자 답대망각이각(石室行者 踏碓忘却移脚) : 석실선도(石室善道)의 고사(故事). 석실은 청원하 4세(靑原下四世)로서 9세기 중엽 사람인 임제보다도 선배.《조당집》5에 의하면 이 사람은 무종(武宗)의 폐불(廢佛)을 만나 승복을 벗고 환속하였다가 복불(復佛: 불교의 회복) 후에 다시 대중이 모여 회상(會上)을 이루었을 때도 본인은 승복을 입지 않고 매일 방어를 찧어 중승(衆僧)을 공양시켰다고 함. 이 이야기는《벽암록(碧巖錄)》34칙의 평창(評唱)에도 사용된다. 행자(行者)는 절에 처음 유발(有髮)로서 들어와 주로 잡역(雜役)을 맡아 하면서 절 생활을 익히는 사람. 선에서는 육조혜능(六祖慧能 638~713)이 그 최초의 사람이다. 망각이각(妄却移脚)은 방아를 찧다가 삼매(三昧)에 들어 스스로의 다리를 옳기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의 무심(無心) 경지, 여기서는 단순히 의식이 끊어진 무심삼매(無心三昧)는 사인선(死人禪)의 위험이 있음을 경고해야 있다. 참된 선은 정혜일등(定慧一等)의 삼매에서도 일전(一轉)해야 한다. 〈6-3〉 ≪주해≫ * 1) 단유래자(但有來者) : 어떠한 사람이라도, 단유(但有)는 모두, 모조리. * 2) 불휴흠이(不虧欠伊) : 잘못됨이 없다, 모자람이 없다는 뜻. 흠(欠)은 보통「결(缺)자의 약자(略字)로 쓰이지만 본래는 다른 글자이다. * 3) 식이래처(識伊來處) : 오는 곳을 알아 버린다는 뜻. 래처(來處)는 그 사람의 정체․의도를 뜻한다. 당대(唐代)의 선사들은 처음 찾아오는 제자들을 향하여 「어디서 오는가」라는 의도적으로 하곤 했다. * 4) 여마(與麽) : 「그와 같이 하더라도」의 뜻. 지시(指示)의 뜻을 나타내는 당송시대(唐宋時代)의 속어. 임마(恁麽)라고도 쓴다. 지시부사(指示副詞). 문어(文語)의 여시(如是), 여차(如此)에 해당하는 말. 선어록에서는 이 여마라는 표현이 선사의 긍정적․절대적인 표현을 나타내며, 반대로 부정적인 방면으로서는 불여마(不與麽)․불임마(不恁麽)라고 한다. * 5) 실각(失却) : 실패(失敗). 자기를 잃어버린 것. 임제의 입장에서 본다면 무엇을 허둥지둥 찾아다닌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 6) 무승자박(無繩自縛) : 자살행위. 스스로 만들어 낸 관념에 의해 자신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게 됨. 자승자박(自繩自縛)보다 더 강한 어법(語法), 사람이 외부로부터 생긴 관념이나 사물에서 만족을 추구하는 까닭은 그 무엇인가로 일상(日常)의 허무를 채우거나 도피하기 위해서이다. 역시 내면적인 청빈함으로부터 외부로 향하려고 하는 움직임은 실로 개념적이며 사변적인 것일 뿐이다. 이 두 가지 정신의 움직임은 본질에 있어 갈등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백장광록(百丈廣錄)》에도 같은 지적이 있다. * 7) 짐작(斟酌) : 헤아리는 것. 원래는 잔에 술을 따르는 양(量)을 뜻한다. 〈7〉 ≪주해≫ * 1) 고봉정상(孤峰頂上) : 높고 고적한 산의 정상. 수행의 도달점. 또는 산상(山上)의 고독(孤獨). * 2) 무출신지로(無出身之路) : 출신(出身) 이란 원래 중국에서 관리시험의 합격을 말한다. 선(禪)에서는 일상성(日常性)의 세계를 돌파하여 깨달음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뜻. 여기서는 수행의 극한(極限)에 도달하여 수행하는 자신의 존재조차 잊어버린 절대의 세계를 말함. * 3) 십자가두(十字街頭) : 울고 웃는 현실이 교차하는 홍진(紅塵)의 사거리. 일상의 현실. * 4) 무향배(無向背) : 향배는 전후(前後), 진퇴(進退)의 뜻. 여기서는 세속적인 차별 한가운데서도 차별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무애자재(無碍自在)의 뜻. 일설(一說)에는 차별의 경계에 머리를 밀고 들어가 나가지도 들어오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뜻으로서, 앞에서의 독각(獨覺)의 경지에 대한 대승보살(大乘菩薩)의 집착을 가리키는 뜻. * 5) 나개재전 나개재후(那箇在前 那箇在後) : 전후(前後)는 우열(優劣)의 뜻.《조당집》제8의 조산(曹山)의 장(章)에서는「어떤 것이 앞에 있으며, 무엇이 뒤에 있는가〔何者在先 何物在後〕」라고 되어 있다. * 6) 유마힐(維摩詰) :《유마경》의 주인공. 비마라끼르띠(Vimalakirti)의 음역(音譯), 정명(淨名), 무구칭(無垢稱)이라고 한역(漢譯). 석존 재세시(在世時) 라자그리하(Rajagrha)에서 가까운 바이살리(Vesāli) 성의 시중(市中)에 살면서, 석존의 십대 제자와 제보살(諸菩薩)보다도 높은 깨달음에 도달한 재속(在俗)의 성자(聖者). 보통 유마 거사(維摩居士)라고 부른다. * 7) 부대사(傅大士) : 중국 양대(梁代)의 거사. 497~569년경의 사람으로서 성은 부(傅), 이름은 흡(翕). 선혜 대사(善慧大士)라고도 부른다. 무주(婺州)의 쌍림(雙林)에 주하면서 자신의 처자를 팔아 법회를 행하는 등 여러 가지 기행(奇行)을 벌였다. 동토(東土)의 유마, 미륵의 분신(分身)이라고도 칭한다. 후세에 이 사람이 지었다는 게송과 가행(歌行)을 모은《부대사어록》(《續藏經》2의 25)이 나왔으며,《전등록》제28권에도 전기가 실려 있다. 그 가운데, 빈 손에 호미들고 걸어가며 물소 타네. 사람이 다리 위를 가는데 다리는 흘러도 물은 흐르지 않네 (空手把鋤頭 步行騎水牛. 入從橋上過 橋流水不流) 라는 게송이 널리 알려져 있다. 〈8〉 ≪주해≫ * 1) 논겁(論劫) : 겁(劫, kalpas)의 수를 세는 것. 겁이란 무한히 긴 시간의 단위. 영원(永遠). 《조당집》제 9구봉(九峰)의 장,《전등록》제 11 국청봉(國淸奉)의 장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실려 있다. * 2) 도중(途中) : 목적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 일단은 여러 가지 신심(身心)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현실적인 윤리의 세계를 의미하지만, 수행(修行)의 목표에 도달한 사람이 다시 타인들은 위해서 그의 세계에서부터 하향(下向)하는 입장을 의미하기도 한다. * 3) 가사(家舍) : 본래의 가향(家鄕). 의지적인 노력도, 고락(苦樂)의 대립도 끊어진 깨달음의 세계. 보통 가사(家舍)와 도중(途中)을 대립적인 입장에서 해석하지만 동일한 차원이다. 다만 가사라는 입장이 소승적인 열반의 세계라는 인상을 풍길 뿐이다. * 4) 인천공양(人天供養) : 현실세계에 있어서 최고의 상찬(賞讚). 인도적 인생관에서는 현실 세계를 지옥․아귀․축생(畜生)․수라․인간․천상의 육도(六道)로 나누고 있는데, 그 최후의 두 세계가 인(人)․천(天)이다. 공양(供養)이란 옷이나 음식 같은 것을 수행자에게 보시하는 일. 〈9-1〉 ≪주해≫ * 1) 제일구(第一句) : 최초의 언어. 제일구의 언어는 제이구(第二句)이하에 대한 분류적인 물음이 아니라 제일구 그 자체에서 완결된다.《조당집》제12권에서, 청평(淸平) 화상은 어느 승에게서「어떤 것이 제일구입니까」라는 물음을 받자「내 머리가 필요하거든 당장에 베어가라」고 답하고 있다. * 2) 삼요인개주점측(三要印開朱點側) : 측(側)자를《전등록》과 기타 본(本)에서는 착(窄)자로 쓰인다. 근음(近音)으로서 통용된다. 삼요(三要)는 임제선의 중요한 교외적 입장의 하나로써「대기원응(大機圓應)」,「대용전창(大用全彰)」, 기용제시(機用齊施)」를 가리킨다고 한다. 인개(印開)는 난해한 표현으로서 「도장을 찍어 도장의 무늬가 나타나는 순간적 과정」으로 말할 수 있다. 불전(佛典)에서 인(印)은 항상「몰록〔頓〕」의 뜻을 포함하고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즉, 삼요(三要)의 인을 열자마자 선사는 수행자의 일기일경(一機一境)․일언일구(一言一句)의 움직임을 놓치거나 분별을 용납하지 않고 주(主:印)와 객(客:印文)의 분별을 명백히 하는 것이다. * 3) 묘해기용부착문(妙解豈容無著問) 운운 : 이것은 문수의 근본지가 무착의 후득상대지(後得相對智)를 인정하지 않으나 방편의 차별상대지는 결코 평등절대지를 저버리지 않는다는 뜻. 중근기(中根機)의 수행자를 위한 방편의 문을 열고 있다. 제2구에서 나타나는 묘해(妙解)․무착(無著)․부(負)의 삼어(三語)에 대해서는 종래부터 여러 가지 해설이 있었으며 구(句) 전체의 의미도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다. 여기서 무착(無著)은 당(唐)의 대력(大曆) 2년(767), 오대산에 올라 문수보살의 시현(示現)을 만나 문답을 주고받았다는 화엄사(華嚴寺) 무착으로 보고, 묘해(妙解)는 현묘한 지혜를 나타내는 문수의 근본지의 뜻으로 본다. 부(負)는 「아주 저버림〔辜負〕. 무착이 문수를 만나서 나눈 문답은《조당집》과《전등록》에도 실려 있으며,《벽암록》 제 35칙의 이야기로도 쓰이고 있다. 무착이 오대산에 들어가 문수와 문답한 사실은《송고승전》20의〈당대주오대산화엄사무착전(唐代州五臺山華嚴寺無著傳)〉에 실려 있는데, 그 당시는 오대산의 문수신앙이 널리 퍼져 있었으며, 임제는 오대산에 가까운, 진주(鎭州)라는 지리적 조건을 감안하여 이 이야기를 끌어다가 사용한 것이다. 이 무착을 앙산(仰山)의 제자인 항주(杭州) 용천원(龍泉院) 문희(文喜 821~900)와 동일시하는 것은 맞지 않다. 문희가 무착이라는 칙시호(勅諡號)를 받은 것은 임제의 입적 후 31년이 되는 건녕(乾寧) 4년(897)이다. * 4) 구화(漚和) : 방편(方便). 범어 upāya의 음역. * 5) 간취붕두농괴뢰(看取棚頭弄傀儡) : 붕두는 허수아비 인형의 무대. 괴뢰는 꼭두각시. 추색(抽牽)은 인형을 끈으로 조종하는 것. 이 구절의 대의(大意)는,「무대 위의 인형이 움직이는 것을 주의해서 보아라.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무대 뒤에서 끈으로 조종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것인데, 이것은 방편(方便) 가운데 진실이 있으며, 방편이 방편으로서 움직임이 완전하려면 진실한 힘이 있어야 함을 가리킨다. 〈9-2〉 ≪주해≫ * 1) 일구어(一句語) : 이 일단(一段)의 법어는 고래(古來)로 임제의 삼현삼요(三玄三要)라고 부르는 유명한 공안(公案)으로서, 본문의 문장이 극히 난해하여 후대에 이르기까지 많은 철학적 해설이나 게송에 의해 설명되고 있다. 이에 관한 것은 모두 《인천안목(人天眼目)》에 수록되어 있다. 임제의 삼구(三句)는 《임제록》의 시중(示衆)〈수행자들에게 주는 설법〉에서도 그 내용이 설명되고 있다. 「묻되,〈어떤 것이 참부처〔眞佛〕, 참된 법〔眞法〕, 참된 도〔眞道〕입니까? 바라옵건대 자비로써 가르쳐 보여 주십시오〉하니 임제 스님께서 이르시되,〈부처란 마음의 청정(淸淨)함이며, 법(法)이란 마음의 광명(光明)이며, 참된 도(道)란 온누리에 걸림 없이 비추는 청정한 광명의 작용이다. 이 세 가지는 곧 하나로서 이리저리 명칭을 나누는 것은 헛된 것일 뿐 참으로 실제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구도자라면 생각생각 마음의 작용에 대한 통찰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示衆〕〈14-33〉참조). 임제는, 불교의 핵심적 요체인 불(佛)․법(法)․도(道) 세 가지가 사실은 하나로서 이리저리 붙이는 이름은 모두 헛된 것이라고 설파한다. 이 제일구(第一句)가 삼구(三句)․삼현(三玄)․삼요(三要)를 갖춘다는 설명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1) 삼구(三句) 第一句 : 眞佛-言前의 妙旨-理〔法身〕 三句 - 第二句 : 眞法-究意의 直說-智〔般若〕 第三句 : 眞道-方便의 作用-用〔解脫〕 (2) 삼현(三玄)․삼요(三要) 第一玄 : 三身(法身․報身․應身)으로서 三要 三玄 - 第二玄 : 三學(戒․定․慧)으로서 三要 - 三要 第三玄 : 三乘(聲聞․綠覺․菩薩)으로서 三要 * 2) 삼현문(三玄門) : 삼현(三玄)이란 옛부터「현중현(玄中玄)」,「구중현(句中玄)」,「체중현(體中玄)을 가리킨다. 문(門)은 방편(方便)의 뜻. 第一玄 : 所悟의 本體- 體- 性 - 體中玄 三玄 - 第二玄 : 所用의 語句- 相- 智 - 句中玄 第三玄 : 所承의 命脈- 用- 行 - 玄中玄 현(玄)이란 원래 도가(道家)의 용어로써 인간의 감관으로써는 인지할 수 없는 존재를 가리키는 것. 이 도가적인 현의 사상은 중국의 광막한 자연에 밤의 어둠이 내리덮여 삼라만상이 적막할 때, 산상(山上)이나 들판, 강가에서 홀로 깨어 우주와 인간존재의 근원을 응시하는 자의 현묘한 정신세계를 표현한 것으로 보아도 좋다. 현은 어둠을 뜻한다. * 3) 유권유용(有權有用) : 권(權)은 방편, 기관(機關), 용(用)은 작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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