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의말씀

[스크랩] 임제록주해3

ria530 2015. 6. 18. 12:38

示衆1


〈10-1〉

≪주해≫

* 1) 만참(晩參) : 저녁 때의 법문. 아침에 하는 설법은 조참(早參). 비시(非時)의 법문은 소참(小參)이라고 한다. 시중(示衆)은 스승이 여러 수행자들에게 교시(敎示)하여 내리는 설법(設法). 이 일단(一段)의 법어는 옛부터 임제의 사료간(四料簡)이라고 부르며,《전등록》에서는 그냥 사구(四句)라고 하고 있다. 료간(料簡)이란 「나누어 구분한다」, 「분류의 표준」이란 뜻.

* 2) 탈인불탈경(奪人不奪境) : 인(人)은 자기, 주체. 경(境)은 객체, 경계(境界)의 뜻.「빼앗는다〔奪〕」는 「부정」한다는 뜻이다. 행위의 능동성(能動性)이 좀더 강조되고 있다. 즉, 객관(客觀)에 집착하는 범정(凡情)과 주관(主觀)에 집착하는 성해(聖解)의 두 가지를 모두 탈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제를 배출한 황벽은《전심법요》에서 이렇게 설파한다.

 「모든 차별적인 현상을 떠난 것이 바로 부처〔佛〕이다. 그런데도 범부(凡夫)는 경계(境界)를 취하고 도인(道人)은 마음을 취한다. 마음과 경계를 모두 탈각한 것이 참된 법이다. 경계를 탈각해 버리기에는 오히려 쉽지만 마음을 탈각하기에는 지극히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공(空)에 떨어져 손에 잡을 곳이 없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空)은 본래 공이 없는 것이어서, 오직 하나의 참된 법계율뿐이다.」

  임제의 경우는 이 심경쌍망(心境雙忘)을 더욱 체계화하여 사료간(四料簡)을 설하고 있다. 탈인불탈경(奪人不奪境)은 경계에 의거하여 인(人)을 통일하여 순수객관(純粹客觀)의 입장을 보여 준다.

* 3) 시유승문(時有僧問) : 승(僧)은 임제의 제자인 지의도자(紙衣道者) 극부(剋符)이다. 이 일단의 문답이《전등록》제 12권 지의(紙衣)의 장에 보인다.

* 4) 후일발생보지금(煦日發生補地錦) : 「따스한 햇빛이 비치는 봄날, 만물은 싹이 피어오르고 대지는 비단을 깐 것처럼 반짝거린다」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시적(詩的)으로 표현한 것. 임제는 시인이며 철학자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 인간의 사려분별(思慮分別)을 초월한다는 것을 임제는 간파하고 있다.

* 5) 영해수발백여사(孾孩垂髮白如絲) : 어린아기가 흰 머리칼을 드리웠다는 말로써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능가경(楞伽經)》에서는 이같은 비유(非有)의 예로 봄날의 아지랑이. 어린아기의 흰 머리칼, 환상(幻想)의 건달바성(乾闥婆城), 환몽(幻夢), 거울에 비춰진 그림〔鏡像〕등을 들고 있다.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에 집착하는 주관적 분별을 부정한 것이다.

* 6) 왕령이행천하편(王令已行天下徧) 운운 : 천하가 왕의 호령 하나로 통일되어 전쟁이 끊어지면 국경을 수비하는 장군도 일을 쉰다는 말은 천하〔境〕와 왕령〔人〕이 통일되어 있음을 나타낸다.

* 7) 병분절신독처일방(幷汾絶信獨處一方) : 병분(幷汾) 이주(二州: 오늘날의 태원부〔太原府〕와 분주부〔汾州府〕를 다스리는 지방장관이 당(唐)의 중앙정부에 반기를 들고 변경에 독립했다는 고사(故事)를 빌어온 이야기로서 인〔人〕과 경〔境〕을 모두 부정한 것. 이 고사의 진위 여부는 불확실하고 어떤 사건을 가리키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당의 중기 이후, 이 지방에서는 항상 반란이 끊이지 않았으며, 마침내는 당조(唐朝)를 등지고 말았다. 뒤에 대혜종고(大慧宗杲 1089~1163)는 시랑(侍郞) 장구성(張九成)에게 임제의「인경구탈(人境俱奪)」을 설명하면서「채주성을 함락시키고 오원제를 살각(殺却)했다」고 한다. (《대혜선사연보(大慧禪師年譜)》 紹興十年條). 이 대혜 선사의 설명으로 인하여 「병분절신」의 구절을 오원제(吳元濟 783~817)가 당조(唐朝)에 반립(反立)하여 채주성에 독립했다가 원화(元和) 12년(877) 겨울, 이색(李愬)이 이끄는 관군(官軍)에 함락된 사실로 지칭하고 있는데 이것은 맞지 않다. 채주(蔡州)와 병분(幷汾)은 서로 멀리 떨어져 있고 오원제가 병분을 점령한 사전(史傳)도 없다고 한다.

* 8) 왕등보전 야로구가(王登寶殿野老謳歌) : 태평무사한 나라의 모습. 성왕(聖王)이 궁전에 올라 천하를 다스리면 늙은 농부들이 들판에서 태평가를 부른다는 이야기. 이 말은 「인경구불탈(人境俱不奪)」의 경지를 설명하는 것으로 인간․주관․세계․객관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절대긍정의 입장이다. 이상의 임제 사료간(四料簡)을 천태․화엄의 교판(敎判)과 비교하여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임제 四料簡〉    〈天台敎判〉   〈華嚴의 四法界〉

    奪人不奪境――――藏     敎――――事法界

    奪境不奪人――――通     敎――――理法界

    人境兩俱奪――――別     敎――――理事無礙法界

    人境俱不奪――――圓     敎――――事事無礙法界


〈10-2〉

≪주해≫

* 1) 사내운(師乃云) : 여기서부터 만참(晩參)의 설법이다. 내(乃)란 전단(前段)의 설법에 이어 계속되는 설법이라는 뜻. 송판(宋版) 《광등록(廣燈錄)》(《四家語錄)》

에는 「사시중운(師示衆云)」이라고 고쳐져 있다. 《연등회요(聯燈會要)》에도「시중운(示衆云)」이라고 되어 있다. 이 설법은 옛부터 유명한 것으로서 가장 돋보이는 선법문을 모아 놓은《전등록(傳燈錄)》제 28권의〈제방광어(諸方廣語)〉가운데 수록되어 있기도 하다.

* 2) 금시학불법자(今時學佛法者) : 여기서 우리는 임제가「학불법자(學佛法者)」라고 부르는 호칭에 주의해야 한다. 임제는 선(禪)을 참구(參究)하는 사람을 가리켜 「불법(佛法)을 배우는 사람」이라고 힘주어 부르고 있는데, 이 같은 호칭의 이면에는 그가 설하는 선사상이야말로 모든 불법의 근원이며 정전(正傳)의 불법이라는 강한 자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 3) 차요(且要) :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이라는 강조어법.

* 4) 진정견해(眞正見解) : 근원적 자아의 자각(自覺). 「진정견해」는 초기 불교의 팔정도(八正道)인 「정견(正見, Samyagdṛs͎t͎i)․정사(正思,Samyagasmkalpa)․정어(正語,Samyagvac)․정업(正業,  Samyagkarmnta)․정명(正命, Samyagjiva)․정정진(正精進, Samyagvyma)․정념(正念, Samyagsmr͎ti)․정정(正定, Samyagsamdhi)」에서의 정견(正見). 초기 불교의 정견은 「전념집주(專念集注)」하여 마음의 눈이 열린 사람이 성취한 직관지(直觀智), 즉 반야(般若, prajun)를 가리키지만 임제의 정견은 더욱 강한 활동성을 갖는다. 삼승십이분교(三乘十二分敎) 「부정을 닦는 휴지」라고 선언한 임제에게는 붓다도, 조사(祖師)도, 천하 노화상(天下老和尙)의 시비도 탈각해 버린 독탈무의(獨脫無依)의 현재(現在)가 있을 뿐이다.

* 5) 생사불염(生死不染) : 태어남과 죽음의 물결 속에 휩쓸려 윤회(輪廻)하는 중생은「나고 죽음」그 자체가 실존(實存)이며, 인간의 슬픔이며 번뇌의 카르마(karma, 業)이다. 불교사상의 기본 논점은 자아(自我)와 세계의 가환(假幻)에 집착함으로써 따르는 생사(生死)의 미망(迷妄)과 고(苦)의 지멸(止滅)에 있다. 임제의 선사상도 역시 생사의 오물(汚物)에 더럽혀지지 않는〔生死不染〕자유인(自由人)의 견처를 제사하고 있다. 임제의 문제는 항상 목전(目前)에 펼쳐지는 인간의 현존재(現存在)이며 자유 속에서 파악되고 체험된 삶이었다. 여기서 생사란 주어(主語)이며 「삼사라(Samsra)」의 역어(譯語)이다.

* 6) 거주자유(去住自由) : 거주(去住)란「가고 오는 것」으로 인간의 삶과 행위를 총결하는 표현이다. 생사(生死)가 항상 숙명적인 카르마의 지배를 받고 있는 데 대하여 거주의 자유는 스스로의 존재와 가치를 결정해 가는 자유를 의미한다. 자유란 용어는 중국 선종(禪宗)이 수립한 독특한 선어(禪語)로서《능가사자기(楞伽師資記)》제 1권 승찬(僧璨)의 항(項)에서 보이는,「생사에 자유롭다〔生死自由〕,《육조단경(六祖壇經)》반야품(般若品)에서의「다만 스스로의 청정한 마음으로 정견(正見)을 일으키고 능히 괴로움(六根, 六塵)에 물들지 않으면 이것이 바로 깨달음〔見性〕이다. 선지식(善知識)들이여! 안과 밖에서 물들지 않는다면 오고 감이 자유롭다」(유포본〔流布本〕에 의함) 라든가, 또한《백장광록(百丈廣錄)》에서의「애욕에 물듦이 없고 또한 의지하고 머무름에 지혜의 알음알이를 끊으면〔生死因斷〕이를 일러 자유인이라 할 것이다」라는, 선(禪)의 자유에 관한 표현이 당대(唐代) 선어록의 도처에 실려 있다.

* 7) 불요구수승(不要求殊勝) : 《안락집(安樂集]》에서는 「해탈을 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해탈에 이른다.〔不求解脫〕라는 구절이 있다. 수승(殊勝)이란 「훌륭한」것을 가리킨다. 수승함을 구하는 것은 불법(佛法)의 목적이 아니다. 오직 진정견해만이 불법의 가치를 말해 준다.

* 8) 도류(道流) : 「도(道)를 닦는 사람들」(〈14-7〉)에는 학도류(學道流)라고 되어 있다. 임제는 청중(聽衆)을 향하여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은 각 개인을 염두해 두고 있다. 이 말은《능가사지기》 서(序)에도 보이는 당시의 상용(常用) 어휘

* 9) 선덕(先德) : 불법(佛法)을 앞서 깨친 선배. 후에 조불(祖佛)이라는 호칭과 같은 의미

* 10) 출인저로(出人底路) : 사람들을 생사의 속박에서 해탈케 하는 길. 또는 모든 사람이 본래 갖추고 있는 참사람〔眞人〕을 끌어내는 도(道). 저(底)는 형용사의 수식어 끝에 붙는 조사로써 현대 중국어에서의 적(的)에 해당한다.

* 11) 지요(祗要)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이라는 뜻. 다른 것은 이후의 문제라는 것.

* 12) 불수인혹(不受人惑) : 인혹(人惑)을 받는다면 진실된 자기의 구속을 부른다. 인혹을 받지 않는 자유는 선(禪)의 생명이다. 불교의 개조(開祖) 붓다 석가모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타인의 견해나 전통, 소문에 이끌리거나 집착하지 마시오. 종교의 성전(聖典)이 갖는 권위나 논리, 종교단체의 외형적인 관습이나 명상의 기쁨에도 끌려다니지 마십시오. 이것이 나의 가르침입니다」(《Anguttara-nikaya)》.

* 13) 갱막지의 (更莫遲疑) : 결코 머뭇거리거나 의심하지 말라는 뜻.

갱은 강(强)의 뜻. 강조어법.

* 14) 여금학자부득(如今學者不得) : 오늘날의 수행자를 꾸짖는 말. 학자는 현대적 의미의 학문 연구자를 가리키는 뜻이 아니며, 뒤에 나오는 학인(學人)도 같은 표현이다. 여기서 득(得)은 속어로써 가능(可能)을 나타내는 조동사(助動詞)이다. 옛 한문의 독법에서는「시러금」이라고 읽는다.

* 15) 망망지(忙忙地) : 분망하게 뛰는 모습. 지(地)는 부어(副語)의 어조사(語助辭).

* 16) 순일체경전(徇一切境轉) 운운 : 모든 역순(逆順)의 환경을 좇아 자기를 잃어버림. 피타만경(被他萬境)에서의 타(他)는 관사(冠詞).


〈10-3〉

≪주해≫

* 1) 헐득(歇得) : 그친다는 뜻. 단절(斷切)을 가리킴. 득(得)은 동사(動詞)의 어조.

* 2) 염념(念念) : 일순일순(一瞬一瞬). 염은 Smr͎͎ti 의 역어(譯語), 마음의 움직임마다.

* 3) 치구심(馳求心) : 무엇을 추구해 그치지 않는 마음 .

* 4) 조불(祖佛) : 우리들의 선조(先祖)이신 붓다. 만당(晩唐) 시대에 확립한 조사선(祖師禪) 독자의 언어로서, 종래 붓다 석가모니를 조사(祖師)와 병렬시켜 불조(佛祖)라고 부르는 데 대하여 조불이라는 표현인 조(祖)에 중점을 둔 것.《전등록》28에는 이 부분을 그냥 조사라고 적고 있으나 조불은 선적인 의미가 더욱 강하다. 조사와 부처로 잘못 읽어서는 안 된다.

* 5) 욕득(欲得) : 하고자 한다면. 이 경우 득(得)은 조사(助辭).

* 6) 이면전청법저(儞面前聽法底) : 나의 눈앞에서 나의 설법을 듣고 있는 그대 자신들. 면전청법저(面前聽法底)는 이(儞)를 형용하는 표현으로 이(儞)와 동격이다. 청중 한 사람 한 사람을 직접 가리키는 말.

* 7) 활조의(活祖意) : 살아 있는 조사의 마음. 활조(活祖)란 참된 자기 자신을 가리킨다.〈14-8〉을 보라.

* 8) 제 선덕(諸禪德) : 청중을 부르는 호칭. 임제는 자신의 설법을 듣는 청중을 도류(道流)․대중(大衆)․대덕(大德)․선지식(善知識)으로 부르고 있다.

* 9) 차시불우(此時不遇) : 지금 활조(活祖)를 만나지 못하면.

* 10) 만겁천생(萬劫千生) : 영원(永遠). 살아 있는 것은 늙고 병들고 죽음을 무한히 계속한다는 뜻. 세세생생(世世生生)

* 11) 윤회(輪廻) : Sasra 의 역어(譯語). 생사(生死)의 뜻. 수레바퀴가 계속 돌아가는 것처럼 우리들의 존재도 무한히 생사를 계속한다는 뜻.

* 12) 삼계(三界) : 우리들이 생사를 무한히 거듭하는 과정을 가리키는 세 가지의 세계. 욕계(欲界, Kma-dhtu)는 감각의 세계. 색계(色界, Rpa­dhtu)는 물질의 세계. 무색계(無色界. Arpya­dhtu)는 정신만의 세계를 가리킨다.

* 13) 철(掇) : 얽매인다는 뜻. 집착

* 14) 노우두이생(驢牛肚裏生) : 생사윤회(生死輪回)의 일례를 든 것. 악업(惡業)의 과보로서 짐승〔畜生〕의 몸을 받게 된다는 표현.

* 15) 용처(用處) : 행동, 앞에서의 견처(見處)에 대한 구체적 행위를 나타내는 말로서 여기서도 임제는 사색하는 인간의 섬세한 자세를 보여 준다.

* 16) 흠소(欠少) : 부족함. 흠소시마(欠少什麽)는「그대에게 무엇이 부족한가」라는 의미.

* 17) 육도신광(六道神光) : 눈․귀․코․몸․뜻〔眼耳鼻舌身意〕육근(六根)의 기민한 작용. 도(道)는 광선이 가는 길.

* 18) 무사인(無事人) : 본래 완전하여 아무것도 부족함이 없는 사람. 황벽(黃檗)도 무사인(無事人)에 대해서 이렇게 설파했다.「종일토록 모든 일에서 떠나지 않고 모든 경계에 미혹되어지지 않는 것을 무사인이라고 한다.」하루 종일 모든 잡사(雜事)에 시달리고 있지만 미혹당하는 일이 없음.

출처 : 通達無我法者
글쓴이 : CD굽던노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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