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부작 (述而不作)
[字解]
述 : 지을 술 . 而 : 말 이을 이 . 不 : 아닐 부 . 作 : 지을 작.
[意義]
저술한 것이지 창작한 것이 아니라는 말로, 저술에 대한 겸양을 나타낸 뜻이다.
[出典]
논어(論語)-술이편(述而篇).
[解義]
述而篇(술이편)은 37章으로 짜여져 있다. 논어 二十篇 중 비교적 분량이 많은 편장 중의 하나이다. 술이편은 공자의 인간적 면모와 학문의 성향등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술이편 바로 앞 편장이 雍也篇(옹야편)인데, 옹야편의 결론에 해당되는 28章이 ‘仁’과 ‘聖’에 대한 子貢(자공)과 孔子의 문답으로 마무리된 것은, 술이편으로 나아가기 위한 문제제기로 생각된다.
孔子의 면모를 기술함에 있어서 옹야편의 결론인 聖과 仁이 주축이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聖과 仁같은 무거운 내용을 술이편에서 논의하면서, 따뜻한 숨결이 느껴지는 孔子의 인간적인 모습을 바탕에다 짙게 깔고 있는데, 이는 여타의 성인들을 기술한 많은 저작들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孔子는 ‘作(작)’보다 ‘述(술)’이 후세에 더 많은 가치와 빛을 발휘할 것을 알고 있었다.
어설픈 ‘作’은 그것이 지닌 약점으로 인해 시간이라는 역동적인 힘에 의해 마모되고 부정될 확률이 많다는 사실을 예견했던 듯하다.
孔子의 다방면에 걸친 면모를 기술한 술이편을 통하여, 곡식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옛말의 참뜻을 읽을 수 있다. 알갱이가 없거나 차지않은 죽정이들이 고개숙인 이삭들 사이에 머리를 곧추세운 꼴불견의 모습을 가을 들녘에서 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죽정이 같은 사이비 이삭들로 가득찬 현실을 감안할 때, 술이편이 주는 감동은 새롭기 그지없다.
子曰 述而不作 信而好古 竊比於我老彭
자왈 술이부작 신이호고 절비어아노팽
子曰 默而識之 學而不厭 誨人不倦 何有於我哉
자왈 묵이지지 학이불염 회인불권 하유어아재
孔子가 이르기를 "傳述(전술)했을 따름이지 새로운 것을 창작하지 않았고 전통적인 것을 믿고 좋아했다. 구태여 비유한다면 나는 노팽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라고 했다.
孔子가 이르기를 "묵묵히 학식을 연마하고 배우기를 싫증내지 않으며 사람 가르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이러한 것들 중에서 어느 하나도 나에게는 없다"라고 했다.
朱子(주자)는 ‘述’은 옛 것을 전하는 것이고, ‘作’은 새로운 것을 창시하는 것으로서, 作은 성인만이 할 수 있지만, 述은 賢者(현자)이면 가능하다고 풀이했다.
주자의 해석을 따른다면 孔子 자신도 스스로를 평하여 성인은 못되고 현자 정도로 인식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인류역사에 있어서 진정한 의미에서 ‘作’이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것으로 인식되는 많은 창작물들이, 우리가 모르고 있었을 따름이지 실제로는 이미 옛날부터 존재했던 것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물질을 아무리 많이 개발해 봐야 옛날부터 있어왔던 金과 銀, 그리고 각종의 보석류들보다 값진 것이 못된다는 것도 참작된다.
동양의 경우 "四書三經(사서삼경)"보다 더 훌륭한 저술이 사서삼경 이후에 저작되었던가를 회상해보면, 옛날부터 있어왔던 것들의 가치를 재인식하게 될 것이다. 지구가 태양주위를 돈다는 진리가 옛날 것이라 해서 배척하고 부정할 수 있는가를 생각할 때, 옛것이라고 해서 쉽게 매도되는 오늘의 현실이 안타깝다.
孔子는 스스로를 평하여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점은 老彭(殷代의 賢者)과 동일하다고 했고, 배우고 배운 것을 익히고 배운 것을 제자들에게 가르치는 등의 일들 모두가 자신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고백했다.
흔히 이를 두고 孔子가 겸양의 뜻을 펼친 것으로 보지만, 필자는 孔子 역시 인간이었기 때문에 배우고 익히고 가르치는 일들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고백한 것으로 이해한다.
‘述而不作’이 만고의 진리인 점은, 논어의 本文은 영원하지만, 본문을 풀이한 諸家(제가)들의 해석은 지금도 否定(부정)되고 訂正(정정)되고 있는 현실이 웅변으로 이를 말해준다.
다시 말하면,공자의 성품은 겸손하여 자신의 저술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옛사람의 설을 저술했을 뿐 창작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옛것을 좋아하는 것만큼은 노팽(은나라의 현인)과 비교할 수 있다.
즉 술이부작이란 자신의 저술이나 창작을 두고 저자가 겸손의 뜻으로 하는 말이다.
[反意語]
述而不定(술이부정).
[出處]
월간 한글+漢字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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