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스크랩] 同聲文 / 선후천변화의 이치

ria530 2012. 6. 16. 10:43

[아래 글은 대산 김석진 선생님의 '대산주역강의 1'(한길사 刊)에 실린 글을 서술법만 바꿔 거의 그대로 실었음을 먼저 밝혀둔다.-家苑註]

同聲相應하며 同氣相求하야

水流濕하며 火就燥하며

雲從龍하며 風從虎ㅣ라

聖人이 作而萬物이 覩하나니

本乎天者는 親上하고 本乎地者는 親下하나니

則各從其類也ㅣ니라

같은 소리는 서로 응하며, 같은 기운끼리는 서로 구해서
물은 젖은 데로 흐르며, 불은 마른 데로 나아가며
구름은 용을 좇으며, 바람은 범을 따르느니라
성인이 일어나심에 만물이 바라보나니
하늘에 근본한 것은 위를 친하고, 땅에 근본한 것은 아래를 친하나니
곧 각기 그 類(무리)를 따르느니라.


위 글은 주역 건괘 문언전 제2절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일명 '同聲文'이라고 붙여진 글이다. 건괘 九五효에 대해 주공이 '飛龍在天利見大人'이라고 효사(爻辭)를 달았는데 이에 대해 공자님이 위와 같이 해석하셨다.

구오는 하늘의 體 즉 천체(天體)이다. 하늘로 말하면 천지만물을 주재(主宰)하는 상제의 자리이고 나라로 말하면 인군의 자리로서, 공간적으로는 다스리는 자리이고 시간적으로는 우주가 변화하는 자리이다. 주역은 '바꿀 역' 즉 때가 바뀌는 것이고 하늘은 늘 운행변화하는 것이다.

하늘괘의 하늘자리이자 군위(君位)이기 때문에, 작게는 인군이 동성상응하고 동기상구하며 중정지도(中正之道)로 개혁하는 것이고, 크게는 천도운행(天道運行)의 선후천(先後天) 교역(交易)을 이루는 것이 바로 구오이다. 그러므로 야산선사께서는 주역의 384효 중에 건괘 구오효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동성상응(同聲相應)은 새벽에 장닭이 울면 모든 닭들이 따라 우는 것처럼 같은 소리가 서로 응하는 이치이고, 동기상구(同氣相求)는 비가 오려면 미리 땅이 축축해지는 것처럼 같은 기운이 서로 구하는 이치이다.

수류습(水流濕)은 물이 축축한 대지로 흘러가는 것이고, 화취조(火就燥)는 불이 건조한 하늘로 타올라가는 것이다. 땅 속에는 물이 흐르고 있고 하늘 가운데에는 밝은 태양이 걸려 있는 이치이다.

운종룡(雲從龍)은 용이 날면 구름이 따라 일어나는 것이고, 풍종호(風從虎)는 범이 뛰면 바람이 따라서 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용 가는 데 구름 가고 범 가는 데 바람 간다'고 한다.

성인작(聖人作)은 성인이 일어나 세상에 나온다는 뜻이고 만물도(萬物覩)는 성인을 모든 만물이 우러러 본다는 뜻이다. 앞에 설명한 성응기구(聲應氣求)와 유습취조(流濕就燥)의 변화가 구오 대인인 성인에 의해 일어나므로 모두가 그 성인을 보고 복종한다는 뜻이다.

본호천자친상(本乎天者親上) 즉 하늘에 근본한 것이 모두 위를 친하다고 한 것은, 일월성신은 상천에 걸려 있고 사람의 머리는 위로 향하는 이치를 뜻한다. 본호지자친하(本乎地者親下) 즉 땅에 근본한 것이 모두 아래를 친하다고 한 것은, 초목동식(草木動植)은 땅에 뿌리를 내리고 활동하며 사람의 다리는 아래에 있음을 말한다.

공자는 이 '문언전' 구오에 하늘의 신비막측한 조화를 설명하면서 선후천이 바뀌는 비결을 숨겨 놓았다. 공자가 비결로 해놓은 이래 2500여 년 동안 아무도 이 내용을 밝힌 분이 없는데 야산 선생님께서 완전히 알아내시고 선천팔괘에서 후천팔괘로 바뀌는 팔괘의 선후천 변화를 이 구오에 의거하여 설명하셨다.

먼저 '동성상응'은 번개친 후 우렛소리가 울리는 상으로 선천 불괘인 三離火( ) 자리에 후천 우레괘가 와서 동방( 3 震)에 처하는 것이다. 이허중(離虛中) 불은 위로 동하여 타오르는 성질이 있으므로 위의 양이 음으로 터져서 소리를 내는 진하련(震下連) 우레가 되는 것이다(先離後震).

'동기상구'는 물구멍을 파 땅 속의 물을 구하는 상으로 선천 물괘인 六坎水( ) 자리에 후천 못괘가 와서 서방( 7 兌)에 처하는 것이다. 감중련(坎中連) 물은 아래로 동하여 흐르는 성질이 있으므로, 아래로 터진 음을 양으로 막아 물이 고이는 태상절(兌上絶) 못괘를 이루는 것이다(先坎後兌).

'수류습'은 물이 젖은 대지로 흘러가는 상으로 선천 땅괘인 八坤地( ) 자리에 못괘에게 자리를 양보하였던 물괘가 후천괘로 와서 북방( 1坎)에 처하는 것이다. 여자에게 경도(經度)가 있듯이 지중(地中)에는 물이 흐르게 마련이므로 곤삼절(坤三絶)의 가운데 음이 양으로 변하여 감중련(坎中連) 물괘가 된다(先坤後坎).

'화취조'는 불이 마른 하늘로 타오르는 상으로서 선천 하늘괘인 一乾天( ) 자리에, 우레괘에게 자리를 양보하였던 불괘가 후천괘로 와서 남방( 9 離)에 처하는 것이다. 천중(天中)에는 밝은 태양이 걸려 있으므로 건삼련의 가운데 양이 음으로 변하여 이허중(離虛中) 불괘가 된다(先乾後離).

'운종룡'은 구름이 용을 따라가는 상이다. 구름은 산마루에 걸려 그쳐 있으므로 간상련(艮上連) 산과 통하고 아래로부터 위로 오르는 용은 진하련(震下連) 우레의 상이다. 용이 날면 자연 구름이 일어나서, 선천 우레괘인 사진뢰(四震雷 ) 자리에 산괘가 후천괘로 와서 동북방( 8 艮)에 처하는 것이다. 진하련 우레는 움직이지만 일동일지(一動一止) 즉 한 번 동하면 한 번은 그쳐서, 아래의 양이 위로 올라와 간상련 산괘가 된다. 양은 본래 위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아래에 있던 양이 위로 올라와 달라지는 것이다(先震後艮).

'풍종호'는 바람이 범을 좇는 상이다. 바람은 아래로 불어내리고 옷깃을 파고들므로 손하절(巽下絶)의 상이고, 입을 벌려 포효하는 범은 태상절(兌上絶)의 상과 통한다. 범은 날렵하기 때문에 비호(飛虎)라고 한다. 날렵한 범이 뛰면 자연 바람이 일어나서 선천 못괘인 이태택(二兌澤 ) 자리에 바람괘가 후천괘로 와서 동남방( 4 巽)에 처하는 것이다. 위로 발하던 태상절 못기운이 다시 아래로 돌아와 위의 음이 아래로 내려온 손하절(巽下絶) 바람괘가 된다. 음은 본래 아래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위에 있던 음이 아래로 내려와 달라지는 것이다(先兌後巽).

여기에서 坎은 물, 離는 불, 艮은 구름, 巽은 바람, 震은 동방청룡의 龍이고, 兌는 서방백호의 虎를 말한다. 이렇게 삼남과 삼녀의 괘상 변화를 이루는 주체는 聖人(九五 大人)이다. 세상에 나온 성인이 중화(中和)의 도를 행함으로써 비로소 천지변화가 완전히 형성되므로, 먼저 자녀괘의 괘변과 '聖人作而萬物覩'를 언급한 다음 천지부모의 괘상 변화를 말하고 있다. '中庸' 제1장에 '致中和면 天地ㅣ 位焉하며 萬物이 育焉이니라'라는 대목도 바로 이를 말하고 있다.

'본호천자친상'은 하늘에 근본한 것이 위를 친하는 상이다. 하늘은 본체가 높으므로 높은 산과 친하다. 그러므로 선천 七艮山( ) 자리로 하늘괘가 후천괘로 와서 서북방( 6 乾)에 처하는 것이다. 本乎天者는 곧 乾三連 하늘을 말하고 親上은 '하늘이, 양 하나가 上에 있는 艮上連 산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本乎地者親下'는 땅에 근본한 것이 아래를 친하는 상이다. 땅은 본체가 낮으므로 아래로 손입(巽入)하는 바람과 친하다. 그러므로 선천 五巽風( ) 자리로 땅괘가 후천괘로 와서 서남방( 2 坤)에 처하는 것이다. 本乎地者는 곧 곤삼절(坤三絶) 땅을 말하고 親下는 '땅이, 음 하나가 下에 있는 巽下絶 바람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후천팔괘가 선천팔괘에 이르는 변화에 대해서 공자가 말씀한 '乾文言傳' 九五의 문장을 다시 살피면 동성상응(1)은 震장남, 동기상구(2)는 兌소녀, 수류습(3)은 坎중남, 화취조(4)는 離중녀, 운종룡(5)은 艮소남, 풍종호(6)는 巽장녀, 본호천자친상(7)은 乾부친, 본호지자친하(8)는 坤모친이 오는 이치이다.

(1)∼(4)에서는 먼저 正방위인 동·서·북·남의 괘변을, (5)∼(8)에서는 維(間)방위인 동북·동남·서북·서남의 괘변을 말하는 한편 홀수번째에는 남자인 괘, 짝수번째에는 여자인 괘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렇가 팔괘가 각종기류(各從其類)해서 서남방에는 여자인 괘들로 배열되고 동북방에는 남자인 괘들로 배열되어 후천팔괘의 방위가 정해지게 된다. 여자인 괘들을 중심으로 설명한다면 곤괘 괘사에 문왕이 말씀한 '西南得朋'과 '東北喪朋'을 이루는 것이다.

팔괘의 기본은 하나이다. 해가 하나이듯이 팔괘가 둘일 수 없는 것이다. 다만 해가 가는 위치에 따라 오전과 오후가 다르듯이 팔괘의 자리만 바뀌는 것이다. 선천과 후천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선천에서 후천으로 넘어가는 시간적인 변화에 복희씨의 선천팔괘(陰陽消長의 이치)가 문왕의 후천팔괘(五行流行의 이치)로 자리를 바꾸는 것이다.

후천을 맞이하는 현 시대를 용구(用九)의 때라고 하는데, 문왕팔괘의 후천괘위는 낙성구궁수의 九를 쓴다. 선천은 팔괘의 수로 돌아가지만 후천의 낙서의 구궁수를 쓰는 것이다. 이 낙서구궁수에 근거한 것이 정치대법을 설명한 '書經' 홍범구주(洪範九疇)인데 구주(九疇)와 그 중심인 오황극(五皇極)이 곧 九五가 된다. '문언전' 구오의 '同聲相應에서 各從其類也까지' 총 글자수가 45자인데, 낙서의 구궁수를 모두 더한 수 45와 九·五를 곱한 수가 모두 45입니다. 이렇게 옛날 성인의 글은 글자 하나부터 글자 數 하나까지 여실하게도 이치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易은 '바꿀 역', 즉 봄에 뿌린 씨가 여름에 길러지고 가을에 결실을 거두어 겨울에 초목이 歸根(뿌리로 돌아감)하여 변화하는 것이다. 오행 이치로 살피면 오행상생(五行相生)의 하도에서 오행상극(五行相克)의 낙서로 변하여 선후천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를 '金火交易'이라고 하는 것이다.

화왕지절(火旺之節)인 여름에서 금왕지절(金旺之節)인 가을로 변할 때에는 화에서 금으로 火克金하여 더웠다가 생각밖으로 갑자기 서늘해지는데, 화왕지절인 한여름 오월(午火)에서 금왕지절인 초가을 7월(申金)로 넘어가는 중간에 토왕지절(土旺之節)인 6월(未土)이 있다. 중성자(中性子)에 해당하는 6월달 미토(未土)를 빌려다가, 화생토 토생금하는 중개 역할을 하게 해서 화극금이 화생금으로 바뀌게 된다. 이것이 금화교역이다.

그래서 6월 염천(炎天)에는 三伏의 庚金(三伏의 日干은 모두 庚日), 즉 초복의 경금·중복의 경금·말복의 경금이 들어 있다. 금왕지절 가을을 이루기 위해서 경금이 땅 속에 은복(隱伏)하는데 아무리 뜨거워도 경금만은 타지 않는다. 가을의 문턱인 입추를 지나면서 경금이 바로 나오는데, 신선하고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황금 계절의 기운을 가득지고 나오는 것이 경금인 것이다.

후천이 오는 것은 이 경금이 만든다. 전해지는 비결에도 "浮金은 冷金이니 從金하라(뜬금은 찬금이니 금을 따르라)"고 하였다. 이 말은 부뚜막 위에 떠 있는 시루나 솥으로 보기도 하지만 사실은 차가운 가을의 경금을 따르라는 뜻이다. 이 밖에도 "浮土는 溫土니 從土하라(뜬흙은 따스한 흙이니 흙을 따르라)"는 피난 비결이 있다. 사람들이 흙을 뒤덮은 눈으로 잘못 알고 눈쌓인 산야로 피신하다가 많이 죽었다. 여기서의 뜬흙은 흙이 떠 있는 방을 말하고 방에 불을 때면 따스한 흙이 되므로 집을 벗어나지 말라는 뜻이다.

금화교역하는 이치가 낙서이고 낙서의 후천수 45에 합하는 '문언전' 구오의 내용에 이러한 후천경금에 대한 이치가 들어있는 것이다.

출처 : 家苑 이윤숙의 庚衍學堂(한자와 유학경전)
글쓴이 : 法古創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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