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올 한해를 압축하는 단어를 ‘密雲不雨(밀운불우)’로 선정했습니다. 주역 9번째 괘인 風天小畜(풍천소축)괘에 “小畜은 亨하니 密雲不雨는 自我西郊일새니라(소축은 형통하니 빽빽한 구름에 비가 오지 않는 것은 내가 서교로부터 하기 때문이라” 하였고, 62번째 괘인 雷山小過괘의 육오효에 “密雲不雨는 自我西郊ㅣ니 公이 弋取彼在穴이로다(빽빽한 구름에 비가 내리지 않음은 내가 서쪽 교외로부터 함이니 공이 저 구멍에 있는 것을 쏘아 취하도다)”에서 취한 단어입니다.
소축괘의 괘사는 문왕이 스스로의 처지를 비유한 것이고, 소과괘의 육오효사는 주공이 아버지의 처지와 당시 정치상황을 표현한 것입니다. 곧 은나라 말기에 폭군 紂(주)의 학정에 견디다 못한 백성들은 모두 문왕에게로 가지만 이를 시기한 주는 문왕을 서쪽에 있는 유리옥(羑里獄)에 가둡니다. 위의 내용은 그러한 서백창(文王)의 처지와 당시의 암울한 정치상황을 표현한 문장입니다.
모두가 아시겠지만 ‘紂’라고 하면 하나라 말기의 桀王(걸왕)과 함께 폭군의 대명사로 ‘桀紂’라 불리는 인물입니다. 그런 학정(虐政)의 치하에서 모든 백성들은 가문 하늘에 비가 좍좍 내리기를 바라는데 기다리는 비는 오지 않고 산위에 구름만 빽빽이 끼어있는 형국입니다. 사회가 안정되기를 바라는데 그렇지 못하고 주의 폭정이 날로 쌓여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지요(密雲不雨). 서쪽에 있는 문왕이 감옥에서 나와 동쪽으로 가서 紂의 폭정을 막아야 하는데 그럴 처지가 못되는 것입니다.
한편 서풍이 불면 비가 오지를 않습니다. 서쪽은 서늘한 기운이 있는 곳이니 동쪽의 양기운을 모두 쫓아버리고 음양화합이 되지 않아 비가 오지 않는 것입니다. 문왕이 서쪽의 유리옥에 갇혀 있으니 주와 정치적 타협을 이뤄 나라의 안정을 도모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습니다. 육오는 어두운 인군이고, 세상은 좀 지나치다는 小過의 세상이기에 뜻대로 되지를 않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압이 너무 상승해도 비가 오지를 않습니다. 저기압이 되어야 비가 오니 아래로 내려가라는 얘기입니다. 곧 임금이 정치를 잘하려면 아래로 몸을 낮추어 어진 신하를 발굴해서 등용해야만 비가 올 듯 말 듯하면서도 오지 않는 이 어려운 난국을 해결하게 되어 결국은 비가 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곧 小過에 처한 인군이 여러 방법을 써봐도 정치가 잘 안될 때에는 사람을 잘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옛날에 유비가 제갈공명을 찾아 三顧草廬(삼고초려)를 하듯이 깊숙이 숨어있는 어진 신하를 발굴해서 자기를 보필하게 하여 선정을 베풀라는 말입니다(公弋取彼在穴). (이상은 대산 김석진 선생님의 『대산주역강의2』뇌산소과괘에서 발췌)
뇌산소과의 육오효가 주는 교훈은 ‘잘난 체하지 말고 겸손하면서 실력발휘하라’는 것이 대산선생님의 말씀입니다. 3천여년전에 지은 주역의 말씀은 만고의 금언이며, 이를 해석하는 대산 선생님은 또한 이 시대의 탁월한 스승님이십니다. 우리가 살면서 다소 지나쳐도 괜찮다고 한 것 세 가지도 이 소과괘에서 나옵니다.
行過乎恭(행과호공), 喪過乎哀(상과호애), 用過乎儉(용과호검)입니다. ‘過恭은 非禮라’라 하였듯이 지나친 공손은 예가 아니지만 조금 지나친 공손한 행동은 좋은 것이며, 상을 당해서는 슬픈 데 지나쳐도 괜찮으며, 쓰임새에 있어서도 조금 지나친 듯이 검소한 것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늘 중용의 자세로 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내 편 네 편 갈라가며 사회불안을 조성해서 얻어지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