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스크랩] 도덕경-4, 제2장 ― 원효(元曉)와 해골바가지

ria530 2013. 5. 6. 09:02

도덕경-4, 제2장 ― 원효(元曉)와 해골바가지

2장 ― 원효(元曉)와 해골바가지



天下皆知美之爲美, (천하개지미지위미)   
斯惡已. (사악이)                 
皆知善之爲善, (개지선지위선)       
斯不善已. (사불선이)             
故有無相生,  (거유무상생)        
難易相成, 長短相形, (난역상성 장단상형)             
高下相傾,  音聲相和, (고하상경 음성상화)             
前後相隨.   (전후상수)
是以聖人處無爲之事,  (시이성인처무위지사)
行不言之敎, 萬物作焉而不辭,  (행불언지교 만물작언이불사)
生而不有, 爲而不恃, (생이불유 위이불시)
功成而不居.夫唯不居, (공성이불거 부유불거)
是以不去.  (시이불거)  

    皆―다 개, 모두 개, 斯―이 사, 어조사 사, 惡―추할 오, 미워할 오, 나쁠 악, 已―뿐 이, 이미 이, 그칠 이, 難―어려울 난, 易―쉬울 이, 바꿀 역, 形―형상 형, 나타날 형, 傾―기울어질 경, 隨―따를 수, 處―머무를 처, 곳 처, 焉―어조사 언, 어찌 언, 辭―사양할 사, 말 사, 恃―믿을 시, 의뢰할 시, 夫―대저(발어사) 부, 남편 부, 唯―오직 유, 去―갈 거, 버릴 거, 과거 거

 해석: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이라고 알지만   
 이는 아름다움이 아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선(善)을 선이라고 알지만
이는 선이 아니다
그러므로 '있다(有)' 하기에 '없다(無)'는 것이 있게 되고
'어려움(難)'이라는 것에 마음의 무게를 두기에 '쉬움(易)'이라는 것에도 집착하게 된다.
그렇듯, 길고 짧음도 결국은 마음의 산물이며 높고 낮음, 음(音)과 성(聲) 앞과 뒤라는 것도 그 각각의 것이 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비교하고 분별하는 우리의 마음이 지어낸 허상(虛像)일 뿐이다.
그렇기에 성인은 언제나 분별(分別)하고 간택(揀擇)함이 없는 무위(無爲)의 일에 처하여 말없는 가르침을 행하고, 만물(萬物)을 짓되 그 어느 것도 사양하지 않으며, 낳되 소유하지 않고, 하되 '했다'는 의식이 없으며, 공(功)을 이루되 거기에 거(居)하지 않는다.대저 오직 거하지 않기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 뜻풀이 >
    도덕경 1장이 도(道)에 대한 일종의 '선포(宣布)의 장(章)'이었다면, 2장은 우리들의 기존의 신념과 가치관 혹은 지식과 경험들을 한 번 뒤흔들어 놓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2장의 시작부터가 그렇듯이, "우리가 아름답다고 아는 그것이 정말 아름다운 것일까? 우리가 아는 선(善)이 정말 선일까?"라는, 상당히 도전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물음들을 우리에게 던지면서 노자(老子)는 얘기를 시작하고 있는데, 나는 이 2장의 뜻풀이를 원효(元曉) 대사의 너무나 유명한 '해골바가지'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고 싶다. 어쩌면 우리는 그 이야기를 통해 노자가 이 장에서 하고자 하는 말의 진의(眞義)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며, 나아가 삶에 대한 하나의 중요한 지혜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효(元曉, 607∼686)는 그의 나이 45세 때 의상(義湘, 625∼702)과 함께 불법(佛法)을 구하러 당(唐)나라로 간다. 그런데 이는 그의 나이 34세 때 역시 의상과 함께 당의 현장(玄장)에게 유식학(唯識學)을 배우려고 요동까지 갔다가 그곳 순라군에게 첩자로 몰려 여러 날 갇혀 있다가 돌아온 뒤의 두 번째 길로, 이번에는 해로(海路)로 가기 위해 백제땅의 어느 항구로 가던 도중이었다.
    이미 밤은 깊어 칠흑같이 어두운데, 갑자기 큰 비마저 내려 원효와 의상은 어떻게든 비를 피할 만한 곳을 찾기 위해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어둠 속에서 오래된 토감(土龕)①같은 것이 어렴풋이 보여 손을 더듬으며 두 사람은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오랜 동안의 여행길에 지친 원효는 곧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고 만다. 새벽녘 잠결에 타는 듯한 갈증을 느낀 원효는 본능적으로 어둠 속을 더듬었고, 문득 손에 잡힌 바가지의 물을 단숨에 들이킨다. 아아, 얼마나 시원하던지! 몇 날 며칠 얼마나 힘든 길이었는데, 그 모든 피로와 허기와 갈증을 이렇게 한꺼번에 씻어주니, 세상에 이보다 더한 감로수(甘露水)가 또 어디 있겠는가! 원효는 행복감에 젖어 다시 잠이 들었다.

    ① 흙으로 지은 사당 안의, 신주(神主)를 모셔두는 장(欌).

    아침이 되어 사물을 분간할 수 있을 만큼 날이 밝았을 때, 원효는 눈을 떴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방금까지 토감(土龕)이라 생각하고 누워있던 자리 여기 저기에 사람의 뼈 같은 것이 굴러다니고, 음습하기가 그지없지 않은가? 순간, 원효는 소름이 쫙 끼치는 공포를 느끼며 급히 주위를 둘러본다. 오호라, 여긴 토감이 아니라 너무나 오래 되어 움푹 패인 무덤이 아닌가! 캄캄한 어둠과 피로 속에서 원효는 착각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때 물기가 아직 채 마르지 않은 해골바가지 하나가 눈에 들어오고, 그것을 보는 순간 어젯밤에 자신이 그토록 시원하게 마신 물이 사실은 해골바가지의 썩은 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와 동시에 그는 견딜 수 없는 구토와 고통으로 데굴데굴 구르게 되고, 그렇게 데굴데굴 구르던 그 어느 한 순간 문득 원효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는 이렇게 외친다.


출처 : 전주향교(全州鄕校)
글쓴이 : 鶴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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