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4, 제2장 ― 원효(元曉)와 해골바가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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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경 1장이 도(道)에 대한 일종의 '선포(宣布)의 장(章)'이었다면, 2장은 우리들의 기존의 신념과 가치관 혹은 지식과 경험들을 한 번 뒤흔들어 놓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2장의 시작부터가 그렇듯이, "우리가 아름답다고 아는 그것이 정말 아름다운 것일까? 우리가 아는 선(善)이 정말 선일까?"라는, 상당히 도전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물음들을 우리에게 던지면서 노자(老子)는 얘기를 시작하고 있는데, 나는 이 2장의 뜻풀이를 원효(元曉) 대사의 너무나 유명한 '해골바가지'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고 싶다. 어쩌면 우리는 그 이야기를 통해 노자가 이 장에서 하고자 하는 말의 진의(眞義)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며, 나아가 삶에 대한 하나의 중요한 지혜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원효(元曉, 607∼686)는 그의 나이 45세 때 의상(義湘, 625∼702)과 함께 불법(佛法)을 구하러 당(唐)나라로 간다. 그런데 이는 그의 나이 34세 때 역시 의상과 함께 당의 현장(玄장)에게 유식학(唯識學)을 배우려고 요동까지 갔다가 그곳 순라군에게 첩자로 몰려 여러 날 갇혀 있다가 돌아온 뒤의 두 번째 길로, 이번에는 해로(海路)로 가기 위해 백제땅의 어느 항구로 가던 도중이었다. 이미 밤은 깊어 칠흑같이 어두운데, 갑자기 큰 비마저 내려 원효와 의상은 어떻게든 비를 피할 만한 곳을 찾기 위해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런데 마침 어둠 속에서 오래된 토감(土龕)①같은 것이 어렴풋이 보여 손을 더듬으며 두 사람은 그 안으로 들어가게 되고, 오랜 동안의 여행길에 지친 원효는 곧 깊은 잠에 곯아떨어지고 만다. 새벽녘 잠결에 타는 듯한 갈증을 느낀 원효는 본능적으로 어둠 속을 더듬었고, 문득 손에 잡힌 바가지의 물을 단숨에 들이킨다. 아아, 얼마나 시원하던지! 몇 날 며칠 얼마나 힘든 길이었는데, 그 모든 피로와 허기와 갈증을 이렇게 한꺼번에 씻어주니, 세상에 이보다 더한 감로수(甘露水)가 또 어디 있겠는가! 원효는 행복감에 젖어 다시 잠이 들었다. ① 흙으로 지은 사당 안의, 신주(神主)를 모셔두는 장(欌). 아침이 되어 사물을 분간할 수 있을 만큼 날이 밝았을 때, 원효는 눈을 떴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방금까지 토감(土龕)이라 생각하고 누워있던 자리 여기 저기에 사람의 뼈 같은 것이 굴러다니고, 음습하기가 그지없지 않은가? 순간, 원효는 소름이 쫙 끼치는 공포를 느끼며 급히 주위를 둘러본다. 오호라, 여긴 토감이 아니라 너무나 오래 되어 움푹 패인 무덤이 아닌가! 캄캄한 어둠과 피로 속에서 원효는 착각을 일으켰던 것이다. 그때 물기가 아직 채 마르지 않은 해골바가지 하나가 눈에 들어오고, 그것을 보는 순간 어젯밤에 자신이 그토록 시원하게 마신 물이 사실은 해골바가지의 썩은 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와 동시에 그는 견딜 수 없는 구토와 고통으로 데굴데굴 구르게 되고, 그렇게 데굴데굴 구르던 그 어느 한 순간 문득 원효는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는 이렇게 외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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