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而銳之 不可長保 헤아려가며 더욱 날카롭게 해보지만 오래 보존할 수가 없다.
이 말도 마찬가지이다. 결국은 우리가 숫돌에 칼을 갈 때 가끔씩 칼날을 세워 눈으로 헤아려 가면서 날을 갈 듯이 그렇게 우리 자신을 가끔씩 돌아보며 더욱 날카롭고 빈틈없으며 강하게 해보려 하지만, 아아 그 오랜 세월 마음쓰고 노력한 만큼 정말 강해지던가? 정말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빈틈없고 가득 찬 사람이 되던가? 그리하여 마침내 그런 사람이 됨으로서 비롯되는 영혼의 '쉼'이 오던가? 그렇기는 커녕 웬일인지 자꾸만 그런 사람이 된체하고 짐짓 강한척, 아는척하게 되지 않던가? 그렇게 진짜의 '진척'은 없는데 '포장'은 나도 모르게 자꾸만 정교해지고 많아지지 않던가? 아아 '참됨'을 추구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이 어쩔 수 없는 '거짓'과 오만'이여!!
이런 얘기를 하다보니 문득 지리산에서의 나의 지난 삶들이 생각난다. 당시 나는 교직을 그만두고 지리산으로 들어가 산중턱의 토굴 같은 집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었는데 어려서 부터 이런 저런 칭찬을 자주 들으며 자라온 터라 그것이 묘하게도 자기 우월감으로 깊이 자리잡고 있었던데다 교직을그만 두고 지리산 깊은 산속으로 들어왔다는 것이 무슨 대단한 훈장처럼 여겨져 한동안은 만나는 사람마다에게 스스로를 자랑하며 다녔었다.
말하자면 "교직을 그만 두면서 까지 이 깊은 산 속으로 들어와 진리를 추구하는 나 같은 사람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라는 식이었으며 하필 지리산이라 도 닦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언제나 그들 앞에서는 열심히 수행하고 용맹정진하는 수행자연(修行者然)했던 것이다. 그런데 조금만 더 깊이 그때의 나를 들여다보면 그것이 얼마나 "곧 말라버린 무화과 나무잎으로 치마를 만들어 자신의 벗었음을 가리고자한" 짓이었으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맞닥뜨리기가 두려워 "능히 지키지도 못할 온갖 좋아 보이는 것들로 자신을 채우고 포장하기에 급급했던(金玉滿堂 莫之能守)" 어리석음에 지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제 그 얘기를 조금 하려는 것이다.
그때 나는 하루 두 끼에 소식을 하고 있었다.토굴같은 집이었지만 아궁이에 불을 때면 그래도 등 눕힐 아랫목은 따뜻했다. 겨울 산중턱에는 일찍 어둠이 찾아오고 그러면 나는 두개의 양초에 불을 붙이고 내가 손수 대나무르 ㄹ대어만든 책상에 앉아 책을 읽거나 지나온 나의 삶을 기억나는 한껏 자세하고도 세밀하게 적어 보는 '자아탐구'를 하고 있었다....아니 가남! 내가 지금이런 얘기를 하려는게 아니지 않는가? 이런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마침내 모든 방황에 종지부를 찍다!>라는 제목으로 보다 상세하게 기록하여 한 권의 책으로 낼 생각이다. 그러니 여기에서는 다만 노자가 하고자 하는 얘기의 흐름을 놓지지 않는 특히 기억나는 예화(例話) 한 두가지 만을 소개하기로 하자.
이것은 아마 지리산에 들어가서의 처음 두 단간에 있었던이야기이다. 그때 나는 앞에서도 얘기한 바와 같이 다른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마치 자기 우월감에 빠진 '환자'처럼 거의 본능적으로 자신이 무슨 대단한 수행자라도 되는 양 우쭐거리며 끊임없이 지껄이고 다녔는데, 그러다가 문득 혼자 있게만 되면 이번에는 내가 언제 수행자였느냐는 듯 더없이 게으르고 권태로워하면서 자신이 정작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 조차 힘겨워하고있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