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그냥 살어라
持而盈之(지이영지) 不如己已(불여기이) 취而銳之(취이예지) 不可長保(불가장보) 金玉滿堂(금옥만당) 莫之能守(막지능수) 富貴而驕(부귀이교) 自遺其咎(자유기구) 功遂身退(공수신퇴) 天之道(천지도)
盈;찰 영. 취;헤아릴 취.잴 취. 銳;날카로울 예. 驕;교만할 교. 咎;허물 구. 遂;드디어 수.
해석: 잡고서 그것을 가득 채우려 함은 그만 두느니만 못하고 헤아려가며 더욱 날카롭게 해보지만 오래 보존할 수가 없다. 금과 옥으로 집안을 가득 채워도 능히 지킬 수가 없나니 부귀하면 교만해져서 스스로 허물을 남기게 된다 공을 이루면 몸이 물러나는 것 이것이 하늘의 도이다.
뜻풀이 우리 눈에 좋아 보이는 것이 반드시 우리에게 좋은 것은 아니며, 우리 눈에 나빠 보이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니다.우리에게 '감각되어지는 것'과 '사실'이 항상 일치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마음이 단지 보여지는'감각'에 머물지 아니하고, 그 너머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가 닿을 수만 있다면! 정녕 그럴 수만 있다면....!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다. <회남자(淮南子)>의 인간훈(人間訓)에 나오는 이야기로 옛날 국경 북방에 한 늙은이가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그가 기르던 말이 아무런 까닭도 없이 집을 나가 오랑캐들이 사는 국경너머로 도망가버렸다. 이 사실은 안 마을 사람들이 늙은이를 위로하고 동정하자 늙은이는 '이것이 또 무슨 복이 될는지 누가 알겠소?' 하고 조금도 낙심하지 않았다. 몇 달 후에 뜻 밖에 도망했던 말이 오랑캐의 좋은 말을 한 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자 마을 사람들이 이번에는 이를 크게 기뻐하며 축하하였다. 그러자 그 늙은이는 '이것이 또 무슨 화가 될른지 어찌 알갰소?'하고 조금도 기뻐하지 않았다.
그런데 집에 좋은 말이 생기자 전부터 말 타기를 좋아하던 늙은이의 아들이 그 말을 타고 마구 달리다가 그만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져 버렸다. 마을 사람들은 아들이 불구자가 된데 대해 슬퍼하며 위로하자, 늙은이는 '이것이 혹시 복이 될른지 누가 알겟소?'하고, 태연한 표정이었다. 그런지 일년이 지난 후 오랑캐들이 대거 처들어 왔다. 마을의 장정들은 활과 창을 들고 전쟁터에 나가 싸우다가 모두 전사하였는데 늙은이의 아들만은 다리가 불구가 되어서 징집(徵集)을 면해 父子가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이 늙은이와 같은 삶에 지혜- 모든 것은 다 '과정'일 뿐이요, '변화'할 뿐이라는 것을 깊이 아는 그리하여 모든 짐작을 내려놓고 사는 - 에 눈 뜰 수만 있다면! 정녕 그럴 수만 있다면 , 우리는 우리네 삶속에서 치러내야 할지도 모르는 무수히 많은 수고와 아픔과 무게 들을 덜 수 있을 것이며, 동시에 참으로 많은 풍요롭고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찬 삶을 눈부시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중에 많은 이들은 그러지를 못하고 지금 당장 내 눈앞에 펼쳐져 보이는 것이 전부인양 또한 그것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인 양, 여기고는 안타까이 그 끄달림에 그저 발만 동동거리며 서있구나.... 아아 나는 그들에게 이 지혜의 눈을 뜨게 해주고 싶다. 그리하여 이 깊고도 풍요로운 삶의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는 존재의 지복(至福)을 누리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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