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스크랩] 도덕경-20 제8장 무분별의 현재에 눈을 뜨다

ria530 2013. 5. 6. 09:07

제 8장 무분별의 현재에 눈을 뜨다

上善若水  (상선약수)
水善利萬物而 不爭 (수선이만물이불쟁)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처중인지소악고기어도)
擧善地 (거선지)
心善淵 (심선연)
與善仁 (여선인)

言善信 (언선신)
政善治 (정선치)
事善能 (사선능)
動善時 (동선시)
夫唯不爭 故無尤 (부유불쟁 고무우)

해석:
최상의 善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뭇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
거하는 곳마다 거기가 곧 좋은 땅인 줄을 알며
마음은 깊은 연못과도 같이 고요하고
줄 때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준다.
말은 언제나 있는 그대로 를 말하며
최선의 다스림을 베풀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움직일 때는 최선의 때를 따라 움직인다.
대저 오직 다투지 않기에 그러므로 허물이 없다.

뜻풀이:
이 章은 앞장을 이어받아 '不自生'을 통해 도와 하나가 되고, '無分別'의 현재에 눈 뜬 사람과 삶의 모습을 물이라는 상징을 통해 아름답고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우선 '處衆人之所惡(뭇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처한다)'라는 것으로부터 우리의 얘기를 시작해보자. 뭇사람들이 싫어하는 곳? 그것은 어떤 곳일까? 아마도 그것은 낮은 곳, 더러운 곳,추한곳,좁고 길이 협착한 곳 등일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이러한 곳을 싫어한다. 그렇지 않은 가? 그런 반면에 높은곳, 깨끗한 곳, 넓고 길이 평탄한 곳 등을 사람들은 좋아 한다. 그리하여 언제나 그러한 자리에 자신을 두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런데 물은 그와 같은 우리들의 관심과 노력과는 반대로 언제나 낮은 곳에 자신을 두기를 즐겨한다.그리고 그런물을 두고 우리의 노자는 "도에 가깝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處衆人之所惡"을 우리 내면의 얘기로 바꿔보면 어떨까? 사람들이 처하기를 싫어하는 곳은 밖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안에도 많이 있는 것이다. 그럿은 이를테면 불안이나 의심 회의 부족함 미움 성냄 밴댕이  등등 이를 달리 말하면 번뇌와 망상 무지 중생 등일 것이다.사람들은 이러한 자신을 싫어하고 못견뎌 한다. 그렇지 않은가? 그런 반면에 당당함 확신에 찬 모습 완전함 사랑 자유 지애로움 넉넉함 등등 이를 또한 달리 말하면 보리(菩提), 지혜, 깨달음, 부처, 등등일진데, 사람들은 언제나 이러한 것을 좋게 여겨, 그것을 추구하고, 그것이 되려 한다. 그러나 보라 물은 언제나 낮은 곳 - 아아 우리가 결코 처하고 싶어하지 않는 바로 그 곳에 자신을 둔다."그러므로 도에 가깝다(故幾於道)!

정말 그러하다. 진리가 어디에 있느냐 하면 道가 어디에 있느냐 하면, 우리가 그토록 싫어하고 외면하는 바로 그 곳, 그 낮은 곳- 아아 번뇌와 망상 속에, 중생 속에,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나' 속에 있다. 그것은 결단코 수 많은 노력과 수고와 수행을 통해 도달해야 하는 '미래'의 완전한 곳, 높은 곳, 넓고 평탄한곳, 속에 있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끝없이 끊임없이 낮은 곳을 버리고 높은 곳으로, '현재'를 버리고 '미래'로, 번뇌를 버리고, 보리(菩提)를, 중생을 버리고 부처를,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나'를버리고 미래의 '완전한 나'를 구하고 있지 않으며, 도를 버리고 도를 구하는 격이 아닌가? 이 무슨 어리석음인가! 그러고서도 그것이 가능하다고 철석같이 믿고서 달려나가고 있으니 아아 이를 어찌하리오?

자 그렇게 바삐 글을 떠나지만 말고 잠시 앉아 가만히 생각해 보자 만약 내가 지금진리를 구하려 하고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면 그것은 아직 내게는 진리가 없으며,  깨달음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지 않은가?  만약 내가 지금 진리를 알거나 깨달아 있다면 나는 그것을 구하려는 어떠한 몸짓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나는 지금 그 모두에 대해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찌 그리도 쉽게 -모르면서도-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는 진리도 깨달음도 없다고  단정지을 수 있으며, 그것을 또한 그리도 쉽게 '미래'에다 몽땅 투영에 놓을 수 있는가? 아니 '현재에는 없고 열심히 수행하고 노력하다 보면 미래에는 있을 수 있다'라는 그앎. 그 모호하고도 맹목적인 믿음-그리하여 나를 줄곧 깨달음과 '완전'을 향해 달려나가게 만드는 -은 도대체 어찌된 것인가? 그것은 정녕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가?  아니다! 그렇기는커녕 바로 그것이 아니 바로 그것만이 허구다!

출처 : 전주향교(全州鄕校)
글쓴이 : 鶴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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