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근담

채근담2-100-134

ria530 2016. 1. 16. 10:36

071. 纔就筏便思舍筏方是無事道人

재취벌, 변사사벌, 방시무사도인.

 

若騎驢又復覓驢終爲不了禪師

약기려, 우부멱려, 종위불료선사.

 

겨우 뗏목에 오르자마자 곧 뗏목 버릴 생각만 한다면 바야흐로 그는 무사도인일지나, 만약 나귀를 타고도 또다시 나귀를 찾는다면 마침내 깨닫지 못한 선사가 되리라.*는 겨우 재.잠간 재.*는 나아갈 취.*은떼목 벌.*는집사.*는말탈기.*는 나귀려.*는 돌아올부.*은찾을멱.*은 고요할선.*불료선사(不了禪師):도를깨닫지못한선사.즉 사이비 선사를 말함

072. 權貴龍驤, 英雄虎戰以冷眼視之如蟻聚羶如蠅競血

권귀룡양, 영웅호전, 이랭만시지, 여의취전, 여승경혈.

 

是非蜂起, 得失蝟興以冷情當之如冶化金如湯消雪

시비봉기, 득실위흥, 이랭정당지, 여야화금, 여탕소설.

 

권세가들은 용처럼 다투고 영웅들은 범처럼 싸우나, 냉정한 눈으로 이를 바라보노라면 마치 개미가 비린 것에 모여들고 파리가 다투어 피를 빠는 것과 다름이 없다. 시비가 벌떼처럼 일어나고 득실이 고슴도치 털처럼 일어서도, 냉정한 마음으로 이를 맞는다면 마치 풀무가 쇠를 녹이고 끓는 물이 눈을 녹이는 것과 같으리라.*(+)은 말 뛸 양. 날칠 양. *는 개미 의.*는 모일 취.*전은 노린내날 전. 비린내 전.*은 파리 승. *은 벌 봉.*는 고슴도치 위.*는불 야.*은 끓일 탕.*는 꺼질 소.

073. 覇銷於物欲覺吾生之可哀夷猶於性眞覺吾生之可樂

기쇄어물욕, 각오생지가애. 이유어성진, 각오생지가락.

 

知其可哀則塵情立破知其可樂則聖境自臻

지기가애, 즉진정립파. 지기가락, 즉성경자진.

 

물욕에 얽매이면 우리 인생이 애달픈 것임을 깨닫게 되고, 본성에 자적하면 우리 인생이 즐거운 것임을 깨닫게 되리니, 그 애달픔을 알면 곧 속세의 욕심이 당장 깨어지고, 그 즐거움을 알면 곧 성인의 경지에 저절로 도달하리로다.*는 굴레 기. *는 쇠사슬 쇄.*는 슬플 애.*는 오랑캐 이.*는 오피려 유.*은 티끌 진. *는 깨뜨릴 파. *은 성스러울 성.*은 이를 진. *이유(夷猶):노니는것 여기서는 자적으로 풀음. *진정(塵情):세속의 정렴

 

 

074. 胸中旣無半點物欲已如雪消爐焰, 氷消日

흉중, 기무반점물욕, 여기설소려염, 빙소일.

 

眼前自有一段空明始見月在靑天, 影在波

안전, 자유일단공명, 시견월재청천, 영재파.

 

가슴속에 반 점의 물욕도 없으면 이미 집착은 마치 눈이 화롯불에 녹고 얼음이 햇빛에 녹는 것과 같으리라. 눈앞에 스스로 한 조각 밝은 빛이 잇으면 언제나 달이 푸른 하늘에 있고 그 그림자가 물 속에 있음을 보게 되리라.*은 가슴 흉. *은 화로 로.*은 불당길 염. *은 얼음 빙. *는 꺼질 소.*은 조각 단. *는 물결 파. *공명(空明):달이 물 속에 비치는 모양. 밝은 빛.

075. 詩思在灞陵橋上微吟就林岫便已浩然

시사재패릉교상, 미음취, 임수변이호연.

 

野興在鏡湖曲邊獨往時山川自相映發

야흥재경호곡변, 독왕시, 산천자상영발.

 

시상은 패릉교 위에 있으니 나직이 읊조리매 숲과 골짜기가 문득 호연해 지고, 맑은 흥취는 경호 기슭에 있으니 홀로 걷노라면 산천이 서로 비추네.*파는 물이름 파. *은 언덕 릉. *는 다리 교.*는 작을 미.*은 읊을 음.*는 나아갈 취.*는 산굴 수. *는 클 호.*는 들야. *은 거울 경.*는 호수 호.*은 굽을 곡.*은 가. *은 홀로 독.*은 비칠 영. *파릉교는 중국 파수에 놓인 다리임.*임수(林岫)는 숲과 골짜기. *영발(映發)은 서로 비추다.

076. 伏久者飛必高開先者謝獨早

복구자, 비필고. 개선자, 사독조.

 

知此可以免蹭蹬之憂可以消躁急之念

지차, 가이면층등지우, 가이소조급지념.

 

오래 엎드린 새는 반드시 높이 날고, 먼저 핀 꽃은 홀로 일찍 떨어진다. 이것을 안다면 발을 헛디딜 근심을 면할 수 있고, 가히 그로써 조급한 마음을 없앨 수 있으리라.*은 엎드릴 복.*는 날 비.*는 사례할 사. *는 홀로 독. *는 일찍 조.*(+)은 어정거릴 층. *(+)은 어정거릴 등.밟을등.*는꺼질소.*는성급할조.*은급할 급.

077. 樹木至歸根而後知花萼枝葉之徒榮

수목지귀근, 이후지화악지엽지도영.

 

人事至蓋棺而後知子女玉帛之無益

인사지개관, 이후지자녀옥백지무익.

 

나무는 뿌리로 돌아가기에 이른 뒤에야 꽃과 가지와 잎이 헛된 영화임을 알게 되고, 사람은 관뚜껑을 덮을 때가 이른 뒤에야 자손과 재물이 무익한 것임을 알게 되리라.*는 나무 수. *은돌아올 귀.*는 빛날 화. *악은 꽃 밭침 악.*는 가지 지. *는 덮을 개.*은 널 관. *은 비단 백. *화악()은 꽃과 꽃밭침 즉 꽃을 말함.*옥백(玉帛)은 주옥과 비단 즉 재보(財寶)와 작위(爵位).

078. 眞空不空執相非眞破相亦非眞

진공, 불공, 집상비진, 파상역비진.

 

問世尊如何發付?

문세존, 여하발부.

 

?在世出世徇欲是苦絶欲亦是苦?。聽吾儕善自修持

재세, 출세. 순욕시고, 절욕역시고. 청오제선자수지.

 

진공은 공이 아니니, 형상에 집착함도 진실이 아니고 형상을 깨뜨림도 또한 진실이 아니니라. 묻노니, 석가는 무어라 하셨는가. ‘속세에 있되 속세를 벗어나라하셨으니, 욕망을 따르는 것도 괴로움이요. 욕망을 끊음도 역시 괴로움이다. 우리가 얼마나 스스로 수양을 잘하는가에 달린 것이니라.*은 빌 공. *은 잡을 집.*는 깨뜨릴 파.*은 높을 존.*는 줄 부. *은주창할 순.*은 들을 청. *(+)는 무리제. 짝 제. 함께 제. *는 가질 지.*발부(發付)는 의견을 발표하는것.

079. 烈士讓千乘貪夫爭一文人品星淵也而好名不殊好利

열사양천승, 탐부쟁일문. 인품성연야, 이호명불수호리.

 

天子營家國乞人號饔飱位分霄壤也而焦思何異焦聲?

천자영가국, 걸인호찬식. 위분척양야, 이초사하이초성.

 

열사는 천 승을 사양하고 탐욕한 사나이는 한 푼을 다투니, 그 인품은 하늘과 땅의 차이니라. 그러나 이름을 좋아하는 것 역시 이익을 좋아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도다. 천자는 국가를 경영하고 거지는 조석밥을 부르짖으니, 그 직위는 하늘과 땅의 차이니라. 그러나 마음을 애태움이 목소리를 애태우는 것과 그 무엇이 다르겠는가. *은 별 성*은 못 연. *는 뛰어날 수. *은 경영할 영.*은 빌 걸.*는 부르짖을 호.*은 아침밥 옹. *(+)은 저녁밥 손. 물만밥 손.*(雨下肖)는 하늘 소. 진눈깨비 소.*은 부드러운 흙 양. *는그슬릴 초. *은 소리 성.

*천승(千乘)은 전쟁시 전차 천대를 동원할 수 있는 제후를 말함

080. 飽諳世味一任覆雨翻雲總慵開眼

포암세미, 일임복우번운, 총용개안.

 

會盡人情隨敎呼牛喚馬只是點頭

회진인정, 수교호우환마, 지시점두.

 

세상의 맛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 비가 되든 구름이 되든 완전히 맡겨 둘 뿐 도무지 눈뜨는 것조차 귀찮아지고, 사람의 정을 다 깨닫게 되면 소라고 부르든 말이라고 부르든 부르는 대로 따르고 다만 머리를 끄덕일 뿐이니라. *는 배부를 포. *(+)은 알 암. 기억할 암. *은 뒤집힐 복. *(+)은 번득일 번;*은 거느릴 총. *(+)은 괴으를 용. *은 다할 진.*는 떨어질 타.*는 부를 호. *은 부를 환. *은 점찍을 점. *는 머리 두.

081. 今人專求無念而終不可無

금인전구무념, 이종불가무.

 

只是前念不滯後念不迎

지시전념불체, 후념불영,

 

但將現在的隨緣打發得去自然漸漸入無

단장현재적수연, 타발득거, 자연점점입무.

 

오늘날의 사람들은 오로지 무념을 구하기에 힘쓰지만 끝내 무념을 이루지는 못한다. 다만 지나간 생각에 구애받지 말고 앞으로의 생각을 맞아들이지 말며, 오로지 현재의 인연을 따름으로써 일을 처리해 나간다면 자연히 차츰차츰 무념의 경지로 들어갈 수 있게되리라.*은오로지전.*는구할구.*는막힐체.*은맞을영.*은장수장.*는따를수.*은인연연.*는칠타.*은점점 점.

082. 意所偶會便成佳境物出天然纔見眞機

의소우회, 변성가경. 물출천연, 재견진기.

 

若加一分調停布置趣味便減矣

약가일분조정포치, 취미변감의.

 

白氏云,?意隨無事適風逐自然淸?,有味哉! 其言之也!

백씨운, 의수무사적, 풍축자연청, 유미재! 기언지야

 

우연히 뜻에 맞아들어야 문득 아름다운 경지를 이루고,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라야 비로소 참다운 기틀을 보게 된다. 만약에 조금이라도 손길을 가하여 새로 늘어놓으면 그 멋은 문득 줄어들리라. 백낙천이 말하기를 뜻은 일이 없을 때 가장 즐겁고, 바람은 자연스럽게 볼 때 가장 맑다고 하였으니 진시로 의미 있도다. 그 말이여!*는 짝 우.*는 아름다울 가. *은 그러할 연.*재는 다만 재.*는 베틀 기.*調는 고를 조. *은 머무를 정.*는 베 포.*는 둘 치.*은 덜 감.*는 따를 수. *은 맞을 적.*은 쫓을 축.*는 어조사 재.

083. 性天澄徹卽饑喰渴飮無非康濟身心

성천징철, 즉기식갈음, 무비강제신심.

 

心地沈迷縱談禪演偈總是播弄精魂

심지침미, 종담선연게, 총시파롱정혼.

 

천성이 맑으면 곧 배고플 때 밥 먹고 목마를 때 물 마시면서도 심신을 편하게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 물욕에 잠겨 어지러우면 비록 선을 이야기하고 게송을 풀이하더라도 모두 정신을 희롱할 뿐이니라.*은 맑을 징.*은 뚫을 철.*는 주릴 기.*(+)은 먹을 식.*은 목마를 갈.*은 편안할 강.*는 건널 제.*은 잠길 침.*는 미혹할 미.*은 세로 종.*는 고요할 선.*은 멀리흐를 연,*는 쉴 게.*은 거느릴 총. *는 씨뿌릴 파.*은 희롱할롱.*은쓿을정.*은 넋 혼.

084. 人心有個眞景非絲非竹而自恬愉不烟不茗而自淸芬

인심유개진경, 비사비죽이자념유, 불연불명이자청분.

 

須念淨境空慮忘形釋纔得以游衍其中

수념정경공, 여망형석, 재득이유연기중.

 

사람의 마음에 하나의 진실한 경지가 있으니, 거문고와 피리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편안하고 즐거우며 향과 차가 아니더라도 스스로 맑고 향기롭구나. 모름지기 생각을 깨끗하게 하고 환경에 얽매이지 않으며 잡념을 잊고 형체조차 잊어버려야 곧 그 가운데에서 노닐 수 있으리라.*은 편안할 념. *는 놀 유. *은 연기 연. *은 맑을 청.*은 어지러울 분.*는 모름지기 수. *은 깨끗할 정,*는 생각할 려. *은 해석할 석. *재는 다만 재.*는 놀 유.*은 넘칠 연.*청분(淸芬)은 맑은 향기.*유연(游衍)은 소요. 노니는 것.

*은 차싻 명.

085. 金自鑛出玉從石生非幻無以求眞

금자광출, 옥종석생. 비환, 무이구진.

 

道得酒中仙遇花裡雖雅不能離俗

도득주중, 선우화리. 수아, 불능이곡.

 

금은 광석에서 나오고 옥은 돌에서 나오니, 환상이 아니면 진리를 구할 수 없다. 도를 술 가운데서 열고 신선을 꽃 속에서 만남은 비록 운치는 있으되 속됨을 벗어날 수 없으리라.*은 광물 광.*은 좇을 종.*은 변할 환. 현상계를 총괄하여 이르는 말.*은 신선 선.*는 만날 우.*는 속리.*는비록수.*는아담할아.*는떠날 이*은 풍속속

086. 天地中萬物人倫中萬情世界中萬事

천지중만물, 인륜중만정, 세계중만사.

 

以俗眼觀紛紛各異以道眼觀種種是常

이속안관, 분분각이. 이도안관, 종종시상.

 

何煩分別? 何用取捨?

하번분별 하용취사

 

천지 가운데의 만물과 인륜 가운데의 온갖 정과 세계 가운데의 모든 일은, 속된 눈으로 보면 어지러이 각각 다르지만 깨달은 눈으로 보면 모두가 한결 같으니, 어찌 번거롭게 구별하며, 어찌 취하고 버릴 것이 있겠는가. *은 어지러울 분.*은 씨 종. *은 괴로워할 번. *는 버릴 사.*만정(萬情)은 희노애락등 여러가지 감정. *취사(取捨)는 취하는것과 버리는 것.

087. 神酣布被窩中得天地冲和之氣

신감, 포피와중, 득천지충화지기.

 

味足藜羹飯後識人生澹泊之眞

미족, 여갱반후, 식인생담박지진.

 

정신이 왕성하면 베 이불을 덮고 좁은 방 가운데에 있어도 천지의 온화한 기운을 얻으며, 입맛이 넉넉하면 명아주국에 밥을 먹은 후에도 인생의 담백한 참 맛을 알지니라.*(+)은 술취할 감. 술즐길 감. *는 이불 피. *는 움집 와. *은 빌 충. *는 맛 미.*는 명아주 려. *은 국 갱.*은담박할담.*은배댈박.*신감()은 정신이 왕성함.

088. 纏脫只在自心心了則屠肆糟店居然淨土

재탈지재자심. 심료즉도사조점, 거연정토.

 

不然縱一琴一鶴, 一花一卉嗜好雖淸魔障終在

불연, 종일금일학, 일화일훼, 기호수청, 마장종재.

 

語云,?能休塵境爲眞境未了僧家是俗家?。信夫!

어운, 능휴, 진경위진경. 미료, 승가시속가 신부

 

속박과 해탈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으니, 마음에 깨달음을 얻으면 푸줏간과 술집도 그대로 극락이 되리로다. 그렇지 않으면 비록 거문고와 학을 벗삼고 꽃과 풀을 가꾸어, 그 좋아함이 비록 맑다 하더라도 악마의 방해는 언제나 있으리라. 옛말에 이르기를 능히 그만둘 수 있으면 속세도 극락이 될 것이요, 깨닫지 못하면 절간도 속세가 되리라하였으니, 진실한 말이로다.*은 얽힐 전.*은 벗을 탈. *는 죽일 도. *는 방자할 사. *는 전국 조.*은 가게 점.*은 깨끗할 정.*은 세로 종.*은거문고금.*은학학.*는풀훼.*는 즐길 기*는 비록 수. *는 마귀 마. *은 막힐 장 *은 마칠 종.*은 티끌 진. *은 중 승.*전탈(纏脫)은 세속에 얽매임과 벗어남.*도사(屠肆)는 푸줏 간. *조점(糟店)은 술 집.*거연(居然)은 어느새 문득.

089. 斗室中萬慮都捐說甚畵棟飛雲, 珠簾捲雨

두실중, 만려도연, 설심화동비운, 주렴권우.

 

三杯後一眞自得唯知素琴橫月, 短笛吟風

삼불후, 일진자득, 유지소금횡월, 단적음풍.

 

좋은 방 가운데서도 모든 걱정을 다 버리면, 어찌 단청기둥에 구름이 날고 주렴을 걷고 비를 본다는 이야기를 말할 게 있으랴, 석 잔 술을 마신 후에 하나의 진리를 깨닫는다면 오직 거문고를 달 아래 비껴 타고 단적을 바람에 읊조리는 것을 알겠도다.*는 생각할 려. *은 버릴 연.*는 도읍 도. *은 마룻대 동. *는 구슬 주. *은 발 렴.*은 말 권.*은 오직 유.*는 휠 소. *은 가로 횡.*은 피리 적.*도연(都捐)은 모두 버림 *주렴(珠簾)은 구슬을 꿰여 만들 발.

090. 萬籟寂廖中忽聞一鳥弄聲便喚起許多幽趣

만뢰적료중, 홀문일조롱성, 변환기허다유취.

 

萬卉摧剝後忽見一枝擢秀便觸動無限生機

만훼최박후, 홀견일지탁수, 변촉동무한생기.

 

可見性天未常枯槁, 機神最宜觸發

가견성천미상고고, 기신최의촉발.

 

만물의 소리 고요한 가운데 홀연히 한 마리 새소리를 들으면 문득 온갖 그윽한 멋을 불러일으키고, 모든 초목이 시들어 떨어진 후에 홀연히 한 줄기 빼어난 꽃을 보면 문득 무한한 생기가 움직인다. 가히 천성은 언제나 메말라 있지 않으며 정신은 사물에 닿아서 발동하는 것임을 알 수 있도다.*(+)은 쇠구멍퉁소 뢰. 소리 뢰. *은 고요할 적.*료는 고요할 료. 잠잠할 료.*은 소홀히 할 홀. *은 희롱할 롱. *은 소리 성. *은 부를 환. *는 일어날 기.*는 허락할 허. *는 그윽할 유.*는 재미 취. *는 풀 훼. *은 닿을 촉.*(+)는 꺽을 최.억제할 최. 망할 최. *은 벗길 박. *은 뽑을 탁. 는 빼어날 수.*는 마를 고. *는 마를 고.

091. 白氏云,?不如放身心冥然任天造?,

백씨운, 불여방신심, 명연임천조

 

晁氏云,?不如收身心凝然歸寂定?。

조씨운 불여수신심, 으연귀적정.

 

放者流爲猖狂收者入於枯寂

방자, 류위창왕. 수자, 입어고적.

 

唯善操身心的杷柄在手收放自如

유선조신심적, 파병재수, 수방자여.

 

백낙천은 말하기를 몸과 마음을 다 놓아 버린 다음 눈감고 되는 대로 맡기는 것만 못하다고 하였고, 조보지는 말하기를 몸과 마음을 다 거두어서 움직이지 않고 정적으로 돌아감만 못하다고 하였으되, 놓아 버리면 흘러넘어져서 미치광이처럼 되고, 거두어 두면 메마른 적막함에 들어갈 뿐이로다. 오직 몸과 마음을 잘 가누자면 그 자루를 손에 쥐고서 거두고 놓음을 마음대로 해야 할 것이니라.*은 놓을 방.*은 어두울 병.*는 지을 조. *는 아침 조.*은 엉길 응.*은 미쳐날뛸 창. *은 미칠 광. *는 마를 고. *는 오직 유. *는 지조 조. *(+)는 칼자루 파. *은 자루 병. *파병()은 조종하는 권한. *창광(猖狂)은 미치광이.*백씨(白氏)는백낙천(白樂天).*조씨(晁氏)는 송나라 사람 조보지(晁補之 *명연(冥然)은 눈을 지그시 감는 모양

092. 當雪夜月天心境便爾澄徹遇春風和氣意界亦自冲融

당설야월천, 심경변이징철. 우춘풍화기, 의개역자충융.

 

造化人心混合無間

조화인심, 혼합무간.

 

눈 내린 밤에 달 밝은 하늘을 대하면 마음이 문득 맑아지고, 봄바람 온화한 기운을 만나면 뜻이 또한 저절로 부드러워지니, 자연의 조화와 사람의 마음이 한데 어울려 간격이 없도다.

 

 

093. 文以拙進道以拙成一拙字有無限意味

문이졸진, 도이졸성. 일졸자, 유무한의미.

 

如桃源犬吠, 桑間鷄鳴何等淳龐?

여조원견폐, 상간계명, 하등순룡.

 

至於寒潭之月, 古木之鴉工巧中便覺有衰颯氣象矣

지어한담지월, 고목지아, 공교중, 변각유쇠삽기상의.

 

글은 졸함으로써 나아지고 도는 졸함으로써 이루어지니, 이 졸자 한 자에 무한한 뜻이 있다. 만약 복사꽃 핀 마을에 개가 짖고, 뽕나무 사이에 닭이 운다고 하면 그 얼마나 순박한가. 그러나 차가운 연못에 달이 밝고 고목에 까마귀 운다는 데에 이르면, 비록 교묘하기는 하지만 문득 쓸쓸한 기상이 있음을 느끼게 될 뿐이니라.*은 마땅할 당.*은 너 이.*은 맑을 징.*은 뚫을 철.*는 만날 우.*은빌 충.

*은 화할 융.*은섞일혼.*징철(澄徹)은 맑음*충융(沖融)은 융화 부드러움

094. 以我轉物者得固不喜失亦不憂大地盡屬逍遙

이아전물자, 득고불희. 실역불우, 대지진속소요.

 

以物役我者逆固生憎順亦生愛一毛便生纏縛

이물역아자, 역고생증, 순역생애, 일모변생전박.

 

내가 사물을 부리는 사람은 얻어도 분래 기뻐하지 않고 잃어도 또한 근심하지 않으니 대지가 모두 그의 노니는 곳이니라. 물건으로써 나를 부리는 사람은 역경을 미워하고 순경에 애착을 가지니 털끝만한 일에도 얽매이느니라.*은 졸할 졸. *는 복숭아나무 도. *은 근원 원.*는 짖을 폐.은 뽕나무 상.*는 닭 계. *은 울 명.*은 순박할 순. *은 충실할 롱. 클 방.*은못담.*는가마귀 아,*는공교로울교. *는쇠할쇠.*은바람소리삽.*쇠삽(衰颯)은쓸쓸하고 처량함

095. 理寂則事寂遺事執理者似去影留形

이적즉사적. 견사집리자, 사거영류형.

 

心空則境空去境存心者如聚羶却蚋

심공즉경공. 거경존심자, 여취전각예.

 

원리가 없으면 현상도 없으니, 현상을 버리고 원리만 잡는 것은 그림자를 없애고 형체만 머무르려 함과 같고, 마음이 없으면 외물도 없으니, 외물을 없애고 마음만 보존하려는 것은 비린 것을 모아 놓고 쉬파리를 쫓으려는 것과 같으니라.*은 구를 전. *는 굳을 고.*는 근심할 우.*은이을 속.*은 다할 진.*는 거닐 소. *는 멀 요.*은 부릴 역. *은 거스를 역.*은 미워할 증.*은 얽힐 전.*은 묶을 박.*전박(纏縛)은 얽매는 것.

096. 幽人淸事總在自適

유인청사, 재재자적.

 

故酒以不勸爲歡棋以不爭爲勝

고주이불권위환, 기이부쟁위승.

 

笛以無腔爲適琴以無絃爲高

적이무강위적, 금이무현위고.

 

會以不期約爲眞率客以不迎送爲坦夷

회의불기약위진솔, 객이불영송위탄이.

 

若一牽文泥跡便落塵世苦海矣

약일견문니적, 변락진세고해의.

 

은자의 맑은 흥취는 모두가 자적하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술은 권하지 않는 것으로 즐거움을 삼고, 바둑은 다투지 않는 것으로 이김을 삼고, 피리는 구멍이 없는 것으로 적당함을 삼고, 거문고는 줄이 없는 것으로 고상함을 삼고, 만남은 기약하지 않는 것으로 참됨을 삼고, 손님은 마중하거나 전송하지 않는 것으로 편안함을 삼는 도다. 만약 일단 겉치레에 사로잡히고 형식에 얽매인다면 문득 속세의 고해에 떨어지고 말리라.

 

 

097. 試思未生之前有何象貌又思旣死之後作何景色

시사미생지전, 유하상모, 우사기사지후, 작하경색.

 

則萬念灰冷一性寂然自可超物外遊象先

즉만념회랭, 일성적연, 자가초물외유상선.

 

시험삼아 태어나기 이전 내 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생각해 보고, 또한 죽은 후에는 어떤 모습이 될까를 생각해 보라. 그러면 온갖 생각이 재처럼 싸늘해지고 본성은 고요해져서, 가히 스스로 물외에 초연하며 절대경에 놀 수 있으리라.*은 볼 간.*滿은 찰 만.*은 이지러질 결.*은 빠질 함. *은 놓을 방. *은 험할 험.

*은 곁 측. *은 너그러울 관.

098. 遇病而後思强之爲寶處亂而後思平之爲福非蚤智也

우병이후사강지위보, 처란이후사평지위복, 비조지야.

 

倖福而先知其爲禍之本貪生而先知其爲死之因其卓見乎!

행복이선지기위화지본, 탐생이선지기위사지인, 기탁견호

 

병이 든 뒤에야 건강의 보배로움을 생각하고 어지러움에 처한 뒤에야 평화의 복됨을 생각함은 빠른 지혜가 아니다. 요행을 바라는 것이 재앙의 근본이 됨을 알고, 탐욕이 생겨남이 사망의 원인이 됨을 미리 안다면 그것은 뛰어난 식견일지니라.*은 담박할 담.*은 배댈 박.*은 짙을 농. *은 고울 염.*은 의심 의.*은 신칙할 칙.*는 방자할 사.*는 꺼릴 기.*는 지조 지. *는 신 리.

*은 칼끋 봉.*은 가시랭이 망.*봉망(鋒芒): 창날의 끝. 여기서는 창날처럼 날카로운 모양.군자는 지조를 굽혀 그들에게 여합해서도 안 되고, 또 그들과 대립하는 극히 모난 행동을 해서도 결코 안되며, 지조를 지키면서도 남을 포용하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

099. 優人傳粉調咮效姸醜於豪端俄而歌殘場罷姸醜何存?

우인부분조주, 효연추어호단, 아이가잔장파, 연추하존

 

奕者爭先競後較雌雄於著子俄而局盡子收雌雄安在?

혁자쟁선경후, 교자웅어착자, 아이국진자수, 자웅안재

 

배우는 분 바르고 연지 찍어 붓끝으로 아름다움과 추함을 그려내지만, 이윽고 노래가 끝나고 막이 내리고 나면 그 아름다움과 추함이 어디에 있는가, 바둑 두는 사람은 앞과 뒤를 다투어 바둑돌로 승패를 비교하지만, 이윽고 판이 끝나고 돌을 거두면 그 승패는 어디에 있는가.*은 가스를 역.*은 침 침. *(+)은 돌침 폄. *은 약 약. *는 숫돌 지.*는 거친숫돌 려. *는 창 과.*는 세모진창 모.*는 녹일 소. *는 기름 고.*는 쓰러질 미.*미골(靡骨): 뼈를 깍는 것.불우한 처지에 놓이면 몸에 닥치는 많은 고난과 시련이 반성과 단련의 계기가 되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꿋꿋한 기질을 기르고 행실을 닦게 되고, 좋은 환경에 처하면 행복한 조건이 사람의 마음을 해쳐 인간의 길에서 벗어나게 된다.

100. 風花之瀟洒, 雪月之空淸唯靜者爲之主

풍화지소쇄, 설월지공청, 유정자위지주.

 

水木之榮枯, 竹石之消長獨閒者操其權

수목지영고, 죽석지소장, 독한자조기권.

 

바람과 꽃의 산뜻함, 눈과 달의 밝고 깨끗함은 오직 고요한 사람만이 이들의 주인이 될 수 있고, 물과 나무의 번성함과 메마름, 바위 사이 대나무의 자람과 사라짐은 홀로 한가한 사람만이 그 권리를 쥘 수 있도다.*은 모일 총.*은 과녁 적.*는 즐길 기. *은 사나울 맹. *은 권세 권.*는 같을 사.*은 세찰 열.*은 불당길 염.*는 띠 대.*는 적을 사.*은 찰 냉. *은 불사를 분.*은 장수 장. *(+)은 빛날 삭. 녹일 삭.불태울 삭.부귀영화를 누리는 집에서 자란 자는 물질에 대한 욕망이 끝이 없어 물외(物外)에 초연한 맑고도 서늘한 기미가 없다면 불길을 억제 할 수 없어서 필경 남이나 자신을 불태우는 재앙을 가져 오게 되니 자식을 교도하는 일에 더욱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

101. 田夫野叟語以黃鷄白酒則欣然喜問以鼎食則不知

전부야수, 어이황계백주, 즉흔연희. 문이정식, 즉부지.

 

語以縕袍短褐則油然樂問以袞服則不識

어이온포단갈, 즉유연락. 문이곤복, 즉불식.

 

其天全故其欲淡此是人生第一個境界

기천전, 고기욕담. 차시인생제일개경계.

 

시골 노인들은 닭고기 안주에 막걸리를 이야기하면 곧 흔연히 기뻐하지만 고급요리를 물으면 알지 못하고, 무명 두루마기와 베잠방이를 이야기하면 곧 유연히 즐거워하지만 비단옷을 물으면 이를 모른다. 그 천성이 온전하기 때문에 그 욕심이 담백한 것이니, 이야말로 인생의 첫째가는 경계니라.*은 서리 상. *는 날 비. *은 떨어질 운.*은 꿸 관.*는 거짓 위. *은 망령 망*은 형상 형. *은 그림자 영.*는 뼈 해.*는 무리 도. *는 갖출 구. *는 재상 재.*은 미워할 증.*(+)는 부끄러울 괴. *상가비(霜可飛): 연나라 혜왕이 주위의 참소로 추연을 옥에가두니 하늘이 그충성에 감동하여 오월에 서리를 내렸다는 고사(故辭). *성가운(城可隕): 제나라의 기량이 전사하자 그아내가 슬피울었는데 하늘이 감동하여 성을 무너뜨렸다는 왕충의 <논형(論衡)>에 나오는 고사.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처럼 진실한 마음이 하늘에 통하면 여름에 서리를 내리고 눈물로 성을 무너뜨린다는 고사에서 잘 말해준다, 허망한 사람은 양심을 속이게 되므로 얼굴도 밉살 스럽게 되고 혼자있으면 자신의 모습과 그림자도 부끄러워하게 되니 진실한 마음을 가져 늘 끼쁜마음을 갖도록 노력하라.

102. 心無其心何有於觀? 釋氏曰?觀心?重增其障

심무기심, 하유어관 석씨왈 관심자, 중증기장.

 

物本一物何待於齊? 莊生曰?齊物?自剖其同

물본일물, 하대어제 장생왈 제물자, 자부기동.

 

다음에 망심이 없으니, 무슨 관심이 필요하랴. 석가가 말한 관심이란 그 장애를 더할 뿐이다. 사물은 본래 한 물건이니 가지런함을 기다릴 필요가 어디 있으랴. 장자가 말한 제물이란 스스로 같은 것을 갈라놓는 것이니라.은 글 장.*는 지을 주. *는 이를 도.*은 다할 극. *는 기이할 기.*는 다만 지.*은 마치 흡. *은 물건 품. *는 다를 타. *은 그러할 연.진리는 평범한데 있고 문장의 궁극은 알맞게 만들어지는 것이고, 인품의 궁극은 인간 본래의 모습, 본연의 성품을 보존하는 것이다.

103. 笙歌正濃處便自拂衣長往羨達人撤手懸崖

생가정농처, 변자불의장왕, 선달인살수현애.

 

更漏已殘時猶然夜行不休咲俗士沈身苦海

경루이잔시, 유연야행불휴, 소속사침신고해.

 

피리와 노래 소리 한창 무르익을 때에 문득 스스로 옷자락을 떨치고 멀리 가 버림은 마치 달인이 손을 놓고 벼랑을 올라가는 것과 같아서 부러우나, 이미 시간이 다한 때에 오히려 쉬지 않고 발길을 가는 것은 마치 속인이 고해에 몸을 담그는 것과 같아서 우스울 뿐이로다.*은 변할 환.*은 자취 적. *는 사지 지. *은 이을 속. *는 맡길 위 *은 형상 형.*는 깨뜨릴 파. *은 인정할 인. *재는 겨우재. 잠간재.*는 짐질 부,*은멜 담.

*은 벗을 탈. *(+)은 고삐 강. *는 쇠사슬 쇄.

환상의 세계에서 본다면 부귀 공명은 물론 내 몸까지도 천지로부터 임시로 위밈받은 형체에 불과하지만 실재의 세계에서 본다면 만물이 내 몸과 일체가 되는 것이니 만물이 일체가 되는 근본원리을 간파하는 사람이야말로 천하를 이끌어 나갈 큰 임무를 맡을 수 있고 만물이 환상의 형체라는 실상을 인식할 때 세속적인 물욕의 사심에서 벗어나 초연할 수 있다.

104. 把握未定宜絶迹塵囂

파악미정, 의절역진효.

 

使此心不見可欲而不亂以澄吾靜體

사차심불견가욕이불란, 이징오정체.

 

操持旣堅又當混跡風塵

조지기견, 우당흔적풍진,

 

使此心見可欲而亦不亂以養吾圓機

사차심견가욕이역불란, 이양오원기.

 

마음을 아직 붙들지 못했다면 마땅히 속세에서 발길을 끊으라. 이 마음으로 하여금 욕심내는 것을 보지 못하게 하고 어지럽게 않게 하라. 그로써 내 조용한 마음의 본체를 맑게 하여야 하느니라.

마음을 이미 굳게 잡았거든 다시 마땅히 속세에 발길을 섞어, 마음으로 하여금 욕심나는 것을 보아도 또한 어지럽지 않게 하라. 그로써 내 마음의 원만한 작용을 길러야 할지니라.*은 시원할 상*은 빛날 란. *은 창자 장. *는 썩을 부.*은 재앙 앙.*는 쾌할 쾌. *은 모두 실. 은 죽을 상. *는 손아래누이 매. *는 뉘우칠 회.

105. 喜寂厭喧者往往避人以求靜

희적염훤자. 왕왕피인이구정.

 

不知意在無人便成我相心着於靜便是動根

부지의재무인, 변성아상, 심착어정, 변시동근,

 

如何到得人我一視, 動靜兩忘的境界?

여하도득인아일시, 동정량망적경계.

 

고요함을 좋아하고 시끄러움을 싫어하는 사람은 흔히 사람을 피함으로써 조용함을 구하나, 뜻이 사람 없음에 있다면 이는 곧 자아에 집착함이 되고, 마음이 고요함에 집착하면 이것이 곧 움직임의 근본임을 모르고 있음이다. 어찌 남과 나를 하나로 보고 움직임과 고요함을 다 잊어버리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으랴.*은 꾸짖을 책.*는 지날 과.*는 사사로울 사. *는 예 구.*은 기를 양.내좋은 점을 자랑하지 말고 남의 나쁜점을 말하지 말라.(無說己之長 無道人之短.)는 말처럼 남의 허물을 비난하지 말고 비밀을 폭로하지 말고 남의 지난날의 과오를 생각하는 일들을 경게하여 교양을 높이고 해를 멀리하여야 한다.

106. 山居胸次淸洒觸物皆有佳思

산거, 흉차청쇄, 촉물개유가사.

 

見孤雲野鶴而起超絶之想遇石澗流泉而動澡雪之思

견고운야학, 이기초절지상, 우석간류천, 이동조설지사.

 

撫老檜寒梅而勁節挺立侶沙鷗麋鹿而機心頓忘

무로회한매, 이경절정립, 여사구마록, 이기심돈망.

 

若一走入塵寰無論物不相關卽此身亦屬贅旒矣

약일주입진환, 무론물불상관, 즉차신역속췌류의.

 

산중에 살면 가슴 속이 맑고 시원하니 접촉하는 사물마다 모두 아름다운 생각이 든다. 외로운 구름과 들의 학을 보면 속세를 초월한 듯하고, 바위틈에 흐르는 샘물을 만나면 속된 것들을 씻어 주는 듯 하며, 늙은 전나무와 차가운 매화를 어루만지면 굳센 절개가 꿋꿋이 세워지고, 모랫벌 갈매기와 사슴들을 벗삼으면 마음의 동요를 문득 잊게 된다. 그러나 만약 한 번 속세로 뛰어들게 되면 외물과 접촉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 몸은 역시 쓸데 없는 존재가 되고 말리라. 는 가질 지.*은 가벼울 경.*는 불사를 소.*는 멀 유.*은 한가할 한.*은 진압할 진,*는 재미 취. *는 진흙 니.*는 강이름 소,*(+西)는 씻을 쇄. *은 뿌릴 발. *소쇄: 시원스런 것. *유한(悠閒)은 마음이 너그러워 여유가 있는것

선비는 몸가짐을 신중히 하여 언제나 유한하고 진정의 풍미를 지녀야 하며, 마음씀은 막고도 새롭게 하여 사물에 멁매임 없이 시원스럽고도 활발한 기상이 있어야 한다, *만고(萬古): 영구한 것 *유생지락(有生之樂): 이세상에 태어난 즐거움 *는 품을 회.

천지는 영원한 것이지만 사람은 한 번 죽으면 그만이고 그나마 백년이라는 생애도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고 만다 그러므로 사람은 이 짧은 생애를 마음껏 즐기며 살아야 하겠지만 한 편으로는 무엇인가 세상에 기여를 함으로써 삶을 보람되게 보내야 한다.

107. 興逐時來芳草中撤履閑行野鳥忘機時作伴

흥축시래, 방초중, 철리한행, 야조, 망기시작반.

 

景與心會落花下披襟兀坐白雲無語漫相留

경여심회, 낙화하, 피금올좌, 백운, 무어만상류.

 

흥이 때를 따라 일어나 아름다운 풀밭 사이를 맨발로 한가로이 거니로라면 들새도 마음놓고 때때로 벗이 되고, 경치가 마음에 들어 떨어지는 꽃 아래 옷깃을 헤치고 우두커니 낮으면 흰 구름도 말없이 다가와 한가롭게 머무네.*만고(萬古): 영구한 것 *유생지락(有生之樂): 이세상에 태어난 즐거움 *는 품을 회.

천지는 영원한 것이지만 사람은 한 번 죽으면 그만이고 그나마 백년이라는 생애도 눈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고 만다 그러므로 사람은 이 짧은 생애를 마음껏 즐기며 살아야 하겠지만 한 편으로는 무엇인가 세상에 기여를 함으로써 삶을 보람되게 보내야 한다.

 

 

108. 人生福境禍區皆念想造成

인생복경화구, 개념상조성.

 

故釋氏云,?利欲熾然卽是火坑貪愛沈溺便爲苦海

고석씨운 이욕치연, 즉시화갱, 탐애침닉, 변위고해.

 

一念淸淨熱焰成池一念警覺船登彼岸?。

일념청정, 열염성지, 일념경각, 선등피안.

 

念頭稍異境界頓殊可不愼哉?

염두초이, 경계돈수, 가불신재

 

인생의 화복은 모두 마음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석가가 말하기를 욕심이 불길같이 타오르면 이것이 곧 불구덩이 이고, 탐욕에 빠지면 그것이 곧 고해로되 한 생각이 맑고 깨끗하면 세찬 불길이 연못이 되고, 한 생각을 깨달으면 배는 저 언덕에 오른다고 하였다. 이렇듯 생각이 조금만 달라져도 경계는 크게 달라지는 법이니 어찌 삼가지 않을 수 있으랴.*은 원망할 원.*은 밝을 창.*使는 부릴 사. *은 잊을 망.*는 원수 구.*는 함께 구. *은 망할 민.*구민(俱泯): 모두 없게 함

남에게 덕을 베풀고 은혜를 베푸는자는 어디까지나 순수한 사랑의 정신으로 베풀어야 한다. 상대방의 보답을구하려 하지 말고 그같은 의식을 심어주지 말아야 한다. "남에게 은혜를 베풀거든 생각하지 말고, 남의 은헤를 받거든 잊지 말라(施人愼勿念 受施愼勿忘.)"는 교훈을 삼가 지켜아 할 것이다.

109. 繩鋸木斷水滴石穿學道者須加力索

승거목단, 수적석천. 학도자, 수가력색.

 

水到渠成瓜熟蒂落得道者一任天機

수도거성, 과열체락. 득도자, 일임천기.

 

새끼줄로 톱질하여도 나무를 자르고 물방울도 돌을 뚫으니, 도를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더욱 힘써 구하여야 한다. 물이 모이면 시냇물을 이루고 참외도 익으면 꼭지가 떨어지니 도를 얻으려는 사람은 온전히 하늘의 작용에 내맡겨야 하느니라.*은 병 질.*는 도읍 도. *은 장할 장.*는 부를 초.*는 쇠할 쇠.*은 서자 얼.*은 찰 영.*는 신 리. *滿은 찰 만.*는 더욱 우.*은 삼갈 긍. *은 어찌 언.*죄얼(罪孼): 저지를 죄로 인해 일어나는 재앙. *긍긍(兢兢): 두려워하여 삼가는 모습

사람이 늙어서 병이 생기는것은 젊었을때 몸을 함부로 다루었기 때문이고, 집안이 기울어져 재앙이 잇따르는 것은 가운이 성했을때 지은 죄과이다. 항시 젊었을때 양생에 힘쓰고 득의 했을때 덕을 닦고 은혜를 베풀어 미래를 복되게 해야 한다.

110. 機息時便有月到風來不必苦海人世

기식시, 변유월도풍래, 불필고해인세.

 

心遠處自無車塵馬迹何須痼疾丘山?

심원처, 자무차진마적, 하수고질구산.

 

마음의 작용을 잠재우면 문득 달 뜨고 바람도 불어오니 인간 세상이 반드시 고해만은 아니로다. 마음이 멀찍한 곳에 있으면 절로 수레의 먼지와 말발굽 소리가 없으니 어찌 자연을 그리워함이 병될 것까지야 있으랴!*는 도울 부.*는 의논할 의.*은 도타울 돈. *은 숨을 은. *은 오히려 상.*는 기이할 기. *은 삼갈 근.*은 쓸 용. *기절(奇節): 뛰어난 절개.*용행(庸行): 일상의 행실.

111. 草木纔零落便露萌穎於根柢

초목재영락, 변로맹영어근저.

 

時序雖凝寒終回陽氣於飛灰

시서수응한, 종회양기어비회.

 

肅殺之中生生之意常爲之主卽是可以見天地之心

숙살지중, 생생지의상위지주, 즉시가이견천지지심.

 

초목은 시들어 떨어지면 곧 다시 뿌리 밑에 새싹이 트고, 계절은 비록 얼어붙는 추위라 해도 마침내 날아오는 재 속에 봄기운이 돌아온다. 만물을 죽이는 기운 가운데도 자라나게 하는 뜻이 늘 주가 되니, 가히 그로써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느니라.*은 논의할 논.*은 범할 범.*는 끼칠 이. 남기는것*는 바칠 수.*는 구멍 두.*는 나타날 저. 여기서는붙히착.부딫칠착.*은 다리 각. *는 더러울오.*사두(私竇):사리를탐하는소굴.*착각(著脚): 발을 붙히는것.

112. 雨餘觀山色景象便覺新姸

우여, 관산색, 경상변각신연.

 

夜靜聽鐘聲音響尤爲淸越

야정, 청종성, 음향우위청월.

 

비 개인 뒤 산빛을 보면 경치가 문득 새로이 고움을 깨닫고, 밤이 고요할 때 종소리를 들으면 그 울림은 더욱 맑고도 높구나.*은 굽을 곡.*곡의(曲意): 뜻을 굽히는.*使는 부릴 사. *는 기쁠 희. *은 몸 궁.*는 꺼릴 기. *는 이를 치. *는 기릴 예. *는 헐 훼.사람은 바르고 당당하게 살아야 하며 남에게 아부하는 비루한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명성이 실정에 넘치는 것을 군자는 부끄럽게 여긴다.(聲聞過情 君子恥之.)" 고 했다. 잘한 일이 없으며 칭찬을 듣는 괴로움 보다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비방을 받는 편이 오히려 마음 편하다.

113. 登高使人心曠臨流使人意遠

등고, 사인심광, 임류, 사인의원.

 

讀書於雨雪之夜使人神淸舒嘯於丘阜之巓使人興邁

독서어우설지야, 사인신청. 서수어구부지전. 사인흥매.

 

높은 곳에 오르면 사람의 마음이 넓어지고 흐르는 물에 다다르면 사람의 뜻이 유원해지느니라. 눈비 오는 밤에 책을 읽으면 사람의 정신이 맑아지고 언덕 위에서 천천히 휘파람을 불면 사람의 흥취가 구매해지느니라.*은 고기 육.*은 변할 변.*는 마땅할 의. *은 부딪칠 격. *은 세찰 렬.*는 만날 우. *은 벗 붕. *는 놀 유. *(+)는 낫 개. 가까이올 개.*개절 : 적절. 여기서는 간곡하게 충고하는것. *는 넉넉할 우. *는 놀 유.

114. 心曠則萬鍾如瓦缶

심광, 즉만종여와부.

 

心隘則一髮似車輪

심애, 즉일발사거륜.

 

마음이 넓으면 만 종의 녹도 질항아리와 같고, 마음이 좁으면 터럭 하나도 수레바퀴와 같으니라.*은 스밀 삼. *는 샐 루. *는 속일 기. *은 숨을 은. *는 게으를 태.

*은 거칠 황. *재는다만 재. *은 수컷 웅.

작은 일이라도 용의주도하여 실수가 없어야 하며,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양심을 속이고 나쁜 짓을 한다해도 마음은 늘 괴롭고 또 언젠가 다른 사람들이 알게 마련이니 남이 보지 않는곳일수록 양심을 지키고 행동을 삼가서 높은 교양을 쌓아야 하고 일이 뜻과 같이 되지 않는다해서 포기하고 괴을리 해서는 안되고 그런 일이 있을수록 마음을 가다듬고 분발하여 실수를 만회 하기에 힘써야 한다.

115. 無風月花柳不成造化無情欲嗜好不成心體

무풍월화류, 불성조화, 무정욕기호, 불성심체.

 

只以我轉物不以物役我則嗜欲莫非天機塵情 卽是理境矣

지이아전물, 불이물역아, 즉기욕막비천기, 진정 즉시리경의.

 

버람과 달과 꽃과 버들이 없으면 천지의 조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정욕과 기호가 없으면 마음의 본체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만 내가 주체가 되어외물을 부리고 외물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면, 곧 정욕과 기호도 하늘의 기미 아님이 없고, 세속적인 정도 곧 진리의 경계가 되느니라.*은 기뻐할 환.*은 밥 반.*은 마침내 경.*은 느낄 감.*는 덮을 개.*는 원수 구.*은 엷을 박.*은 다할 극.*(+)은 번득일 번. 날 번.남에게 천만금을 준다해도 그것이 이해 타산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상대방에게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하니, 한 그릇 찬밥이라도 거기에 진정이 담겨 있다면 일생동안 그 감동을 잊지 못하는 법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함이 지나치면 만성이 되어 고마움을 느끼지 않게 되고, 소홀히 하면 감정을 사서 원수가 되는 수가 있으니 박하게 함이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는 수도 있다.

116. 就一身了一身者方能以萬物付萬物

취일신료일신자, 방능이만물부만물.

 

還天下於天下者方能出世間於世間

환천하어천하자, 방능출세간어세간.

 

자기 한 몸에 대하여 그 한 몸을 온전히 깨달은 사람은 만물에게 맡길 수 있고, 천하를 천하에 돌려주는 사람은 능히 속세에서 속세를 벗어날 수 있으니라.*은 펼 신.*은 건널 섭.*는 병 호. *은 굴 굴. *용회이명(用晦以明):뛰어난 재능을 감추어 남이 모르도록하는 것이니 감춰져 있는 재능을 남모르게 나타내어 세상을 밝힘을 말함. *이굴위신(以屈爲伸): 굽힘으로써 내 뜻을 펴는.

큰사람은 뛰어난 재질이 있지만 이를 깊이 간직해 쉽게 드러내지 않으며 남모르게 재능을 발휘해서 세상 사람을 바른 길로 인도한다. 한 고조 유방은 한때 항우를 섬겨 그의 마음을 교만케하며 자기 실력을 길러서 마침내 그를 멸하였다, 이것은 자기를 굽힘으로써 뜻을 편 좋은 본보기이다

117. 人生太閒則別念竊生太忙則眞性不現

인생태한, 즉별념절생. 태망, 즉진성불현.

 

故士君子不可不抱身心之憂亦不可不耽風月之趣

고사군자불가불포신심지우, 역불가불탐풍월지취.

 

사람은 너무 한가하면 다른 생각이 슬며시 일어나고, 너무 바쁘면 참다운 본성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몸과 마음에 근심을 지니지 않을 수 없고, 풍월의 멋 또한 즐기지 않을 수 없느니라.*은 기뻐할 환.*은 밥 반.*은 마침내 경.*은 느낄 감. *는 덮을 개.*는 원수 구. *은 엷을 박. *은 다할 극. *(+)은 번득일 번. 날 번.남에게 천만금을 준다해도 그것이 이해 타산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상대방에게 아무런 감동도 주지 못하니, 한 그릇 찬밥이라도 거기에 진정이 담겨 있다면 일생동안 그 감동을 잊지 못하는 법이다. 다른 사람을 사랑함이 지나치면 만성이 되어 고마움을 느끼지 않게 되고, 소홀히 하면 감정을 사서 원수가 되는 수가 있으니 박하게 함이 상대방에게 기쁨을 주는 수도 있다.

 

 

118. 人心多從動處失眞

인심다종동처실진.

 

若一念不生, 澄然靜坐

약일념불생, 징연정좌,

 

雲興而悠然共逝雨滴而冷然俱淸

운흥이유연공서, 우적이랭연구청,

 

鳥啼而欣然有會花落而瀟然自得

조제이흔연유회, 화락이소연자득.

 

何地非眞境? 何物非眞機?

하지비진경 하물비진기

사람의 마음은 흔히 동요함으로써 진심을 잃어버린다. 만약 한 가지 생각도 일어나지 않아 잔잔하게 정좌하게 된다면, 구름이 일어나면 유장하게 함께 가고, 빗방울이 떨어지면 서늘하게 함께 맑아지며, 새가 지저귀면 즐거이 마음에 맞이하고, 꽃이 지면 소연히 깨달을 것이니 어디인들 진경이 아니며, 무엇엔들 진기가 없겠는가.은 좇을 종.*은 맑을 징.*는 멀 유.*는 갈 서. *은 물방울 적. *는 함께 구.*는 울 제.*은 기쁠 흔. *는 강이름 소.*징연(澄然)은 맑은 모양. *유연(悠然)한가로운 모양. *소연(瀟然)은 깨끗한 모양.

119. 子生而母危鏹積而盜窺何喜非憂也?

자생이모위, 강적이도규, 하희비우야

 

貧可以節用病可以保身何憂非喜也?

빈가이절용, 병가이보신, 하우비희야

 

故達人當順逆一視而欣戚兩忘

고달인당순역일시, 이흔척량망.

 

자식이 태어날 때는 그 어머니가 위험하고 돈자루가 쌓이게 되면 도둑이 엿보니 어느 기회인들 슬픔이 아니랴, 가난하면 비용을 절약해 쓰고 병이 들면 몸을 보양하니 어느 슬픔인들 기쁨이 아니랴, 그러므로 달인은 당연히 순경과 역경을 하나로 보며 기쁨과 슬픔을 모두 잊어버리느니라.*은 위태할 위.*은 돈 꿰미 강.*은 쌓을 적.는 엿 볼 규. *은 통할 달.*은 거스를 역. *은 위험 위. *은 기쁠 흔. *은 잊을 망. 120. 耳根似颷谷投響過而不留則是非俱謝

이근사표곡투향, 과이불류, 즉시비구사.

 

心境如月池浸色空而不著則物我兩忘

심경여월지침색, 공이불착, 즉물아량망.

 

귀는 마치 회오리바람이 골짜기에 소리를 울리는 것 같아서 지나간 뒤 메아리가 머물지 않게 하면 시비도 함께 물러가리라. 마음은 마치 밝은 달이 연못에 빛을 비추는 것과 같아서, 텅 비어 집착하지 않으면 곧 물아를 모두 잊으리라.*는폭풍 표.*는 던질 투.*은 울릴향.*는머무를류.*는 함께 구.*는 사례할 사.*은 적실 침.*는 나타날 저. 붙힐 착. *표곡(飇谷)폭풍이 골짜기에 붐.

121. 世人爲榮利纏縛動曰?塵世苦海?,

세인위영리전박, 동왈 진세고해

 

不知雲白山靑, 川行石立, 花迎鳥笑, 谷答樵謳

부지운백산청, 천행석립, 화영조소, 곡답초구.

 

世亦不塵海亦不苦彼自塵苦其心爾

세역부진, 해역불고. 피자진고기심이.

 

세상 사람들은 영화와 명리에 얽매여 걸핏하면 티끌세상이니, 고생바다니 하고 말한다, 그들은 구름 피고 산은 푸르며, 냇물 흐르고 바위 우뚝하며, 꽃 피고 새가 지저귀며 골짜기가 화답하고 나무꾼이 노래하는 것을 모르나니, 세상은 또한 티끌이 아니며 고해도 아니로다. 디민 저들이 스스로 그 마음을 티끌과 고해로 만들 따름이니라.*은 둘릴 전,묶을 전. 얽을 전. *은 묶을 박. *은 맞을 영. *는 땔나무 초.*는 노래할 구.*는 저 피. *는 너 이.*초구(樵謳)는 나무꾼의 노래.

122. 花看半開酒飮微醉此中大有佳趣

화간반개, 주음미취, 차중대유가취.

 

若至爛漫酕醄便成惡境矣履盈滿者宜思之

약지난만모도, 변성안경의, 이영만자, 의사지.

꽃은 밤만 피었을 때 보고 술은 조금만 취하도록 마시면 그 가운데 무한히 아름다운 멋이 잇다. 만약 꽃이 활짝 피고 술이 흠뻑 취하는 데까지 이르면 추악한 경지가 되니, 가득한 상태에 있는 사람은 마땅히 이를 생각해야 하리라.*은볼 간.*는 작을 미.*은 훈훈히 취할 훈.*은 빛날 난.*은 질펀할 만.*는 곤드레 만드레할 모.*는 곤드레 만드레 할 도.*는 신 이.

*은 찰 영. *영만(盈滿)은 가득 찬 *난만(爛滿)은 한창무르녹은

123. 山肴不受世間灌漑野禽不受世間豢養其味皆香而且冽

산효불수세간관개, 야금불수세간환양, 기미개향이차렬.

 

吾人能不爲世法所點染其臭味不逈然別乎?

오인능불위세법소점염, 기취미불형연별호

 

산나물은 세상 사람들이 가꾸지 않아도 결코 절로 자라고, 들새는 기르지 않아도 절로 자라나니, 그 맛은 다 향기롭고도 맑다. 우리도 능히 세상 법도에 물들지 않는다면 그 품격이 속세와 멀리 떨어져 각별하지 않겠는가.*는 효 효.*은 물댈 관.*는 물댈 개.*는 들 야.*은 날짐승 금. *은 기를 환. 칠 환.*은 기를 양.*은 찰 렬.*은 점찍을 점.*은 물들 염.*는 냄새 취.*는 돌 회. *은 다를 별. *점염(點染)물들어 더럽혀짐

124. 栽花種竹, 玩鶴觀魚又要有段自得處

재화종죽, 완학관어, 우요유단자득처.

 

若徒留連光景, 玩弄物華亦吾儒之口耳, 釋氏之頑空而已

약도류련광경, 완롱물화, 역오유지구이, 석씨지완공이이.

 

有何佳趣?

유하가취

 

꽃을 가꾸고 대나무를 심으며 학을 즐기고 물고기를 바라보더라도, 모름지기 일단의 깨닫는 것이 있어야 한다. 만약 헛되이 그 광경에 빠져서 물건의 화려함만을 즐긴다면, 또한 우리 유가의 구이지학이요, 불가의 완공일 뿐이니, 어찌 아름다운 벗이 있겠는가.

* 구이지학; 마음으로 깨닫지 못하고 귀로 들은 것을 그저 입으로만 주워 섬기는 학문

* 완공; 세상만물을 일체 공으로 보는 소승불교의 입장*는 마를 재.*은 씨 종.*은 희롱할 완*은 조각 단. *은 무리 도.*은 연결할 연. *은 희롱할 롱.*는 빛날 화. *는 선비 유.*는 아름다울 가.*자득(自得)은마음에서 도리를 깨달음. *완공(頑空)은 만물은 공으로 보는 이론.

125. 山林之士淸苦而逸趣自饒農野之夫鄙略而天眞渾具

산림지사, 청고이일취자요. 농야지부, 비략이천진흔구.

 

若一失身市井不若轉死溝壑, 神骨猶淸

약일실신시정조괴, 불약전사구학, 신골유청.

 

산림의 신비는 청빈하게 살지만 높은 멋이 스스로 넉넉하고, 들의 농부는 거칠고 소박하지만 천진 스러움이 다 갖추어져 있도다. 만약 한 번 몸을 잃어 저자거리의 거간꾼이 된다면, 차라리 구렁텅이에 굴러 떨어져 죽을지언정 심신이 오히려 깨끗함만 같지 못하리라.*일취(逸趣): 세속을 떠나 숨어사는 높은 취미.*비략(鄙略): 비열하고 소략함. *장쾌 : 불량배. 교활한 거간꾼. *은 거간장. 중개장 좋은 말 장.*는 거간꾼 쾌.*는 넉넉할 요. 용서할 요. 남을 요. 더할 요.*구학(溝壑): 구렁, 산골짜기.수렁.

126. 非分之福, 無故之獲非造物之釣餌卽人世之機阱

비분지복, 무고지획, 비조물지조이, 즉인세지기정.

 

此處著眼不高鮮不墮彼術中矣

차처, 착안불고, 선불타피술중의.

 

분수에 맞지 않는 복과 까닭 없는 얼음은 조물주의 낚싯밥이 아니면 곧 인간 세상의 함정이다. 이런 곳에서 눈을 높이 두지 않으면 그 술책에 빠지지 않기가 어려우니라.*비분지복(非分之福):분수에 맞지 않는 복.*무조지획(無故之獲):까닭없는소득*조이(釣餌):낚시미끼.*기정()은함정.*:함정정.*는나타날 저.널리 알려질저.여기서는둘착.부딧칠 착.입을착.

127. 人生原是一傀儡只要根蒂在手

인생원시일괴뢰 지요근체재수.

 

一線不亂卷舒自由, 行止在我

일선불란, 권서자유, 행지재아.

 

一毫不受他人提掇便超出此場中矣

일호불수타인제철, 변초출차장중의.

 

인생은 원래 한갓 꼭두각시 놀음이니, 모름지기 그 밑뿌리를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한 가닥의 실도 흐트러지지 않아서 감고 푸는 것이 자유로와야 가고 멈추는 것이 나에게 있게 되나니, 털끝만큼도 남들의 간섭을 받지 않아야 문득 이 마당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근체(): 꼭두각시를 조종하는 근본이 되는 것. *는 꼭지 체. 가시체. *卷舒는 감고 펴는것.

*提綴은 간섭. *場中은 꼭두각시 놀음의 무대 여기서는 인간세상.

128. 一事起則一害生故天下常以無事爲福

일사기, 즉일해생. 고천하상이무사위복.

 

讀前人詩云,?勸君莫話封侯事一將功成萬骨枯?。

독전인시운 건군막화봉후사, 일장공성만골고

 

又云,?天下常令萬事平匣中不惜千年死?。

우운 천하상령만사평 갑중불석천년사

 

雖有雄心猛氣不覺化爲氷霰矣

수유웅심맹기, 불각화위빙선의

 

한 가지 이로운 일이 일어나면 곧 한 가지 해로운 일이 생긴다. 그러므로 천하는 언제나 무사한 것으로 복을 삼는다. 옛사람의 시를 읽어보니 이르기를 그대에게 권하노니 제후에 봉해지는 일을 이야기하지 말라, 한 장수가 공을 이룸에는 만 사람의 뼈가 마른다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천하가 항상 태평하기만 한다면 칼은 천 년을 갑 속에서 썩어도 아깝지 않으리라고 하였다, 비록 웅장한 마음과 용맹한 기상이 있을지라도 모르는 사이에 얼음과 눈이 되어 사라지리라.*前人: 당나라 때의 조송(曺松)을 말한다.*氷霰:얼음과 싸락 눈.

129. 淫奔之婦矯而爲尼熱中之人激而入道

음분지부, 교이위니. 열중지인, 격이입도.

 

淸淨之門常爲婬邪淵藪也如此

청정지문, 상위음사연수야여차.

 

음탕한 아낙이 극단에 이르면 여승이 되기도 하고, 일에 열중하던 사람도 격해지면 불도에 들어가니, 깨끗한 불문이 언제나 음사의 소굴이 됨이 이와 같도다.*入道: 불도로 들어가는것. *청정지문(淸淨之門)은 불문(佛門)을 말함.*연수(淵藪): 소굴. 수렁.

130. 波浪兼天舟中不知懼而舟外者寒心

파랑겸천, 주중부지구, 이주외자한심.

 

猖狂罵坐席上不知警而席外者咋舌

창왕매좌, 석상부지경, 이석외자색설

 

故君子身雖在事中心要超事外也

고군자, 신수재사중, 심요초사외야.

 

물결이 하늘까지 치솟을 때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은 두려움을 모르지만 배 밖에 있는 사람들은 가슴이 서늘하고, 미치광이가 좌중을 꾸짖을 때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경계할 줄 모르지만 자리 밖의 사람들은 혀를 차는 법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몸이 비록 일 가운데에 있을지라도 마음은 모름지기 일 밖에 초월해 있어야 하느니라.*매좌(罵座)는 동석한사람을 매도하는 것.*색설(咋舌)은 혀를 깨무는 것. 는 씹을 색. 먹을 색.

131. 人生減省一分便超脫一分

인생감생일분, 변초탈일분.

 

如交遊減便免紛擾言語減便寡愆尤

여교유감, 변면분요. 언어감, 변과건우.

 

思慮減則精神不耗聰明減則混沌可完

사려감, 즉정신불모. 총명감, 즉혼돈가완.

 

彼不求日減而求日增者眞桎梏此生哉!

피불구일감이구일증자, 진질곡차생재.

 

인생은 일 분을 덜면 곧 일 분을 초월한다. 만약 사귐을 덜면 곧 시끄러움을 면하고, 말을 덜면 곧 허물이 적어지고, 생각을 덜면 곧 정신이 소모되지 않고, 총명을 덜면 곧 본성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감생(減省): 더 는것 줄이는 것.

*분요(紛擾): 분쟁을 일으켜 시끄러운 것. *:수갑 곡.

무슨 일이든지 덜면 덜수록 고뇌에서 벗어나 세속을 초탈할 수 있으니, 사귐을 덜면 남과 타투어서 마음을 괴롭히는 일이 줄어들고 , 말을 적게 하면 허물이 적어지고, 생각을 덜면 정신을 덜 쓰게 되고, 총명을 줄이면 천진의 본성을 보존할 수 있으니, 날로 일을 더하려는 자는 자기의 몸을 자기손으로 결박짓는 자살행위이다

132. 天運之寒暑易避人生之炎凉難除

천운지한서이피, 인생지염량난제.

 

人生之炎凉易除吾心之氷炭難去

인생지염량이제, 오심지빙탄난거.

 

去得此中之氷炭則萬腔皆和氣自隨地有春風矣

거득차중지빙탄, 즉만강개화기, 자수지유춘풍의.

 

천지 운행의 추위와 더위는 피하기 쉬워도 인간 세상의 뜨거움과 차가움은 제거하기 어렵고, 인간 세상의 뜨거움과 차가움은 제거하기 쉬워도 내 마음의 얼음과 숯불은 버리기 어렵구나, 이 마음 속의 숯불과 얼음을 버릴 수만 있다면 가슴은 화기가 가득하여 가는 곳마다 저절로 봅바람이 일어나리라.*炎凉은 돈있고 권세 있을 때는 붙좇고 낙천하면 냉대하는 세상인정. *氷炭은 얼음과 숯, 내마음속에도 남을 차갑게 대하고 뜨겁게 대하는 변덕.*滿腔은 가슴속에 가득 찬 것. *隨地는 가는 곳마다

133. 茶不求精而壺亦不燥酒不求冽而樽亦不空

차불구정, 이호역부조. 주불구렬, 이준역불공.

 

素琴無絃而常調短笛無腔而自適

소금무현, 이상조. 단적무강, 이자적.

 

終難超越羲皇亦可匹儔稽阮

종난초월희황, 역가필주혜완.

 

차는 좋은 것만을 구하려 하지 않으니 찻주전자 또한 마르는 일이 없고, 술은 향기로운 것만을 구하려 하지 않으니 술동이 또한 비어 있는 일이 없구나. 장식 없는 거문고는 줄이 없어도 항상 고르고, 짧은 피리는 구멍이 없어도 스스로 즐거우니, 비록 복희씨는 초월하기 어렵지만 가히 죽립칠현과는 벗 할 수 있으리라.*(): 병 호. 단지. *()는 마를 조. 여기서는 차가없어 그릇이 빔.*(): 맑을 렬. 여기서는 향기롭고 맛 좋은.*희황(羲皇): 고대중국의 이상적인 군주인 복희씨를 말함.*: 산이름 혜. 성 혜. *: 짝 주. 가릴 주.*혜완 : 진나라 죽림칠현 중의 헤강과 완적을 말함.옆차를 달이고 막걸리를 마시며, 줄 없는 거문고와 구멍없는 젓대로 정서를 즐기는 소박하고 예스런 생활 모습은 먼 옛날 복희씨 때 사람들의 생활에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진나라 때의 죽림칠현(竹林七賢)에는 비길만하다. 세속을 떠난 유유자적한 모습이라 하겠다,

134. 釋氏隨緣, 吾儒素位四字是渡海的浮囊

석씨수연, 오유소위사자, 시도해적부낭.

 

蓋世路茫茫

개세로망망,

 

一念求全則萬緖紛起隨寓而安則無入不得矣

일념구전, 죽만서분기, 수우이안, 즉무입부득의.

 

불가의 수연(隨緣)’과 유가의 소위(素位)’, 이 네 글자는 곧 바다를 건너가는 부낭(浮囊)이다. 대개 세상길은 아득하여, 일념으로 완전함을 구하면 곧 만 갈래 마음의 실마리가 어지러이 일어나고, 처지에 따라서 편하게 살면 곧 이른 곳마다 안심입명(安心立命)을 얻지 못함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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