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가로대) “ 그런즉 그대가 대오를 잃음이 또한 많도다. 흉년이 들어 주린 해에 그대의 백성이 늙고 병약한 이가 개울가와 구덩이에 구르고 장정은 흩어져 사방으로 간 자가 몇 천명이나 되지 않는가?” 하니, (공거심) 가로대 “이는 거심이 (얻어) 할 수 있는 바가 아니이다.” 하니라.
(맹자) 가로대 “ 이제 남의 소와 양을 받음이 있어 (그 주인을) 위하여 (소와 양을) 기른즉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목장과 (더불어) 목초를 구하여 하니, 목장과 (더불어) 꼴을 구하다가 얻지 못한즉 저 그 사람(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하는가? 아니면 (또한) (가만히) 서서 그 죽음을 보고만 있겠는가? ”하니, (거심) 가로대 “이는 곧 거심의 죄이군요” 하니라.
<해설>
앞서 제나라 대부인 공거심은 맹자의 질문에 ‘대오를 잃는 전사는 바로 죽여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맹자가 政事도 그와 마찬가지라며 자기 직무를 제대로 이행 못하면 어찌할 것인가며 공거심에게 되물었다. 공거심이 정치는 궁극적으로 임금의 일이지 자신의 책임은 아니라고 발뺌하자, 맹자가 목축의 예로써 공거심을 일깨우는 내용이다.
여기서 임금이 牛羊을 준 주인에 해당하면 공거심은 牛羊을 잘 기르도록 위임받은 사람에 해당된다. 그런데 牛羊을 받은 사람이 목장을 짓고 꼴을 베어 우양을 잘 길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牛羊을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牛羊은 굶어 죽게 된다. 다시말해 한 읍의 책임자인 대부가 정사를 제대로 펼치지 못해 백성이 굶어죽는 사태가 발생하면, 그 대부는 牧民之官으로서 당연히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비유에 공거심은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다.
진양(陳暘) 가로대 “맹자의 한 말씀에 의해 제나라 인군과 신하가 그 죄를 (들어) 아니 (이는) 진실로 족히 (써) 나라를 일으킬만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제나라가 마침내 (얻어) 훌륭한 나라가 되지 못한 것은 이 어찌 ’기뻐는 하되 연역하지 아니하며 따르기는 하되 고치지 않은 까닭으로 인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니라.
<해설>
제나라의 인군과 신하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로 보아 이는 능히 나라를 부흥시킬 수 있는 훌륭한 덕목이다. 그런데 제왕은 잘못을 겉으로만 인정했지 실제로는 그에 걸맞는 혁신적인 정사를 펼치지 않았다. 이는 『주역』 澤火革괘에 나오는 ‘大人虎變, 君子豹變, 小人革面’이란 말에 비유해볼 때 ‘小人革面’과 같은 태도이다.
즉 대인과 군자는 잘못된 점을 깨달으면 범과 표범이 완전히 털갈이(虎變.豹變) 하듯이 바로 ‘革新’적인 조치를 취하는데 반해 소인은 낯빛만 살짝 바꾸어 겉으로만 고치는 척한다는 뜻이다. 주자는 제나라가 흥하지 못한 이유는 소인이 혁면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