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公孫丑ㅣ 問曰高子ㅣ 曰小弁은 小人之詩也ㅣ라 하더이다 孟子ㅣ 曰何以言之오 曰怨이니이다 공손추가 묻자와 가로대, 고자가 가로대 소반은 소인의 시라 하더이다. 맹자 가라사대 어찌 써 이르나뇨? 가로대 원망함이니이다..
[본문 해설] 『시경』 「소아편」에 나오는 ‘小弁(갈가마귀)’란 시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자식이 자신의 처지를 괴로워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부모가 잘못을 깨달아 다시 가족으로 오순도순 살아가기를 절절히 그리며 노래한 시이다. 아버지가 조금만 뒤돌아 찬찬히 살펴보면 잘못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을텐데, 그러하지 못하고 참소에 빠져 지내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이 동시에 내포되어 있다. 맹자도 일반적인 뜻으로 이 시를 인용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된 얘기는 毛詩說과 魯詩說이 다르다. 毛詩序에서는 幽王을 풍자한 시라 하였다. 幽王이 포사(褒姒)를 총애하여 신후(申后)를 내쫓고 의구(宜臼)의 太子位를 폐해서 태자의 스승(太傅)이 이 노래를 지었다는 것이다. 주자는 앞주에서 이 설을 따르고 있다. 魯說에 따르면 尹吉甫의 전처의 아들 伯奇가 지었다 한다. 윤길보가 후처를 얻어 아들 백방(伯邦)을 낳았는데, 후처의 참소로 백기를 황야로 내쫓아서 백기가 이 소반시를 지어 그의 원통한 심정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출처는 서로 다르나 전처의 소생이 후처의 간계로 집안에서 쫓겨나 애통한 심정을 노래했다는 점에서는 서로 상통한다. 소반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弁彼鸒斯ㅣ여 歸飛提提로다 푸드덕거리는 저 갈가마귀여, 떼지어 날아 돌아가누나 民莫不穀이어늘 我獨于罹호라 백성들은 잘 지내거늘 나만 홀로 근심하노라 何辜于天고 我罪伊何오 무슨 죄를 하늘에 지었는고, 내 죄 무엇인고 心之憂矣여 云如之何오 마음의 근심이여, 어찌 하리오
踧踧周道ㅣ여 鞠爲茂草ㅣ로다 평평한 큰 길이여, 다하도록 무성한 풀이로다 我心憂傷이여 惄焉如擣ㅣ로다 내 마음의 시름이여, 생각할수록 방망이질하는 듯하도다 假寐永歎하야 維憂用老호니 옷 입은 채 잠자리에 들어 긴 탄식하여 근심으로 늙어가니 心之憂矣라 疢如疾首호라 마음의 근심이라, 홧병으로 머리가 아픈 것 같구나
維桑與梓도 必恭敬止온 뽕나무와 가래나무도 반드시 공경하온 靡瞻匪父ㅣ며 靡依匪母가 우러르면 아버님 아님이 없으며, 의지함에 어머님 아님이 없도다 不屬于毛ㅣ며 不離于裏아 터럭도 속하지 아니하며 속도 걸려있지 아니한가 天之生我ㅣ여 我辰安在오 하늘이 나를 내심이여 내 때가 어디에 있는가
菀彼柳斯여 鳴蜩嘒嘒여 무성한 저 버드나무여 맴맴 우는 매미여 有漼者淵에 萑葦淠淠로다 깊은 연못에 갈대가 무성하도다 譬彼舟流ㅣ 不知所屆로소니 마치 저 흘러가는 배가 이를 곳을 모름과 같으니 心之憂矣라 不遑假寐호라 마음의 근심이라 옷 입은 채 눈붙일 겨를도 없구나
鹿斯之奔여 維足伎伎며 사슴의 뛰어감이여 다리가 어정거리며 雉之朝雊여 尙求其雌ㅣ어늘 장끼가 아침에 욺이여 그 암컷을 구함이어늘 譬彼壞木이 疾用無枝니 마치 저 썩은 나무가 병들어 가지가 없는 것과 같으니 心之憂矣를 寧莫之知오 마음의 근심을 어찌 알아주지 않는고
相彼投兎ㅣ오 尙或先之며 저 내달리는 토끼를 보고 오히려 혹 먼저 가며 行有死人이어든 尙或墐之하나니 거리에 죽은 사람이 있거든 오히려 혹 묻어주나니 君子秉心은 維其忍之로다 군자의 마음 가짐은 오직 그 인색함이로다 心之憂矣라 涕旣隕之호라 마음의 근심이라 눈물 이미 떨어졌도다
君子信讒이 如或醻之며 군자가 참소를 믿음이 혹 술잔은 받는 것과 같으며 君子不惠라 不舒究之로다 군자가 사랑하지 않음이라 찬찬히 살펴보지 않음이로다 伐木掎矣며 柝薪杝矣어늘 나무를 베려면 한쪽을 당기며 땔나무를 패려면 결따라 하거늘 舍彼有罪오 予之佗矣로다 저 죄있음은 놔두고 내게 들씌우도다
莫高匪山이며 莫浚匪泉가 높지 않다면 산이 아니며 깊지 않다면 샘이 아니라 君子無易由言이어다 耳屬于垣이니라 군자는 쉽게 말함이 없음이라 귀가 담장에 붙어있음이라 無逝我梁하야 無發我笱ㅣ언마는 내 어량에 가지 말고 내 통발을 뽑아냄이 없어야하건마는 我躬不閱이온 遑恤我後아 내 몸이 궁한데 내 뒤를 근심할 겨를이야
弁 : 고깔 변, 여기서는 ‘새가 날개치며 나는 모양 변’ 鸒 : 떼가마귀 여, 갈가마귀 여 穀 : 곡식 곡, 여기서는 ‘살 곡 , 착할 곡’ 罹 : 근심 리 踧 : 삼갈 축, 여기서는 ‘평평할 척’ 惄 : 허출할 녁, 근심할 녁, 생각할 녁 擣 : 찧을 도, 방망이 도 疢 : 열병 진 屬 : 이을 속, 여기서는 ‘촉’으로 읽음 菀 : 개미취 완, 여기서는 ‘무성할 울’ 蜩 : 매미 조 嘒 : 가냘플 혜, 여기서는 ‘매미소리 혜’ 漼 : 깊은 모양 최 雈 : 익모초 추, 여기서는 ‘물억새 환’ 葦 : 갈대 위 萑葦 : 충분히 자란 물억새 淠 : 물이름 비, 더부룩할(무성한 모양) 비 屆 : 이를 계 遑 : 바쁠 황, 겨를 황 奔 : 달릴 분 伎 : 재주 기, 광대 기 , 여기서는 ‘천천히 걸을 기’ 雊 : 장끼 울음 구 墐 : 매흙질할 근, 파묻을 근 隕 : 떨어질 운 醻 : 잔 돌릴 수 掎 : 끌어당길 기 杝 : (나뭇결을 따라) 쪼갤 치 佗 : 짊어질 타 浚 : 깊을 준 梁 : 들보 량, 발담(물을 막아 고기를 잡는 설비, 어량) 량 笱 : 통발 구 閱 : 검열할 열, 돌볼 열
高子는 齊人也ㅣ라 小弁은 小雅篇名이라 周幽王이 娶申后하야 生太子宜臼하고 又得褒姒하야 生伯服한대 而黜申后하고 廢宜臼하니 於是에 宜臼之傅ㅣ 爲作此詩하야 以敍其哀痛迫切之情也하니라 고자는 제나라 사람이라. 소반은 소아편 이름이라. 주나라 유왕이 신후에게 장가들어 태자 의구를 낳고 또 포사를 얻어 백복을 낳았는데, 신후를 내쫓고 의구를 폐하니 이에 의구의 스승이 위하여 이 시를 지어서 써 그 애통 절박한 뜻을 서술했느니라.
曰固哉ㅣ라 高叟之爲詩也ㅣ여 有人於此하니 越人이 關弓而射之어든 則己ㅣ 談笑而道之는 無他ㅣ라 疏之也ㅣ오 其兄이 關弓而射之어든 則己ㅣ 垂涕泣而道之는 無他ㅣ라 戚之也ㅣ니 小弁之怨은 親親也ㅣ라 親親은 仁也ㅣ니 固矣夫ㅣ라 高叟之爲詩也ㅣ여 가라사대 고루하다, 고수(高子)의 시를 함이여. 사람이 이에 있으니 월나라 사람이 활을 당겨 맞히려 하거든 곧 내가 담소하고 말함은 다른 것이 아니라 소원함이오, 그 형이 활을 당겨 맞히려 하거든 곧 내가 눈물을 떨구고 말함은 다른 것이 아니라 친함이니 소반의 원망은 어버이를 친함이라. 어버이를 친함은 어짊이니, 고루하다, 고수의 시를 함이여!
關 : 문빗장관, 관문 관, 여기서는 ‘당길 완’, 彎(당길 만)과 뜻이 같음 射 : 여기서는 ‘맞힐 석’
[본문 해설] 소반의 시의 지은이는 仁으로써 가장 친해야 할 아버지가 참언에 자신을 내친 것을 못내 서러워하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히 배어 있는 시이다. 高子는 이 시의 깊은 뜻을 새기지 못하고 단순히 부모를 원망하는 시로만 돌려 소인의 시라고 단정지었다. 이에 맹자는 高子의 시 해석이 固陋(고집스럽고 性行이 비루함. 완고하고 듣고 봄이 좁음)하다고 하면서 사람을 쏘려고 하는 사람에게 비유하였다. 나하고 관계가 없는 월나라 사람이 사람을 쏘아 맞히려고 하면 웃으면서 그만 두라고 말리지만, 나와 同氣連枝인 형이 사람을 쏘아 맞히려고 하면 그것은 큰 죄를 짓는 것이기에 눈물을 흘리며 적극 만류한다는 것이다. 소반의 시는 바로 어버이를 어버이로써 섬기며 친하게 지내야 하는 자식으로서 그 도리를 다하지 못하는 서러움에 오히려 더 비중을 두었음에도, 高子는 마치 월나라 사람이 사람을 쏘려는 것을 곁에서 구경하는 구경꾼의 입장에서만 해석하였으니, 맹자가 거듭하여 고루하다고 지적하였다.
固는 謂執滯不通也ㅣ라 爲는 猶治也ㅣ라 越은 蠻夷國名이라 道는 語也ㅣ라 親親之心은 仁之發也ㅣ라 고는 잡아 막아서 통하지 않음을 이름이라. 위는 다스림과 같으니라. 월은 만이의 나라 이름이라. 도는 말함이라. 친친지심은 인의 발함이라.
曰凱風은 何以不怨이잇고 가로대 ‘개풍’(남풍)은 어찌 써 원망치 아니하니잇고?
[본문 해설] 앞의 소반시가 부모에 의해 내쫓김을 당한 자식이 아버지의 ‘不惠’와 참언과 믿고 두루 살피지 않는 마음을 원망하면서도 어버이를 절절히 그리는 시라면, 개풍시는 일곱 명의 자식이 지극한 정성으로 어머니에게 효도를 함에도 늘 집안을 편치 못하게 하는 홀어머니에 대한 노래이다. 길러주신 은혜를 노래하며 혹시라도 편치 못함이 자신들의 불효에서 연유하지 않는가 하는 勞心焦思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凱風自南으로 吹彼棘心이로다 개풍이 남으로부터 저 대추나무 속으로 불도다 棘心夭天이어늘 母氏劬勞ㅣ삿다 대추나무 속은 파릇파릇 자랐거늘 어머님은 애쓰셨다
凱風自南으로 吹彼棘薪이로다 개풍이 남으로부터 저 대추나무 가지로 불도다 母氏聖善이어시늘 我無令人하소라 어머님은 성선이어시늘 우리들은 착한 놈이 없도다
爰有寒泉이 在浚之下ㅣ로다 이에 찬 샘이 준 고을 아래로 흐르도다 有子七人호대 母氏勞苦아 자식 일곱 명이 있으호대 어머님의 노고여
睍睆黃鳥ㅣ 載好其音이로다 아름다운 꾀꼬리 그 소리가 곱도다 有子七人호대 莫慰母心가 자식 일곱 명이 어머님 마음을 위로하지 못하는가
棘 : 멧대추나무 극 夭天 : 어린 나무가 파릇파릇 자라는 모습으로 일곱 형제들의 자라나는 모습을 비유 薪 : 땔나무 신, 棘薪 : 땔나무로 할 만큼 다 자란 대추나무 * 寒泉은 맑은 샘물을 뜻한다. 맑은 샘물은 차갑고 맑기 때문에 흔히 寒泉이라 한다. 복양성(濮陽城) 동쪽에 浚城이 있고, 또 한천도 있다하여 寒泉을 흔히 샘물 이름으로 보기도 하나 이는 후에 부회(附會)한 것이다. 浚 : 깊을 준, 여기서는 위나라 고을 이름으로 지금의 山東城 濮縣 근처에 있었다. 寒泉으로부터 흐르는 물이 모여 浚邑 밑을 흘러 浚邑사람들은 이 물을 먹고 산다. 이 형제들은 맑은 샘물을 어머님의 노고에, 이를 마시고 사는 준읍 사람들에 자기 형제를 비유한 것이다. 이 시의 작자인 일곱 자식들도 준읍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睍 : 고울 현 睆 : 고울 환
凱風은 邶風篇名이라 衛有七子之母ㅣ 不能安其室이어늘 七子ㅣ 作此하야 以自責也하니라 개풍은 「패풍」의 편명이라. 위나라에 일곱 명의 자식을 둔 어머니가 능히 그 집을 편안케 하지 못하거늘 일곱 명의 자식이 이 시를 지어 써 자책하니라.
邶 : 나라이름 패
曰凱風은 親之過ㅣ 小者也ㅣ오 小弁은 親之過ㅣ 大者也ㅣ니 親之過ㅣ 大而不怨이면 是는 愈疎也ㅣ오 親之過ㅣ 小而怨이면 是는 不可磯也ㅣ니 愈疏도 不孝也ㅣ오 不可磯도 亦不孝也ㅣ니라 가라사대 개풍은 어버이의 허물이 적은 것이고, 소반은 어버이의 허물이 큰 것이니, 어버이의 허물이 큰데도 원망치 아니하면 이는 더욱 소원함이오, 어버이의 허물이 적은데도 원망한다면 이는 가히 부딪히지 못함이니, 더욱 소원함도 불효요 가히 부딪히지 못함도 또한 불효니라.
磯 : 물가(바다 또는 호수 등의 물이 물가의 돌에 부딪히는 곳) 기, 부딪힐(물이 돌에 부딪쳐 물결이 세어짐) 기 *不可磯 : 물결이 물가의 돌에 부딪히면 그 반작용으로 훨씬 거칠게 부숴지는 현상에서 부모는 물결이오, 자식은 물가의 돌에 비유하여, 부모가 작은 허물을 지어 그 영향이 자식에게 미치고, 그 자식은 부숴지는 물결처럼 금새 노발대발한다면, 어느 부모가 자식을 건드릴 수 있겠는가, 가히 건드릴 수 없다는 말이다.
磯는 水激石也ㅣ니 不可磯는 言微激之而遽怒也ㅣ라 기는 물이 돌에 부딪힘이니 불가기는 조금 부딪혔는데도 대번에 노함을 말함이라.
孔子ㅣ 曰舜은 其至孝矣신저 五十而慕ㅣ라 하시니라 공자 가라사대 순임금은 그 지극한 효이신저, 오십이도록 사모했다 하시니라.
[본문 해설] 만장장구상 제1장에서 맹자는 순임금이 하늘을 보고 울부짖으면서 부모를 원망하고 사모하였다(怨慕也)고 하였다. 순임금의 효에 관해서는 앞서 만장편에서 이미 자세히 다루었기에 맹자는 공자의 말씀을 인용하여 다시 한번 ‘怨慕’의 의미를 상기시키며 高子의 소반시 해석의 천박함을 짚었다.
言舜猶怨慕하시니 小弁之怨이 不爲不孝也ㅣ라 ○趙氏 曰生之膝下하야 一體而分이라 喘息呼吸에 氣通於親하나니 當親而疎면 怨慕號天이라 是以로 小弁之怨이 未足爲愆也ㅣ니라 순임금은 오히려 원망하고 사모하시니 소반의 원망이 불효가 되지 아니함을 말씀하심이라. ○조씨 가로대 슬하에서 태어나 한 몸에서 나누어짐이라. 숨을 쉬고 호흡함에 기운이 어버이와 통하나니 마땅히 친해야 함에 소원해지면 원망하고 사모하여 하늘에 부르짖음이라. 이로써 소반의 원망이 족히 허물이 되지 않느니라.
喘 : 헐떡거릴 천, 호흡 천 愆 : 허물 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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