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장> 桃應이 問曰舜이 爲天子ㅣ오 皐陶ㅣ 爲士ㅣ어든 瞽瞍ㅣ 殺人則如之何잇가 도응이 물어 가로대 순이 천자가 되고, 고요가 사가 되었거든(되었는데) 고수가 사람을 죽였다면 어찌하잇가? 桃應은 孟子弟子也ㅣ라 其意는 以爲舜이 雖愛父나 而不可以私害公이오 皐陶ㅣ 雖執法이나 而不可以刑天子之父故로 設此問하야 以觀聖賢用心之所極이오 非以爲眞有此事也ㅣ라 도응은 맹자 제자라. 그 뜻은 순이 되어서 써 비록 아비를 사랑하나 가히 사로써 공을 해하지 못함이오, 고요가 비록 법을 집행하나 가히 써 천자의 아비를 형벌하지 못하는 고로 이러한 질문을 가설하여 써 성현의 마음 씀의 극한 바를 봄이오, 써 참으로 이러한 일이 있게 됨이 아니니라. 孟子ㅣ 曰執之而已矣니라 맹자 가라사대 (고요가) 집행할 따름이니라. 言皐陶之心이 知有法而已요 不知有天子之父也ㅣ라 고요의 마음이 법 있음을 알 뿐이오, 천자의 아비 있음을 아지 못함을 말씀함이라. 然則舜은 不禁與잇가 그렇다면 순임금은 금하지 않으잇가? 桃應이 問也ㅣ라 도응이 물음이라. 曰夫舜이 惡得而禁之시리오 夫有所受之也ㅣ니라 가라사대 무릇 순임금이 어찌 시러곰 금하시리오, 무릇 (고요는) 받은 바가 있음이라. 言皐陶之法은 有所傳受하니 非所敢私라 雖天子之命이라도 亦不得而廢之也ㅣ니라 고요의 법은 전수받은 바가 있으니 감히 사사로운 바가 아니라. 비록 천자의 명이라도 또한 시럼곰 폐하지 못하니라. 然則舜은 如之何잇고 그렇다면 순임금은 어찌하니잇고? 桃應이 問也ㅣ라 도응이 물음이라. 曰舜이 視棄天下하사대 猶棄敝蹝也하사 竊負而逃하사 遵海濱而處하사 終身訢然樂而忘天下하시리라 가라사대 순임금이 천하를 버림을 보시되 마치 헌 신짝 버리듯하사 몰래 업고 도망하사 바닷가를 따라 거처하사 종신토록 흔연히 즐거워하며 천하를 잊으시리라.
蹝 : 신 사 訢 : 기뻐할 흔 蹝는 草履也ㅣ라 遵은 循也ㅣ라 言舜之心이 知有父而已요 不知有天下也ㅣ라 孟子ㅣ 嘗言舜視天下를 猶草芥하시고 而惟順於父母라야 可以解憂라 하시니 如此意로 互相發이라 ○此章은 言爲士者는 但知有法而不知天子父之爲尊이오 爲子者는 但知有父而不知天下之爲大니 蓋其所以爲心者ㅣ 莫非天理之極과 人倫之至라 學者ㅣ 察此而有得焉이면 則不待較計論量이라도 而天下에 無難處之事矣리라 사는 짚신이라. 준은 따름이라. 순의 마음이 아버지만이 있음을 알 뿐이오 천하가 있음을 아지 못함을 말씀하심이라. 맹자가 일찍이 순임금이 천하 보기를 초개같이 하시고 오직 부모에게 순해야 가히 써 근심을 푼다 하시니(離婁章句 上 제28장 참조), 이 뜻과 같이 서로 발함이라. ○이 장은 사가 된 자는 다만 법이 있음을 알고 천자의 아버지가 높음이 됨을 아지 못하고, 자식된 자는 다만 아버지가 있음을 알고 천하가 큼이 됨을 아지 못하니 대개 그 써한 바 마음을 삼는 것이 천리의 지극함과 인륜의 지극함이 아님이 없음이라. 배우는 자 이를 살펴서 얻음이 있으면 비교하고 의논하고 헤아림을 기다리지 아니하더라도 천하에 난처한 일이 없을 것이라.
<제36장> 孟子ㅣ 自范之齊러시니 望見齊王之子하시고 喟然嘆曰居移氣하며 養移體하나니 大哉라 居乎ㅣ여 夫非盡人之子與아 맹자가 범땅으로부터 제나라로 가더시니 제왕의 아들을 바라보시고 위연히 감탄하며 가라사대, 거처가 기운을 옮기며 기름이 몸을 옮기나니 크도다, 거처여! 다 사람의 자식이 아닌가!
喟 : 한숨(쉴) 위
[본문 해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자라는 왕자의 늠름한 모습을 보고 맹자가 감탄하는 모습이다. 누군들 사람의 자식이 아니겠건마는 환경에 따라 사람의 기상과 신체가 달라짐을 맹자는 위와 같이 표현하였다. 范은 齊邑이라 居는 謂所處之位라 養은 奉養也ㅣ라 言人之居處가 所繫甚大하니 王子ㅣ 亦人子耳로대 特以所居ㅣ 不同故로 所養이 不同하야 而其氣體有異也ㅣ라 범은 제나라 읍이라. 거는 처하는 바의 자리라. 양은 봉양이라. 사람의 거처가 매인 바가 심히 크니 왕자 또한 사람 자식일 뿐이로되 특히 써 거하는 바가 같지 아니한 고로 기르는 바가 같지 아니하여 그 기운과 몸이 다름이 있느니라. 孟子曰 맹자 가라사대 張鄒ㅣ 皆云羡文也ㅣ라 장경부(張敬夫)와 추지완(鄒志完)이 다 연문(글월 가운데 쓸데없이 끼인 글)이라 이르니라.
羨 : 부러워할 선, 바르지 않을 선, 여기서는 ‘연’으로 읽고 ‘衍(남을 연)’과 같음. *** 조기는 ‘孟子曰’ 이하를 두 번째 문장으로 엮었으나 주자는 연문으로 봄. 王子宮室車馬衣服이 多與人同而王子ㅣ 若彼者는 其居ㅣ 使之然也ㅣ니 況居天下之廣居者乎아 왕자의 궁실과 거마와 의복이 남들과 더불어 같음이 많으나 왕자가 저 같음은 그 거처가 하여금 그렇게 함이니 하물며 천하의 광거에 거하는 자임에야! 廣居는 見前篇이라 尹氏ㅣ 曰粹然見於面, 盎於背는 居天下之廣居者ㅣ 然也ㅣ라 광거는 전편(滕文公 下 제2장)에 나타나니라. 윤씨 가로대 함치르르하게 얼굴에 나타나며 등에 넘침(앞 제21장에 나타남)은 천하의 광거에 거하는 자 그러함이라. 魯君이 之宋하야 呼於垤澤之門이어늘 守者ㅣ 曰此非吾君也ㅣ로대 何其聲之似我君也오 하니 此는 無他라 居相似也ㅣ니라 노나라 인군이 송나라에 가 질택의 문에서 부르거늘 지키는 자가 가로대 이 우리 인군이 아니로되 어찌 그 소리가 우리 인군과 같으리오 하니 이는 다름이 아니라 거함이 서로 같으니라. 垤澤은 宋城門名也ㅣ라 孟子ㅣ 又引此事爲證이라 질택은 송나라 성문 이름이라. 맹자가 또한 이 일을 이끌어서 증명하심이라.
[본문 해설] 공경이라는 것은 선물을 주고 받는 폐백으로 서로 사귀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폐백으로 받들기 이전에 이미 마음 속에 공경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지 물질에 의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將은 猶奉也ㅣ니 詩에 曰承筐是將이라 하니라 程子ㅣ 曰恭敬이 雖因威儀幣帛而後發見이나 然이나 幣之未將時에 已有此恭敬之心이오 非因幣帛而後有也ㅣ라 장은 받듦과 같으니 『시경』(小雅 鹿鳴篇)에 ‘광주리로 받들어 올리니라’ 하니라. 정자 가라사대 공경이 비록 위의와 폐백으로 인한 뒤에 나타나나 그러나 폐백을 아직 받들지 않았을 때에 이미 이 공경의 마음이 있음이오, 폐백으로 인하여 뒤에 있음이 아니니라. 恭敬而無實이면 君子ㅣ 不可虛拘ㅣ니라 공경하되 실제가 없으면 군자가 가히 헛되이 구애되지 아니하니라. 此는 言當時諸侯之待賢者ㅣ 特以幣帛으로 爲恭敬而無其實也ㅣ라 拘는 留也ㅣ라 이는 당시 제후가 현자를 대함이 특별히 폐백으로써 공경을 삼고 그 실제가 없음을 말함이라. 구는 얽매임이라.
<제38장> 孟子ㅣ 曰形色은 天性也ㅣ니 惟聖人然後에 可以踐形이니라 맹자 가라사대 형과 색은 천성이니 오직 성인인 연후에 가히 써 형을 실천하니라. 人之有形有色이 無不各有自然之理하니 所謂天性也ㅣ라 踐은 如踐言之踐이라 蓋衆人은 有是形而不能盡其理故로 無以踐其形이오 惟聖人은 有是形而又能盡其理然後에 可以踐其形而無歉也ㅣ라 ○程子ㅣ 曰此ㅣ 言聖人은 盡得人道而能充其形也ㅣ라 蓋人得天地之正氣而生하야 與萬物不同하니 旣爲人인댄 須盡得人理然後에 稱其名이라 衆人은 有之而不知하고 賢人은 踐之而未盡하니 能充其形은 惟聖人也ㅣ라 楊氏 曰天生烝民에 有物有則하니 物者는 形色也ㅣ오 則者는 性也ㅣ라 各盡其則이면 則可以踐形矣리라 사람의 형체 있음과 색 있음은 각각이 자연의 이치가 있지 아니함이 없으니 이른바 천성이라. 천은 ‘말을 실천함’의 천과 같음이라(『禮記』 曲禮에서는 ‘修身踐言’을 善行이라 하였다). 대개 많은 사람들은 이 형체가 있으나 능히 그 이치를 다하지 못하므로 써 그 형체를 실천함이 없고, 오직 성인은 이 형체가 있고 또 능히 그 이치를 다한 연후에 가히 써 그 형체를 실천하여 부족함이 없음이라. ○정자 가라사대 이것은, 성인은 시러곰 인도를 다하여 능히 그 형체를 채움을 말씀하심이라. 대개 사람은 천지의 바른 기운을 얻어 태어나 만물과 더불어 같지 아니하니 이미 사람이 되었을진댄 모름지기 시러곰 사람의 도리를 다한 연후에 그 이름을 칭함이라. 많은 사람들은 그것이 있으면서도 아지 못하고 현인은 실천하면서도 다하지 못하니 능히 그 형체를 채움은 오직 성인이라. 양씨 가로대 ‘天生烝民에 有物有則하니’(『詩經』「大雅 蒸民」편에 나오는 글로 滕文公 上 제4장의 설명 참조)에서 物이라는 것은 형과 색이오, 則이라는 것은 성이라. 각기 그 법칙을 다하면 가히 써 형체를 실천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