君子는 素其位而行이오 不願乎其外니라 군자는 현재 그 위치에서 행하고 그 바깥을 원하지 않느니라
素 : 본디 소, 현재 소
[본문 해설] 『주역』 52번째 重山艮卦 大象傳을 보면, “象曰 兼山이 艮이니 君子ㅣ 以하야 思不出其位하나니라(상전에 이르길, 겹쳐 있는 산이 간이니, 군자가 이로써 생각이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아니 하느니라)” 하였다. ‘생각 思’는 ‘밭 전(田)’에 ‘마음 심(心)’을 더한 형태로 마음의 밭이다. 형이상적으로는 井의 한가운데 즉 중앙 土의 마음, 심고 거두는(土爰稼穡, 토원가색) 마음이다. 따라서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은 그 밭이 기름진 옥토냐 아니면 거친 황무지냐에 달려 있다. 마음의 밭을 잘 쓰는 사람은 그곳이 옥토이므로 곡식이 잘 자라듯이, 군자는 자기 자리에서 분수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지 그밖의 일은 도모하지 말라는 뜻이다. 참고로 『논어』제16장 季氏편에서 공자는 군자가 항상 유념해야 할 아홉 가지의 생각(九思)을 다음과 같이 들고 있다. “孔子曰 君子有九思하니 視思明하며 聽思聰하며 色思溫하며 貌思恭하며 言思忠하며 事思敬하며 疑思問하며 忿思亂하며 見得思義니라(공자 이르길, 군자는 생각함에 아홉 가지가 있으니, 봄에 밝음을 생각하고, 들음에 귀밝음을 생각하고, 낯빛 띰에 온화함을 생각하고, 몸 가짐에 공손함을 생각하고, 말함에 진실됨을 생각하고, 섬김에 공경을 생각하고, 의심되는 바에 물음을 생각하고, 분함에 환란을 생각하고, 얻음을 봄에 의로움을 생각하느니라)”
素는 猶見在也ㅣ라 言君子ㅣ 但因見在所居之位하야 而爲其所當爲오 無慕乎其外之心也ㅣ라 소는 현재와 같으니라. 군자가 다만 현재 거처하는 바의 위치대로 인하여 그 마땅히 해야 할 바를 하는 것이고 그 밖의 마음을 사모함이 없느니라.
見 : 나타날 현
素富貴하얀 行乎富貴하며 素貧賤하얀 行乎貧賤하며 素夷狄하얀 行乎夷狄하며 素患難하얀 行乎患難이니 君子는 無入而不自得焉이니라 부귀에 있어서는 부귀대로 행하며 빈천에 있어서는 빈천대로 행하며 오랑캐에 있어서는 오랑캐대로 행하고 환란에 있어서는 환란대로 행하니 군자는 들어가는 데마다 스스로 얻지 못함이 없느니라.
此는 言素其位而行也ㅣ라 이는 그 현재 위치대로 행함을 말함이라.
在上位하야 不陵下하며 在下位하야 不援上이오 正己而不求於人이면 則無怨이니 上不怨天하며 下不尤人이니라 윗자리에 있어서 아랫사람을 능멸하지 않으며, 아랫자리에 있어서 윗사람을 잡아당기지 않으며 자기 몸을 바로 하여 남에게 구하지 않으면 즉 원망이 없음이니,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으며 아래로는 사람을 탓하지 아니 하나니라
陵 : 능멸(陵蔑, 凌蔑)할 릉 援 : 당길 원 怨 :원망할 원 尤 : 허물 우
[본문 해설] 군자라면 어떤 자리에 처하더라도 그 때를 당하여 묵묵히 할 바를 다해가며 나아가기에 남을 원망하거나 탓할 일이 없다. 『주역』건괘 문언전에서 九三 효사인 “君子ㅣ 終日乾乾하야 夕惕若하면 厲하나 无咎이리라(군자가 날이 마치도록 굳세고 굳세어서 저녁에 두려워하면 위태로우나 허물은 없으리라)”에 대하여 공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子ㅣ曰 君子ㅣ 進德修業하나니 忠信이 所以進德也ㅣ오 修辭立其誠이 所以居業也ㅣ라 知至至之라 可與幾也ㅣ며 知終終之라 可與存義也ㅣ니 是故로 居上位而不驕하며 在下位而不憂하나니 故로 乾乾하야 因其時而惕하면 雖危나 无咎矣리라(공자 이르길 군자가 덕에 나아가며 업을 닦나니 충성되고 미덥게 함이 덕에 나아가는 바요, 말을 닦고 그 정성을 세움이 업에 거하는 바라 이를 줄 알고 이르나니 더불어 기미할 수 있으며, 마칠 줄 알고 마치니 더불어 의리를 보존할 수 있으니 이런 까닭에 높은 자리에 있어도 교만하지 아니하며 낮은 자리에 있어도 근심하지 아니하나니 그러므로 굳세고 굳세게 해서 그 때로 인하여 두려워하면 비록 위태하나 허물이 없으리라)" 九三은 六位를 삼태극 속의 음양으로 나누었을 때, 인체의 정신(九四는 사람의 육체)에 해당하는 인태극 자리이다. 내괘에 처하고 있는데다 양이 양자리에 있어 바른 자리이므로 군자이지만 내괘를 마치고 외괘로 넘어가기 직전이고 지나치게 강하여 위태로운 상태이다. 이때 군자는 진덕수업을 행하여 내적으로는 늘 덕을 행하고 외적으로는 늘 업을 닦는 것이다. ‘충성 忠’은 中心 즉 속마음 그대로 성실한 것을 말하고 ‘믿을 信’은 사람이 말한 그대로 행하여 미더운 것을 말한다. 이는 곧 中孚의 마음이기도 하다. 이렇게 충과 신에 바탕하여 내적인 덕을 행하는 것이고 밖으로는 늘 말 한마디마다 잘 닦아 헛되게 하지 않고 성실함이 있어서 그 정성을 바쳐서 업에 거처하는 것이다. 이렇게 진덕수업을 했을 때 이를 데를 알아 이르므로 필연코 일의 기미를 알고 일을 시작하게 되며 또한 마칠 데를 알아 마치는 까닭에 필연코 결실(종결)을 알게 되니 그 결실과 의리를 보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기 때문에 九三은 初九와 九二보다 아랫자리에 있지만 그보다 못한 처지를 부러워하거나 근심하지 않는다.
此는 言不願乎其外也ㅣ라 이는 그 밖의 것을 원하지 않음을 말함이라.
故로 君子는 居易以俟命하고 小人은 行險以徼幸이니라 그러므로 군자는 쉬운 데(평지)에 거하면서 명을 기다리고 소인은 험한 곳을 다니면서 요행을 구하느니라.
易 : 쉬울 이 徼 : 구할 요 幸 : 요행 행
[본문 해설] 군자는 욕심을 내지 않고 깨끗한 마음으로 늘 제 위치를 그대로 지키기에 이것을 평지에 거처하는 것으로 비유했고, 소인은 항상 바깥 것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고, 감당 못할 일들을 벌여 늘 불안해 하고 화를 초래하기에 험한 곳에 거처하는 것으로 비유했다. 따라서 군자는 평지에 거하면서 하느님이 나의 운명을 어떻게 전개해 줄 지만을 기다릴 뿐이며, 소인은 감당 못할 험한 일만을 택하기에 요행을 바라게 된다.
易는 平地也ㅣ라 居易는 素位而行也ㅣ오 俟命은 不願乎外也ㅣ라 徼는 求也ㅣ라 幸은 謂所不當得而得者라 이는 평지라. 거이는 현재 위치대로 행하는 것이오. 사명은 바깥 것을 원하지 않음이라. 요는 구함이오, 행은 얻으면 마땅치 않은 바를 얻음을 말함이라.
子ㅣ曰 射ㅣ 有似乎君子하니 失諸正鵠이오 反求諸其身이니라 공자 이르길 활을 쏘니 군자와 같음이 있으니 정곡을 잃고 돌이켜 그 몸에서 구하느니라.
射 : 쏠 사 鵠 : 과녁 곡, 황새 곡
[본문 해설] 중용지도를 하는 군자는 활을 쏘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활을 쏠 때는 자세를 반듯이 하고 맞히고자 하는 사물을 똑바로 보아야만 정곡을 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화살이 빗나간다면 맞히고자 하는 목표물이나 화살의 탓이 아니라 바로 내 몸의 자세가 바르지 못한데서 그 원인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나에게 있다는 뜻이다.
畫布曰正이오 棲皮曰鵠이니 皆侯之中 射之的也ㅣ라 子思ㅣ 引此孔子之言하야 以結上文之意하시니라 베에 그려 놓은 것을 정이라 하고 가죽을 매달아놓은 것을 곡이라 하니 모두 과녁의 중심이오 활의 표적이니라. 자사가 공자의 말씀의 이끌어서 윗글의 뜻을 맺으셨느니라.
棲 : 깃들일 서 侯 : 과녁 후 的 : 과녁 적
右는 第十四章이니라
子思之言也ㅣ니 凡章首에 無子曰字者는 放此하니라 자사의 말씀이니 무릇 장 머리에 ‘자왈’이란 글자가 없는 것은 이와 같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