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致知
05-01 知止而后에 有定이니 定而后에 能靜하며 靜而后에 能安하며 安而后에 能慮하며 慮而后에 能得이니라 그칠 줄을 안 뒤에 정함(일정함)이 있으니 정한 뒤에 능히 고요하며(방황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음), 고요한 뒤에 능히 편안하며, 편안한 뒤에 능히 생각(순수하고 진실한 생각)하며, 생각한 뒤에 능히 얻느니라.
[해설] 여기서 얻는다는 것은 사물의 이치를 바르게 터득하여 체득하는 得知를 가리킨다. 그칠 줄을 알아야 한 곳으로 마음이 정해지고, 마음을 일정한 곳에 몰입하면, 자연 고요해져 나아가 편안해진다. 그렇게 되면 자연 사려 깊게 생각할 수 있어서 마침내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 체득하게 된다. 이렇게 知止․有定․能靜․能安․能慮․能得의 여섯 절차를 밟는 가운데, 바른 생각이 날 것이고 바른 생각 속에는 모든 이치가 들어 있으므로 사람의 행동 규범이 여기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周易』의 重山艮은 산이 중첩된 괘상으로 후중이 제자리에 그치는 괘이다. 위의 여섯 단계를 艮卦 여섯효의 六止에 비유하면, 知止는 初六의 艮其趾(발꿈치에 그침), 有定은 六二의 艮其腓(장딴지에 그침), 能靜은 九三의 艮其限(허리에 그침), 能安은 六四의 艮其身(몸 또는 마음에 그침), 能慮는 六五의 艮其輔(볼에 그침), 能得은 上九의 敦艮(돈독히 그침)에 해당한다. “艮은 止也”, 여섯효가 六止인데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이렇게 止 ․ 定․ 靜 ․ 安․ 慮 ․ 得 여섯 가지는 儒家에서 하는 觀공부의 구체적인 방법론이다. 佛家에서 수행하는 禪공부와도 통하는 얘기이다. 발을 대고 앉아(止), 거기서 몸을 안정시켜서(定), 정신이 고요해지고(靜), 심신이 편안해지면서(安), 그 맑은 가운데에서 올바르고 참된 생각이 나서(慮), 마침내 온 세상의 진리를 깨우치는(得) 것이다. 세상을 經綸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자세가 요구되는데『周易』繫辭下傳 제5장에서 공자는 또한 이렇게 말씀하셨다. “君子ㅣ 安其身而後애아 動하며 易其心而後애아 語하며 定其交而後애아 求하나니 君子ㅣ 脩此三者故로 全也하나니 危以動하면 則民不與也코 懼以語하면 則民不應也코 无交而求하면 則民不與也하나니 莫之與하면 則傷之者ㅣ 至矣나니 易曰 莫益之라 或擊之리니 立心勿恒이니 凶이라 하니라”(군자가 그 몸을 편안히 한 뒤에야 움직이며, 그 마음을 편안하게 한 뒤에야 말하며, 그 사귐을 정한 뒤에야 구하나니 군자가 이 셋을 닦는 까닭에 온전하나니, 위태함으로써 움직이면 곧 백성이 더불지 아니하고, 두려움으로써(두려워하면서) 말하면 곧 백성이 응하지 아니하고, 사귐이 없이 구하면 백성이 주지 않나니, 주는 이가 없으면 곧 상하게 하는 자가 이르나니 역에 말하기를 ‘더하지 마라 혹 치리니 마음을 세워 항상하지 못하니 흉하다’라고 하니라.)고 하였다.
05-02 詩云 瞻彼淇澳한대 菉竹猗猗로다 有斐君子여 如切如磋하며 如琢如磨라 瑟兮僩兮며 赫兮喧兮니 有斐君子여 終不可諠兮라 하니 如切如磋者는 道學也ㅣ오 如琢如磨者는 自修也ㅣ오 瑟兮僩兮者는 恂慄也ㅣ오 赫兮喧兮者는 威儀也ㅣ오 有斐君子終不可諠兮者는 道盛德至善을 民之不能忘也ㅣ니라 『詩經』에 이르기를 “저 淇水의 굽이진 곳을 바라보니 푸른 대숲 무성하구나! 문채나는 군자여. 자르는 듯 닦는 듯하며 쪼는 듯 가는 듯하도다. 엄숙하고 꿋꿋하심이여 훤하고 뚜렷하심이여. 문채나는 군자여! 끝내 잊지 못하리라!”하니, 여절여차란 배움을 말한 것이고, 여탁여마란 스스로 닦는 것을 말하고, 슬혜한혜란 조심스러운 것이고, 혁혜훤혜란 위엄 있는 모습이고, 유비군자종불가훤혜란 성덕과 지선을 백성들이 잊을 수 없음을 말한 것이다.
瞻 : 볼 첨 淇 : 물이름 기 澳 : 굽이질 욱 菉 : 푸를 록 猗 : 아름다울 의, 성할 의 斐 : 문채날 비 磋 : 닦을 차 琢 : 쪼을 탁 磨 : 갈 마 瑟 : 비파 슬, 엄숙할 슬 僩 : 굳셀 한 赫 : 빛날 혁 喧 : 성대할 훤 恂 : 두려할 준 慄 : 두려울 률 諠 : 잊을 훤
[해설] 기수 굽이진 언덕 위에 푸른 대나무가 무성한 정경을 보고 시를 흥기하여, 절차탁마해서 학문을 닦고 위엄있는 덕용을 갖춘 군자의 아름다운 풍모를 기리고 이러한 군자의 盛德과 至善을 백성이 항시 잊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본래 이 시는 『詩經』위나라 「風」淇澳편에서 인용한 것으로 衛나라 武公이 나이 90이 넘어서도 학덕을 닦는데 게을리하지 않았으므로 위나라 사람들이 그 덕을 칭송하여 읊은 시이다. 군자의 학문은 격물에 바탕한 치지의 功效를 나타냄으로써 이루어진다. 본문에서 切磋는 학문을 말하고(道學), 琢磨는 스스로 닦음(自修)라고 하였다. 배우고 익혀서 자신의 덕을 닦는 것이 곧 절차탁마이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근본을 아는 것이므로 군자는 스스로의 학문과 덕을 쌓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周易』乾卦 文言傳 九二에 이른 學以聚之(배워서 모음)와 問以辨之(물어서 분별함)는 학문함을 말하는 것이고, 寬以居之(너그러움으로써 거처함)와 仁以行之(어짊으로써 행동함)는 自修를 말한 것이다. 『論語』에 공자가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하나마나이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아니하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하고 思而不學則殆니라)고 하였으니, 곧 학문을 쌓고 몸을 닦는데 끊임없이 절차탁마하라는 말씀이다. 이렇게 절차탁마를 하여 학문과 덕이 쌓이면 그 내면에는 엄숙하고 근엄한 기상(恂慄)이 있고 외면으로는 위엄있는 거동(威儀)을 하여, 빛나는 군자로서의 인품과 풍모를 완전히 갖추게 된다. 여기서 말한 군자의 盛德至善은 학문에 근본하여 덕을 쌓은 군자가 덕을 성대히 밝혀서(明明德) 지선한 세상을 이룬 공업(止於至善)을 이르며, 이를 백성들이 잊지 않고 추모함은 그 군자가 백성과 더불어 친하였기 때문이다. 이 절목에 삼강령에 대한 내용을 다 갖추고 있다.
05-03 子ㅣ曰 聽訟이 吾猶人也ㅣ나 必也使無訟乎저하시니 無情者ㅣ 不得盡其辭는 大畏民志니 此謂知本이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송사 들음이 내가 남들과 같으나 반드시 하여금 송사가 없게 할진저!” 하시니, 실지(實情, 즉 참된 마음)가 없는 자가 그 말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크게 백성의 뜻을 두렵게 한 때문이니 이것이 이르되 근본을 앎이니라.
聽 : 들을 청 訟 : 송사 송 猶 : 같을 유 使 : 하여금 사 辭 : 말씀 사
[해설] 이 글은 『論語』顔淵편에 나오는데, 공자의 제자로서 용감하고 판단력이 강했던 子路를 공자가 칭찬한 뒤에 한 말씀이다. “片言에 可以折獄者는 其由也與인저!”, 즉 죄지은 사람이나 시비하는 사람의말을 반쯤 듣고서도 송사를 딱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내 제자 자로라고 하시며, “나도 송사를 듣고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남과 같지만(聽訟 吾猶人也) 남들은 대개 송사가 벌어진 뒤에 판단하느라고 애쓰지만 나는 아예 송사 자체가 없게 만들겠다”(必也使無訟乎)고 하셨다. 애당초부터 근본적인 치유 방법을 알아서 대처하겠다는 말씀이다. 송사를 듣는 이는 공정무사하게 시비곡절을 판단하며, 송사의 본말종시를 분명히 하여 선후를 가릴 수 있는 지혜로운 자라야 한다. 그래서 여기 문장에서도 此謂知本을 언급하고 있다. 『論語』季氏편에 공자가 군자의 畏를 말씀하시기를, “군자에게 삼외가 있으니, 천명을 두려워하며 대인을 두려워하며 성인의 말씀을 두려워한다”(君子有三畏하니 畏天命하며 畏大人하며 畏聖人之言이니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사람은 마땅히 두려워할 줄을 알아야 함을 말씀한 것이다. 여기 본문에 애당초 송사가 일어나지 못하게 하련다는 공자의 말씀도 곧 근본을 알아서 처음부터 다스려야, 백성이 송사하려는 허탄한 마음을 감히 갖지 않고 쉽게 따르게 된다는 말씀이다. 모름지기 송사란 끝까지 나아가면 흉하고 길게 끌지 않으면 길한 법이므로 『周易』訟卦의 初六 象辭에 ‘訟不可長也’(송사는 길게 끌어서는 안된다)라 하였고 그 大象에 ‘作事謀始’(일을 일으킴에 처음을 도모하여 계획을 잘 세움)라고 하여 시작부터 일을 잘 꾀하여야 함을 말하였다. 『論語』公冶長편에 공자가 “하는 수 없구나! 나는 능히 자기의 허물을 보고 안으로 자신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자를 보지 못하였다”(已矣乎인저 吾未見能見其過而內自訟者也케라)고 탄식하시며, 사람이 허물이 있으되 허물을 아는 자가 드물고 허물을 알고서 스스로 시비판단을 하는 자가 더욱 보기 어려움을 슬퍼하였는데, 이 또한 知本의 어려움을 말씀한 것이다.
05-04 此謂知之至也ㅣ니라 이 이르되 앎이 이르는 것이다.
右는 傳之五章이니 釋致知하다(四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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