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治國平天下 10-01 所謂平天下ㅣ 在治其國者는 上이 老老而民이 興孝하며 上이 長長而民이 興弟하며 上이 恤孤而民이 不倍하나니 是以로 君子는 有絜矩之道也ㅣ니라 이른바 “천하를 平함이 그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다”는 것은, 위에서 늙은이를 늙은이로 섬기면 백성들이 孝에 일어나고, 위에서 어른을 어른으로 모시면 백성들이 弟에 일어나며, 위에서 외로운 이를 불쌍히 여기면 백성들이 배반하지 아니하니, 이 때문에 군자는 혈구의 도가 있느니라.
恤 : 아낄 휼 倍 : 거스를 패 絜 : 헤아릴 혈 矩 : 법 구
[해설] 여기서부터는 전문 제10장으로서 천하를 평치하려면 먼저 나라를 다스려야 함을 설명한 내용이다. 앞 절목에서 언급한 孝弟慈를 다시 언급한 까닭은 제가와 치국과 평천하가 모두 한결같이 이 세 가지 덕목에 의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老老는 노인을 노인으로 섬기는 것으로 孝를 흥기하는 구체적인 방법이고, 長長은 어른을 어른으로 대접하는 것으로 弟를 흥기하는 구체적인 방법이고, 恤孤는 외로운 이를 불쌍히 여기는 것으로 慈를 흥기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다. 이렇게 천하백성들의 孝弟慈가 흥기되고 천하 국가를 평치할 수 있는 방법을 絜矩之道라고 한다. 그 구체적인 예가 천하의 인군(上)으로서 그 王家를 老老․長長․恤孤하는 것이다. 여기서 혈구의 矩는 曲尺, 즉 직각선을 그리는 곱자를 말한다. 그리고 사방을 재서 방정하게 제도하는 것을 絜矩라고 한다. 이와 같이 자로 재듯 정확히 백성의 마음을 헤아려서 민심을 다스린다면, 상하사방의 어느 곳에도 기울지 않는 도로써 천하국가를 다스릴 수 있게 된다. 10-02 所惡於上으로 毋以使下하며 所惡於下로 毋以事上하며 所惡於前으로 毋以先後하며 所惡於後로 毋以從前하며 所惡於右로 毋以而交於左하며 所惡於左로 毋以而交於右ㅣ 此之謂絜矩之道니라 위에서 싫은 바로 아래를 부리지 말며, 아래에서 싫은 바로 위를 섬기지 말며, 앞에서 싫은 바로 뒤를 앞서지 말며, 뒤에서 싫은 바로 앞을 따르지 말며, 오른쪽에서 싫은 바로 왼쪽을 사귀지 말며, 왼쪽에서 싫은 바로 오른쪽을 사귀지 아니하는 것, 이것을 일컬어 ‘혈구의 도’라고 하니라.
[해설] 이 절목에서는 혈구의 도가 어떠한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자신을 中을 놓고서 그 상하간의 섬김과 부림, 전후간의 앞장섬과 뒤따름, 좌우간의 사귐으로써 풀이하고 있다. 상하․좌우․ 전후는 六合 공간을 의미한다. 혈구의 도는 “己所不欲을 勿施於人하라” 즉 내가 바라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도 상대적인 상하․전후․좌우의 관계에서 자신의 싫어하는 바를 상대에게 베풀지 말라고 하였다. 또한 絜矩之道는 『論語』公冶長편에 자공이 공자께 “남이 내게 가하는 것을 원치 않으면 나도 역시 남에게 가하고 싶지 않습니다”(我不欲人之加諸我也를 我亦欲無加諸人하노이다)하고, 『中庸』에 “자기에게 베풀어짐을 원치 않는 것은 역시 내가 남에게도 베풀지 말라”(施諸己而不願을 亦勿施於人하라)고 한 내용과 같다. 상하․사방의 中을 잡아 均齊方正하게 다스리는 혈구의 도는 『書經』洪範편의 왕자(王者 : 皇極)의 도는 편당이 없어야 한다는 蕩平正直에 그 뿌리를 둔다고 여겨진다. 五皇極條를 보면 다음과 같다. “無偏無陂하야 遵王之義하며 無有作好하야 遵王之道하며 無有作惡하야 遵王之路하라. 無偏無黨하면 王道ㅣ 蕩蕩하고 無黨無偏하면 王道ㅣ 平平하며 無反無側하면 王道ㅣ 正直하리니 會其有極하야 歸其有極하리라”(한쪽짐(不中)도 없고 언덕짐(不平)도 없어서, 왕의 의리를 따르며, (사사로이) 좋아함을 짓지 아니하여 왕의 도를 따르며, (사사로이) 싫어함을 짓지 아니하여 왕의 路를 따르라. 편도 없고 당도 없으면 왕도가 넓고 크며, 당도 없고 편도 없으면 왕도가 편편하며, 배반함도 없고 기울어짐도 없으면 왕도가 정직하리니 그 극에 모여서 그 극에 돌아가리라) 『中庸』에 공자께서 “군자의 도가 네 가지인데 내가 하나도 능하지 못하다. 자식에게 구하는 만큼 부모 섬김에 능치 못하며, 신하에게 구하는 만큼 인군 섬김에 능치 못하며, 아우에게 구하는 만큼 형 섬김에 능치 못하며, 붕우에게 구하는 만큼 먼저 베풀지를 못한다”(제13장 : 君子之道ㅣ 四에 丘未能一焉이로니 所求乎子로 以事父를 未能也하며 所求乎臣으로 以事君을 未能也하며 所求乎弟로 以事兄을 未能也하며 所求乎朋友로 先施之를 未能也ㅣ로라)고 사양하신 말씀도 이 절의 내용과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10-03 堯舜이 帥天下以仁하신데 而民이 從之하고 桀紂ㅣ 帥天下以暴한대 而民이 從之하니 其所令이 反其所好ㅣ면 而民이 不從하니라 요순이 천하를 仁으로 거느리시고 백성들이 그를 따르고, 걸주가 천하를 포악함으로 거느리니 백성들이 그를 따르니 그 명령하는 바가 그 좋아하는 것과 상반되면 백성들은 따르지 않느니라.
帥 : 장수 수, 거느릴 솔
[해설] 요순과 걸주는 다 같이 천하백성을 다스린 천자인데, 여기서는 어진 정치를 하였던 요순과 포악한 정치를 하였던 걸주의 상반된 예를 들어서, 上(천자)이 요순과 같은 성인이 되었든 걸주와 같은 폭군이 되었든 상관없이 천자가 내리는 명이 천하백성들이 좋아하는 바에 합하면 따르고 이와 반대되면 복종하지 않음을 말하고 있다. 10-04 是故로 君子는 有諸己而後에 求諸人하며 無諸己而後에 非諸人하나니 所藏乎身이 不恕ㅣ오 而能喩諸人者ㅣ 未之有也ㅣ니라 이 때문에 군자는 자기에게 (善이) 있은 뒤에 남에게 그것을 요구하며, 자기에게 (不善이) 없은 뒤에 남에게 그르다고 하는 것이니, 자기 몸에 간직한 것이 恕가 아니고서 다른 사람을 깨우칠 수 있는 사람은 있지 않느니라.
喩 : 깨우칠 유
[해설] 이것은 천하백성들을 다스리는 방법의 요체가 백성의 좋아하는 바를 같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바를 같이 싫어하는 絜矩之道에 달려 있음을 밝힌 것이다. 참고로 본래 忠이란 ‘가운데 中’과 ‘마음 心’을 합친 글자로 내 마음 속에 있는 충심 그대로를 다 바치는 것이고, 恕는 ‘같을 如’에 ‘마음 心’을 합친 글자로 나와 남을 같이 여기는 마음, 즉 모든 사람들을 다 용서해줄 수 있는 아량과 도량을 말한다. 이 忠恕는 유학의 핵심 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