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1 所謂治國이 必先齊其家者는 其家를 不可敎ㅣ오 而能敎人者ㅣ 無之하니 故로 君子는 不出家而成敎於國하나니 孝者는 所以事君也ㅣ오 弟者는 所以事長也ㅣ오 慈者는 所以使衆也ㅣ니라 이른바 “나라를 다스림이 반드시 먼저 그 집을 가지런해 해야 한다”는 것은 그 가족을 가르치지 못하고서 남을 가르칠 수 있는 자가 없으니, 그러므로 군자는 집에서 나가지 아니하고도 가르침을 나라에 이루나니, 孝는 인군을 섬기는 방법이고, 弟는 어른을 모시는 방법이 되며, 慈는 무리를 이끄는 방법이 되느니라.
事 : 섬길 사 弟 : 공순 제 慈 : 사랑 자 使 : 부릴 사
[해설] 여기는 제가를 바탕으로 해서 치국하는 내용을 담았다. 머리절인 孝弟慈 절목은 제가의 기본 덕목인 효도함과 공순함, 사랑함을 들어 군자가 제가뿐만 아니라 나아가 치국의 가르침으로 삼는 것을 말하였는데, 부모께 효도함(孝)은 나라의 인군을 섬기는 근본이고, 형에게 공순함(弟)은 어른을 섬기는 근본이며, 자식을 사랑함(慈)은 아랫사람을 부리는 근본이다. 孝弟는 인륜도덕의 바탕이다. 효도하는 이로서 인군을 충성으로 섬기지 않을 사람이 없고 형에게 공순한 이로서 어른을 공경치 않을 사람이 없으므로, 『論語』에도 공자가 제자에게 “들어가서는 효도하고 나가서는 공경하라”(子ㅣ曰 弟子 入則孝하고 出則弟)고 말씀하였고, 또한 공자의 문하인 有子가 “그 사람됨이 효도하고 공순한데 윗사람에게 대드는 이가 적으니, 윗사람 범하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亂을 일으키기를 좋아하는 자가 없다”(有子曰 其爲人也ㅣ 孝弟요 而好犯上者ㅣ 鮮矣니 不好犯上이오 而好作亂者ㅣ 未之有也ㅣ니라)고 하였다. 慈는 부모가 자식에게 자애로운 마음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아랫사람을 사랑한다면 순종하지 않을 사람이 없으므로 인군을 民之父母라 표현하기도 했다. 군자는 孝 弟 慈 세 덕목을 먼저 집사람들에게 가르침으로써 타인의 모범이 된다. 그러므로 집 밖으로 벗어나지 않더라도 자연 이웃과 나라 사람이 이를 본받아 배우고 아름다운 풍속이 일어나게 된다.
09-02 一家ㅣ 仁이면 一國이 興仁하고 一家ㅣ 讓이면 一國이 興讓하고 一人이 貪戾면 一國이 作亂하나니 其機如此하나니 此謂一言이 僨事ㅣ며 一人이 定國이니라 한 집이 어질면 한 나라가 어진 데 일어나고, 한 집이 사양하면 한 나라가 사양하는 데 일어나고, 한 사람이 탐하고 거스르면 한 나라가 혼란을 일으키나니, 그 기틀이 이와 같으니 이를 일러 한마디 말이 일을 엎어 놓으며 한 사람이 나라를 안정시킨다고 하는 것이다.
讓 : 사양할 양 戾 : 거스를 려 機 : 틀 기 僨 : 엎칠 분
[해설] 앞의 절에 이어 한 집안의 어짊과 사양하는 기풍이 한 나라에 어질고 사양하는 미풍양속을 일으키는 반면 한 사람의 그릇된 욕심과 패륜에 의해 나라의 혼란이 야기됨을 말하고 이로써 한마디 말이 일을 엎어뜨리며 한 사람이 나라를 안정케 하는 기틀이 됨을 지적하고 있다. 一家仁에 一國興仁, 一家讓에 一國興讓의 예로는 문왕이 어진 덕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국경 문제로 싸우던 소국의 두 제후가 이를 해결하고자 주나라를 같이 방문하였으나 길 가던 사람끼리 예로써 길을 양보하고 밭두둑을 사양함을 보고 부끄러이 여겨 문왕을 만나지도 않고 서로 화해한 후 돌아갔다는 일화가 있다. 『論語』에도 공자께서 “능히 예와 사양으로써 하면 나라를 다스림에 무슨 어려움이 있으며, 능히 예와 사양으로써 나라를 다스리지 않으면 예문을 갖추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里仁편 : 子曰 能以禮讓이면 爲國乎에 何有며 不能以禮讓爲國이면 如禮에 何리오)라고 하였다. 요임금이 만조백관을 모아 놓고 “내 나이 70이니 이제 혼미해서 정치를 못하겠구나. 이 제왕의 자리를 넘기려 하니 훌륭한 사람이 있으면 누구든지 추천해보라”하자, 放齊라는 신하가 “아드님인 丹朱가 있으니 제위를 전하면 되지 않습니까?”하고 추천하였다. 그러자 “내 자식은 모질고 사나워서 안 된다”하고 다른 이를 추천하도록 하였다. 백성은 모두가 인군 한 사람에게 달렸는데 내 욕심으로 악하고 불선한 자식한테 맡겼다가 백성이 다 못살게 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마침내 모든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추천한 이가 바로 舜이었는데, 천하백성을 다스리는 일이 참으로 중차대하므로 요임금은 자신의 두 딸인 娥皇과 女英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시집을 보내 舜을 두루 관찰케 하고 시험해본 뒤에 비로소 제위를 선양했다고 한다.
09-03 詩云 樂只君子여 民之父母라 하니 民之所好를 好之하며 民之所惡를 惡之이 此之謂民之父母니라 『詩經』에 이르기를 “즐거우신 군자여! 백성의 부모로다”하니, 백성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백성이 싫어하는 것을 싫어하니, 이를 일러 ‘백성의 부모’라고 하니라.
只 : 다만 지
[해설] 옛날 성군인 문왕을 가리켜서 한 말이다. 여기서 樂只君子는 백성의 부모로서 군자가 與民同樂하여 백성과 더불어 즐거워함을 말한 것인데, 이렇게 백성이 좋아하는 바를 같이 좋아하고 백성이 싫어하는 바를 같이 싫어하여 同苦同樂한다면 백성의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는 인군이다. 『周易』에 聖人은 “길하고 흉한 일을 백성과 더물어 즐거워하고 근심한다”(吉凶 與民同患) 하였고 “사람들과 같이함에 모든 것들이 반드시 다 돌아온다”(與人同者 物必歸焉)고 하였다. 『中庸』에도 “아름답고 즐거운 군자의 빛나는 덕이 백성을 마땅하게(선하게) 하고 사람들을 마땅하게 한다”(詩曰 嘉樂君子의 憲憲令德이 宜民宜人이라)고 하였으니, 인군이 백성을 자기 자식과 같이 귀중히 여기고 동고동락함에 따라서 백성도 부모와 같이 극진히 섬기며 그 덕을 기리는 것이다.
09-04 故로 治國이 在齊其家니라 그러므로 나라를 다스림이 그 집을 가지런히 하는 데 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