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7 楚書에 曰 楚國은 無以爲寶요 惟善을 以爲寶라 하니라 『楚書』에 이르기를 “초나라는 보배로 삼을 것이 없고 오직 善人을 보배로 삼는다”고 하니라.
[해설] 이 절목은 초나라의 격언을 인용하여 善이 보배임을 강조하고 있다. 선의 중요함은 삼강령의 마지막 궁극 목표가 至於至善인 데에서도 알 수 있으며, 『中庸』에 선에 밝아야 몸을 정성스럽게 하고 나아가 부모에게 효도하고 붕우에게 미덥고 윗사람의 마음을 얻어 마침내 천하국가를 다스릴 수 있다(제20장 : 在下位하야 不獲乎上이면 民不可得而治矣리라 獲乎上이 有道하니 不信乎朋友ㅣ면 不獲乎上矣리라 信乎朋友ㅣ 有道하니 不順乎親이면 不信乎朋友矣리라. 順乎親이 有道하니 反諸身不誠이면 不順乎親矣리라. 誠身이 有道하니 不明乎善이면 不誠乎身矣리라)고 하였으니 이 선보다 더 큰 보배는 없는 것이다. 『楚書』에 인용된 이 글 내용은 역사적 유래가 있다. 秦나라가 초나라를 정벌할 심산으로 사자를 보내어 초나라의 보배가 무엇인지 살피게 하였는데, 초나라 사람들이 한결같이 말하기를 초나라의 보배는 금은보화가 아니라 선한 사람을 보배로 삼는다고 하였다. 이것은 재물보다는 덕을 더 숭상하고 중시함을 말한다. 이에 진나라 사자가 돌아가서 “초나라는 어진 신하가 많아 정벌하지 못하겠다”고 하였다는 역사적 사례에서 이 글을 인용하여 明德과 至善을 강조했다.
10-18 舅犯이 曰 亡人은 無以爲寶요 仁親을 以爲寶라 하니라 외삼촌 범이 이르기를 “망명한 사람은 보배로 삼을 것이 없고 어버이 사랑함을 보배로 삼는다”하니라.
舅 : 외삼촌 구 犯 : 범할 범, 여기서는 이름으로 쓰임.
[해설] 이 절목은 『禮記』檀弓편의 기록을 인용한 글이다. 晋나라 文公(重耳)이 태자였을 적에 아버지 獻公의 부인이었던 驪姬의 참소로 인하여 헌공의 미움을 받게 되자 외국(狄)으로 망명해 갔는데, 헌공이 죽은 뒤에 秦나라 穆公이 사람을 중이에게 보내서 헌공의 후사로서 뒤를 이르라고 했다. 중이가 그 외삼촌인 犯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자, 위 본문과 같이 “네가 본국에 돌아가서 나라의 얻음을 보배로 삼지 말고 마땅히 부왕의 상을 당한 사람으로서 애통함을 보배로 삼아라”하고 생질인 중이에게 마음의 경계를 삼도록 훈계한 것이다. 역시 孝와 德이 근본임을 강조한 말이다. 아비의 상을 당한 자로서 愛親의 도리를 다해서 애통함을 가져야 하는데, 임금이 될 욕심에 자식된 도리를 저버리고 그 자리만을 노린다면 어떻게 백성들의 마음을 감복하게 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지위를 얻을 수 있겠는가. 여기서 보배란 근본인 덕을 말한다.밝은 덕을 갖춘 군자가 근본으로 삼는 지극한 보배는 다름 아니 善과 仁親으로서, 이것이야말로 혈구의 도라고 할 수 있다.
10-19 孟獻子ㅣ曰 畜馬乘은 不察於鷄豚하고 伐氷之家는 不畜牛羊하고 百乘之家는 不畜聚斂之臣하나니 與其有聚斂之臣으론 寧有盜臣이라 하니 此謂國은 不以利爲利요 以義爲利也ㅣ니라 맹헌자 이르기를 “네 마리 말을 기르는 사람은 닭과 돼지를 보살피지 않고, 얼음을 켜는 집에서는 소와 양을 기르지 않고, 百乘의 집은 聚斂하는 신하를 키우지 아니하나니, 취렴하는 신하를 두느니 차라리 도적질하는 신하를 두는 게 낫다”고 하니, 이를 일러 ‘나라는 利를 利로 여기지 않고 義를 利로 여긴다’고 하니라.
畜 : 기를 휵 乘 : 수레 승, 넷 승 斂 : 거둘 렴 寧 : 차라리 녕
[해설] 이 절에서는 노나라의 어진 대부였던 맹헌자 仲孫蔑의 말을 인용하여 재화를 생산함에서 서로 경제적 영역을 설정함으로써 상하간의 의리를 지키고 중간에서 가혹히 세금을 거두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민생을 돈독히 안정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孟子』梁惠王 상편에도 양혜왕이 어떻게 자기 나라를 이롭게 할 것인지를 묻자, “왕은 하필 利를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의만이 있을 뿐입니다. 왕이 내 나라를 어떻게 이롭게 할까 하시면 대부는 어떻게 내 집을 이롭게 할까 하며, 선비와 백성은 어떻게 내 몸을 이롭게 할까 하여, 상하가 다투어 이익만을 취하게 되어 나라가 위태로워집니다. 萬乘의 천자를 죽이는 자는 반드시 천승의 제후요, 천승의 천자를 죽이는 자는 반드시 백승의 집안입니다. 만에서 천을 취하고 천에서 백을 취함이 많지 않은 것이 아니지만 진실로 義를 뒤로 하고 利를 앞세우면 다 빼앗지 않고는 만족하지 않습니다. 어질고서 그 부모를 버리는 이 없으며, 의롭고서 그 인군을 뒤로 하는 이 없습니다”(王何必曰利 亦有仁義而已矣 王曰何以利吾國 大夫曰何以利吾家 士庶人曰何以利吾身 上下交征利 而國危矣 萬乘之國 弑其君者 必千乘之家 千乘之國 弑其君者 必百乘之家 萬取千焉 千取百焉 不爲不多의 苟爲後義而先利 不奪不饜 未有仁而遺其親者也 未有義而後其君者也)라고 답하였다. 畜馬乘은 한 대의 수레를 끄는데 말 네 마리가 필요하므로 네 마리 말을 기르며 또 수레를 탄다는 뜻인데, 선비가 처음 과거에 응시해서 대부 벼슬을 하게 되면 이 말들을 기를 수 있도록 나라에서 허용해주므로 여기서는 대부의 벼슬아치를 가리킨다. 伐氷之家는 옛날에 초상 치르거나 제사 지낼 때 얼음을 쓰는 특수계층으로서 휵마승의 대부보다 더 높은 윗벼슬, 즉 卿大夫 이상을 말하고 百乘之家는 수레 백 대가 따르는 집으로서 萬乘의 천자 아래에 있는 소제후를 가리킨다. 옛날에 휵마승의 대부는 아래 백성들의 닭 기르고 돼지 기르는 축산에 대해서 아예 눈을 감아버리고 살피지 아니해서 백성들과 그 이익을 다투지 않고, 그 이상의 높은 지위인 벌빙하는 경대부들은 소와 양을 아예 기르지 아니하고, 백승의 제후는 아래 가신을 두지만 취렴하는 신하, 즉 세금을 거둬들이는 신하를 두지 않았다. 각기 그보다 아래 계층의 경제적 수단에 대해서 간섭하지 못하도록 엄격히 구분 통제함으로써 國利民福을 이룰 수 있게 하기위한 정책인데, 이것이 바로 義로써 나라의 이로움을 삼는 것이다(以義爲利). 만일 상하계층에 따른 경제적 구분을 설정하지 않으면 서로 이끗만을 다투게 되어서 이로움으로써 이로움을 삼는 정책을 베푸는 것이 된다(以利爲利). 이렇게 되면 모든 이들이 서로의 재물을 빼앗는 데에 혈안이 되어서 마침내 나라 전체가 망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여기서 맹헌자의 뜻은 국록을 먹는 신하가 鷄豚牛羊으로 利를 삼는 백성의 영역을 침해하지 말라는 것이지만 더 중요한 뜻은 취렴하는 신하를 기르지 말라는 데에 있다. “취렴하는 신하를 둘 바에는 차라리 도둑질하는 신하를 둘 것이다”라고까지 한 것은 취렴지신은 직접 下民에게 해를 끼치지만 盜臣은 하민과는 무관하고 주인의 물건만을 축낼 뿐이기 때문이다. 『論語』에 보면 공자께서 노나라 대부 계환자 밑에서 벼슬하는 제자 염구(冉求)가 계씨의 취렴을 막지 못하고 도리어 협조한 것을 알고 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시기를 “求는 우리 무리가 아니니, 너희들은 북을 울리며 그의 죄를 성토하라” 하셨다.
10-20 是故로 言悖而出者는 亦悖而入하고 貨悖而入者는 亦悖而出이니라 이러한 까닭으로 말이 거슬러 나간 것은 역시 거슬러 들어오고, 재물이 거슬러 들어온 것은 또한 거슬러 나가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