孔子가 노(魯)나라 군주인 애공(哀公)을 위하여 儒者들의 행실을 논한 ?禮記? 「儒行」편을 보면 “선비란 널리 배워 끝이 없고, 독실히 행하며 게으르지 않고, 은미한 곳에서 지낼 때일지라도 도리를 잃지 않으며, 위로는 하늘의 이치에 통달하여 막힘이 없고, 예는 조화로움을 귀하게 여기며, 충신으로써 아름다움을 삼고, 넉넉하면서도 여유로움을 법으로 삼고, 어진 이를 천거하며 무리를 포용할 줄 알고, 헐어서 방정함을 삼고 합하여(毀方而瓦合) 둥글게 하니 그 관유함이 이와 같음이 있는 자라(儒有博學而不窮하며 篤行而不倦하며 幽居而不淫하며 上通而不困하며 禮之以和爲貴하며 忠信之美하며 優游之法하며 舉賢而容衆하며 毀方而瓦合하니 其寬裕有如此者라)”고 하였다.
맹자가 “선비(士)는 뜻을 숭상하는(尙志) 자”라고 말한 것도 이런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한자(漢字) 생성과정에는 文․ 史․ 哲이 들어 있어
윗글에서 다른 글귀들은 낱글자의 뜻을 새기면서 읽으면 그런대로 이해가 되지만 ‘毀方而瓦合(훼방이와합)’이란 글귀는 얼른 다가오지 않는다.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格物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毁(헐 훼)는 ‘臼+工+殳’가 합하여 이루어진 글자이다. 臼(절구 구)는 땅을 파서 만든 절구의 뜻도 있지만 속이 빈 그릇의 형태를 말하며 殳(작대기 수)는 두드리는 물건으로 여기서는 鼓板(고판), 곧 두들기는 납작한 판대기를 말한다.
즉 毁는 기와를 만드는 도구와 공정과정을 담고 있는 글자이다. 기와를 만드는 공정을 보면, 그림에서 보듯이 회전판 위의 麻布(마포)를 두른 模骨(모골=성형틀)에 질흙을 점토판 형태로 두른 뒤에 鼓板으로 두들겨가며 기와모양을 만든다. 모골에는 나중에 기와를 잘 떼어내기 위해 암키와는 네 개의 분할선, 수키와는 두 개의 분할선을 새겨둔다.
[암키와 만드는 순서]
이때 고판에 무늬를 새겨 두드리면 기와 표면에 여러 무늬를 넣을 수 있다. 원통형의 기와가 다 성형되면 모골을 들어내고 마포를 제거한 뒤 원통기와를 건조시킨다. 일정 기간 건조시킨 뒤 막대기로 두들기면 미리 새겨두었던 분할선을 따라 암키와의 경우 네 장의 기와가 나오고, 수키와의 경우는 두 장의 기와가 나온다.
바로 이 공정을 毁方이라고 한다. 그 毁方된 것들을 가마에 구워낸 것이 지붕을 덮는 기와이다. 그런데 질흙을 반죽하고 성형할 때 제대로 하지 않으면 흙이 단단히 접착되지 아니하여 毁方할 때 기와가 깨져 못쓰게 되는데 이것을 瓦解(와해)라고 한다.
특히 암키와의 경우 전체적으로 둥글게 휘어 있지만 정면으로 보면 네모반듯한 모양이 되고, 다시 합쳐놓으면 둥근 통 모양이 된다.
즉 성형시의 기와는 원만함을 상징하는 원통모양이나 이를 毁方하면 方正(방정)한 모습이 된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주역의 天圓地方의 철학이 담겨 있는 것이다. 주역의 이치에 의하면 수키와는 하늘이며 암키와는 땅을 상징한다. 이에 수키와는 음양 둘로 나뉘고, 암키와는 땅이 하늘의 음양 기운을 받아 사계절의 덕을 베풀듯 네 개의 기왓장으로 나뉜다.
[수키와 만드는 순서]
음양오행의 이치가 담긴 글자와 기와:格物의 이치
?禮記?에서 선비의 모습으로 말한 “毀方而瓦合하니 其寬裕有如此者라”한 것은 바로 이러한 것을 포괄하여 말한 것이다. 곧 홀로 떨어져 있을 때 방정함을 잃지 않고, 무리와 함께 할 때에는 원만함으로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자세를 일컫는다. 질흙을 잘 반죽하고 두들겨 성형하는 공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기와가 ‘毀方而瓦合’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毀方而瓦解(훼방이와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 사회의 대립과 갈등, 분열은 내실을 제대로 다지지 않은 채 외형만을 급격히 키운 데서 오는 사회적 와해(瓦解) 현상이라고 본다. 외부의 충격에 제대로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여러 현상들을 보면서 내부의 부실한 점을 깊이 반성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갈등이 더욱 극심해져 가는 속에서 유학경전의 이치가 들어 있는 瓦合의 철학을 새겨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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