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논어』에서 언급한 數는 易의 이치를 상징한다.
천지자연(또는 萬物)의 이치를 정리하여 이것이 인간과 어떠한 관계에 있는가를 밝힌 학문을 동양철학이라고 한다. 천지자연의 이치를 풀이한 가장 대표적인 문헌이 易이다. 이에 易은 동양철학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며, 나아가 모든 동양학문은 易을 토대로 나누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아시아를 가장 오래 지배해온 유학이야말로 공자가 易을 가장 정통적으로 계승하여 정립한 동양학문이다. 따라서 공자가 말년에 위편삼절까지 할 정도로 심취한 끝에 지은『주역』 해설서인 십익전(十翼傳)은 유학사상의 핵심이 담겨있는 문헌이다.
그런 점에서 易을 모르고는 유학의 핵심사상에 올바로 접근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易을 흔히 象數理學이라고 하는데 이는 易이 ‘象’과 ‘數’와 ‘理致’로 이루어져 있다는 의미이다. 즉 천지자연 즉 만물이 象과 數로 이루어져 있고 이를 이론적으로 정리한 것이 理致이다. 이에 易에서는 모든 만물에는 다 象이 있고 또한 數가 있다고 본다.
易에서 象의 기초 단위는 양(陽 : ㅡ)과 음(陰 : --)이며, 가장 바탕이 되는 象은 음양의 상이 세 개 모여 이루어진 소성괘로 8괘이다. 8괘를 각기 두 개씩 배합하여 나온 64괘가 복희씨의 易이다. 여기에 주나라 문왕과 주공이 괘사(卦辭)와 효사(爻辭)를 붙이고, 공자가 십익전(十翼傳)을 달아 종합적으로 해설하였다.
이 모두를 통틀어『周易』이라 한다.
복희씨는 모든 만물에 象이 있듯이 또한 數가 있다고 보았다. 이에 만물을 나타내는 象의 기초 단위가 음양이듯이, 數의 기초 단위는 1~10으로 보았다. 공자는 ?주역? 계사전에서 이를 ‘天地之數’로 표현하였고 ‘天一 地二 天三 地四 天五 地六 天七 地八 天九 地十’이라 하였다.
즉 하늘의 수인 陽數 1,3,5,7,9와 땅의 수인 陰數 ,4,6,8,10으로 만물을 나타낸다고 본 것이다.
한편 동아시아에서는 易이 나오던 상고시절에 이미 천문역법(天文曆法)이 발달하였는데 이는 천문역법이 천지자연의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내어 인간의 삶과 매우 밀접하였기 때문이다. 해가 뜨고 지는 것을 기준으로 하루(一日)를 삼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가고 다시 봄이 되는 4 계절을 기준으로 1년을 삼으며, 초승달이 보름달에서 그믐달로 되었다가 다시 초승달이 되는 것을 기준으로 1 개월로 삼아, 역법상으로 1년 12 개월 4계절을 두었다.
『서경』堯傳편에는 요임금이 이러한 천문을 관측하여 일년을 366일로 하고 윤달을 정한 역법관련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천문이 象이라면, 역법은 數인데, 천문의 象을 數로 나타낸 것이 역법이니, 象과 數가 직접으로 연관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象과 數의 상관관계를 밝힌 것이 理致이다.
예를 들어 숫자 5를 하늘의 중심수인 천태극(天太極)이라 하고, 10을 땅의 중심수인 지태극(地太極)이라고 하는 것이나, 10이 완성의 수이기에 공간을 통틀어서 시방(十方)이라 하고, 우리말로 ‘열(十)’이 ‘열다’의 어원인 것 등이다. 아래 도표의 五行을 나타내는 숫자도 그렇다. 천문역법에 의한 年月日時에 개인의 운명을 적용하여 풀이하는 사주팔자 역시 易의 數를 나타낸 것이다.
생 수 |
1 |
2 |
3 |
4 |
5 (천태극) |
성 수 |
6 |
7 |
8 |
9 |
10 (지태극) |
오 행 |
水 |
火 |
木 |
金 |
土 (인태극) |
또한 ‘무슨 수(數)가 나왔느냐?’는 말을 비롯해 ‘거기 갈 수(數) 있나’ ‘여기 올 수(數) 있나’ ‘먹을 수(數) 있나’ ‘입을 수(數) 있나’ ‘할 수(數) 있나’ ‘될 수(數) 있나’ ‘그럴 수(數)가 있나’ ‘ 무슨 수(數)를 내야겠는데’ ‘뾰족한 수(數)가 없다’ ‘분수(分數)를 알아야지’ ‘미지수(未知數)’ ‘신수(身數)’ ‘운수(運數)’ ‘재수(財數)’ 등에 쓰는 ‘수(數)’라는 말들을 보아도 우리의 삶 속에서 數가 차지하는 의미와 비중을 알 수 있다.
이렇듯 象과 數가 매우 중요한 개념을 내포하고 있기에 공자는 ?주역? 계사전에서 數로써 변화를 이루고 신묘(神妙)한 귀신의 작용이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따라서 공자가 논어 위정편 4장, 이인편 15장, 술이편 16장, 공야장편 27장에서 언급한 숫자는 단순히 산술적인 숫자가 아니다.
다시말해 그 숫자에는 易의 이치가 담겨져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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