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十六篇 西伯戡黎 西伯은 文王也니 名은 昌이오 姓은 姬氏라 戡은 勝也라 黎는 國名이니 在上黨壺關之地하니라 按史記컨대 文王이 脫羑里之囚하여 獻洛西之地하니 紂賜弓矢鈇鉞하여 使得專征伐하고 爲西伯하니라 文王旣受命에 黎爲不道하니 於是에 擧兵伐而勝之하시니 祖伊知周德日盛하여 旣已戡黎어늘 紂惡不悛하니 勢必及殷이라 故로 恐懼奔告于王하여 庶幾王之改之也라 史錄其言하여 以爲此篇하니 誥體也라 今文古文에 皆有하니라 ○或曰西伯은 武王也라 史記에 嘗載紂使膠鬲觀兵하니 膠鬲問之曰 西伯曷爲而來오하니 則武王이 亦繼文王爲西伯矣라 서백은 문왕이니 이름은 창이고, 성은 희씨라. 감(戡)은 이김이라. 여(黎)는 나라 이름이니, 상당 호관의 땅에 있느니라. 『사기』(殷本紀)를 살펴보건대 문왕이 유리에 갇혔다가 풀려나 낙수 서쪽의 땅을 바치니, 주임금이 활과 화살과 도끼를 하사하면서 마음대로 정벌을 하도록 하고 서백으로 삼았느니라. 문왕이 이미 명을 받음에 여나라가 도가 아닌 짓을 하니 이에 군사를 일으켜 정벌하여 이기셨으니 조이가 주나라의 덕이 날로 성하여 이미 여를 이겼거늘 주임금이 악함을 고치지 않으니 세력이 반드시 은나라에 미칠 것을 알았음이라. 그러므로 두렵고 위태롭게 여겨 왕에게 달려가 고하여 거의 왕이 고치도록 하였음이라. 사관이 그 말을 기록하여 이 편으로 삼았으니 훈계하는 체라. 금문과 고문에 다 있느니라. ○혹자가 말하기를 서백은 무왕이라. 『사기』(『帝王世紀』의 잘못)에 일찍이 ‘주왕이 교격(교격은 『맹자』 公孫丑상편에서 微子, 微仲, 王子比干, 箕子 등과 더불어 다 현인이라 하였고, 告子하편에서 膠鬲은 어물전에서 일하다가 등용되었다는 인물)으로 하여금 군사를 관찰하게 하니 교격이 묻기를 서백이 어찌하여 왔는고’라고 기록했으니 무왕이 또한 문왕을 이어 서백이 됨이라.
<西伯戡黎1章> 西伯이 旣戡黎ㅣ어늘 祖伊ㅣ 恐하야 奔告于王하니라 서백이 이미 여나라를 이겼거늘 조이가 두려워하여 왕에게 달려가 고하였느니라. 下文에 無及戡黎之事어늘 史氏特標此篇首하여 以見祖伊告王之因也라 祖는 姓이오 伊는 名이니 祖己後也라 奔告는 自其邑으로 奔走來告紂也라 아래 문장에 여나라를 이긴 일에 이른 것은 없거늘 사씨가 특별히 이 편 머리에 세워서 조이가 왕에게 고한 원인을 나타냄이라. 조(祖)는 성이고, 이(伊)는 이름이니, 조이의 후손이라. 분고(奔告)는 그 읍으로부터 달려와서 주왕에게 고함이라.
<西伯戡黎2章> 曰天子아 天旣訖我殷命이라 格人元龜ㅣ 罔敢知吉이로소니 非先王이 不相我後人이라 惟王이 淫戱하야 用自絶이니이다 가로대, 천자여! 하늘이 이미 우리 은나라의 명을 끊은지라 지극한 사람과 큰 거북이가 감히 길함을 알지 못하니, 선왕이 우리 후인들을 돕지 않아서가 아니라 오직 왕이 음탕하게 놀아서 스스로 끊었나이다. 祖伊가 將言天訖殷命이라 故로 特呼天子하여 以感動之라 訖은 絶也라 格人은 猶言至人也니 格人元龜는 皆能先知吉凶者라 言天旣已絶我殷命하여 格人元龜가 皆無敢知其吉者라하니 甚言凶禍之必至也라 非先王在天之靈이 不佑我後人이오 我後人淫戱하여 用自絶於天耳라 조이(祖伊)가 장차 하늘이 은나라의 명을 끊을 것이라고 말함이라. 그러므로 특별히 천자를 불러서 감동하게 함이라. 흘(訖)은 끊음이라. 격인(格人)은 지극한 사람이라는 말과 같으니, 지극한 사람과 큰 거북이는 다 길흉을 먼저 알 수 있는 것이라. 하늘이 이미 우리 은나라의 명을 끊어 지극한 사람과 큰 거북이가 다 감히 그 길한 것을 알지 못한다 하니 흉과 화과 반드시 이름을 심하게 말함이라. 하늘에 계신 선왕의 영이 우리 후인들을 돕지 않는 것이 아니고, 우리 후인들이 음탕하게 놀아서 스스로 하늘을 끊었을 뿐이라.
<西伯戡黎3章> 故天이 棄我하사 不有康食하며 不虞天性하며 不迪率典하나다 그러므로 하늘이 우리를 버리시어 편안히 먹음을 두지 않게 하며, 천성을 헤아리지 않게 하며, 따라야 할 법을 따르지 않게 하나이다. 康은 安이오 虞는 度也라 典은 常法也라 紂自絶於天이라 故로 天棄殷이라 不有康食은 饑饉荐臻也요 不虞天性은 民失常心也요 不迪率典하여 廢壞常法也라 강(康)은 편안함이고, 우(虞)는 헤아림이라. 전(典)은 떳떳한 법이라. 주왕이 스스로 하늘을 끊었으므로 하늘이 은나라를 버리심이라. 편안히 먹음을 두지 않게 함은 기근이 거듭 이름이고, 천성을 헤아리지 않게 함은 백성들이 떳떳한 마음을 잃음이고, 따라야 할 법을 따르지 않게 함은 떳떳한 법이 폐하여 무너짐이라.
<西伯戡黎4章> 今我民이 罔弗欲喪曰天은 曷不降威며 大命은 不摯오 今王은 其如台라하나이다 이제 우리 백성들이 잃고자 아니함이 없어서 말하기를, ‘하늘은 어찌 위엄을 내리지 아니하며, 대명은 이르지 않고, 이제 왕은 그 나를 어쩌랴’ 하나이다. 大命은 非常之命이라 摯는 至也라 史記云大命이 胡不至오하니라 民苦紂虐하여 無不欲殷之亡하여 曰天은 何不降威於殷하며 而受大命者는 何不至乎아 今王은 其無如我何라하니 言紂不復能君長我也라 上章은 言天棄殷하고 此章은 言民棄殷하니 祖伊之言은 可謂痛切明著矣라 대명(大命)은 비상한 명이라. 지(摯)는 이름이라. 『사기』(殷本紀)에 이르기를 ‘대명이 어찌 이르지 않는고’하니라. 백성들은 주왕의 학정에 괴로워 은나라가 망하기를 바라지 않는 자가 없어서 말하기를 ‘하늘은 어찌 은나라에 위엄을 내리지 않으며, 대명을 받은 자는 어찌 이르지 않는가. 지금 왕은 그 나를 어쩌랴’하니 주왕이 다시 우리들에게 군장이 될 수 없음을 말함이라. 윗 장에서는 하늘이 은나라를 버렸다고 말하고, 이 장에서는 백성들이 은나라를 버렸다고 하니, 조이의 말은 가히 통절하면서 분명하다고 이를 만하니라.
<西伯戡黎5章> 王曰嗚呼ㅣ라 我生은 不有命이 在天가 왕이 가라사대, 아아, 내 삶은 명이 하늘에 있지 아니한가? 紂歎息謂民雖欲亡我나 我之生은 獨不有命在天乎아하니라 주 임금이 탄식하여 이르기를 ‘백성들이 비록 나를 망하게 하려고 하나 나의 삶은 오직 삶이 하늘에 있지 아니한가’ 하니라.
<西伯戡黎6章> 祖伊反曰嗚呼ㅣ라 乃罪ㅣ 多參在上이어늘 乃能責命于天가 조이가 물러나며 말하기를, 아아, 그대의 죄가 하늘에 많이 있거늘 이에 명을 하늘에 책할 수 있는가? 紂旣無改過之意하니 祖伊退而言曰爾罪衆多하여 參列在上이어늘 乃能責其命於天耶아 呂氏曰責命於天은 惟與天同德者라야 方可니라 주가 이미 허물을 고칠 뜻이 없으니 조이가 물러가며 말하기를 그대의 죄가 많아 하늘에 벌여 있거늘 이에 그 명을 하늘에 꾸짖을 수 있으랴? 여씨 가로대 명을 하늘에 책함은 하늘과 더불어 덕이 같은 자라야 바야흐로 가하니라.
<西伯戡黎7章> 殷之卽喪이로소니 指乃功혼대 不無戮于爾邦이로다 은나라가 곧 망하리니 그대가 한 일을 지적하건대 죽임이 네 나라에 없지 아니하리로다. 功은 事也라 言殷卽喪亡矣니 指汝所爲之事컨대 其能免戮於商邦乎아 蘇氏曰祖伊之諫은 盡言不諱하여 漢唐中主所不能容者라 紂雖不改나 而終不怒하여 祖伊得全하니 則後世人主有不如紂者多矣라 愚讀是篇而知周德之至也로라 祖伊以西伯戡黎로 不利於殷이라 故로 奔告於紂하니 意必及西伯戡黎가 不利於殷之語로되 而入以告后하고 出以語人에 未嘗有一毫及周者하니 是知周家初無利天下之心이라 其戡黎也는 義之所當伐也니 使紂遷善改過면 則周將終守臣節矣리라 祖伊는 殷之賢臣也이니 知周之興이 必不利於殷하고 又知殷之亡이 初無與於周라 故로 因戡黎告紂에 反覆乎天命民情之可畏하고 而略無及周者하니 文武公天下之心을 於是可見이니라 공(功)은 일이라. 말하건대, 은나라가 곧 망할지니 그대가 한 바의 일을 지적하건대 그 능히 상나라에 죽임을 면하랴? 소씨 가로대 조이의 간함은 말을 꺼리지 않고 다하여 한나라나 당나라의 보통 군주는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라. 주임금이 비록 고치지 못했으나 끝내는 노하지 아니하여 조이가 온전함을 얻었으니 후세의 인군이 주임금만 같지 못한 자가 많았음이라. 내가 이 편을 읽어보고 주나라의 덕이 지극함을 알았노라. 조이는 서백이 여나라를 이긴 것이 은나라에 이롭지 않았기 때문에 달려가 주임금에게 알렸으니, 뜻하건대 반드시 서백이 여나라를 이긴 것이 은나라에게 이롭지 않다는 말일텐데 들어가서 임금에게 고하고 나와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함에 일찍이 한 터럭이라도 주나라를 언급함이 있지 않았으니 이것은 주나라가 처음부터 천하를 탐할 마음이 없었음을 알 수 있음이라. 그 여나라를 이긴 것은 의리가 마땅히 정벌해야 하는 것이니, 주임금으로 하여금 개과천선을 하게 한다면 주나라가 장차 끝까지 신하의 절도를 지켰으리라. 조이는 은나라의 현신이니 주나라의 흥함이 반드시 은나라에게 불리함을 알았고, 또한 은나라의 망함이 처음부터 주나라와 관계됨이 없었음을 알았으므로, 여나라를 이긴 것으로 인하여 주임금에게 고함에 천명과 백성의 뜻을 가히 두려워해야 함을 반복하고, 거의 주나라를 언급한 것은 없었으니 문왕과 무공이 천하를 공변되게 한 마음을 이에서 볼 수 있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