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스크랩] 도덕경-7, 제3장 ― `현(賢)`하고자 하는 그 마음을 쉬어라-2

ria530 2013. 5. 6. 09:03

도덕경-7, 제3장 ― '현(賢)'하고자 하는 그 마음을 쉬어라-2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마음'이라는 것에 속아왔다. '마음'이라는 놈은 언제나 어느 때나 '나'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하고, 항상 상대적인 분별(分別)과 구별 속에서만 그것을 바라보도록 일찍부터 우리를 조건지워 왔던 것이다.

말하자면, 원효(元曉)에게서 볼 수 있었듯이, '더럽다' '깨끗하다'라는 것은 전적으로 원효의 마음이 지어낸, 원효의 마음 안에서의 분별이요 구별일 뿐 사물에 실재(實在)하는 것이 아닌데도, 마치 그것이 <실제>요 <사실>인 양 '마음'이라는 놈은 언제나 우리를 속여왔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부족함'이니 '완전함'이니 하는 것도, '선(善)'이니 '악(惡)'이니 하는 것도, 생(生)과 멸(滅), 번뇌(煩惱)와 보리(菩提), 중생(衆生)과 부처[깨달음]라는 것도, 앞에서 말한 (가)와 (나)의 현격한 구별과 거리라는 것도 사실은 모두가 '마음'이 지어낸, '마음' 안에서의 '환(幻)'일 뿐 '나'와 삶과 세계(世界) 속에 실재(實在)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마음'이라는 것에 속아 그 모든 것이 마치 <실제>요 <사실>인 양 하며 끊임없이 (가)를 버리고 (나)에로 나아가려고만 하니, 그 깊디깊은 맹목(盲目)과 미망(迷妄)을 어찌할꼬? 다만 모든 것을 둘로 나누어 보는 그 한 마음 ― 이름하여 분별심(分別心) ― 만 내려지면 그만인 것을!

    (가)에서 (나)로 감으로써 자기완성을 이루려고 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큰 착각이요 허구인가를 보여주는 이야기가 성경에도 있다. 창세기에 나오는, 너무나 유명한 선악과(善惡果)의 비유가 그것인데, 이제 그 절묘한 이야기도 여기에서 한 번 해보자. 창세기 3장 1∼11절 말씀.

    "여호와 하나님이 지으신 들짐승 중에 뱀이 가장 간교하더라. 뱀이 여자에게 물어 가로되, 하나님이 참으로 너희더러 동산 모든 나무의 실과를 먹지 말라 하시더냐. 여자가 뱀에게 말하되, 동산 나무의 실과를 우리가 먹을 수 있으나 동산 중앙에 있는 나무의 실과는 하나님의 말씀에 너희는 먹지도 말고 만지지도 말라 너희가 죽을까 하노라 하셨느니라. 뱀이 여자에게 이르되, 너희가 결코 죽지 아니하리라.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여자가 그 나무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럽기도 한 나무인지라 여자가 그 실과를 따먹고 자기와 함께 한 남편에게도 주매 그도 먹은지라. 이에 그들의 눈이 밝아 자기들의 몸이 벗은 줄을 알고 무화과나무 잎을 엮어 치마를 하였더라. 그들이 날이 서늘할 때에 동산에 거니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아담과 그 아내가 여호와 하나님의 낯을 피하여 동산 나무 사이에 숨은지라.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을 부르시며 그에게 이르시되, 네가 어디 있느냐. 가로되 내가 동산에서 하나님의 소리를 듣고 내가 벗었으므로 두려워하여 숨었나이다. 가라사대 누가 너의 벗었음을 네게 고하였느냐.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실과를 네가 먹었느냐……"

    이것은 '태초'에 인간이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열매를 따먹고 자신이 본래 가졌던 평화와 기쁨과 자유 등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하나님의 동산에서 쫓겨나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이야기는 정확히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자신들의 이야기이다.

    맨 첫 구절에 나오는 '뱀'은 우리가 익히 아는, 그 기어다니는 뱀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내면의 뱀' 곧 우리의 '생각[思考]'과 '마음'을 나타낸다. 우리의 이 '생각'과 '마음'은 얼마나 간교한가? 있지도 않는 '환(幻)'과 허구(虛構)를 마치 <실제>요 <사실>인 양 우리를 속이며 끄달려 다니게 하니 말이다. 그렇게 이 '뱀'을 우리 '내면의 뱀'으로 읽었을 때, 선악과의 이 얘기는 대번에 시간을 초월하여 지금 이 순간 이 자리, 바로 우리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사실, 우리도 지금 여기에서 얼마나 자주 이 선악과를 따먹고 있는지!

    우선 뱀이 하와를 유혹하는 과정을 통하여 이 놀랍고도 기가 막힌 선악과의 비유 속으로 들어가 보자. 우리가 조금 전에 읽었던 부분 바로 앞에 나오는 창세기 2장16∼17절을 보면, 여호와 하나님이 선악과를 따먹지 말 것을 당부하는 대목이 나온다.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가라사대, 동산 각종 나무의 실과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 하시니라."

출처 : 전주향교(全州鄕校)
글쓴이 : 鶴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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