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스크랩] 도덕경-10, 제4장 ―그렇게 `안경`이 내려지고 나면-2

ria530 2013. 5. 6. 09:04

도덕경-10 제4장 ―그렇게 '안경'이 내려지고 나면-2
① 오온(五蘊) : 존재의 다섯 가지 구성요소로서, 정신과 물질을 다섯 가지로 분류한 것. 곧 색(色), 수(受), 상(想), 행(行), 식(識)을 이름. 온(蘊, skandha)은 집합, 집적(集積)의 뜻으로서, 일체의 존재 특히 인간은 여러가지 요소의 집적으로 이루어진 존재라는 이해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ㄱ. 색(色) : 물질적 요소. 물질의 총칭 또는 신체(身體).
    ㄴ. 수(受) : 감정 또는 감각과 같은 고통-쾌락의 감수작용(感受作用)
    ㄷ. 상(想) : 지각(知覺)·표상작용(表象作用)
    ㄹ. 행(行) : 의지작용(意志作用). 受, 想 이외의 마음작용.
    ㅁ. 식(識) : 인식(認識)-식별작용(識別作用), 또는 인식주관으로서의 주체적인 마음.
    말하자면, 色은 물질적 요소, 受-想-行-識의 사온(四蘊)은 정신적 요소를 가리킨다.
    ② 3장에서 말한 '빨간색'의 비유에서 보았듯이, 오직 '빨간색'밖에 없을 땐 '빨간색'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할 수 없으며, 나아가 '색'이라는 개념도 성립할 수 없다.

    '空'이란, 자의(字義)로는 '빌 공'자로서 <텅 비었다>, <아무 것도 없다>란 뜻이다. 자의(字義)대로라면 이 세상과 '나'는 텅 비어 있으며,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 된다. 참 적절한 표현이요, 멋들어진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있는 그대로>의 이 세상과 '나'는 정말이지 텅 비어 있는 ― 그리하여 또한 온갖 것으로 가득 차 있는 ―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텅 비어 있다'란 말은 무슨 뜻일까? 무엇이 텅 비어 있다는 말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그것은 분별하고 판단하는 우리의 '마음' ― 이름하여 분별심(分別心) ― 이 <비어 있다>는 말이다. 또한 마찬가지로, 오랜 동안의 경험과 지식과 기억의 집적물(集積物)로서 어떤 형태로든 틀지어지고 조건지어진 인식주체로서의 '나'가 없다는 말이며[無我], 그러한 '나'에 의한 왜곡 ― 언어(言語)나 이름(名)을 통한 사물규정 혹은 '선(善)'이니 '악(惡)'이니, '부족'이니 '완전'이니, '중생(衆生)'이니 '부처[깨달음]'니, '색(色)'이니 '(空)'이니 하는 등의 모든 상대적 분별 ― 이 없다는 말이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다만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또한 그렇게 살 뿐이라는 말이다. 마치 맑은 거울이 어떤 것도 간택(揀擇)하지 않고 다만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비추기만 할 뿐이듯이 그렇게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空'의 의미이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 '나'라고 하는 것은 오랜 동안의 경험과 지식과 기억의 집적물(集積物)로서, 그 오랜 동안의 경험과 지식과 기억으로 인해 어떤 형태로든 틀지어지고 조건지어져 있다. 다시 말하면, 내가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간에 나에게는 이미 세상과 '나'를 바라보는 <조건지어진 안경> ―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과 세계(世界)를 보지 못하게 하는, 이름하여 분별심(分別心) ― 이 씌워져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안경>은 언제나 어느 때나 상대적 규정 속에서 세계를 둘로 나누는 속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것은 항상 '나'와 '너'를 가르고, '인식주체'와 '대상'을 나누며, '부족'과 '완전'을 나누고, '중생(生)'과 '부처[깨달음]'를 따로 두며, '번뇌(煩惱)'와 '보리(菩提)', '(色)'과 '공(空)'을 나눈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것을 둘로 나누어 놓은 이 <안경>은 계속해서 다음의 두 가지 일을 교묘하고도 집요하게 해나가는데, 그 하나는 그러한 모든 상대적 규정들이 <안경> 자체에 속한 것일 뿐 실재(實在)하지 않는 허상(虛像)이요 허구(虛構)라는 사실을 어느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도록 감쪽같이 숨기고는, 세계와 '나'가 <실제로> 그렇게 둘로 나누어져 있는 것으로 보이게끔 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그렇게 둘로 나누어져 보이는 세계 가운데서 끝없이 끊임없이 더 좋고 더 나은 쪽 ― 이름하여 '현(賢)' ― 만 추구하게 만들어 결국 우리로 하여금 그 양편 모두에 항상 끄달려 다니게끔 하는 것이다. 햐∼! 그러니, 이 <안경>의 교활함과 '장난'이 얼마이며, 그로 인한 자승자박(自繩自縛)③과 우리의 삶의 에너지의 소모는 또 얼마인가!


출처 : 전주향교(全州鄕校)
글쓴이 : 鶴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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