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스크랩] 도덕경-40 제13장 칭찬과 비난에 대하여-3

ria530 2013. 5. 6. 09:14

도덕경-40 제13장 칭찬과 비난에 대하여-3
내 삶은 언제나 그런 식이었건만, 그러나 다른 사람을 만나기만 하면 그것은 언제나 각색되고  미화(美化)되었다. 나의 부끄러운 치부(恥部)는 언제나 철저히 숨겨졌고,  남들 앞에서 나를 드러내고  우쭐거릴 수 있는 부분은 빠짐없이 기억속에 남아 언제나 어느 때나 확대재생산되어 활용되었다. 그리하여 나의 이 스물네 살때의 산행도 사실은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온갖 게으름과 빈둥거림과 자기방기(自己放棄)와 그리고 약간의 생각만으로 점철된 부끄러운 나날들이 었건만, 나의 일기장에는얼마나 아름답고 멋들어지게 그 모든 날들이 기록되어 있는지 얼마나 고독하고  처절한 수행자로 묘사되어 있는지! 아아 남들 앞에서는 또 어떻고!

대관령 목장에서 내려와 교직(敎職)에 몸 담았을 때도 그랬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맑디 맑은 학생들 앞에  윤리교사로서 어느 날 문득 섰을 때'가르친다'는 사실이 너무나 크게 내겐 다가왔고 그 앞에 파리하게 서 있는자신의 부족함이 또한 너무나 아뜩하여 조금이라도 그 부족함을 메워 볼 마음에 부랴부랴 독서실 장기(長期) 이용권을 끊었었다.

이후 7개월 동안을 나는 학교에서 퇴근해 돌아오기만하면 저녁을 먹기가 바쁘게 독서실에 들어가 밤 늦도록 교재연구를 하거나 책을 보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때로는 아예 거기서 새우잠을 자면서 밤을 새기도 했다. 한 사람의 교사로서 나는 조금이라도 덜 부끄럽고 싶었던 것이다.....여기까진 얼마나 그럴싸한가? 물론 그것이 또한 사실이기도 했지만 그러나 조금만 더 자세히 그 안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전혀 다른 또 한 인간의 모습이 나타난다.

그때에도 나는 끊임없이 남들을 의식하며 살았는데, 겉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은 듯 했으나 내면으론 일거수 일투족 남들을 의식하지 않는 순간이 없었으니, 아아 그 아득한 무게와 긴장을 어이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할 때까지 하루 왼종일을 남들이 알지 못하는 팽팽한 긴장속에서 살다가 이제는 ' 그 어느 누구도 외식할 필요가 없는' 집으로 돌아오면 내면의 긴장은 일순간에 풀어지고 고픈배에 허겁지겁 저녁을 먹게 되는데, 그리고 나서 독서실을 가게 되니 앉자마자 졸음이 찾아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할 일!

더구나 마음은 끊임없이 남들을 의식하며 자신을 꾸미고 미화하고 본능적으로 포장하는 사람일수록 정작 혼자 있게 되면 이번에는 더없이 무책임하게 되고 게을러지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조차 몹시 귀찬아하면서 자기변명만을 일삼게 되는데 내가 바로 그런 마음이었으니 한 사람의 교사로서 조금이라도 덜 부끄럽고 싶어 독서실 장기(長期) 이용권을 끊은 그 처음의 마음과 뜻은 좋았지만 그러나 이후 7개월 동안 나의 독서실 생활이 실제로 어떠했는지는 앞의 산행(山行) 애기에서 보듯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으리라.

그런데도 그 후의 오랜 세월동안 나의 뇌리속에는 오직 "한 사람의 교사로서 조금이라도 덜 부끄럽고 싶어서--'독서실' 7개월!'이라는 것들만 아름답게 각색되어 남아 턱없는 자고(自高)와 자기우월의 에고(ego)를 무한히 강화시키는데 한 몫을 하게된다.


출처 : 전주향교(全州鄕校)
글쓴이 : 鶴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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