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풀이 안데르센의 동화집에 보면 '미운 아기오리 이야기'가 나온다.우리 대부분은 이미 그 이야기를 알고 있지만 이제조금 각도를 달리하여 그 얘기를 다시 한 번 해보자.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백조알 하나가 이제 막 부화(孵化)를 기다리는 몇 개의 오리알들 사이에 끼여 있었고, 어미오리는 그것도 모른 채 오리들이 알을 깨고 나오기를 기다리며, 사랑스러이 알들을 품고 있었다. 이윽고 때가 되어 오리들이 한마리씩 알을 깨고 나오는데, 저마다 방금,깨고 나온 알껍데기들을 한 움큼씩 뒤집어 쓴채 '꽥꽥'연신 소리를 지르며 자신들의 탄생을 세상에 알린다. 뒤이어 맨 나중에 우리의 주인공인 아기 백조도 오래고도 두터운 껍질을 깨고 수줍은 듯 기지개를 켜며 알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아 햇살 가득한 세상은 참 눈부시구나!" 그런데 그때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따뜻하고 사랑스런 눈길로 자신의 뒤늦은 탄생을 내려다보고 있는 어미오리와 자신보다 조금 먼저 알을 깨고 나와 뒤뚱뒤뚱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서로 장난을 치고 있은 아기오리들의 모습이었다. 그는 너무도 당연히 자신도 한 마리 오리로 태어났다고 생각한다.
알을 깨고 나온 처음 한동안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서로 장난치고, 뛰놀며, 마냥 즐겁기만 했다. 그러나 날이 거듭되고, 그들의 몸집이 조금씩 커갈수록 뭔가 미묘한 기운이 그들 사이에 감돌기 시작했다. 뭔가가 좀 이상해진 것이다. 뭐랄까, 하여간 서로 다르다는 느낌이랄까..... 원래 백조는 오리보다 몸집이 크고 빛깔도 희며 목과 다리도 길고 서로 닮지,않은 점이 많다. 그러한 차이가 그들의 몸집이 커가면서 보다 구체적이고도 분명하게 그들 사이에 드러나 것이다. 그러면서 조금씩'미운 아기 오리'는 그들로부터 그리고 다른 이웃 오리들로 부터도 심한 따돌림과 놀림을 받게 된다. "이애는 어쩌면 이렇게 클까?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도 닮지 않았구나." "넌 참 이상하게 생겼구나! 어쩜 그리도 못생겼니?" "이녀석은 너무 크고 흉칙해." "쳇 저 아기오리는 도대체 무슨 꼴이람? 저렇게 못생긴 놈은 우리 가문의 수치야!" "너 같이 못생긴 녀석은 차라리 고양이에게 잡아 먹히는 게 나아!" "차라리 어디 먼 곳에라도 가버렸으면 좋겠다!" "............"
모두들 그렇게 말하며 그를 미워했던 것이다.심지어 어떤 녀석은 '미운 아기 오리'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모욕감을 못견디겠다는 듯, 갑자기 달려들어 그의 목을 물어 뜯기도 했는데, 그러한 일들은 날이 갈수록 심해져 갔다.
불쌍한 '미운아기 오리'는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자신이 얼마나 못생겼으면 모두들 이렇게 미워할까 하고, 생각하니 한없이 슬퍼지기만 했다. 어릴 때의 그 맑고 천진하던 얼굴에는 점차 웃음이 사라져 갔고, 온갖 어두운 그들이 그자리를 대신했다. '아 나는 왜 이렇게 못났을까?' '나도 오리이건만 왜 나는 이 모양일까?' 아무리 봐도 자신이 싫었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고 걸음조차 제대로 오리 걸음으로 걷지 못하는 자신이 한없이 미워지기만 했다. 덩치는 또 왜 이리 크며, 온몸을 뒤덮고 있는 깃털은 다른 오리들처럼 노랗지 않고 왜 이리 보기 싫도록 희기만 한지! 또한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 있는 길다란 목은 그저 징그럽기만 했다. 그렇게 자신이 싫어 질수록 그런 못난 모습으로 자신을 낳은 엄마가 원망스러웠고, 모두로부터 미움을 받으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삶과 운명이 저주스럽기만 했다. 다만 자신이 '장애(病身)'임을 증거하는 것들 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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