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고통과 자기 환멸 그리고 깊디깊은 절망감 속에서 '미운 아기 오리'는 또한 얼마나 '온전한 오리'가 되고 싶어 안달했으며, 얼마나 그것을 위해 몸부림 쳤는가! 오리처럼 몸집을 작게 하여 그들과 같이 되어 보려고 얼마나 자주 단식(斷食)했으며, 음식을 먹을 때에는 무엇보다도 덩치를 키우지 않기 위해 얼마나 주의 깊게 절제하며 음식을 가려먹었던지!
또한 오리처럼 걷기 위해 그들의 보폭(步幅)과 걸을 때의 뒤뚱거리는 자세를 세심하게 관찰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떼어 놓을 때마다 보폭과 뒤뚱거림을 정확히 맞추어 걷기 위해 얼마나 자주 넘어지며 연습하고 또 연습했던지! 그리고 오리에 비하면 아뜩할 만큼 긴 목을 그들처럼 짧게 해보려고 온 몸에-특히 목과 날게 부위에- 힘을 주고, 얼마나 오므리고 또 오므렸던지!
그래도 여기까지는 간절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노력한 보람이 있어 제대로 되어가는 것 같았지만 , 아! 온 몸을 뒤덮고 있어 누가 보더라도 한눈에 드러나 버리는 희디 흰 깃털은 어이할꼬! 생각다 못한 '미운 아기오리' 는 어느 날 걷기 몇 날 며칠을 딩굴고 또 뒹굴었다. 혹여라도 자신의 보기 싫은 흰 깃털이 오리처럼 노오랗게 될까 싶어서....., 뿐만 아니라 '오리와 같은 목소리'의 톤을 내기 위해 아프도록 입을 쩍쩍 벌리며, 발성연습을 한 게 얼마이며, 잠드는 순간까지도 오리들을 의식하며, 그들과 같은 모습으로 잠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밤을 주눅들며 가슴 졸여야 했던지! 아아 그가 받았던 깊디깊은 상처와 절망만큼이나 처절히 '온전한 오리'가 되기 위해 몸부림쳤다. 그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 정말이지 처음 한동안은 진짜 오리가 된 것 같기도 했고, 그 우쭐한 기분에 때로는그들 앞에 보란 듯이 으스대며 나서보기도 했다. 그런중에도 가끔씩은 설핏설핏 아직 오리가 되기에는 부족한 자신의 모습들이 보이기도 했지만 그것은 뭐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될 일이기에, 마침내 자유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만 같았다. 그리하여 아아 나도 한마리 온전한 오리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 그리고 그때 나의 이 모든 고통도 끝나리라!
그런데 이상하게도 날이 가면 갈수록 그 일은 자꾸만 더 힘겹고 어려워져만 갔고, 어떤 때는 아무리 마음을 모으고 애를 써도 조금의 진척이 없는 때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날이 자꾸 반복될 수 있도록 이번엔 그 많은 노력과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선뜻 오리가 되지 못하는 자신이 한없이 밉고 환멸스럽기까지 했으며, 오리가 되는 길이 그저 아득히 멀기만 느껴지기도 했다. 그렇게 다시 깊디깊은 절망감에 사로잡혀 갈 즈음의 어느 날, 그는 문득 자신이 그 오랜 세월동안 그토록 애쓰고, 노력하고, 수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조금도, 정말이지 조금도 오리가 되어 있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고는 마침내 통곡하며오열하고 만다.
'아 아 나는 지금껏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구나.....' '조금도 오리가 되지못했구나......!' 그 자각은 그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안겨다 줬고, 더할 나위없는 절망감은 자신도 모르게 온몸을 부르르 떨며 발작하듯 날개를 편채 펄쩍펄쩍 뛰게 만들었는데, 바로 그 순간 그는 문득 후드득하고 공중을 날게 된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은 오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기에 그것은 너무나 놀랍고도 뜻밖의,일이었다. '어 내가 날다니 내가 날 수 있다니....!' 바로 그순간 전혀 다른 세계가 갑자기 그의 앞에 펼쳐져버린 것이다. '미운 아기오리'는 그때 비로소 알게 된다. 자신은 오리가 아니라는 것을! 자신은 처음부터 오리가 되려는 그 많은 노력들이 사실은 모두가 부질없는 헛된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아! 나는 오리가 아니다! 나는 나다!(I am who I am!)' 그리고는 '온전한 오리'가 되려고 몸부림치던 동안에 언제나 저주스럽고 환멸스럽던 <그몸 그대로>너무나 자유롭고 눈부시게 공중을 몇번 훨훨 날다가 때마침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가는 한 때의 백조들을 만나자 그들 사이로 들어가 그들과 함께 행복한 날개짓을 하며 '미운 아기오리'는 창공을 높이높이 날아올랐다.
'아 나는 처음부터 오리가 아니었다! 나는 처음부터 그냥 나였다. 나는 못생긴 것이 아니며, 너무커서 언제나 부끄럽고 저주스럽던 이 덩치도 큰 것이 아니다. 호수 물에 비칠 때마다 스스로 와들짝 놀라며, 못견디게 싫었던 이 희디 흰 깃털도 잘못된 것이 아니고, 너무 길어 언제나 징그럽게만 느껴지던 이 목도 이제 보니 그냥 사랑스런 내 목일 뿐이다. 아! 나는 그냥 처음부터 나였고, 하나도 잘못된 것이 없으며, 이 모습 이대로 나는 지금 너무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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