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아야기

[스크랩] 인욕과 구정스님이야기

ria530 2012. 2. 18. 11:39

늦가을 낙엽이 울긋불긋 물들더니 이제는 하나둘씩 떨어져 옷을 벗은 을씨년 스러운 겨울 문턱입니다.

낙엽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슬픈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사실 나무는 다음해에 좀 더 튼튼해지기 위해서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잎사귀를 떨어뜨리는 것이랍니다.

다음해에 더 크고 무성한 나무로 자라기 위해서 지금은 참고 이겨내는 과정으로 제 가지의 잎들을 잠시 버리는 것입니다.


자연의 세계에 사는 동물, 식물이 이처럼 견디고 인욕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처럼 우리들도 때로는 화가 나고 억울하고 참기 어렵더라도 견디어 내는 힘이 필요합니다.

생각해보세요.

내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또는 화가 난다고 해서 내마음 되로 다해 버리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이 세상은 곳곳에서 싸움 투성이에다 웃음은 사라지는 끔직한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스님께서는 절에 와서 절을 많이 하라고 하십니다. 절을 통해서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여 주는 하심의 힘이 길러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인욕을 생활에서 실천한다면 우리의 마음은 늘 평화롭고 기쁠 것입니다.


강원도 어느 깊은 산골마을에 비단장수 청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살림이 가난하여 근근이 그날그날 연명하여가는 형편이었습니다.

하루는 강원도 대관령고개를 넘어가다가 고개 마루에서 쉬고 있는데 누더기를 입은 노스님 한 분이 꼼짝도 않고 오랜 시간 서있는 것이었다.


궁금하게 여긴 비단장수 청년이 노스님에게 다가가서 『대사님께서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하고 묻자, 노스님께서 자비로운 미소를 띄우시며 『잠시 중생들에게 공양을 시키고 있는 중이네.』이 말을 듣고 더욱 궁금해진 비단장수 청년이

『어떤 중생들에게 무슨 공양을 베푸십니까?』하고 재차 묻자 『내가 움직이면 옷 속에 있는 이나 벼룩이 피를 빨아 먹기 불편할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내가 잠시 꼼짝 않고 서있는 것이라네.』


이 말을 들은 청년은 큰 감동을 받았다. 갑자기 세속의 생활이 하찮게 느껴지고 자기도 노스님의 제자가 되어 수도하고 싶은 생각이 일어났다.


한번 마음이 굳어지자 비단보퉁이도 팽개쳐 버리고 산길을 오르는 노스님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여 비단장수 청년은 노스님의 뒤를 따라 오대산의 동대관음암이라는 곳에까지 오게 되었다.


『저는 비단을 팔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오늘 노스님의 인자하신 용모와 거동에 마음이 끌려 문득 저도 노스님을 따라 수도하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쫓아왔습니다. 부디 제자로 받아 주십시오.』하고 간청하였다.


『네가 중이 되겠다고? 그렇다면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겠느냐?』하고 물었다.

『예!스님께서 시키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라도 하겠습니다.』하는 다짐을 받고서야 겨우 출가를 허락받았다.

그 다음날부터 노스님께서는 새로 들어온 행자에게 인욕과 하심을 가르쳐 주기 위한 방편으로 부엌에 커다란 가마솥을 옮겨 거는 일을 지시하셨다.


비단 장수하던 청년이 노스님께서 시키는 대로 흙을 파다 짚을 섞어 이기고 솥을 부엌에 걸어 마쳤을 때는 벌써 한 낮도 기울고 있었다.


부엌에 들어와 솥 걸어 놓은 것을 보신 노스님께서는 『솥은 잘 걸었다만 이쪽은 필요가 없겠으니 저쪽 아궁이로 옮겨 걸도록 하여라.』하고서는 나가 버리셨다.


청년은 다음날도 일찍부터 어제 정성스레 걸어놓은 솥을 다시 떼어 옆의 아궁이에 다시 정성을 다하여 옮기고 잔손질까지 다 마쳤을 때 노스님께서 다시 들어오시더니 화난 목소리로 『이놈!이게 솥 걸어 놓은거냐? 한쪽으로 틀어졌으니 다시 걸도록 하여라.』하고는 짚고 있던 석장으로 솥을 밀어내어 내려 앉혀 놓고 말았다.

청년이 보기에는 틀어진 곳이 없었지만 다시 하라는 분부에 한 마디 불평도 없이 묵묵히 시키는 대로 다시 할 뿐이었다. 이렇게 하여 솥을 걸고 허물어뜨리기를 9번을 반복하였다.


드디어 노스님께서도 구도심을 인정하시고 솥을 아홉 번 고쳐 걸었다는 뜻에서 구정(九鼎)이라 법명을 내리고 제자로 받아들였다. 구정은 뒷날 크게 수행하여 명성을 떨친 구정선사가 되었다.


구정선사는 바보라서 노스님께서 시키는 일을 몇 번이고 행한 것이 아니랍니다. 바로 움직이면 벼룩들이 피를 빨아먹기 힘들 것이라는 그 자비심에 감동하여 노스님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어럽고 힘들더라도 시킨 일을 참고 견디어 끝가지 해낸 것입니다.

참을성 있는 마음과 인내하는 마음은 결국 노스님의 제자가 되도록 허락 되었으며, 그 인욕정신 때문에 구정선사는 나중에 큰 스님이 되셨던 것입니다.


하심과 인욕은 수행의 가장 기본이 되는 마음 자세입니다.

하심이 안되면 성내는 마음이 일어나며 급기야는 수행을 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됩니다. 마음에 상을 버리면 부처라고 하지요. 이는 하심으로 마음의 독을 없애면 부처님 마음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구정스님의 하심하는 자세가 어떻습니까? 여러분 같으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되었을까요?

아궁이 만드는 일이 잘 되었으면서도 노스님은 구정선사를 한 번 시험해 본 것입니다.

얼마나 참고 이겨내는 힘이 강한가, 하고 말입니다. 실제스님이 되려면 많은 난관이 있으며 그 난관을 이겨내지 못하면 가다가 멈추고 말 것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끈기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비단장수 청년은 충분히 큰 그릇입니다. 삼복더위에 아홉 번씩이나 참을 수 있는 근기를 가졌으니까요.

여러분들의 그릇은 얼마나 됩니까? 그릇이 커야 많은 물을 담을 수 있지 않습니까?

우리도 참을성을 길러야겠습니다. 조그만 더워도. 조금만 추워도, 조금만 힘들어도, 조그만 아파도 못 참고 편한 것을 찾으려 하지 않았는지요?

그런 어린이들이 훗날커서 어찌 큰일을 해 내는 인물이 될 수 있겠어요?

우리 모두 구정스님의 하심 하는 자세와 인욕정신을 본받도록 합시다.

출처 : goodman
글쓴이 : 굿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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