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囿)는 새와 짐승을 번식하고 기르는 곳이나 옛적에 사계절 내내 사냥을 하되 (모두) 농사의 틈을 타서 하였으며 (이로써) 무예의 일을 익혔음이라. 그러나 심고 거두는 장소나 논 밭 등의 한가운데로는 (말을) 달리지 않고자 하는 고로 한가하고 빈 땅을 헤아려서 (이로써) 동산을 만들었음이라. 그러나 문왕 칠십리의 동산은 (그 마저도) 천하가 삼분되고 그 둘을 둔(차지한) 뒤에서야 조성하였음이라. 傳은 옛 책을 이름이라.
蕃 : 성할 번, 번식할 번 隙 : 틈 극 馳 : 달릴 치 騖 : 달릴 무 稼 : 심을 가 穡 : 거둘 색 圃 : 남새밭 포 度 : 헤아릴 탁 曠 : 밝을 광, 빌 광
『禮記』에 (다른) 나라에 들어감에 금지사항을 물음이라. 나라 밖 백리를 郊라 하고 郊 밖에 관문이 있느니라. 정(阱)은 땅에 구덩이를 파서 (써) 짐승을 빠지게 함이니 ‘백성을 죽음에 빠지게 함’을 말함이라.
<해설>
『禮記』 『曲禮上』편에 국경에 막 들어가서는 그 나라에서 금하는 것을 묻고, 국경을 지나 나라에 완전히 들어가면 그 나라의 풍속을 묻고, 남의 집을 방문하면 그 집안 사람들이 꺼리는 것을 묻는다(入境而問禁하며 入國而問俗하며 入門而問諱니라)고 하였다. 이에 맹자도 제선왕의 초청을 받아 제나라를 방문하면서 먼저 관문을 통과하면서 제나라에서 가장 중대하게 금지하는 일을 물어본 것이다.
그런데 임금의 동산에서 일반 백성이 미록을 죽이는 것을 살인죄와 같이 취급한다는 말을 듣고, 제선왕에게 비록 왕의 동산이 문왕보다 적은 동산이지만 그러한 금령이 백성들에게는 매우 큰 동산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는 이유임을 밝히고 있다. 다시 말해 동산의 크고 넓음이 문제가 아니라 , 여민동락하는 정치인가 아닌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