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莊暴見孟子 曰 暴見於王호니 王이 語暴以好樂이어시늘 暴 未有以對也호니 曰 好樂이 何如하니잇고 孟子曰 王之好樂이 甚則齊國은 其庶幾乎인뎌
장포가 맹자를 뵙고 가로대 “제가(장포) 왕을 뵈오니 왕이 저더러 好樂(음악 또는 풍류를 좋아함)으로써 말하시거늘 제가 (써) 대답하지 못하였습니다” 라며 “好樂이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물으니라. 맹자 가로대 “왕이 好樂이 심한즉 제나라는 (장차) (나라가) 거의 (잘) 다스려질 것이도다.” 하니라.
莊 : 씩씩할 장 暴 : 서운할 포 見 : 뵐 현 庶幾 : 조짐, 여기서는 좋은 조짐을 뜻함 |
<해설>
양혜왕 상편에서 맹자는 양혜왕의 ‘叟 不遠千里而來하시니 亦將有以利吾國乎잇가’라는 물음에 ‘王은 何必曰利잇고 亦有仁義而已矣니이다’라는 말로써 왕도정치의 造端託始를 삼아 ‘仁義’를 설파하였다. 맹자는 왕도정치의 시작은 적어도 백성들이 굶어 죽어 길거리에 나뒹구는 일이 없어야 하며, 즉 백성을 등따숩고 배부르게 해주고 나서 백성을 교육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그런 다음에야 왕이 추진하려고 하는 일을 요구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에 맹자는 제선왕의 ‘不忍之心’을 실마리로 하여 ‘發政施仁’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거나 비유를 통해 조금도 막힘없이 ‘懸河之辯(도도히 흐르는 강물과 같이 막힘없이 말함)’으로 왕에게 변론하였다. 이를 맹자의 ‘好辯’이라고도 한다.
이어 양혜왕 하편에서는 제선왕과 문답을 이어가면서 백성을 교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음악을 예로 들며 왕도정치를 말하고 있다. 예로부터 음악은 詩와 함께 인간의 性情을 움직여 敎化할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여겨 주요 통치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이에 음악과 시에 관한 경전인『樂經』과『詩經』을 六經의 하나로 삼았다.
詩와 정치와 관련하여 『詩經』序에는 ‘治世의 음악은 편안하면서도 즐겁고 그 정치는 조화가 잘 되며, 亂世의 음악은 원망하면서도 노여운 듯하고 그 정치는 도리에 어긋나며, 亡國의 음악은 슬프면서도 煽情的이고 그 나라 백성들은 곤경에 빠진다’ 하였다.
또한 『禮記』樂記편을 보면 ‘음악을 宗廟같은 데서 君臣上下가 함께 들으면 모두가 和敬하게 되고, 族黨鄕里에서 長幼가 함께 들으며 모두가 和順해지고, 집안에서 父子兄弟가 함께 들으며 모두가 和親해진다’고 하였다.
당시 전국시대 제후들은 부국강병책으로 오로지 군사력만을 앞세웠다. 이러한 때에 맹자는 제후들에게 ‘好樂’을 통해 왕도정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맹자가 양혜왕 상편에서 제선왕의 ‘不忍之心’을 예로 들어 ‘仁政’을 베풀 수 있는 실마리를 제시했듯이, 하편에서는 제선왕의 ‘好樂’을 예로 들며 ‘仁政’을 베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주고 있다. 맹자가 비유와 비교 화법에 있어 매우 탁월함을 보여준다. |
▲ 莊暴는 齊臣也ㅣ라 庶幾는 近辭也ㅣ니 言近於治라
장포는 제나라 신하라. 서기는 가깝다는 말이니 정치에 가까움을 말함이라.
他日에 見於王曰 王이 嘗語莊子以好樂하샤소니 有諸잇가 王이 變乎色曰 寡人이 非能好先王之樂也라 直好世俗之樂耳로이다 曰 王之好樂이 甚則齊其庶幾乎인뎌 今之樂이 由古之樂也니이다
(맹자가) 다른 날에 왕을 뵙고 가로대 “왕께서 일찍이 장자더러 好樂으로써 말씀하신 일이 있으십니까?” 하니, 왕이 얼굴빛이 변하며 가로대 “과인이 능히 선왕의 음악을 좋아함이 아니라 다만 세속의 음악을 좋아함이로이다.” 하시니라. (이에 맹자가) 가로대 “왕의 好樂이 심한즉 제나라는 장차 잘 다스려질 것입니다. (또한) 이제의 음악이나 옛 음악이나 같으니이다.” 하니라.
莊子 : 장포, 子는 장씨라는 뜻의 접미어. 直 : 다만 직 由 : 같을 유 |
▲ 變色者는 慚其好之不正也라.
변색은 그 좋아함이 바르지 아니함을 부끄러워 함이라. 慚 = 慙(부끄러울 참)
▲ 今樂은 世俗之樂이오 古樂은 先王之樂이라
지금의 음악은 세속의 음악을 말하며, 옛적의 음악이란 선왕의 음악을 말함이라.
曰 可得聞與잇가 曰 獨樂樂과 與人樂樂이 孰樂이니잇고 曰不若與人이니이다 曰 與少樂樂과 與衆樂樂이 孰樂이니잇고 曰 不若與衆이니이다
(왕이) 가로대 “가히 (얻어) 들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물으니, (이에 맹자) 가로대 “홀로 하는 음악의 즐거움과 다른 사람과 더불어 하는 음악의 즐거움 중에 어느 것이 더 즐겁겠습니까?” 하니, (제선왕) 가로대 “(혼자 즐기는 것이) 사람과 더불어 하는 것만 같지 못하니이다.” 하니라.
(이에 맹자) 가로대 “몇몇 사람들과 더불어 하는 음악의 즐거움과 무리와 더불어 하는 음악의 즐거움 중에 어느 것이 더 즐겁겠습니까?” 하니 (제선왕) 가로대 “무리와 더불어 하느니만 같지 못하니이다.”하니라.
樂樂 : 풍류 악, 즐거울 락 |
▲ 獨樂이니 不若與人하고 與少樂이 不若與衆은 亦人之常情也라.
홀로 즐거워함이 다른 사람과 더불어 하느니만 같지 못하고, 몇몇 사람과 더불어 하는 즐거움이 무리와 더불어 하는 것만 같지 못함은 또한 사람의 떳떳한 감정이라.
臣이 請爲王言樂호리이다
신이 청컨대 왕을 위해서 음악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
▲ 此以下는 皆孟子之言也라
이로써 아래는 다 맹자의 말씀이라.
今王이 鼓樂於此어시든 百姓이 聞王의 鐘鼓之聲과 管籥之音하고 擧疾首蹙頞而相告曰吾王之好鼓樂이여 夫何使我로 至於此極也오하야 父子 不相見하며 兄弟妻子 離散하며 今王이 田獵於此어시든 百姓이 聞王의 車馬之音하며 見羽旄之美하고 擧疾首蹙頞而相告曰吾王之好田獵이여 夫何使我로 至於此極也오하야 父子 不相見하며 兄弟妻子 離散하면 此는 無他라 不與民同樂也니이다
이제 왕이 음악을 (이에) 뜯거시든(연주하신대) 백성이 왕의 쇠와 북 같은 타악기 연주소리와 젓대와 피리같은 현악기 연주소리를 듣고는 모두 머리를 아파하고 이마를 찌뿌리면서 서로 고하여(쑥덕거리며) 말합니다.
‘우리 왕이 악기 뜯는 것을 좋아하심이여. 무릇 어찌 우리로 하여금 이 렇게 곤궁한 지경까지 이르게 하는고!’ 하며 ‘부모 자식간에 서로 보지 못하며 형제처자가 흩어져 헤어지나니’ 합니다.
이제 왕이 (이에) 사냥을 하시는데 백성이 왕의 수레와 말의 소리를 듣고 기와 깃발의 아름다움을 보고는, 모두 머리를 아파하고 이마를 찌뿌리며 서로 말하기를 ‘우리 임금이 사냥을 좋아하심이여 무릇 어찌 우리로 하여금 이렇게 곤궁한 지경까지 이르게 하는고!’ 하며, ‘부모 자식간에 서로 보지 못하며 형제처자가 離散하나니’ 합니다.
이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백성과 더불어 함께 즐거워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管 : 젓대 관 籥 : 피리 약 擧 : 모두 거 蹙 : 찌뿌릴 축 頞 : 이마 알 田 : 사냥할 전 獵 : 사냥할 렵 旄 : 기 모 |
▲ 鍾, 鼓, 管, 籥은 皆樂器也라. 擧는 皆也오 疾首는 頭痛也오 蹙은 聚也오 頞은 額也라. 人이 憂戚則蹙其額이라. 極은 窮也라. 羽旄는 旌屬이라. 不與民同樂은 謂獨樂其身하고 而不恤其民하야 使之窮困也라
종(鍾)과 고(鼓)와 관(管)과 약(籥)은 다 악기이라. 거(擧)는 ‘다’요, 질수(疾首)는 머리를 아파함이오, 축(蹙)은 모임(찌뿌림)이오, 알(頞)은 이마라. 사람이 근심하고 슬퍼한즉 그 이마를 찌뿌림이라. 극(極)은 궁함이라. 우모(羽旄)는 깃대에 속함이라. 백성과 더불어 한 가지 즐거워하지 않음은 이르되 홀로 그 몸만을 즐거워하고 그 백성을 긍률히 여기지 아니해서 백성들로 하여금 곤궁하게 함이라.
額 : 이마 액 旌 : 기 정(천자가 사기를 고무할 때 쓰던 기)
今王이 鼓樂於此어시든 百姓이 聞王의 鐘鼓之聲과 管籥之音하고 擧欣欣然有喜色而相告曰吾王이 庶幾無疾病與아 何以能鼓樂也오 하며 今王이 田獵於此어시든 百姓이 聞王의 車馬之音하며 見羽旄之美하고 擧欣欣然有喜色而相告曰吾王이 庶幾無疾病與아 何以能田獵也오 하면 此는 無他라 與民同樂也니이다
이제 왕이 (이에) 악기를 뜯으시건대, 백성이 왕의 鐘鼓 연주소리와 管籥연주소리를 듣고는 모두가 흔흔연히 기쁜 빛을 두고 서로 고하여 가로대 ‘우리 왕이 거의 질병이 없으신가, 어찌 써 능히 악기를 연주하시는고’ 하며, 이제 왕이 (이에) 사냥을 하시거든 백성이 왕의 車馬 소리를 들으며 깃발의 아름다움을 보고는 모두 흔흔연히 기쁜 빛을 두고 서로 가로대 ‘우리 왕이 거의 질병이 없으신가, 어찌 써 능히 사냥을 하시는고’ 하면 이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닙니다. 백성과 더불어 함께 즐거워했기 때문이니이다. |
▲ 與民同樂者는 推好樂之心하야 以行仁政하야 使民으로 各得其所也라.
백성과 더불어 함께 즐거워함은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을 미루어 베풀어 (이로써) 어진 정치를 행하야 백성으로 하여금 각각 살아야 할 바를 얻게 함이라.
今王이 與百姓同樂則王矣시리이다
이제 왕이 백성과 더불어 한가지로 즐거워한즉 왕하시리이다. |
▲ 好樂而能與百姓同之면 則天下之民이 歸之矣리니 所謂齊其庶幾者 如此라.
음악을 좋아하고 능히 백성과 더불어 함께하면 천하의 백성이 돌아가리니 이른바 제나라가 ‘其庶幾’라는 것이 이 같음이라(이것을 말함이라).
▲ 范氏曰 戰國之時에 民窮財盡이어늘 人君이 獨以南面之樂으로 自奉其身일새 孟子 切於救民故로 因齊王之好樂하사 開導其善心하야 深勵其與民同樂하시고 而謂今樂이 猶古樂이라 하시니 其實은 今樂古樂이 何可同也리오마는 但與民同樂之意는 則無古今之異耳라.
범(范祖禹)씨 가로대 전국시대에 백성이 곤궁하고 재물이 다했거늘 인군이 홀로 남면(임금 자리)의 즐거움으로써 스스로 그 몸을 받드니 맹자가 백성을 구제함에 간절한 고로 제왕이 음악을 좋아함으로 인하여 그 착한 마음을 열어 이끌어서 그 백성과 더불어 함께함을 깊이 권하심이라. 그리고는 지금의 음악(속세의 음악)이 옛 음악(궁정의 正樂)과 같다 하시니라. (그) 실제로는 속세의 음악과 궁정의 正樂이 어찌 같겠냐마는 다만 ‘백성과 더불어 함께한다’는 뜻은 즉 예나 지금이나의 다름이 없느니라.
▲ 若必欲以禮樂으로 治天下인대 當如孔子之言하야 必用韶舞하며 必放鄭聲이니 蓋孔子之言은 爲邦之正道요 孟子之言은 救時之急務니 所以不同이라.
만약 반드시 禮樂으로써 천하를 다스고자 할진댄 마땅히 (『논어』에 있는) 공자의 말씀과 같아서 반드시 음악과 춤을 쓰며 반드시 (음탕하고 못된) 정나라 음악을 내칠지니, 대개 공자의 말씀은 나라의 正道를 위함이오, 맹자의 말씀은 때에 맞추어 급히 힘써야 할 것을 구함을 말한 것이니 (써한 바) (이는) 같지 않음이라.
▲ 楊氏曰 樂은 以和爲主어늘 使人으로 聞鐘鼓管絃之音하고 而疾首蹙頞이면 則雖奏以咸英韶濩라도 無補於治也라. 故로 孟子 告齊王以此하사 姑正其本而已시니라.
양(楊時)씨 가로대 음악은 조화로써 주장을 삼거늘 사람으로 하여금 鐘鼓管絃(종고관현)의 소리를 듣고 머리를 아파하고 이마를 찌뿌리면 곧 비록 함(咸), 영(英), 소(韶), 호(濩)로써 연주하더라도 나라를 다스리는데 도움이 안되느니라. 이에 맹자가 제왕에게 (이로써) 고하되 우선 그 근본을 바루게 하실 뿐이시니라.
韶 : 순임금이 지은 舞樂 英 : 풍류이름 영 濩 : 풍류이름 호 姑 : 우선 고
<해설>
韶에 관해서는 『論語』「八佾篇」에 “子 謂韶는 盡美矣요 又盡善也라 하시고 謂武는 盡美矣나 未盡善也라 (공자께서 이르시되 소(韶)는 美를 다함이요 또한 善을 다함이라 하시고 이르시되 무(武)는 美를 다했으나 善을 다하지 못했느니라”라 하였는데 여기서 韶는 순임금이 지으신 舞樂을 의미한다.
鄭聲에 관해서는『論語』「陽貨篇」에 아악과 비교하여 “子曰 惡紫之奪朱也하며 惡鄭聲之亂雅樂也하며 惡利口之覆邦家者하노라(공자 가라사대 자주빛이 붉은 빛을 빼앗는 것을 미워하며 정나라 음악이 아악을 어지럽히는 것을 미워하며 입빠름이 나라를 뒤엎는 것을 미워하노라)”고 하였는데 정나라의 음탕한 음악을 뜻한다.
咸은 咸池, 혹은 大咸이라고도 하며 요임금 때의 음악을 말한다.
前漢때의 『禮樂志』에는 聖君들이 음악을 짓고 각각 그 이름을 붙인 내용이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
“黃帝는 咸池를 짓고, 顓頊(전욱)은 六莖을 짓고, 帝嚳(제곡)은 五英을 짓고, 堯는 大章을 짓고, 舜은 招(소)를 짓고, 禹는 夏를 짓고, 湯은 濩를 짓고, 武王은 武를 짓고, 周公은 勺을 지으셨다. 芍은 先祖의 도를 잔질함을 말하고, 武는 천하를 평정한 공을 말하고, 濩는 백성을 구함을 말하고, 夏는 요순을 크게 승계했음을 말하고, 招는 堯를 잇고, 大章은 빛나는 것이라. 五英은 英華가 번성함을 뜻하고, 六莖은 뿌리와 줄기에까지 미친다는 뜻이며, 咸池는 다 갖추었음을 뜻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