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스크랩] 도덕경-45 제14장 구체적인 너무나 구체적인-3

ria530 2013. 5. 6. 09:15

도덕경-45 제14장 구체적인 너무나 구체적인-3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또한 닿을 듯, 닿을 듯 하면서도 닿지 않는 안타까움과 갈증을  언제나 내게 주었고, 진척은 있으나 아무런 확증(確證)은 없는 그 애틋함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단 한 순간도 놓지지 않는 완전한 집중과 몰두가 내겐 필요했고, 그를 위하여 이번엔 처자식마저 버려둔 채 이 깊은 산속으로 들어왔으며, 그렇게 모든 것을 버리고 완전한 고독 속에서 내면의 떠오르는 '생각'과 '마음'의 움직임을 놓지지 않고, 온전히 지켜보게만 된다면, 그토록 찾아 헤매던 '나'와 '삶'과 '인간의 길'에 관한 어떤 분명한 답(답)'이나 '결론'같은 것이 확연히 내 앞 에 나타나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나는 마침내 진리를 얻게 되고.....!

   그런데 이게 어찌된일인가?
면벽하고 가부좌를 들고서, 내면에 떠오르는 생각과 마음의 움직임을 놓지지 않고 지켜보려 하면 할 수록 오히려 놓지지 않는 경우가 드문 것이 아닌가! 슬프게도 나는 언제나 망상(忘想)과 잡생각에 사로잡혀 그 속에서 허우적댈 뿐 어느 한 순간도 제대로 지켜보고 잊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곤했다.

  '아! 또 놓쳤구나.....!'
그러면 나는 다시 타는 듯한 마음이 되어 집중에 집중을 더하려고 애썼고 ..... 그러나 어느 순간 문득 다시 보면 엉뚱한 생각 속에서 이미 한참을 놓지고 있지 못한 자신을 거듭 거듭 목격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아아 나는 그야말로 망상덩어리였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을 단식하며 애를 써보았지만 아무런 진척이 없자, 이번에는 음식을 먹으면서 해보기로 했다. 내게 그렇게 많은 망상과 잡생각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한꺼번에 몰려오는 것은 아무래도 단식으로 인해 기력이 쇠했기 때문이라고 행각했던것이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허겁지겁 밥을 해먹고는 이번엔 띵띵해진 배를 움켜쥐고 다시 면벽하고 앉았다. 그랬더니 그 많던 망상에 하나가 더 불어 졸름이 쏟아지는 것이었다.얼마나 얼마나 졸았던지!그랬던 만큼 마음은 또 얼마나 절망감에 사로잡혔던지!

   '아아 이래도 안되는구나........!'
그렇게 일주인간을 또 지나던 그 어느 한 순간 갑자기 "꽈당!" 하는 벼락치는 듯한 소리에 화들작 놀라 눈을 떠보니 졸던 그대로 머리를 방바닥에 부딪고 나둥그라져 있는 것이 아닌가? 아아 그 순간 나는 일어나기가 싫었다. 그냥 그렇게 나둥그라진 채로 얼마나 울었던지!

   '나는 결국 안될 인간인가?'

  '......'

'아니 다시 하자! 처음부터 다시 하자! 그 오랜 세월 나 자신으로부터 자유를 향해 몸부림쳐 온 결과가 이 모양이라면, 그리고 깨달음에 거의 다 다다랐다고 생각하고, 그 마치막 도약(跳躍)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달려온 나의 몰골이 이 지경이라면, 그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그리곤 마음도 비우고, 호주머니에 남아있던 얼마간의 돈도 버렸으며, 회복식(回復食)을 위해 남겨두었던 한 줌 쌀도 내버렸던 것이다. 또다시 이대로 아무런 '결론'없이 산을 내려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와 같은 모습으로 다시 단식하면서 면벽하고 가부좌를 들었다.

   .......

"그러나 보라! 일은 전혀 뜻밖으로 결론이 나고 말았다! 나는 이미 진리 안에 있었다. 아니 나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모든 존재가 이미 진리 안에 있었고, 단 한 순간도 그것을 떠난 적이 없었다.[森羅萬象 悉皆成佛]! 내가 그토록 아타게 찾아다닌 진리는 저만치 먼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고, 그것을 얻기 위해 그토록 피나는 노력과 수행(修行)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정말 너무나 어처구니없게도 나는 이미 처음부터 진리 안에 있었고, 그랫기에 이렇듯 애쓰고 노력하여 진리를 얻으려던 그동안의 일체의  시도는이미 처음부터 불가능을 전제로 한 것이었으며, 그것은 진리 안에 잇으면서 진리를 찾으려는 어리석음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니 이게 도대체 어떤일인가? 그 무엇과도 비견될 수 없는 진리를 얻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버려야 하며, 심지어 목숨마저 내놓을 각오로 열심히 수행해야 한다고 믿고서, 그렇게 달려 왔고, 그러면서도 일체의 경계(境界)가 사라진 밝은 깨달음의 경지가 쉽게 나타나 주질 않아 자신의 수행력의 부족함 앞에 몇번이나 절망하며 안타까워했었는데, 누구나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라 행각하고서 달려들었다가 두 번이나 단식에 실패한 참담한 마음이었는데 아아 이렇듯 지치고 일그러진 이 모습 이대로가 이미 완전하다니!


출처 : 전주향교(全州鄕校)
글쓴이 : 鶴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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