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 齊宣王이 問曰 人皆謂我毁明堂이라 하나니 毁諸아 已乎잇가
제선왕이 물어 가로대 “사람이 다 나더러 일러 명당을 헐으라고 하나니 헐으오리까 말으오이까?” 하니라. |
▲ 趙氏 曰明堂은 泰山明堂이니 周天子 東巡守朝諸侯之處라 하니 漢時에 遺址尙在라. 人欲毁之者는 蓋以天子로 不復巡守하고 諸侯로 又不當居之也라. 王이 問當毁之乎아 且止乎아
조씨 가로대 “명당은 태산 명당이니 주나라 천자가 동쪽으로 순수하여 제후를 조회한 곳이라” 하니라. 한나라 때에 남은 터가 오히려 있음이라. 사람들이 이것을 헐고자 하는 것은 대개 (써) 천자가 다시 순수를 아니하고 제후가 또 마땅히 거처하지 아니함이라. (이에) 왕이 묻되 “마땅히 헐으랴, 또한 그치랴?”하니라.
<해설>
명당은 제나라 영토안에 있었는데 한나라 무제때까지 남은 터가 있었다고 한다. 주나라 왕실이 종주권을 행사할 때는 주나라 왕인 천자가 명당에서 제후들을 회합시켜 왕명을 발포하였다. 그러나 춘추시대 이후로 주나라는 명목상의 왕으로전락하고 말아 과거 천자로서 행하던 의식도 행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전국시대에 이르기까지 명당은 방치되어 있었다. |
○ 孟子 對曰 夫明堂者는 王者之堂也니 王欲行王政則勿毁之矣쇼셔
맹자 대답하여 가로대 “무릇 명당은 왕노릇하는 자의 당이니 왕이 왕도정치를 행하고자 하신즉 헐지 마소서!”하니라. |
▲ 明堂은 王者所居하야 以出政令之所也라. 能行王政이면 則亦可以王矣리니 何必毁哉아
명당은 왕이 거처하여 (써) 왕명을 내던 곳이라. 능히 왕도정치를 행하면 또한 가히 (써) 왕노릇 하리니 어찌 반드시 헐 필요가 있겠는가?
○ 王曰 王政을 可得聞與잇가
對曰 昔者文王之治岐也에 耕者를 九一하며 仕者를 世祿하며 關市를 譏而不征하며 澤梁을 無禁하며 罪人을 不孥하뎌시니 老而無妻曰鰥이오 老而無夫曰寡오 老而無子曰獨이오 幼而無父曰孤니 此四者는 天下之窮民而無告者어늘 文王이 發政施仁하샤대 必先斯四者하시니 詩云哿矣富人이어니와 哀此煢獨이라 하니이다
왕이 가라사대 “왕도정치에 대해 얻어 들을 수 있겠습니까?” 하니,
(맹자) 대답하여 가로대 “옛적에 문왕이 기산을 다스림에 농사짓는 자에게는 1/9을 세금으로 물렸으며, 벼슬하는 자에게는 대대로 녹을 주었으며, 관문과 시장에서는 살피기는 하되 세금을 물리지 않았으며, 물고기를 잡기 위해 보를 설치하는 것을 금하지 않았으며, 사람을 처벌함에 자식에게까지 아니하시니라.
늙어서 아내없음을 환(鰥)이라 이르고, 늙어서 남편없음을 과(寡)라 이르고, 늙어서 자식없음을 독(獨)이라 이르고, 어려서 아비없음을 고(孤)라 이르니, 이 네 부류의 사람은 천하의 곤궁한 백성이며 호소할 데 없는 자이거늘 (이에) 문왕이 善政을 펴서 仁을 베푸시되 반드시 이 네 부류의 사람들을 먼저 (돌보는 일을) 하시니 시경에 이르기를 ‘부유한 사람은 괜찮거니와 이 외로운 사람들이 가엾다’ 하니이다.”하니라.
梁 : 물을 막아 고기를 잡는 설비 孥 : 자식 노 鰥 : 홀아비 환 哿 : 좋을 가, 옳을 가 煢 : 외로울 경 |
▲ 岐는 周之舊國也라. 九一者는 井田之制也라. 方一里爲一井이니 其田이 九百畝라 中畫井字하야 界爲九區하야 一區之中에 爲田百畝하고 中百畝爲公田하고 外八百畝爲私田하야 八家 各受私田百畝하고 而同養公田하니 是는 九分而稅其一也라.
기(岐)는 주나라의 옛 도읍이라. 九一은 정전제이라. 方 一里가 하나의 井이니 그 땅이 구백묘라. 가운데로 정자를 그어서 경계를 아홉구역을 만들어 한 구역 가운데에 땅 백묘를 만들고 가운데 백묘는 공전(公田)으로 삼고 바깥 팔백묘는 사전(私田)으로 만들어 여덟집이 각각 사전 백묘를 받고 한가지로 공전을 기르니, 이는 아홉으로 나누고 그 하나를 세금으로 물림이라.
▲ 世祿者는 先王之世에 仕者之子孫을 皆敎之호대 敎之而成材면 則官之하고 如不足用이라도 亦使之不失其祿하니 蓋其先世에 嘗有功德於民이라. 故로 報之如此하니 忠厚之至也라.
세록(世祿)은 선왕의 대에 벼슬한 자의 자손을 다 가르치되 가르쳐서 인재를 이루면 벼슬하게 하고 만약 족히 쓰지 못하더라도 또한 (하여금) 그 녹을 잃지 않게 하니 대개 그 선조때에 일찍이 백성에게 공덕이 있음이라. 이에 이와 같이 보답하니 충성되고 후덕함의 지극함이라.
▲ 關은 謂道路之關이오 市는 謂都邑之市라. 譏는 察也오 征은 稅也니 關市之吏가 察異服異言之人하고 而不征商賈之稅也라. 澤은 謂瀦水요 梁은 謂魚梁이니 與民同利하야 不設禁也라. 孥는 妻子也니 惡惡을 止其身하야 不及妻子也라. (瀦 : 웅덩이 저)
관(關)은 도로의 세관을 이름이요 시(市)는 도읍의 저자(시장)를 이름이라. 기(譏)는 살핌이오 정(征)은 세금을 물림이니, 관과 시의 관리가 옷이 다르고 말이 다른 사람을 살펴서 장사꾼에게 세금을 물리지 않음이라. 택(澤)은 물을 모으는 웅덩이를 이르고, 양(梁)은 (고기를 잡기 위해 보를 만드는데 쓰는 나무나 돌 등)을 이름이니, 백성과 더불어 함께 이득을 보도록 하느라 금하지 않음이라. 노(孥)는 처자식이니 악을 미워함을 그 몸(사람)에게만 그치게 하고 처자식에게는 미치지 않음이라.
▲ 先王養民之政이 導其妻子하야 使之養其老而恤其幼하고 不幸而有鰥寡孤獨之人하야 無父母妻子之養이면 則尤宜憐恤故로 必以爲先也라. 詩는 小雅正月之篇이라 哿는 可也오 煢은 困悴貌라. (悴 : 파리할 췌)
선왕이 백성을 기르는 정치가 그 처자식을 이끌어서 (하여금) 그 늙은이를 봉양하고 그 어린이를 긍률히 여기게 하고 불행하게도 환과고독의 사람이 있어서 부모처자의 봉양이 없으면 더욱 마땅히 불쌍히 긍률히 여기는 고로 반드시 (써) 먼저 보살핌이라. 시는 「소아정월」편이라. 가(哿)는 옳음이오, 경(煢)은 곤하고 파리한 모양이라.
○ 王曰 善哉라 言乎여 曰 王如善之則何爲不行이니잇고
王曰 寡人이 有疾호니 寡人은 好貨하노이다
對曰 昔者에 公劉 好貨하더시니 詩云乃積乃倉이어늘 乃裹餱糧을 于橐于囊이오아 思戢用光하야 弓矢斯張하며 干戈戚揚으로 爰方啓行이라 하니 故로 居者 有積倉하며 行者 有裹糧也 然後에아 可以爰方啓行이니 王如好貨어시든 與百姓同之하시면 於王에 何有리잇고
왕이 가라사대 “훌륭하도다 말씀이여!” 하니, (맹자) 가로대 “왕이 만약 훌륭하게 여기신즉 어찌 행하지 않으십니까?” 하니라. 왕 가라사대 “과인이 병통이 있으니 과인은 재물을 좋아하니이다.” 하니,
(맹자) 대답하여 가로대
“옛적에 공유가 재물을 좋아하시니 시경에 이르기를 ‘쌓아 놓고 창고에 저장하였거늘 이에 마른 양식을 싸는데 밑없는 전대에도 담고 자루에도 담는구나! 모든 백성을 편안하게 하고 나라를 빛낼 것을 생각해서, 활과 화살을 그제서야 펴들고, 방패와 창과 도끼를 들고 이에 비로소 길을 가기 시작했다’ 하니라.
따라서 남아 있는 사람들은 쌓아 놓고 창고에 저장한 양식이 있으며, 길을 가는 사람은 마른 양식을 싼 자루를 가진 연후에야 (가히 써) 이에 비로소 길을 떠나갈 수 있었나이다. 왕이 만약 재물을 좋아 하시거든 백성과 더불어 함께 하시면 왕노릇하는데 무엇이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하니라.
裹 : 쌀 과, 꾸러미 과 餱 : 마른 밥 후, 간량(乾糧) 후 橐 : 풀무 탁, (밑없는) 전대 탁 囊 : 주머니,자루 낭 戢 : 화할 집, 모을 집 戚 : 도끼 척 揚 : 도끼 양 |
▲ 詩는 大雅公劉之篇이라. 積은 露積也오 餱는 乾糧也라 無底曰橐이오 有底曰囊이니 皆所以盛餱糧也라. 戢은 安集也니 言思安集其民人하야 以光大其國家也라. 戚은 斧也오 揚은 鉞也라. 爰은 於也라. 啓行은 言往遷于豳也라. 何有는 言不難也라. (乾 : 마를 간 盛 : 담을 성)
공유는 후직의 증손이라. 시는 대아 공유편이라. 적(積)은 길에 쌓아 놓음이오 후(餱)는 마른 양식이라. 밑없는 것을 전대라 하고 밑있는 것을 자루라 이르니 다 (써한 바) 마른 양식을 담는 것이라. 집(戢)은 모여 편안히 사는 것이니 그 백성을 모아서 편안히 함으로써 그 국가를 크게 빛냄을 생각함을 말함이라. 척(戚)은 작은 도끼요, 양(揚)은 큰 도끼이라. 원(爰)은 ‘이에 於’라. 계행(啓行)은 가서 빈땅으로 도읍을 옮김을 말함이라. 하유(何有)는 어렵지 않음을 말함이라.
▲ 孟子 言公劉之民이 富足如此하니 是는 公劉 好貨而能推己之心하야 以及民也라. 今王이 好貨를 亦能如此면 則其於王天下也에 何難之有리오
맹자가 말씀하되 “공유의 백성이 부유함이 족히 이와 같으니 이는 공유가 재물을 좋아하되 능히 자기의 마음을 미루어서 써 백성에게 미침이라. 이제 왕이 재물 좋아함을 또한 능히 이와 같이 하면 (그) 천하에 왕노릇하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으리오!” 하니라.
○ 王曰 寡人이 有疾호니 寡人은 好色하노이다 對曰 昔者에 大王이 好色하사 愛厥妃하더시니 詩云 古公亶父 來朝走馬하샤 率西水滸하야 至於岐下하야 爰及姜女로 聿來胥宇라 하니 當是時也하야 內無怨女하며 外無曠夫하니 王如好色이어시든 如百姓同之하시면 於王에 何有리잇고
왕이 말하기를 “과인이 병이 있으니 과인은 (女)색을 좋아하나이다.”하니, (맹자) 대답하여 가로대 “옛적에 태왕이 색을 좋아하사 그 왕비를 사랑하시니 시경에 이르되 ‘고공단보(태왕)가 아침에 와서 말을 달리사 서쪽 물가를 따라서 기산 아래에 이르러 이에 강씨의 딸(태강)과 더불어 마침내 와서 서로 보며 살았다’ 하니라. 이때에는 안으로는 (지아비가 없어) 원망하는 여자가 없었으며 밖으로는 홀로된 지아비가 없었으니 왕께서 만약 (女)색을 좋아하시거든 백성과 더불어 하시면 왕노릇함에 무엇이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 하니라. |
▲ 王이 又言此者는 好色하면 則心志蠱惑하고 用度奢侈하야 而不能行王政也라 大王은 公劉의 九世孫이라. 詩는 大雅緜之篇也라. 古公은 大王之本號니 後에 乃追尊爲大王也라. 亶父는 大王의 名也라. 來朝走馬는 避狄人之難也라.
왕이 또 이것을 말하는 것은 색을 좋아하면 마음과 뜻이 좀먹어 현혹되고 쓰는 용도는 사치하여 능히 왕도정치를 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태왕은 공유의 9세손이라. 시는 대아 면지편이라. 고공은 태왕의 본호이니 뒤에 추존해 태왕이 되었음이라. 단보는 태왕의 이름이라. 아침에 와서 말을 달린다는 것은 적인(狄人)에게 공격당하는 곤란함을 피함이라.
▲ 率은 循也라. 滸는 水涯也라. 岐下는 岐山之下也라. 姜女는 大王之妃也라. 胥는 相也오 宇는 居也오 曠은 空也라. 無怨曠者는 是 大王이 好色하사 而能推己之心하야 以及民也라.
솔(率)은 따름이라. 호(滸)는 물가라. 기하(岐下)는 기산의 아래라. 강녀는 태왕의 왕비라. 서(胥)는 서로 봄이요, 우(宇)는 거처함이오, 광(曠)은 비어 없음이라. 지아비나 지어미가 없음을 원망하는 이가 없다는 것은 (이) 태왕이 호색하면서 자기의 마음을 미루어 (써) 백성에게 미침이라.
▲ 謂此篇은 自首章으로 至此히 大意皆同하니 蓋鐘鼓, 苑囿, 遊觀之樂과 與夫好勇, 好貨, 好色之心은 皆天理之所有요 而人情之所不能無者라 然이나 天理人欲이 同行異情하야 循理而公於天下者는 聖賢之所以盡其性也요 縱欲而私於一己者는 衆人之所以滅其天也니 二者之間이 不能以髮이로대 而其是非得失之歸는 相去遠矣라.
이 편은 머리장으로부터 이에 이르기까지 큰 뜻이 다 같으니, 대개 종고(鐘鼓), 원유(苑囿), 유관의 낙(遊觀之樂)과 더불어 무릇 호용(好勇), 호화(好貨), 호색(好色)의 마음은 다 하늘의 이치인 바요, 사람의 마음에 능히 없지 않는 바이라. 그러나 하늘의 이치나 사람의 욕심이 다같이 행하면서도 情은 다르니 이치를 따르면서 천하를 공변되게 하는 자는 성현이 (써한 바) 그 성품을 다하는 바요, 욕심을 따르면서 자기 한몸에만 사사로이 하는 자는 많은 사람들이 (써한 바) 그 천리를 소멸시키는 바이니, 두 가지 사이가 능히 터럭만치나 차이가 나지 아니하되 그 시비득실로 돌아가서는 서로 떨어져 가서 (한참) 멀어짐이라.
▲ 故로 孟子 因時君之問하사 而剖析於幾微之際하시니 皆所以遏人欲而存天理라 其法이 似疏而實密하고 其事 似易而實難하니 學者 以身體之면 則有以識其非曲學阿世之言이오 而知所以克己復禮之端矣라
이에 맹자가 당시 인군의 물음으로 인하여 기미의 즈음을 잘 분석하심이니 다 (써한 바) 인욕을 막고 천리를 보존하게 하심이라. 그 법칙이 엉성한 것 같으면서도 실은 주밀하고, 그 일이 쉬운 것 같으면서도 실은 어려우니 배우는 자가 몸으로써 체득하면 (써) 곡학아세의 말이 아님을 알 수 있고, (또한) (써한 바) 극기복례의 단서를 알게 되느니라.
▲ 楊氏曰 孟子 與人君言은 皆所以擴充其善心하야 而格其非心이오 不止就事論事라. 若使爲人臣者로 論事를 每如此면 豈不能堯舜其君乎아
양씨 말하기를 “맹자가 인군과 더불어 말씀한 것은 다 (써) 그 착한 마음을 확충케하고 그 잘못된 마음을 바로잡으심이니, (이는) 일에 대하여 이러쿵 저러쿵 논란하는 것에만 그침이 아니니라. 만약 (남의) 신하 된 자로 하여금 일을 논함에 매양 이와 같이 하면 어찌 능히 그 인군이 요순 임금이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